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루기
2024년 1월 02일 00:40 (러시아시각 00:40),
내몽골자지주 후룬베이얼 북서단 상공.
대규모 공중전에 돌입한 지 1시간이 흐르는 시점, 신중국 전투기까지 출격하면서 그야말로 후룬베이얼 북서단 상공은 수많은 각종 전투기의 향연이 피어나고 있었다.
30분 전, 신중국 전투기 후룬베이얼 북서단 상공에 추가로 합류하자 대한민국 공군 역시 대기하고 있던 서만주 안시 공군기지 제17전투비행단과 북주 순안 공군기지 제8전투비행단, 그리고 남주의 광주 공군기지 제1전투비행단과 김해 공군기지 제23전투비행단 전투기까지 모두 출격하여 신중국 전투기를 맞이했다.
대한민국 공군전력 중 전투기 전력의 7.5할에 가까운 공중전력이 투입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총동원되었다.
4배에 가까운 양국의 전투기를 상대하는 대한민국 공군 전투기들은 지상에서 솟구치는 각종 지대공미사일까지 상대하느라 정신없었다. 더군다나 스텔스 기능이 무력화된 상황이었기에 고전했다.
이로 인해 격추당한 대한민국 전투기는 50기가 넘어가는 상황이었다. 격추당한 전투기의 조종사들은 대부분 비상탈출을 하여 죽음을 피할 수 있었지만, 현재까지 집계된 통계로 보자면 13명의 조종사가 비상탈출을 하지 못하고 전사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에 합동참모본부와 공군 작전사령부는 조종사들에게 위험한 상황에 직면하면 무조건 비상탈출을 하라는 엄한 명령을 다시금 하달했다.
한편 러시아와 신중국 전투기 역시 피해는 매우 컸다. 현재까지 격추당한 러시아 전투기는 300기에 달했다. 초반 500기에 달하는 러시아 공군전력은 이제 남은 전력은 이랬다. 러시아 전투기는 Su-50 파크파 전투기 28기, Mig-31BM 폭스하운드 전투기 55기, Su-30MK 플랭커 전투기 42기, Mig-37 MFI 시베리아 전투기 18기, Su-25 프로크풋 전폭기 32기로 최신기종인 파크파와 시베리아 전투기를 제외하면 대부분 구기종에 가까운 전력이 남았을 뿐이었다.
그리고 신중국 전투기 역시 공중전이 들어간 지 20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250여 기가 격추되었다.
신중국 전투기들은 러시아 전투기처럼 미국의 아틀라스 정찰위성으로부터 탐지정보를 데이터링크 받지 못한 탓에 후발주자로 참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초반부터 큰 피해를 보았다. 나름 공중조기경보기를 총동원하여 자체적인 레이더 탐지에 힘썼지만,
지난 제1차 동북아 전쟁 당시처럼, 허무하게 일방적인 학살을 당할 뿐이었다. 특히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인 J-20과 J-30 전투기의 피해가 컸다. 대한민국 공군에서 최우선 요격순위로 선정하는 바람에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100기에 달하던 J-30 전투기는 33기만 살아남았고 J-20 전투기는 모두 요격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구기종이라 볼 수 있는 J-8급 전투기 123기와 4세대 다목적 전투기로 불리는 J-10급 전투기 102기, J-11급 전투기 54기 전력만이 살아남았다.
대한민국 공군은 물론 러시아와 신중국의 모든 전투기는 중장거리 미사일을 모두 소진하자 본격적인 도그파이트(dogfight) 교전에 들어갔다.
600여 기에 달하는 3국의 전투기들은 각자 무장한 기총과 단거리 미사일을 의지한 채 죽음의 향연 속으로 뛰어들었다.
마치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로펠러 비행기들이 상대 비행기의 뒤를 물고 늘어져서 기관총을 난사하는 공중전이 21세기 최첨단 전투기들이 똑같이 재현하고 있었다.
