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68화 (468/605)

힘겨루기

2024년 1월 02일 23:45 (러시아시각 23:45),

내몽골자지주 후룬베이얼 북서단 상공.

CF-21P 주작 전투기 조종사가 된 지 6개월밖에 안 된 새내기 중의 새내기로 볼 수 있는 블랙문3 김민주 중위는 당황한 나머지 조종간을 이리저리 움직여 락온을 풀고자 기체를 좌우로 움직였다.

“블랙문1, 컨택 블랙문3! 뭐 하는 거야? 아직 미사일이 도달하기까지 시간은 충분해! 침착해!”

자신의 윙맨인 블랙문3 기체가 좌우로 크게 흔드는 걸 캐노피 너머로 본 오길성 소령이 통신망으로 소리쳤다.

“배운 대로 해! 배운 대로!”

다시 한번 오길성 소령이 통신망으로 다그치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 김민주 중위가 대답했다.

- 블랙문3, 알, 알겠습니다.

- 블랙문2, 편대장님! 이상합니다. 이 정도 거리에서 우리 기체가 레이더에 탐지되었다는 게 말입니다.”

블랙문2 부편대장 하영주 대위의 목소리가 통신망을 통해 흘러나왔다. 그랬다. 현재 블랙문 편대는 현재 적기와의 거리가 무려 250km나 떨어져 있었고 현재 비행위치도 대한민국 영토에 속하는 내몽골자치구의 하늘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의 방공부대 레이더에 탐지되었고 급기야 미사일까지 날아온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전쟁 발발 후 수십 차례 출격하여 각종 임무를 수행했지만, 지금과 같은 황당한 일은 전혀 없었다. 그런 이유로 김민주 중위는 더욱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블랙문3를 표적으로 삼고 날아오는 미사일은 S-400 트라이엄프(나토명 : SA-21 그라울러)에서 발사한 최신버전 40N6 지대공미사일이었다. 사거리는 400km에 속도는 마하 12, 최대고도가 185km로 미국의 사드보다 성능적으로 매우 우수한 미사일이었다.

항전 계기판의 피아식별 시스템을 통해 미사일의 정체를 확인한 오길성 소령은 추가로 명령을 내렸다.

“블랙문1, 컨택 블랙문3, SECM 최대출력으로 방출하고 편대 대열에서 후방으로 이탈한다. 그리고 애프터 버너 작동해!”

- 블랙문3, 네? 임무 중에 편대 대열에서 이탈하라는 말씀이십니까?

정상적인 명령이 아닌 탓에 김민주 중위가 바로 되물었다.

“블랙문1, 컨택 블랙문3, 일단 미사일은 떨쳐내야지 않겠냐? 왜 너만 락온이 되었는지 모르는 상황이니 일단 이탈해!”

- 블랙문3, 죄송합니다. 이탈합니다.

블랙문3는 대답과 동시에 최소 선회각으로 급격히 기수를 틀고는 급속상승에 들어갔다. 그리고 어느 정도 고도에 다다르자 애프터 버너를 작동했다. 순식간에 마하 9까지 도달한 블랙문3 주작 전투기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이렇게 블랙문 편대 4기 중 1기가 대열에서 이탈한 가운데 나머지 3기는 계속해서 임무 수행을 위해 앞으로 날아갔다.

현재 러시아 공군전력을 상대로 출격한 대한민국 공군 전투기들은 큰 혼란에 빠진 상태였다. 블랙문 편대는 운 좋게도 1기만이 러시아 방공부대 레이더에 탐지되어 미사일 공격을 받게 되었지만, 다른 전투기와 전폭기들은 그리 좋은 사정이 아니었다. 어떤 편대는 편대 4기 모두 락온 되어 미사일 표적이 되었다. 하물며 러시아 전투기와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장거리 공대공미사일 공격까지 받는 편대도 있었다.

주작과 흑주작 같은 7세대 전투기가 실전 배치되어 수많은 공중전에 투입이 되었지만 이렇게 교전 초반부터 적 레이더에 탐지되어 지상과 적기로부터 공격을 당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렇게 생각지 못한 불리함으로 교전을 시작하게 된 대한민국 공군 전투기들은 각 비행대대장과 편대장들의 지휘 속에 21세기 사상 최대의 공중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한편 블랙문 편대가 좀 전에 발사했던 S-AAM-500 코브라 공대공미사일의 요격 결과가 항전 계기판을 통해 표기되었다.

총 96개의 코브라 공대공미사일은 거리가 400km 넘는 상황에서도 50% 이상의 요격률을 보이며 러시아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Su-50 파크파 전투기들을 격추했다.

그리고 이제 적기와의 거리가 200km까지 좁혀지자 오길성 소령의 명령에 따라 블랙문 편대는 차례대로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인 S-AAM-200 방울뱀을 발사했다.

