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63화 (463/605)

대규모 응징

2024년 1월 01일 07:20,

남주 서울특별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회의실).

사상 최대규모 전력을 동원하여 동시다발적으로 신중국 국경선 일대 전체를 초토화한 합동참모본부는 무제한 보복공격의 시작인 일명 ‘지우개 작전’ 결과에 대한 간단한 브리핑이 끝나고 이제는 두 번째 작전인 ‘평탄화 작전’ 브리핑이 시작하려 했다.

현재 전장 상황을 지켜보며 지휘하는 당직 지휘관과 참모진이 빠진 가운데 회의실에는 각 군의 지휘관과 참모진들이 빼곡히 자리에 앉은 가운데 2단계 '평탄화 작전’을 수립한 작전기획본부장 이훈상 중장이 스크린 옆 단상에 올라 마이크를 입 근처로 갖다 댔다.

“지금부터는 무제한 보복공격의 2단계인 부제 ‘평탄화 작전’에 대해 브리핑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브리핑 시작을 알리는 이훈상 중장의 말에 스크린은 자동으로 불이 켜지며 대한민국과 신중국 국경선 전체가 보이는 디지털 지도가 나타났다.

1단계 ‘지우개 작전’이 신중국군의 진공을 저지하는 방어적인 차원의 공격이었다면 2단계 ‘평탄화 작전’은 신중국 내 주요 도시와 산업시설에 대한 공격적 차원의 공격이었다.

“먼저 스크린을 보시기 바랍니다.”

이훈상 중장의 말에 따라 스크린에는 국경선은 물론 신중국 전체가 보이는 디지털 지도가 나타났다. 그리고 신중국 내 곳곳에 번호가 부여되어 있었다.

번호가 부여된 곳은 베이징, 톈진, 탕산, 다퉁, 창저우, 스자좡, 헝수이, 빈저우 등 대부분 인구 수백만 이상이 거주하거나 각종 산업단지가 조성된 대도시였다.

신중국과의 전쟁을 조기에 끝내기 위해 수립된 ‘평탄화 작전’은 말 그대로 타격지점에 대해 평탄화를 시키겠다는 것이었다. 대부분 지역이 민간인이 거주하는 대도시였기에 군사작전에 있어서 제약을 받을 수 있었지만, 대통령으로부터 무제한 보복공격과 모든 작전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은 신성용 합참의장은 개의치 않고 작전 안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이로써 수립된 ‘평탄화 작전’은 일주일간 각종 언론 매체와 여러 수단을 통해 타격 목표 도시의 거주자에게 소거 명령을 내린 후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하여 완전한 평탄화를 이루겠다는 조금은 단순하고 무시한 작전 안이었다.

혹, 소거 명령에도 불구하고 피난 가지 않은 민간인이 있더라도 작전은 약속된 시간에 공격함으로써 향후 민간인 대학살에 따른 UN과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을 당할 수 있는 매우 민감한 문제였으나, 현재 국방부와 정부는 그런 부분까지 신경 쓰며 신중국을 상대할 상황이 아니었다.

신중국은 수년간 공작을 펼쳐 플라즈마 핵심기술을 빼돌렸고 그로 인해 개발한 플라즈마 폭탄을 이번 침공에 사용했으며, 하물며 민간인 도시인 나진(핑두)에 사용함으로써 수만에 이르는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어느덧 10여 분이 지난 후,

“마지막으로 2단계 ‘평탄화 작전’의 시작은 금일을 기준으로 정확히 7일 오후 10시에 32곳 도시에 공격을 감행할 것입니다. 이상 브리핑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브리핑이 끝나자 자리에 앉아있던 지휘관과 참모 중 몇 명은 다소 걱정된 표정을 짓기는 했으나 그건 일부분이었다.

★ ★ ★

2024년 1월 01일 09:30,

남주 서울특별시 구로구 중앙병무청.

평소처럼 따뜻한 연말연시 분위기 속에서 새해를 맞이한 대한민국은 아침이 밝자 약속이라도 한 듯 공영방송사인 KBS를 시작으로 여러 언론 매체는 새벽 2시를 기해 그동안 움츠려 있던 러시아군의 대반격과 신중국군의 기습 침공으로 국경선 일대를 방어하던 국군이 생각 이상의 큰 피해를 보았다는 내용의 보도가 속보형태로 전파를 타고 전해졌다.

이로 인해 평화로운 새해 첫날 휴일을 보내려던 국민은 불안감과 공포감으로 큰 혼란에 빠지는 듯싶었으나, 정부 산하 각 부처의 적극적인 대처와 추은희 대통령의 대국민 성명발표로 진화에 나섰다.

