소설리스트

474화 (474/605)

스탠바이

2024년 1월 04일 00:00 (신중국시각 3일 23:00),

신중국 톈진시 베이천구 공업단지 15구역 상공.

무너진 건물 잔해 아래 한창 서치라이트를 비추고 야간작업이 한창이 하이싼 공장지대 상공에는 성남기지에서부터 TCS(투명은폐시스템) 모드로 서해를 건너온 20여 기의 CMV-100 스카이버스가 차례대로 고도를 낮추고 있었다.

그리고 현지시각 23시를 가리키자 선두에서 비행하던 4기의 CMV-100 스카이버스의 양쪽 해치가 열렸고 검은빛이 발하는 중갑을 입은 수십 명의 수도중갑강습여단 소속의 중대원들이 서슴지 않고 지상을 향해 몸을 날렸다.

총 80명에 달하는 중갑강습대원들은 자유낙하로 어느 정도 고도까지 이르자 일제히 등에 달린 추진체를 가동했고 이후 분대 단위로 각자의 목표지점을 향해 비행했다. 짙은 황사에 별빛 하나 보이지 않은 밤하늘에 푸른빛을 발하는 발광체 여러 개가 그룹을 지고는 날아다녔다.

잠시 후 지상으로부터 50m까지 도달한 수도중갑강습대원들은 각자가 무장한 개인화기를 사용했다.

장갑차나 전투기에서나 장착할 법한 12mm 레이저 벌컨 빔부터 40mm 휴대용 활성탄 발사기까지 중무장한 중갑강습대원들은 각자 목표로 설정한 지상의 신중국군을 향해 기습을 가했다.

연발로 날린 40mm 활성탄 여러 발이 마치 유도탄처럼 휘어지며 목표물에 착탄했다.

콰앙! 콰카캉! 쾅!

일제히 울리는 폭발음과 함께 화려한 불꽃이 사방에서 솟구쳤고 뒤이어 날아오는 수많은 빛줄기가 지상을 덮쳤다.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경계만 서고 있던 중무장한 신중국 경계병들은 갑작스러운 폭발에 휘말리며 사방으로 날아갔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경계병들은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빛줄기에 벌집 신세가 되었다.

“공습이다. 공습이다! 방공부대에 연락해!”

사방에 불기둥이 솟구치며 파편이 비상하는 상황에서도 상위 계급장을 단 신중국 장교 한 명이 초소 무전기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묻히고 말았다.

수도중갑강습대원이 발사한 40mm 활성탄이 장교가 있던 초소를 박살 냈다.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초소가 있었던 자리에는 검붉은 화염이 하늘로 솟구쳤다. 당연히 초소 안에 있었던 장교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타타타앙! 타아아앙! 타앙! 타앙!

가끔 하늘을 비취는 서치라이트에 수도중갑강습대원들의 모습이 포착되어 간헐적인 사격을 가해왔지만, 워낙 빠른 비행기동에 맞출 수는 없었고 혹, 맞는다 쳐도 소총으로는 흔 집도 낼 수 없었다. 더불어 서치라이트를 비췄던 신중국 경계병들은 쏟아지는 붉은 빛줄기에 난사를 당했다.

이렇게 수도중갑강습대원들이 학살모드로 중무장한 신중국 경계병들을 제압하는 사이 나머지 CMV-100 스카이버스들이 하나둘 지상에 착륙했고 양쪽 해치가 열리자 특전사 중의 특전사라는 707특임여단 특전사들이 신속하게 내렸다.

하차한 180명에 달하는 707특임여단 소속의 특전사들은 제일 먼저 중장비 주변에서 경계 임무를 서던 신중국군을 공격했고 이후에는 중장비를 운용하던 공병대까지 제압해 나갔다.

최상위 특수부대답게 빈틈없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임무를 수행하자 제1111야잔공병단을 실은 CMV-100 스카이버스 마저 빈터에 착륙했다.

붉은 제비라 불리는 구출부대의 구출작전은 현재까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한편 이런 상황을 먼발치에서 확인한 국가정보원 대외정보1과 요원들도 박기웅 팀장의 공격 지시가 떨어졌다. 외곽에서의 교란작전을 펼치기 위해서였다.

박기웅 팀장을 비롯한 2팀, 3팀, 4팀 요원들이 일제히 앞으로 내달리며 펜스 앞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경계병을 향해 레이저 빔을 쐈다.

으악! 크억!

아수라장이 된 펜스 안쪽 상황에 허둥지둥하고 있던 경계병들은 갑자기 날아온 붉은 빛줄기에 온몸이 관통당하고는 하나둘 바닥에 꼬꾸라졌다.

이제 펜스 밖에서도 빔성과 총성이 울리자 매시간 외곽 순찰을 하던 장갑차 2대가 달려왔다.

