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73화 (473/605)

스탠바이

2024년 1월 3일 13:30,

남주 서울특별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작전회의실).

“그러니끼니 지금이라도 신속대응사단들을 허허벌판에 묵히디 말고 북서부전선에 투입하던가 아니면 7군단처럼 배후로 진격을 해야디, 이거이 지상군 최고전력을 낭비하는 꼴이디요,”

“윤 차장님! 신속대응사단들이 수행하는 임무 역시 중요합니다. 지금에 와서 북서부전선에 투입하는 것은······.”

“중요한 임무인 거 잘 알디요. 하디만, 만일에 말이디요. 우리군이 북서부전선에서 밀리면 신속대응사단의 임무는 아무짝 쓸모가 없디 않습네까? 뭐니해도 전쟁에서 승리를 해야디 그 임무 역시 빛을 바라는 거 아닙네까?”

10분 전, 합참의장으로부터 긴급 회의소집 명령을 받고 진작에 작전회의실에 들어온 윤기윤 합참차장과 김용현 합참차장은 서로의 얼굴을 맞대고 설전 아닌 설전을 벌이고 있었다.

윤기윤 합참차장 말대로 제2신속대응군 소속의 신속대응사단은 대한민국 육군 중에서도 제7기동군단 소속의 제20기갑사단(결전)이나 수도사단(맹호), 그리고 해병대 제3해병기동사단(화룡) 전력과 비교해서 절대 뒤처지지 않은 최상 전력 중 하나였다.

현재 북서부전선에 러시아군이 계속해서 증원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상위 전력을 적 하나 없는 시베리아 벌판을 진공 하는 것에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내래, 북서부전선 상황이 심각하지 않다면 이런 말 하지도 않디, 하지만 그렇지 않으니끼니 하는 소리가 않이네?”

계속되는 윤기윤 합참차장의 말에 김용현 합참차장은 고개를 돌려 양민춘 중장을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이번 시베리아 진공 작전 안을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하고 수립했던 당사자인 양민춘 중장이 직접 설득해보라는 눈빛이었다. 이에 지금까지 기다란 탁자 반대편에서 앉아 듣고만 있던 양민춘 중장은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조용히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리고 반대편에는 시베리아 진공 작전 안 전체를 기획했던 양민춘 중장이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듣고 있었다.

“윤 합참차장님 말씀에 충분히 공감합니다. 하지만, 거리가 문제입니다. 현재 시베리아 진공에 들어간 신속대응사단 중 가장 가까운 부대는 76신속대응사단으로 거리가 무려 1,200㎞입니다. 하물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부대는 50신속대응사단으로 무려 3,100km입니다. 또한, 이들 사단의 예하부대는 크게는 대대, 작게는 중대 단위로 흩어져 임무를 수행 중입니다. 윤 차장님 말씀대로 이들 모든 사단을 북서부전선 쪽으로 투입하려면 시간상으로 적어도 일주일은 소요됩니다. 이런 시간적 소요 때문에 현재로써는 다른 수단을 세우는 게 더 낮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리 내래 어제도 주야장천 말하디 않았네?”

윤기윤 합참차장은 답답했는지 주먹으로 탁자를 살짝 두드렸다. 그리고는 하얀 눈썹까지 실룩거리며 불쾌감을 내비쳤다.

2개월 전, 시베리안 진공작전에 육군 최상위 전력 중 하나인 4개의 신속대응사단을 시베리아 진공 작전 부대로 선정한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먼저 시베리아는 통일 대한민국의 전체 영토보다 3배나 넓은 지역이었다. 또한, 대부분 사람이 살지 않은 매우 춥고 척박한 지형이었기에 일반 보병부대가 임무를 수행하기에 적절치 않았다.

매우 넓은 지역과 인간이 살기엔 매우 척박한 환경조건 등 이러한 이유로 양민춘 중장은 작전 안 수립 당시 최소의 인원으로 최대한 빠르게 점령할 수 있는 부대가 필요했다. 결과적으로 위 두 조건을 충족시킬만한 부대가 바로 제2신속대응군 소속의 신속대응사단들이었다.

호버 시스템을 장착한 K-27P-A 기린 기동전투장갑차를 운용하는 신속대응사단은 험준한 지형지물은 물론 척박한 기후환경에도 장해를 받지 않고 신속하게 기동하며 최첨단 장비의 도움을 받아 중대 단위로 독립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있었다. 적 하나 없고 척박한 시베리아 벌판을 굳이 대한민국 최상의 지상군 전력까지 동원하여 진공 할 필요가 있었느냐였다.