단지 그때와 다른 건 제트 엔진으로 인한 차원이 다른 속도와 예상 밖의 고차원 고기동으로 서로의 후미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400여 기에 달하는 러시아와 신중국 전투기를 격추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수적으로 불리한 대한민국 전투기들은 적게는 1기에서 많게는 3기가 동시에 자신의 후미를 잡히며 불리한 교전을 벌였다.
- 블랙문, 이스트포인트, 밴딧 10기, 거리 20 체크! 체크! 도그파이트 레딧.
블랙문 편대 역시 도그파이트에 뛰어들면서 편대장 오길성 소령의 목소리가 편대원 조종실을 울렸다.
이들이 상대하는 적 전투기는 러시아 Mig-31BM 폭스하운드 전투기 10기였다. 러시아명으로 미코얀으로 불리는 Mig-31BM 폭스하운드 전투기는 공대지 능력은 전무 했지만, 공중전에서는 탁월한 성능을 지니고 있었다. 최고속력 마하 2.83에 탐지거리가 400km에 달하는 고성능의 요격기로 알려져 있었고 최근엔 공대지 폭격능력도 갖췄다는 소문도 들린 기종이었다.
즉, 도그파이트 교전에 탁월한 성능을 발휘할 Mig-31BM 폭스하운드 전투기 10기 라인 어브레스트 대형을 갖춘 상태로 블랙문 편대 방향으로 기수를 돌리고는 맹렬한 기세로 다가왔다.
1분도 안 되어 가시거리까지 진입한 Mig-31BM 폭스하운드 전투기 10기 중 4기가 각자 목표물의 후미를 잡기 위해 좌우로 갈라지며 급발진하듯 튀어나갔고 나머지 6기는 블랙문 편대 전방으로 나아갔다.
몇 분 전, 사거리 50km의 단거리 미사일인 S-AAM-50 까치독사까지 모두 소진한 블랙문 편대에 남은 무장은 12mm 레이저 벌컨 빔뿐이었다. 웬만한 상황이면 긴급 복귀하여 재무장 후 재출격을 해야 했지만,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았다.
워낙 수적으로도 불리했으며 스텔스 성능이 무력화되어 생각 이상의 아군기 피해가 속출했다는 것이었다. 더불어 지상 폭격을 위해 출격한 여러 전술폭격기와 전략전폭기 그리고 후룬베이얼에 공수작전에 투입된 군 수송기까지 이런 이유로 전장을 이탈해 재무장할 틈이 없었다.
블랙문 편대는 후방으로 우회하는 적기 4기는 일단 무시하고 전방 6기에 대한 직접 교전에 들어갔다.
삐빅! 삐빅! 삐빅! 삐빅!
별안간 울리는 빔펠 R-73(AA-11 아처) 단거리 미사일 경고음이 블랙문 편대 전체에 울렸다. 러시아가 개발한 최신형 적외선유도 단거리 공대공미사일이었다.
“블랙문 원! 블랙문 편대 뮤직 온! 회피기동 후 기총 사격 들어간다.”
- 블랙문 투!, 카피 뎃.
- 블랙문 쓰리!, 카피 뎃.
- 블랙문 포!, 카피 뎃.
블랙문 편대는 강력한 SECM(전파교란시스템)의 출력을 최대한 올리고는 각자 기체를 좌우로 한 번씩 흔들고는 고기동 회피기동 준비에 들어갔다.
추와와와~ 추와와와~
어두운 상공에서 하얀 연기 꼬리를 늘어트리며 12기의 빔펠 R-73(AA-11 아처) 미사일이 빨랫줄처럼 일자로 날아왔다. 이에 블랙문 편대 4기는 채프와 플레어를 뿌리며 각자 좌우로 회피기동에 들어갔다. 그러자 날아온 빔펠 R-73(AA-11 아처) 미사일들은 그대로 스치고 지나가며 플레어와 부딪치며 연쇄적으로 폭발했다.