“빨리도 오네. 요것들······.”

생각보다 빠르게 모습을 드러낸 신중국의 장갑차를 확인한 박기웅 팀장은 4팀에게 명령을 내렸다.

“성 팀장! 자네 팀이 저것들 맡아!”

- 카피 되었습니다. 깔끔히 처리하겠습니다.

4팀을 이끄는 성상윤 팀장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팀원들에게 수신호로 지시했다. 그러자 나성율 대리와 이진경 주임은 등에 맺고 있던 30mm 스마트 유탄기를 벗고는 이내 어깨에 견착한 후 다가오는 장갑차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투웅! 투웅! 투웅!

연발로 날린 여러 발의 30mm 스마트 유탄은 작은 포물선을 긋고는 그대로 다가오던 장갑차의 정면과 상부를 강타했다.

콰앙! 콰앙! 콰앙!

시원한 폭발음이 울림과 동시에 선두에 섰던 장갑차는 거대한 폭발과 함께 내폭이 일어났고 뒤따라오던 장갑차는 중심을 잃고는 그대로 펜스를 깔아뭉개고는 멈춰섰다.

멈춰선 장갑차의 틈 사이로 붉은 화염과 검은 연기가 섞여서 솟구쳤다.

덜컹!

멈춰선 장갑차의 후방 해치가 열리고 하차조 군인들이 저마다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쏟아져 내렸고 이내 바닥에 뒹굴며 괴로움을 호소했다.

웅쭝웅쭈웅쭝웅쭈웅~ 쭈웅쭝웅쭈웅쭝웅쭈웅~

여러 발의 레이저 빛줄기가 방금 장갑차에서 내린 하차조 군인들에게 쏟아졌다. 피할 틈도 없이 날아간 빛줄기들은 그들의 몸을 관통하며 지나갔다. 한창 바닥에 나뒹굴며 기침을 하던 그들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차디찬 바닥에 그대로 송장신세가 되고 말았다.

- 순찰 장갑차 2대 및 하차조 군인들 제압 완료!

“오케이! 4팀은 현재 위치에서 퇴로 확보하고 2팀과 3팀은 펜스 안으로 진입!

- 알았다. 가자!

윤태진 팀장의 대답과 동시에 2팀이 가장 먼저 펜스 안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펜스 안과 밖 좌우에서 경계병들의 산발적인 공격이 있었지만, 대외정보1과 요원들은 베테랑답게 각종 엄폐물 사이로 진입하며 반격했다.

한편 707특임여단 특전사들은 짧은 시간, 포크레인과 불도저 등 중장비를 이용해 야간작업하던 신중국 공병들을 모조리 하차시켜 한쪽에 모아놨다. 대신 제1111야전공병단 소속의 공병들이 일제히 중장비에 탑승했다.

사전에 약속된 통신라인을 통해 남궁원 과장과 이자성 과장이 묻혀있는 정확한 지점을 전달받은 공병대는 중장비를 이용해 본격적인 구출작업에 들어갔다.

제1111야전공병단에서도 베테랑만으로 차출되어 온 공병들은 작업 간에 혹시나 모를 제2차 붕괴를 피하고자 생각보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파 들어갔다.

“앞으로 2시간이야. 최대한 조심하면서 서둘러주게”

이번 구출 작전의 현장 총책임자인 707특임연단 5대대장인 강민준 중령이 공병대 선임 지휘관이자 중대장인 안상희 중령에게 말했다.

“걱정마십쇼. 시간 안에 무사히 구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꼭 그렇게 해주게.”

두 장교가 대화하는 상황에서도 지상과 공중에서는 치열한 교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비록 80명밖에 되지 않았지만 중갑강습대원들은 강력한 방호력과 비행능력으로 신중국군의 무력화시켰고 펜스 안쪽에서는 707특임여단 특전사가 신들린 전투력을 보이며 하나둘 제압해 나갔다.

30여 분 후, 1개 연대 이상급의 신중국군은 완전히 격퇴된 상황, 펜스 밖에서부터 교란작전을 펼쳤던 대외정보1과 요원들도 중장비 작업이 한창인 이곳까지 왔다.

“반갑습니다. 대외정보1과 박기웅 팀장입니다.”

“707특임연단 5대대장 강민준 중령입니다. 얘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해외에서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는 1111야전공병단 소속 안상희 대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2팀장 윤태진이라고 합니다.”

대외정보1과 요원들은 구출작전에 투입된 여러 지휘관과 악수를 하며 인사를 건넸다.

몇 분 후 인사를 마치고 박기웅 팀장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구출까지 얼마 정도 걸릴 거 같습니까?”

공병대 지휘관인 안상희 대위가 대답했다.

“기존 계획대로라면 2시간 안쪽입니다.”

“아! 2시간이요? 생각보다 빠르군요.”