북서단 국경선 일대를 기준으로 반경 300km 하늘에는 800여 기에 달하는 양국의 전투기와 그들을 노리는 양국의 지상 방공부대의 지대공미사일이 땅을 박차고 솟구쳐 어지럽게 어두운 하늘을 수놓았다. 이제 이곳은 지상뿐만 아니라 공중에서도 피비린내 나는 죽음의 향연이 시작되었다.

★ ★ ★

2024년 1월 01일 23:50,

남주 서울특별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주작 전투기와 흑주작 전투기의 강력한 스텔스 성능이 러시아군의 레이더에 탐지됨으로써 무력화되어 기대와는 다르게 고전을 면치 못하는 공중전이 전개되자 공군 작전사령부는 물론 합동참모본부 상황실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다.

다행인 것은 두 기종 모두 강력한 SECM(전파교란시스템) 방출과 5세대급 전투기들은 흉내 낼 수 없는 탁월한 고기동을 펼치며 응전하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더불어 급할 때는 TCS(투명은폐시스템)까지 사용하여 요격당할 위기를 모면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적 전투기를 요격했음에도 불구하고 400여 기에 달하는 러시아의 각종 전투기와 이동 발사차량에서 솟구치는 지대공미사일 공격에 공중전이 시작한 지 20분이 지나면서 우리 아군 주작 전투기의 첫 요격 피해가 발생했다.

조종사는 다행히도 비상탈출을 통해 목숨을 구할 수 있었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상황실 오퍼레이터들은 공군 작전사령부와 각 전투비행단에서 날아오는 정보들을 취합하여 중앙 스크린에 전술기호로 표기하느라 정신없었고 일부 통신담당 오퍼레이터들은 중요한 정보는 큰 목소리로 구두 보고했다.

이에 합동참모본부의 상황실은 시골 장터마냥 시끄럽고 어수선해졌다.

미간을 살짝 좁히며 중앙 스크린을 보던 신성용 합참의장이 가끔 고개를 절레거림으로써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걸 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이때, 김은호 공군참모총장이 상황실장에게 다가가 물었다.

“현재 교전 지역에 러시아 위성이 있는지 알아보게.”

“네, 알겠습니다.”

상황실장은 즉시 해외정찰국에서 이 일대를 정찰하고 있는 아폴론 정찰위성과 연결하여 정찰현황을 2번 스크린에 보이도록 했다.

“공참장님! 2번 스크린입니다. 아폴론 5호가 정찰하고 있는 화면입니다.”

“대기권 상에 있는 모든 위성이 보일 수 있도록 해보게.”

“네, 알겠습니다.”

대답과 동시에 상황실은 해외정찰국 소속 아폴론 5호 관제장에게 지시를 내렸다.

이에 정상궤도 35,800km 운용되는 아폴론 5호는 서서히 서서히 촬영하는 화면을 축소했고 이어 각종 탐지 모드로 전환하여 인공위성들을 탐지했다.

잠시 후 공중전이 벌어지는 대기권 밖 120km 지점에 여러 개의 인공위성이 탐지됐다.

사실 러시아와 전쟁이 발발한 후 합동참모본부는 항공우주군 전력으로 러시아의 군사위성을 모조리 탐지하여 요격한 상태였다. 급기야 통신위성이나 민간용 위성까지 필요하다면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요격을 해왔다. 그런 상황에서 이은호 공군참모총장이 상황실장을 통해 다시 한번 러시아의 군사위성을 탐지하려 하자 신성용 합참의장을 비롯해 참모진들은 관심 있게 지켜봤다.

“분석결과! 러시아 위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아폴론 5호 관제장으로부터 내용을 전달받은 상황실장이 보고했다.

“그럼 저것들은 뭔가?”

“총 8개 중 4개는 미국의 정찰위성으로 판독! 나머지는 저궤도에서 운용되는 민간용 위성입니다.”

“민간용 위성이야 궤도 따라 이동하니 그렇다 쳐도 미국 정찰위성은 왜 저기에?”

김은호 공군참모총장이 턱을 쓸어담으며 말하자, 옆에 있던 이은형 육군참모총장이 말했다.

“미국도 궁금하지 않겠습니까?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 공군전력도 염탐할 겸요.”

“양코배기 간나들은 남 전쟁에 뭔 관심이 그리 많이고 1개도 아니고 정찰위성을 4개씩이 보내 염탐하네?”

인상을 찌푸린 윤기윤 합참차장은 2번 스크린에 보이는 미국 정찰위성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내뱉었다.

“합참의장 동지! 당장 미국 국방성에 연락해서리 싸그리 치우라고 해야디 않겠습네까?”

“그건, 좀 과한 요구가 아닌지 싶습니다. 어쨌거나 동맹국인데······.”

윤기윤 합참차장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자, 윤기윤 합참차장은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동맹은 무슨 동맹입네까? 양코배기 미국과는 3년 전, 한미전 발발로 깨디디 않았습네까? 그리고 동맹국이면 저렇게 정찰위성을 보내 염탐할 게 아니라 총알 하나라도 지원을 하던가 해야디요. 안 그렇습네까?”

“윤 차장님! 흥분을 가라앉으시지요.”