자칫 신중국의 참전으로 확전에 따른 큰 혼란에 빠질 뻔했던 대한민국은 다행히 큰 동요나 소요 없이 신중국의 참전과 관련된 상황은 일단락되었다. 그리고 뉴스를 접한 20대 청년은 물론 30대 직장인들은 국방부와 병무청 등, 휴일임에도 전시상황이라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기관에 전화하거나 아니면 직접 방문하여 군 지원과 관련된 문의가 쇄도했다.

이곳 중앙병무청에도 수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루는 가운데 여러 방송국 기자들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오늘 어떻게 나오신 건가요?”

아리따운 미모의 여기자가 길게 줄 서 있는 한 직장인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다.

“네, 오늘 아침 뉴스를 듣고 한걸음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군에 지원하기 위해 오신 겁니까?”

“네, 맞습니다. 하하 이렇게 간단한 짐만 챙겨서 왔습니다.”

젊은 남자는 매고 온 자신의 백 팩을 보여주며 환하게 웃었다.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지요?”

“하하, 32살입니다.”

“32살이면 예비군도 끝나지 않았습니까?”

“네, 맞습니다. 지금 민방위 2년 차입니다.”

2022년부터 예비군은 6년, 민방위는 4년으로 기간이 축소되었다.

“민방위 2년 차인데 군에 지원하시겠다고요?”

“국가위기상황에서 민방위건 뭐건 무슨 상관입니까? 제가 비록 제대한 지 8년이 넘었지만, 저의 NDA 속에는 2년간 군 생활하면서 익힌 모든 것들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하하하”

“아! DNA 속에요?”

“네, 네, 여기요 여기.”

남자는 자신의 가슴을 툭툭 치며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아, 인터뷰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하시겠습니까?”

여기자가 마이크를 내밀며 말하자 남자는 헛기침을 몇 번 하고는 카메라를 주시하며 말했다.

“부모님 죄송합니다. 아침밥 먹자마자 다시금 재입대하겠다고 하여 놀라게 해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대한남아로서 그냥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 말 없이 보내주신 부모님! 몸 건강히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충성!”

절도있는 거수경례를 한 젊은 남자, 이에 길게 줄 서 있던 다른 남자들이 환호성과 박수를 내보냈다.

“정말 멋지십니다. 만약 재입대하신다면 부디 몸 건강히 제대했으면 좋겠네요. 다시 한번 인터뷰 감사합니다.”

인터뷰가 끝나자 카메라는 클로즈업으로 여기자만 잡았고 여기자의 멘트는 계속해서 이어갔다.

“정말 애국심이 하늘을 찌르는 듯합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다른 분 한 번 더 인터뷰를 해보겠습니다.”

여기자는 줄 서 있는 사람 중에 유독 어려 보이는 남자에게 다가가 인터뷰 요청을 했다.

“안녕하세요. KBS 남보라 기자입니다. 제가 보기에 매우 어려 보이는데 나이가 어떻게 되시나요?”

“악! 인터뷰하면 안 되는데? 모자이크 처리되나요?”

어린 남자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카메라를 피했다.

“네, 알겠습니다. 모자이크해드릴게요. 이곳엔 어떻게 오신 건가요?”

모자이크를 해주겠다는 여기자의 말에 어린 남자는 당당하게 카메라를 보며 대답했다.

“당연히 입대하려고 왔습니다.”

“음, 나이가 어떻게 되시나요?”

“히히, 고2입니다.

“네? 고2요? 그럼 18살이라는 말인데요. 법적으로 입대할 수 없는 나이인데 모르셨나요?”

“평상시면 모르겠지만, 전쟁이 벌어진 상황이기에 가능할 거 같아서요. 예전 6·25 때도 학도병들의 활약이 크지 않았습니까?”

“아! 그때는 상황이 그랬지만, 지금은······.”

“기자님!”

“네?”

여기자의 말을 끊은 어린 남자는 허리춤에 손을 갖다 대고는 당당하게 말했다.

“그때건 지금이건 내 가족을 위해 내 조국을 위해 자신을 희생은 당연한 겁니다. 만약 입대하지 못해 전장에 나가지 못한다고 해도 후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겁니다.”

고2 학생치고는 개념 있는 말들을 늘어놨다.

“네, 잘 알겠습니다. 그럼 부모님도 알고 계신 가요?”

여기자의 추가 질문에 어린 남자는 흠칫하더니 아까의 당돌하고 당찬 모습은 온대 갖데 없이 사라지고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요. 아침밥 먹자마자 몰래 나왔습니다.”

“음, 취지와 용기는 좋은데, 그래도 부모님께서 먼저 말씀드리고 나오는데 좋았을 텐데요?”

그때 인터뷰를 듣고 있던 남자들이 웃으며 소리쳤다.

“학생! 나라는 우리가 지킬 때니까 일단 입시 전쟁에서 승리한 다음 와라!”

“형이 먼저 가 있을 때니 밥 좀 더 먹고 와라! 하하”

“너 부모님께 맞아 죽는다. 어서 집에 가라!”