사실 여기에는 밝히지 않은 중대한 한가지 이유가 있었다. 산업통상자원부 소속의 해외자원연구소에서는 2년 전부터 광활한 시베리아 전 지역에 리퀴드메탈 합금의 주재료인 리퀴드 암석이 상당히 매장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 매장량은 쿠르디스탄 공화국의 아라라트산 매장량보다 적어도 5배나 많은 대규모 매장량이었다. 향후 50년간 방산무기는 물론 산업시설에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대한민국의 황금빛 미래에 있어서 리퀴드메탈 합금의 지속적인 생산과 보유는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절대 영향을 끼치는 매우 중요한 금속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그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고 이에 대한민국은 아직은 타 국가에서 신경도 안 쓰는 리퀴드 암석을 최대한 확보할 필요성이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러시아와 전쟁이 끝나기 전에 리퀴드 암석이 매장된 모든 지역을 신속하게 점령하고자 최상위 전력인 신승대응사단을 치열한 교전 지역이 아닌 광활한 시베리아 벌판에 투입한 진짜 이유였다.

“내래 오늘은 기필코 의장 동지를 설득해야 갔어!”

“윤 차장님! 그 얘기는 어제 마무리되지 않았습니까? 또한, 1차 임시방안을 수립하지 않았습니까? 자꾸 끝난 얘기를 하시는 건 시간 소모라 보입니다.”

양민춘 중장의 말에도 윤기윤 합참차장이 굳히지 않자 김용현 합참차장은 평소와 다르게 강경한 말투로 말했다.

“끝나기는 뭐가 끝나네? 내래······.”

이때 참모부 부관이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오며 큰 소리로 말했다.

“합참의장님 들어오십니다.”

부관의 말에 기다리고 있던 참모진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미안하네. 소집하고 내가 조금 늦었군! 다들 자리에 앉게”

두 합참차장의 의견 충돌로 회의실 분위기가 어수선한 것과는 다르게 기다란 탁자 정 중앙에 자리한 신성용 합참의장의 얼굴은 매우 밝았다.

“회의실 분위기가 왜 이런가?”

양쪽에 앉아있는 두 합참차장의 표정이 좋지 않다는 걸 확인한 신성용 합참의장은 작전본부장에게 물었다.

“의장님 오시기 전에 두 차장님께서 북서부전선과 관련하여 잠시 얘기를 나눴습니다.”

“하하, 표정들 보니 서로 간 의견 충돌이 있었는가 보군요. 자! 그럼 긴급히 소집한 회의 안건에 대해서 말하겠네”

★ ★ ★

2024년 1월 3일 15:00(러시아시각 15:00),

러시아 자바이칼 지방 (북서부전선 서단 125km 지점).

전날 밤, 쏟아지는 눈바람을 맞으며 M58 도로를 따라 급속기동한 제20기갑사단(결전)은 자정을 넘자 매복하고 있던 제2근위군 소속의 제51근위전차사단과 첫 교전에 들어갔다. 말이 매복이었지 제20기갑사단(결전)은 각종 정찰전력으로 사전에 매복군 상황을 모조리 파악했고 역으로 매복부대에 대한 선제공격을 시작으로 교전에 들어갔다.

미리부터 후방 80km에는 사단포병 69포병대대 소속의 K-11 라이트닝 스톰 자주포 18대가 방열한 상태로 대기하고 있다가 공격 시간에 맞춰 일제히 200mm 포신에서 불을 뿜었다.

2022년부터 실전 배치한 K-11 라이트닝 스톰 자주포는 특이하게도 2연장에 구경은 200mm로 사거리가 무려 120km에 달했다. 또한, 세계 최초의 입자형 케논포로 그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1발당 살상 반경이 무려 60m에 달했다.

사거리 120km에 2연장 포신을 갖춘 K-11 라이트닝 스톰 자주포는 세계 최초의 입자형 케논포로 200mm 포신에서 쏟아지는 강력한 플라즈마 입자는 한 발당 살상 반경이 50m에 달했다.

일반 포탄이 아닌 입자형 형식이었기에 발사속도 역시 분당 30발에 달했고 2연장 이었기에 총 60발이 가능했다. 더불어 이러한 발사속도는 플라즈마 전지팩이 소모될 때까지 유지할 수 있는 괴물이었다.

즉, 1개 포병대대만으로도 무려 4개 포병대대 이상의 화력과 맞먹는다고 봐야 했다. 더군다나 입자형 포탄은 러시아 대포병 레이더에도 걸리지 않아 러시아군으로서는 매복하던 중 날벼락 맞던 큰 피해를 보고 말았다.

