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72화 (472/605)

힘겨루기

2024년 1월 2일 16:00,

남주 서울특별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합참의장실).

날밤을 꼬박 새우고 오전 내내 대책 방안에 대한 작전회의실 했던 합동참모본부의 지휘관과 참모진들은 일부 당직자만 제외하고 모두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신성용 합참의장 역시 회의가 끝나자 피곤한 몸을 이끌고 B2 벙커에 마련된 합참의장실에서 대충 샤워를 한 후 밀려오는 잠을 이기고자 진한 향기가 감도는 블랙커피를 입에 갖다 댔다.

책상 의장에 앉아 왼손에 커피잔을 들고 오른손에 부관으로부터 정리된 이번 긴급 대책 방안 작전 안 문서를 든 신성용 합참의장은 첫 장을 넘기며 천천히 읽어나갔다.

신성용 합참의장도 사람인지라 잠시 모든 걸 잊고 꿀맛 같은 잠을 청하고 싶었으나 합동참모본부의 최고 수장으로서 짓누르는 책임감과 부담감에 그런 요행을 바랄 순 없었다.

뭉친 어깨와 뻐근한 목의 근육을 풀고자 가끔 스트레칭을 하며 문서를 읽어나가던 신성용 합참의장은 어느새 10페이지에 달하는 문서의 마지막 장을 읽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늘에 져져 있었다. 대체로 작전 안 내용이 썩 마음에 들지 않은 듯이 보였다.

대책 방안 작전 안 내용은 이랬다. 북서부전선 일대에 지속해서 대규모 병력을 충원하는 러시아군에 대해서는 고심 끝에 4개 사단을 긴급 투입하기로 했다. 동부전선에서 큰 활약을 펼쳤던 제82기갑사단(발해)과 제29기계화보병사단(선두)을 북서부전선 제11구역과 제12구역 쪽으로 긴급 이동조치 명령을 내렸고 북쪽 험난한 산악지대 국경선인 제13구역과 제14구역에는 제80경갑산악사단(망치)과 제62경갑산악사단(충룡)을 긴급 투입하기로 했다.

그리고 러시아의 대반격 주공 측면을 격파할 제7기동군단에게도 신속한 이동 명령을 내렸다. 특히 선봉 역할을 하는 제20기갑사단(결전)에게는 주변 방어부대를 무시하고 전속력으로 이동해 제2근위군의 측면을 금일 밤까지 공격하라는 중요한 명령이 떨어졌다.

그리고 두 번째로 신중국과 관련된 내용은 이랬다.

제1구역 같은 경우, 기습적인 플라즈마 폭탄에 큰 피해를 본 제6기계화보병사단(청성)을 대신해 제3기갑사단(백골)이 선안(친황다오)까지 책임구역을 확장해 방어에 나서게 했고 제2구역을 담당했던 제1기갑사단(전진)은 마찬가지로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본 제25경갑보병사단(비룡)을 대신해 긴급히 북단으로 이동 조치했다. 더불어 기존 제1기갑사단(전진)이 책임구역은 제8기계화보병사단(오뚜기)로 하여금 대신 방어하게끔 했다.

그리고 제1군 직할부대인 제11기갑사단(화랑)을 오선(진저우) 전방까지 전개해 신중국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진공 길목이라 할 수 있는 G1 고속도로와 G102 도로를 차단했다.

완벽할 수는 없으나 현재 상황에서는 나름 괜찮은 대책 방안 작전 안이었다. 하지만 신성용 합참의장은 러시아 쪽과 관련된 상황에서 뭔가 허전한 느낌을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

“음, 러시아 쪽 대응은 뭔가 2% 부족한 느낌이 드는군.”

책상에 작전 안 문서를 내려놓은 신성용 합참의장은 이미 식어버린 커피를 단숨에 들이켜고는 아쉬움 몇 마디를 던졌다.

그리고는 문서를 책상 위에 올려놓은 후 팔짱을 끼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공중전이 있기 전, 기존 작전 안에 따르며 북서부전선 일대에 러시아군의 추가 지원군 투입을 막고자 우크라이나 내전 개입에 나섰다. 제5해병보병사단이 제일 먼저 파병된 후 4일 만에 도네츠크주 전체에 전개했지만, 예상과 다르게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내전과 관련된 남부군구 소속의 제49군을 회군시키지 않고 그대로 이동하여 끝내 북서부전선으로부터 625km 떨어진 울란우데까지 진군시켰다.