어느새 흥분한 윤기윤 합참차장 뒤로 다가와 어깨를 살짝 짚은 신성용 합참의장이 아쉬움이 담긴 말투로 말했다.

“우리야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정치적으로 미국은 아직도 동맹국입니다.”

“그래서리. 요구를 못 하는 겁네까?”

“요구는 가능하겠지만, 단지 요구일뿐 강제성이 없으니, 미국 국방성은 당연히 싫다고 하지 않겠습니까?”

“이거이, 이거이, 3년 전에 저 양코배기들을 완전히 쑥대밭으로 만들었서야 했는디 말이디.”

더는 말해봤자 소용없다는 걸 알게 된 윤기윤 합참차장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철퍼덕 앉아버리고는 입을 굳게 닫았다. 무슨 기분인지 잘 아는 신성용 합참의장은 달래고자 한마디 던졌다.

“저 역시! 미국의 정찰위성이 매우 신경 쓰입니다. 현실적으로 강제성은 없으나 어쨌든 요구는 해봐야겠지요. 안 중장!”

신성용 합참의장은 정보본부장을 불렀다.

“네, 합참의장님!”

“국방부를 통해서나 아니면 다이렉트로 미국 국방성에 연락하든 저 빌어먹을 정찰위성 좀 당장 치워달라고 전하게.”

“네, 연락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보본부장 오동권 중장은 대답과 동시에 바로 상황실을 나가려는 그때, 의장비서관이 상황실에 들어와 합참의장에게 보고했다.

“방금, 국정원장께서 벙커에 도착하셨습니다.”

“음, 빨리도 오셨군, 회의실로 안내하게.”

“네, 알겠습니다.”

자신의 손목시계를 확인한 신성용 합참의장은 김용현 합참차장을 불렀다.

“김 차장!”

“네, 의장님!”

“이곳은 이곳에서 지휘하게 난, 잠시 국정원장님과 미팅 좀하고 오겠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하게나, 윤 차장님과 강 대장은 함께 가시지요.”

신성용 합참의장은 윤기윤 합참차장과 특수전사령부 사령관 강정현 대장과 함께 상황실을 나와 회의실로 향했다.

“네, 의장님!”

“갑시다.”

★ ★ ★

2024년 1월 01일 23:50 (신중국시각 23:50),

신중국 베이징시 일대 X-15 벙커.

잔뜩 술에 취해있던 왕징위 주석은 어느 정도 정신을 차렸는지 벙커 상황실에서 자리를 잡고 현재 러시아와 한국 공군 간의 대규모 공중전 상황을 여러 정찰전력을 통해 확인하고 있었다.

“주석님! 러시아로부터 또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공동작전에 참여하라는 긴급 요청입니다.”

장예흥 국방장관은 비딱하니 앉아 반쯤 풀린 눈으로 상황실 가장 높은 자리에서 지켜보고 있던 왕징위 주석에게 다가가 방금 러시아부터 날아온 긴급 전문을 전달했다. 이번이 3번째였다. 그만큼 러시아는 이번 공중전에 사활을 걸었고 신중국 공군전력의 도움이 절실했다.

“후후! 러시아 놈들이 급하긴 급한가 보군.”

“주석님! 주석님 판단과 다르게 러시아는 약속한 정시에 공격을 감행했습니다. 상호군사보호조약을 맺고 이번 공동작전까지 약속했으니 당장에 준비한 공군전력을 투사해야 합니다.”

장예흥 국방장관은 용기를 내 주석의 잘못된 판단을 지적하고 자신의 의견을 냈다. 이에 왕징위 주석은 기분 나쁜 눈빛을 발산하는 듯싶더니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응가왕 린체 총참모장을 불렀다.

“총참모장!”

“네, 주석님!”

응가왕 린체 총참모장은 즉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앞으로 20분 후! 준비한 모든 공군전력을 출격시키게”

“네, 알겠습니다.”

“주적님! 20분 후면 늦습니다. 지금 당장 출격 명령을 내리셔,”

“국방장관!”

상황실 전체가 울릴 정도로 큰 목소리로 국방장관을 불러 말을 끝은 왕징위 주석은 비틀비틀 걸으며 장예흥 국방장관 앞으로 다가가서는 귓속말로 속삭였다.

“국방장관! 나 중부 군구 총사령원 출신이야. 누구보다 전략과 전술에 있어서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자네처럼 정치군인 출신이 아니란 말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내가 지휘하는 거 옆에서 그냥 입 닥치고 지켜보라고 그게 장관 자리 지키는 일이야.”

장예흥 국방장관에게 치욕스러운 모욕감을 안겨준 왕징위 주석은 양손을 벌리고 히죽히죽 웃으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술만 먹었다 하면 광견병 걸린 개새끼가 되는 네놈, 조만간 땅을 치고 후회할 날이 올 것이다.’

깊은 모욕감에 아랫입술을 꽉 깨문 장예흥 국방장관은 마음속으로 저주를 품고는 상황실을 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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