하늘에서 사정없이 쏟아진 푸른 불꽃은 지상에 낙탄하자 주변 일대를 녹여버렸다. 이렇게 후방 화력의 지원을 받은 제20기갑사단(결전)은 5시간 만에 제51근위전차사단은 물론 후방에서 지원 역할을 하던 제27근위차량화소총병사단마저 완전히 격퇴했다.

첫 교전을 순조롭게 시작한 제20기갑사단(결전)은 정오까지 휴식 및 정비 시간을 가졌고 오후 2시부터 다시금 제2근위군의 정예라 할 수 있는 제16근위전차사단과 제201차량화소총병사단을 상대하기 위해 남단 방향으로 기수를 돌려 기동에 들어간 상태였다.

만약 제20기갑사단(결전)을 선봉으로 제7기동군단이 제2친위군을 격파한다면 현재 북서부전선 일대에서 파상 공세로 밀어붙이는 러시아군의 제29군과 제41군 그리고 남부군구의 제49군의 측후방을 노릴 수 있게 될 것이다.

★ ★ ★

2024년 1월 03일 23:45 (신중국시각 22:45),

신중국 톈진시 베이천구 공업단지 15구역 주변 일대.

오늘도 어김없이 펜스가 쳐진 15구역에서는 신중국군들의 삼엄한 경계 속에서 각종 서치라이트가 환하게 비치고 있었고 수십 대의 중장비들이 쉬지 않고 야간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주변 일대에는 검은 그림자들이 신속하고 은밀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들은 한국시각 자정을 기해 이자성 과장과 남궁원 과장을 구출하려는 대외정보1과 요원들이었다.

현재 1팀은 어느 옥상에, 나머지 팀들은 경계가 가장 취약해 보이는 곳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와! 이거 경비병들 야간 되니까 더 늘어났는데요?”

옥상 외간에 고개만 빼꼼히 내밀고 펜스로 둘러싸인 15구역을 살피던 강원일 주임이 중얼거렸다.

“몇 명이나?”

CRB-330 장비를 점검하고 있던 박기웅 팀장이 고개를 돌려 물었다. 이에 강원일 주임이 약간 긴장한 어투로 대답했다.

“한 섹터 당 한 소대씩은 더 는 듯합니다.”

“한 소대씩이나?”

“네, 팀장님! 이 새끼들이 오늘 구출작전이 있다는 걸 아는 걸까요?”

“알긴 뭘 알아? 자기들 나름대로 중요하니까 경비병 숫자를 늘리는 거겠지!”

“네,”

“그나저나 시간 되어간다. 양 대리는 이 장비 맡아!”

박기웅 팀장은 슬쩍 자신의 손목시계를 보고는 이내 CRB-330 장비를 옆에 있던 양정석 대리에게 건넸다.

“어? 팀장님은요?”

“난, 3팀 쪽으로 넘어간다.”

“네?”

“뭐가 네야? 시간 되면 이 장비로 정확히 위치 정보 확실히 전달해. 알았어?”

“네, 알겠습니다.”

“좋아! 그럼 난 내려간다. 사전에 계획한 대로만 움직이면 돼! 수고해!”

“알겠습니다. 팀장님 조심하십시오”

“알았다.”

5분 후,

옥상에서 내려온 박기웅 팀장은 곧바로 3팀이 모여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어? 박 팀장이 여긴 왜? 옥상에 있기로 했잖아요?”

3팀장인 신은하 팀장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왜긴 왜야? 걱정돼서 말이야.”

“흥! 우리 팀에 여자 2명 있다고 걱정되는 건가요?”

“굳이 그렇게 말해야 해? 그냥 순수하게 받아드려.”

“호호, 알았습니다. 순수한 호의로 받아들일게요.”

“아이쿠, 고맙네요. 그건 그렇고 팀원들 장비는 모두 체크했지?”

“그럼요.”

이때 컨트롤 X-K02 단말기를 통해 통신이 날아왔다.

- 여기는 붉은 제비! 강남 확인 바람, 이상!

붉은 제비는 이번 VIP급 구출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의 통신암호명이었다.

“여기는 강남! 통신 양호, 이상!”

- 여기는 붉은 제비! 앞으로 10분 후, 작전 지역에 도달 예정! 사전 계획 외 특이사항 없는가? 이상!

“여기는 강남! 특이사항 없다. 사전 계획대로 진행해도 좋다. 이상!

- 여기는 붉은 제비! 알았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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