1차 미사일 공격을 무사히 피한 블랙문 편대는 재차 미사일 공격을 막고자 최대속도까지 끌어올려 고도를 상승하며 단번에 전방의 적 6기 코앞까지 도달했고 오길성 소령의 사격 명령이 떨어지자 일제히 기수를 내리면서 12mm 레이저 벌컨에서 레이저 빛줄기가 뿌려졌다.
4개의 붉은 빛줄기는 나란히 횡대 대형으로 비행하던 Mig-31BM 폭스하운드 4기의 앞부분부터 시작해 캐노피를 지나 후미 엔진 부위까지 정확히 착빔이 형성되자 검붉은 연기가 나는 듯싶더니 이내 폭발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4기의 Mig-31BM 폭스하운드 전투기가 거대한 불구덩이가 되어 지상으로 추락하는 광경을 보며 살아남은 2기의 Mig-31BM 폭스하운드 전투기는 지나쳤다.
그때 좌우로 우회했던 또 다른 Mig-31BM 폭스하운드 전투기 4기가 블랙문 편대 후미를 잡고는 GSh-6-23 23mm 기관포에 불이 뿜어져 나왔다.
드르르르르륵! 드르르르르륵!
예광탄과 섞인 기관포탄이 블랙문 편대의 후미를 따라 휘어지며 날아왔다.
이에 오길성 소령은 예전 최영호 중령이 자주 섰던 회피기동 명령을 편대원에게 내렸다.
“블랙문 원, 컨택! 블랙문 투! 쓰리, 포! 지금 즉시 스트레이트 룰 다운 기동으로 적기 후미를 잡는다.”
- 블랙문 투!, 카피 뎃.
- 블랙문 쓰리!, 카피 뎃.
- 블랙문 포!, 카피 뎃.
좌우로 기체를 흔들며 끈질기게 따라오는 기관포탄을 회피하던 블랙문 편대는 일순간 출력을 다운시키고는 2기씩 좌우로 급회전과 동시에 급강화에 들어갔다. 무서운 속도로 지상을 향해 곤두박질하듯 급강화에 들어간 후 어느 정도 고도에 다다르자 순간적으로 최대출력을 올려 기체 중심을 잡고는 기수를 상승시켰다.
그러자 순간적으로 블랙문 편대의 후미를 놓친 Mig-31BM 폭스하운드 전투기 4기는 나름 최대한 좁은각으로 선회하며 하강했으나 블랙문 편대에 기체 하단을 노출하고 말았다.
쮸쮸쮸쮸쮸쮸웅~ 쮸쮸쮸쮸쮸쮸웅~
이를 놓칠 일 없는 블랙문 편대 4기에서 다시 한번 12mm 레이저 벌컨 빔이 날아갔다. 동시에 뻗어 나간 붉은 빛줄기는 정확히 Mig-31BM 폭스하운드 전투기 하단에 착 빔 했다.
콰앙! 콰아앙아!
기체가 양 갈래로 쪼개지며 폭죽 터지듯 화려한 불꽃을 뿜으며 폭발하거나 시꺼먼 연기를 내뿜으며 서서히 지상을 향해 추락했다.
짧은 시간, 8기의 Mig-31BM 폭스하운드 전투기를 해치운 블랙문 편대는 이제 남은 2기의 적기를 향해 기수를 돌리려는 순간, 다시금 빔펠 R-73(AA-11 아처) 단거리 미사일 경고음이 울렸다.
어느새 선회한 2기의 Mig-31BM 폭스하운드 전투기가 남아 있던 2기의 빔펠 R-73(AA-11 아처) 단거리 미사일을 모두 발사한 듯했다. 고로 Mig-31BM 폭스하운드 전투기에 남은 무장은 오직 23mm 기관포뿐이었다.
4대 2 수적으로 역전된 상황에서도 퇴각하지 않고 끝까지 분투하는 Mig-31BM 폭스하운드 전투기들은 발사한 미사일의 결과에 따라 23mm 기관포를 쏠 준비를 했다.