여기저기에서 웃음소리와 함께 장난으로 어린 남자를 놀렸다.

“아! 이거 모자이크 처리되는 거 맞죠?”

“네, 방송으로 나갈 때 모자이크 처리돼서 나가요.”

“그럼, 먼저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다시 올게요.”

“그래요. 생각 잘하셨습니다. 인터뷰 감사합니다.”

“네, 수고하세요.”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어린 남자는 머리를 끌쩍거리며 발걸음을 돌렸다. 그런 모습을 담는 것으로 카메라 감독의 큐사인이 들려왔다.

“하하, 저 학생 때문에 그림 하나 건졌는데?”

어깨에 멘 카메라를 내려놓으며 카메라 감독이 웃으며 말하자 여기자 역시 미소를 보이며 대꾸했다.

“그래도 참, 멋진 학생이네요. 고2 학생이 나라를 지키겠다고 단번에 여기까지 온 거 보면 당차네요. 당차!”

“그러게 말이야. 나중에 큰 인물 되겠어.”

★ ★ ★

2024년 1월 01일 10:00,

남주 서울특별시 송파구 잠실본동 LF 아파트(1103호).

띵동! 띵동!

새해 첫날을 집에서 혼자 외로이 맞은 이혜진 과장은 남궁원 과장이 벌여놓은 사업 때문에 막 회사에 출근하려던 중 거실 인터폰이 울렸다.

“누구세요? 어? 강 국장님께?”

인터폰 화면에 평소 알고 있던 대외정보국 강기원 국장의 얼굴이 보이자 깜짝 놀라며 현관문으로 걸어갔다.

“어쩐 일이세요? 우리 집에?”

현관문이 열리고 굳은 표정으로 서 있는 강기원 국장을 본 이혜진 과장은 순간,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대테러수사국도 아니고 대외정보국 국장이 새해 첫날 이곳으로 왔다는 건 분명 흔한 일은 정상적인 일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설마?’

머릿속에서 남궁원이라는 이름 석 자가 생각나자 심장이 쿵쾅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미안하네. 휴일에 이렇게 찾아와서······.”

“아, 아니에요. 들어오세요. 국장님!”

“그래, 실례 좀 할게.”

거실 소파에 앉은 강기원 국장의 표정은 변함없이 곧아 있었다. 이를 조심스럽게 살펴본 이혜진 과장은 커피잔을 건네며 말했다.

“국장님! 혹시, 남편 일 때문에 오신 건가요?”

불안한 마음에 이혜진 국장이 먼저 말을 걸었다.

“맞아. 남궁 과장 건 때문에 왔네.”

순간, 이혜진 과장은 다리가 풀려 거실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이 과장! 괜찮아?”

강기원 국장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이혜진 과장을 부축했다.

“아! 죄송해요. 괜찮습니다. 맞은편 소파에 앉은 이혜진 과장은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고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남편한테 무슨 일이 있는 건가요?”

이에 강기원 국장은 커피잔을 들어 한 모금 하고는 어젯밤 톈진에서 있었던 일에 관해서 설명했다.

“네? 남편이 죽었다는 건가요?”

불길한 생각은 어김없이 맞고 말았다. 이에 이혜진 과장이 두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흘렀다.

“섣부르게 판단하기엔······. 폭발 당시 보호슈트를 착용했으니 살아있을 가능성은 매우 커!”

강기원 국장은 최대한 안심시키고자 희박한 가능성을 과장해서 말했다. 하지만 이혜진 과장 역시 국가정보원에서 수년간 근무한 베테랑이었기에 강기원 국장의 말은 단순 자신을 안심시키기 위한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혜진 과장은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좋은 소식이 들려올 테니 힘들더라도 참고 기다려보자고. 알았지 이 과장!”

“아니요. 제가 직접 그곳에 가봐야겠어요.”

“안돼! 아침 뉴스 못 봤어?”

“뉴스라니요?”

“음, 못 봤는가 보군. 금일 새벽에 신중국군이 국경선 일대에서 침공을 시작했는가 봐! 이제 전쟁 상대국이 되었으니 신중국으로 들어간다는 건 너무 위험해!”

“그렇다고 이렇게 기다릴 순 없어요. 제가 직접 그곳에 가서 찾아봐야겠어요.”

“이 과장! 이 과장 심정은 충분히 이해해! 하지만, 그렇다고 이 과장을 보낼 순 없어! 며칠만 기다려보는 게 어때? 그때까지 연락이 없으면 내가 책임지고 보내줄 테니까.”

“알았습니다. 강 국장님!”

얼마 후 강기원 국장이 돌아가고 거실에 덩그러니 혼자 남겨진 이혜진 과장은 전날 남궁원과 통화를 생각했다. 별일 없다는 듯 안부형식으로 전화한 남궁원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게만 들리는듯한 착각에 빠진 이혜진 과장은 미어지는 가슴을 감싸고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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