예상컨대 러시아 총참모부는 대한민국 해병 1개 사단 전력만으로는 우크라이나 내전에 있어서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못하리라 판단했고 자국 영토에 대한 진공 역시 불가능하다는 판단 전제하에 제49군의 이동 명령을 유지한 듯했다. 더불어 그루지아와 아르메니아 그리고 아제르바이잔의 국경선 일대를 책임지고 있던 제58군 일부 부대를 제49군이 책임지던 지역으로 이동 명령을 내려 만일의 사태도 대비했다.

만약 우크라이나 제2차 파병군인 제3기동해병사단(화룡)을 제5해병사단처럼 조기에 파병했다면 러시아 총참모부는 분명히 위기의식을 느끼고 남부군구의 제49군을 회군했을 것이다. 이것이 기존 작전 안 중에서 가장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었다.

더군다나 대책 방안 작전 회의가 한창 진행되고 있던 오전 10시경, 해외정찰국으로부터 모스크바의 남쪽과 동쪽을 담당하는 서부군구의 제51친위군과 제20근위군의 모든 예하부대에서 이동준비를 위한 움직임을 포착했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현재로써는 단순한 준비태세인지 아니면 실제 이동을 위한 준비인지는 확신할 순 없지만, 모든 부대에서 이와 같은 움직임을 보인다는 건, 단순 준비태세만으로는 생각할 수 없었다. 만에 하나 서부군구의 2개 군마저 북서부전선에 투입된다면 합동참모부 입장에서는 매우 버거워질 수 있었다.

여기서 한가지, 대책 방안 작전 안 회의시간에 여러 참모로부터 플라즈마 증폭탄 과 같은 전략급 공격 무기로 다시 한번 동시다발적으로 투사하여 북서부전선에 몰려있는 대규모 러시아군을 제압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문제는 보유 수량이었다.

제우스 전략요격위성 같은 경우 현재 중동 담당인 4호기를 제외한 나머지 7호기의 플라즈마 증폭탄인 C-SH 지노그 미사일은 총 19기로 34% 정도의 보유량이었고 SEMP탄인 C-SE 에피루스 미사일 역시 41기로 37% 보유량밖에 없었다. 또한, 전략미사일군이나 공군이 보유한 각종 전략급 무기 역시 그리 넉넉한 보유량은 아니었다.

올림푸스 기지와 각종 군수공장에서 24시간 돌아가며 각종 무기를 찍어내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2개국을 상대하는 대한민국이기에 당분간이긴 하지만 무기 수요를 공급이 따라오진 못하는 상황이었다.

즉 마음 놓고 사용하기엔 앞서 수립된 신중국을 향한 ‘평탄화’ 작전과 같은 여러 작전에 사용하기에 부족한 상태라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서부전선에 계속해서 증원되는 러시아군을 막을 묘수가 필요했다. 앞서 보고된 내용대로 서부군구의 2개 군 마저 북서부전선에 합류한다면 총 병력은 어림잡아 80만이 넘어가며 신중군까지 합친다면 120만이 훨씬 넘어갈 것으로 보였다. 무시 못 할 대병력이었다.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었는지 신성용 합참의장은 팔짱을 풀고는 이내 인터폰 수화기를 들었다.

- 네, 의장님!

“지금 바로 국방부 장관님 연결해 주게.”

- 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 ★ ★

2024년 1월 2일 18:00,

남주 서울특별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특수전사령부 지휘실).

이곳 B2 벙커에는 신성용 합참의장처럼 쉬지 못하고 내일 있을 구출 작전 안을 검토하는 지휘관이 있었다.

전날 대통령으로부터 VIP급 구출 명령을 받은 특수전 사령관 강정현 대장이었다.

국가정보원 대외정보국으로부터 각종 정보를 전달받고 해외정찰국으로부터 전송되는 베이천구 공업단지 제15구역의 영상을 보며 작전 최종 점검 시간을 가졌다.

“구출 작전에 참여할 인원들 선발은 모두 마쳤는가?”

강정현 대장의 질문에 이번 구출 작전 안의 세부 계획을 기획한 작전참모관 김명원 준장이 대답했다.

“현재 707특임여단 1개 대대 180명과 수도중갑강습여단 소속 1개 중대 80명, 그리고 수도방위사령부 직할 제1111야전공병단 소속의 공병부대 60명 모두 차출 인원 확정되었다고 합니다.”

이번 구출 작전에는 특수전사령부 외에도 수도방위사령부 소속의 공병부대와 중갑강습부대가 참여한 상태였다.

VIP급으로 지정된 구출할 인원은 고작 2명이었지만, 김명원 준장 말대로 구출 작전에 동원되는 병력은 자그마치 320명이 넘었다. 구출할 장소가 적 진형 한복판이고 현재까지 경계를 서 있는 신중국 병력은 1개 연대가 넘었다. 또한, 붕괴한 건물 지하에 갇혀 있는 상태라 일반적으로 영화에서나 나오듯 특수부대 한두 팀만을 보내 구출할 수 있는 구출 작전이 아니었다.