한편 빔펠 R-73(AA-11 아처) 단거리 미사일에 표적이 된 블랙문 편대는 다시 한번 채프와 플레어를 뿌리며 회피기동에 들어갔다. 추력편향 노즐을 장착하여 빠르면서도 기동성이 좋은 빔펠 R-73(AA-11 아처) 단거리 미사일은 끈질기게 블랙문 편대를 노렸다.
하지만, 블랙문 편대의 CF-21P 주작 전투기 역시 최첨단시스템인 ACS(반중력 제어시스템)이 장착되어 일반 전투기들이 흉내 낼 수 없는 고차원적인 회피기동으로 빔펠 R-73(AA-11 아처) 단거리 미사일을 뿌리치는 데 성공했다.
빔펠 R-73(AA-11 아처) 단거리 미사일을 유유히 흘린 블랙문 원과 투는 곧바로 기수를 급선회하여 자신들의 윙맨인 블랙문 쓰리와 포의 꼬리를 물려던 Mig-31BM 폭스하운드 전투기에 12mm 레이저 벌컨 빔을 발사했다.
측면 상단에서 쏟아진 오길성 소령의 붉은 빛줄기는 Mig-31BM 폭스하운드 1기의 캐노피에 착빔이 형성되면서 불꽃이 튀겼다. 이에 캐노피는 너덜너덜해졌고 머리가 사라진 채 흉측한 몰골로 변해버린 조종사의 시신만이 조종석 의자에 덩그러니 앉은 채로 전투기는 중심을 잃고 지상을 향해 추락하다가 이내 폭발하며 불덩어리로 변해버렸다.
그리고 나머지 1기는 블랙문 투인 부편대장 하영주 대위의 레이저 벌컨 빔에 측면 동체가 걸레가 되면서 폭발했다.
10대 4 도그파이트 교전을 일방적으로 승리한 블랙문 편대는 다시금 새로운 적을 찾아 편대대형을 갖추려는 그때 제111전투비행대대 비행대대장 이진균 중령으로부터 긴급 교신이 들어왔다.
- 여기는 슈퍼문 제로! 컨택 블랙문 편대! 방위각 3-0-5, 거리 77에 다수의 밴딧 및 군 수송기가 체크! 체크! 블랙문 편대 파이트 고우!
생각 이상으로 공중전이 치열했던 탓에 후방에서 은밀히 비행하는 군 수송기의 정체를 늦게 파악한 듯했다.
“여기는 블랙문 원! 카피 뎃!
★ ★ ★
2024년 1월 02일 01:00 (신중국시각 00:00),
신중국 톈진시 베이천구 공업단지 15구역 외곽.
안전지대까지 무사히 빠져나온 박기웅 팀장은 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전원을 켰다. 혹시나 침투 시 전화가 오면 난처한 상황이 발생할까 봐 미리 꺼둔 상태였다.
스마트폰 화면에 불이 켜지자 부재중 전화와 문자 여러 통이 왔다는 알림이 보였다.
'뭔 전화를 이리한 거야?'
전화를 걸기 전 마지막에 온 문자를 확인했다. 그리고는 박기웅 팀장의 얼굴에 회색이 돌았고 이내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나야. 이거 정말이야?”
- 야이~ 자식아! 왜 전화기는 꺼놨어? 어디야?
수화기 너머 윤태진 팀장의 잔소리가 들려왔다.
“잔소리 그만하고 대답이나 해!”
- 그럼 거짓말이겠냐?
“알았다. 아! 맞다. 야! 두 과장님 살아계신다.”
- 정말? 진짜야?
“그래 자식아! 생명 반응체크 했고 위치 또한 확인했다.”
- 다행이다. 그럼 상의할 게 많다. 어서 들어와라!
“오케이”
전화를 끊은 박기웅 팀장은 주먹 쥔 양손을 흔들며 기뻐했다. 안가로 돌아가는 길, 혹시나 구출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가득했던 박기웅 팀장으로서는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VIP급 구출이라면, 국가총동원이다. 이거면 됐어!’
윤태진 팀장으로부터 문자 내용을 되새긴 박기웅 팀장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