“묻혀있는 위치 정보를 알려주신 덕분에 가능한 일입니다. 또한, 신중국군의 중장비들 역시 일반적인 장비들이라 조종하는 데 큰 문제가 없고 말이고요. 단지 2차 붕괴를 피하고자 조금은 천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암튼 감사합니다. 꼭 무사히 구출해 주시기 바랍니다.”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 ★

2024년 1월 4일 00:30 (쿠르디스탄시각 3일 18:30),

쿠르디스탄 공화국 서아제르바이잔주 휴센아바드.

작년 12월 31일부로 독립한 쿠르디스탄 공화국은 평온 자체였다. 주변국의 군사적 위협은 물론 골치 아프게 했던 폭탄 테러마저 완전히 사라지자 이곳 국경선 일대의 소도시인 휴센아바드 역시 지루할 만큼 평화로웠다.

이러한 이유로 하루 2번, 외곽 치안유지 임무를 수행했던 3기계화보병중대는 지금은 하루에 1번만 투입했고 마을 내 치안유지 임무 역시 하루에 1번만 투입되어 장병들의 한가한 시간이 많이 늘어난 상태였다. 이에 근무가 없는 날에는 휴센아바드 한에서 자유롭게 외출을 할 수 있었다.

“김 병장님! 내일은 근무도 없는데 외출하실 겁니까?”

식당 앞, 식판을 들고 기다리는 게 지루했는지 과영환 상병은 앞에서 기다리는 김성호 병장에게 물었다.

“왜?”

“아니 그냥 물어봤습니다.”

“지룰! 내일 오후에 외출할 거다.”

“오! 그럼 저랑 같이 나가지 말입니다.”

“싫은데?”

“크크, 로사린 만나려고 같이 안 나가려는 겁니까?”

“아 이 자식! 제발 신경 좀 꺼라!”

“와! 저 때문에 로사린과 이런 척박한 곳에서 사랑을 나누면서 너무 하는 거 아닙니까?”

“아! 알았다. 알았어! 점심 먹고 같이 나가자!”

“오예! 맛난 거 사주십시오. 병장은 월급도 많이 주지 않습니까?”

“환장하겠네. 병장 계급장 단 지 3일밖에 안 됐고 월급날도 멀었거든?”

“암튼 말입니다. 크크크”

이때 행정병인 오상원 병장이 지나가며 한마디 던졌다.

“오늘 외출 없다.”

“잉? 그게 무슨 말입니까? 오 병장님?”

“이따가 다들 알겠지만, 상부로부터 부대 이동 명령 떨어졌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곽영환 상병보다 김성호 병장이 놀라며 되물었다.

“부대 이동 명령 몰라? 나도 정확히는 모르는데 아까 식당 오기 전 중대장과 행보관님이 얘기하더라.”

“아! 그냥 여기 있지. 무슨 부대 이동이야. 제길!”

북서부전선의 러시아군 추가 증원군을 막기 위해 러시아 남부 진공이 시급했던 합동참모본부는 에티오피아에 30여 대의 수송기를 급파하고는 이내 피스부대 지휘본부에 전투파병부대에 한해서 부대 이동준비를 하라는 명령이 하달되었다.

이런 이유로 전투파병부대인 3기계화보병중대 역시 1시간 전 대대본부로부터 이와 같은 명령이 하달되었다.

“어디로 가는데 말입니까?”

답답했는지 김성호 병장은 자신의 식판을 꾸길 듯 양손에 힘을 주고는 재차 물었다.

“모른다니까?”

귀찮다는 듯 오상원 병장은 손 한번 흔들고는 가버렸다.

“아 띠발! 짜증나!”

한숨을 내쉬는 김성호 병장의 표정을 살핀 곽영환 상병이 박짝 붙어서는 귓속말 하듯 속삭이듯 말했다.

“김 병장님! 힘내십시오. 가봤자 멀리 가지 않을 겁니다. 로사린과의 사랑은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시꺼!”

“넵!”

저녁 식사 후 3기계화보병중대 중대장은 분대장 이상의 모든 간부를 소집하고는 상부로부터 하달된 명령을 전달했다.

내일 오후 1시를 기해 쿠르디스탄 공화국의 파병 임무는 끝이 나며 오후 5시까지 대대본부와 합류, 이후 야간 시간대를 이용해 아제르바이잔으로 이동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날 밤, 청천벽력과 같은 내용을 분대장으로부터 전달받은 김성호 병장은 절규하고 말았다.

남들에게는 아닌 척하면서도 가끔 부대 밖에서 로사린을 만난 김성호 병장의 마음속에는 어느덧 로사린에 대한 사랑이 싹트고 있었다. 그래서 제대 후 이곳 쿠르디스탄 공화국을 오겠다는 생각마저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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