김명원 준장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강정현 대장이 다시금 질문을 던졌다.

“작전 소요시간이 2시간인데 가능하겠나?”

“신중국이 사용하는 중장비를 탈취해 사용한다면 2시간이면 충분하다고 봅니다.”

현재 묻혀있는 깊이와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는 상태였기에 김명원 준장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

“만에 하나 2시간이 넘어가면 매우 위험할 수 있어! 현재 톈진에는 3개 정규사단과 4개 동원사단이 있으니까 말이야. 그놈들이 증원되기 전에 구출하고 빠져나가야 하네.”

염려 섞인 강정현 대장의 말에 김명원 준장은 다시 한번 자신 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사령관님!”

“좋아! 자네만 믿겠네.”

김명원 준장의 어깨를 툭 친, 강정현 대장은 구출 작전 정보가 담긴 태블릿 PC를 작은 가방에 챙기고는 지휘실 출입문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구출 작전 다시 한번 점검해보고 차출된 각 부대에도 연락해 준비사항 확인하게”

“네, 알겠습니다. 충성!”

간단히 맞경례를 한 강정현 대장은 출입문을 열고 나가 그대로 함찹의장실로 향했다.

★ ★ ★

2024년 1월 3일 13:00,

남주 서울특별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합참의장실).

식사를 마치고 합참의장실로 돌아온 신성용 합참의장은 강이식 국방부 장관의 전화를 받고는 입이 귀에 걸리든 환한 미소를 보였다.

“정말입니까? 장관님!”

- 강경희 장관께서 최선을 다해 움직여 주셨네. 어제 자네 요청사항을 듣고 외교부 전체가 움직인 듯하더군,

“강경희 장관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겠습니다.”

- 그래, 시간 날 때 전화 한 통화 하게나

“하하, 네 그래야겠습니다.”

어제 오후, 신성용 합참의장은 북서부전선의 러시아군 증원을 막기 위해 몇 가지 묘수를 생각하다가 가장 실현성 높고 빨리 진행할 수 있는 한 가지를 생각하고는 강이식 장관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것은 현재 쿠르디스탄 공화국에 주둔하고 있는 부대 중, 군사적 교전이 가능한 제7기계화보병여단, 제35기계화보병여단, 그리고 제11해병기동여단(광룡)이었다.

위 3개 여단을 합치면 웬만한 기계화보병사단급 전력으로 아제르바이잔을 통해 러시아 영토인 다게스탄과 체젠 공화국으로 진공을 시작한다면, 러시아로서는 우크라이나 내전과 크림반도 그리고 남부 방어를 위해 더는 북서부전선에 대한 추가 증원은 힘들 것으로 판단했다.

비록 3개 여단 전력만으로 남부 방어를 책임지고 있는 제58군을 괴멸시킬 순 없지만 적어도 전선 확대로 인한 북서부전선의 추가 증원을 막고 제3해병기동사단(화룡)이 우크라이나에 파병할 때까지 시간만 끌어준다면 그들의 임무는 충분했다.

한마디로 일거양득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전략이었나 현재 쿠르디스탄 공화국의 각 지역에서 치안유지 임무를 수행하고 3개 여단은 현재로써는 활용할 수 없는 전력이었다. 하지만 금일 외교부의 발 빠른 성과에 그 문제가 일소되었다.

지난해 여러 동맹국으로부터 요청만 하면 언제든 쿠르디스탄 공화국에 파병하겠다는 얘기를 기억하고 있던 신성용 합참의장은 강이식 장관에게 외교부를 통해 각 동맹국에 쿠르디스탄 공화국의 치안유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전투부대를 즉시 파병할 수 있는지를 타진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걱정 반 기대 반 했지만, 예상과 다르게 하루 만에 외교부는 아프리카 동맹국인 에티오피아와 수단, 그리고 여러 국가로부터 대한민국 정부의 요청만 있다면 언제든지 쿠르디스탄 공화국의 치안유지 임무를 수행할 자국군을 즉시 파병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에티오피아는 3만 명에 달하는 정규군을 수송기만 지원하면 하루 만에 파병할 수 있다고 했다.

수년 전, 대한민국으로부터 ‘6·25 참전국 보은지원단’의 지원을 가장 먼저 받게 된 에티오피아는 각종 과학기술 이전 및 대규모의 경제지원 덕분에 지금은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신흥경제국으로 성장했고 현재 아프리카연합(AU : African Union)을 이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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