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62화 (462/605)

대규모 응징

2024년 1월 01일 04:35, (신중국시각 03:35),

신중국 톈진시 베이천구 공업단지 15구역 외곽.

짙은 황사 사이로 검붉은 화염과 연기가 솟구치는 광경이 펼쳐지는 가운데 차량으로 이동 후 안전지대에서 이를 확인 한 대외정보1과 요원들 이중, 박기웅 팀장이 계속해서 두 과장에게 무음성 통신을 보냈지만, 응답은 없었다.

“아직 응답 없어?”

2팀 윤태진 팀장 역시 걱정이 되는지 박기웅 팀장 차량으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제, 제길, 응답이 없어! 그리고 위치 정보도 꺼져 있어!”

TCS 모드를 사용하느라 모든 전지를 소모했기에 두 과장의 위치 정보를 알려주는 X-K02 단말기 또한 꺼진 상태였다.

“설마! 탈출하지 못한 건 아니겠지?”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

박기웅 팀장이 버럭 화를 냈다. 이에 윤태진 팀장이 멀쑥한 표정을 지으며 대꾸했다.

“아니,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다. 박 팀장아!”

사실 박기웅 팀장에게는 트라우마가 하나 있었다. 지난 3년 전, 중국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중 직속 상사인 지동철 팀장이 순직한 일로 인해 한동안 힘들어했고 사직서를 내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이대로 죽을 분들이 아니야.”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머릿속에서는 지동철 팀장이 떠올랐다. 이에 머리를 흔들어 잡념을 떨쳐내고는 다시금 무음성 통신을 시도했다.

하나, 응답은 없었다. 위치 정보 센서까지 나간 상황이라면 당연히 무음성 통신 또한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맞아요. 박 팀장님 말대로 두 분이 이렇게 허무하게 가실 분들이 아니에요.

3팀 신은하 팀장이 걱정된 표정으로 말했다.

“알았다. 일단 안가로 돌아가자! 거기서 기다리면 돌아오실 테니”

박기웅 팀장의 팀장 어깨를 툭 치고는 윤태진 팀장이 1과 요원들에게 돌아가자는 손 신호를 보냈다.

“윤 팀장! 우리 팀 애들 데리고 가! 난 여기에 남아서 두 과장님 기다려볼게.”

“야! 그, 아니다. 알았다. 조심히 기다리다가 두 과장님하고 와라. 출발해!”

설득하려다가 소용없다고 생각했는지 말을 바꾼 윤태진 팀장이 1팀 요원들과 함께 차에 타고는 출발 지시를 내렸다. 이에 3대의 차량은 박기웅 팀장만 남겨둔 채 출발했다.

“팀장님! 꼭 우리 과장님 데리고 오십쇼.”

창문 밖으로 얼굴을 내민 본팀 오석진 대리가 손을 흔들며 외쳤다.

“알았다.”

1과 요원들을 보내고 무거운 마음으로 운전석에 앉은 박기웅 팀장은 아침이 될 때까지 기다렸지만, 끝내 두 과장은 돌아오지 않았다.

★ ★ ★

2024년 1월 01일 05:35 (신중국시각 04:35),

대한민국 서만주 국경선 제1구역 서남단 30km 지점 상공,

대규모의 대한민국 공군 항공기가 신중국 영토 상공에 도달하자 신중국 공군 역시 각종 전투기를 총 출격시켜 저지에 나섰고 여러 집단군의 방공부대 역시 레이더에 탐지대는 항공기를 상대로 각종 지대공 미사일을 발사했다.

하지만, 호위 임무를 맡은 100여 기에 달하는 CF-21P 주작 전투기는 마치 어린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 듯 요격을 위해 출격한 신중국 공군 전투기들을 유린했고 지상에서 솟구치는 지대공 미사일 역시 한층 업그레이드된 강력한 SECM(전파교란시스템)로 무력화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먼저 타격지점에 도달한 북주 순안 공군기지 제8전투비행단 237전투비행대대 소속 CF/A-25P 흑주작 전폭기 12기가 편대별 삼각 비행 구도로 비행거리를 조금씩 넓히는 가운데 뒤따라 비행하는 수원 공군기지 제15특수임무비행단 소속의CBS/A-30P 청룡 전략폭격기 4기의 하단 페어링 3개가 좌우로 갈라지며 열렸다.

그리고는 편대장기의 무장관제장의 명령에 따라 1기당 무려 200t에 가까운 폭장량을 자랑하는 CBS/A-30P 청룡 전략폭격기에서 C-PSB(플라스마 확산탄) 80발이 차례대로 타격지점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총 320발, 엄청난 수량이었다.

보통 기계화부대를 상대로 탁월한 성능을 발휘하는 C-PSB(플라스마 확산탄) 320발은 국경선 일대에 전개되어 막 국경선을 돌파하는 신중국군 제40집단군 상공에 모습을 드러냈고 이내 화려한 불꽃 쇼를 연출했다.

상공 50m 상공에서 1차 폭발을 하며 수많은 자탄을 뿌렸다. 마치 천둥 치듯 엄청난 폭발음이 제40집단군 전체를 휘감았고 지상에 착탄 한 자탄들은 2차 폭발을 하며 전차건, 장갑차건, 지상에 있는 모든 것들을 닥치는 대로 불벼락을 선사했다.

개미 새끼 한 마리 빠져나갈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파편이 사방으로 비상하며 제40집단군의 모든 예하부대를 강타했다. 마치 지옥과 같았다. 이러한 폭발과 섬광은 십여 분간 계속되었다.

CBS/A-30P 청룡 전략폭격기 4기가 폭격 임무를 마치고 복귀 비행으로 전환하자 그동안 호위 임무를 수행하던 CF/A-25P 흑주작 전폭기 12기도 편대별로 각자 목표 방향으로 기수를 틀었다.

이중, 아카시아 편대는 예신산 방향으로 기수를 돌리고는 빠르게 진입했다. 이들의 타격 목표는 제6기계화보병사단(청성)에 플라즈마 폭탄을 날렸던 제40집단군의 직할포병부대인 제11포병여단이었다.

현재 제11포병여단은 목표달성 후 여단장의 명령에 따라 막 국경선을 돌파하는 제40집단군 예하부대의 폭격 지원을 위해 창리현 남단으로 우회한 후 G206 도로를 타고 국경선 일대로 기동 중에 있었다.

여단 본부와 관측대대 그리고 각종 7개 포병대대 전력은 신속한 기동을 위해 상하선 도로 모두를 차지하고 2열 종대대형으로 기다란 대열을 이루며 하린치잉쿠 마을을 지나치는 그때 하늘에서 검은 점 여러 개가 떨어지는 듯싶더니 50m 상공에서 번쩍하며 섬광이 일어났다. 그리고는 수많은 자탄이 마치 소나기 떨어지듯 선두에서 기동하는 자주포대대에 착탄 했다.

콰앙앙! 콰앙! 콰아앙! 콰앙!

자탄들이 지상에서 2차 폭발과 함께 기동하는 자주포를 휩쓸었다. 기동 간 파편을 뒤집어쓴 자주포는 벌집이 된 채로 기동을 멈추며 화염을 토했고 운 나쁘게 자탄에 직격당한 자주포는 마치 대전차 미사일에 맞은 것처럼 포탑은 물론 차체 전체가 폭발했다. 폭발력이 얼마나 위력적인지 형체도 못 알아볼 정도로 고철 덩어리로 되었다.

이러한 폭발은 점점 더 기다란 대열을 따라 이어졌고 끝내 제11포병여단 전체로 번져갔다.

몇 분 후 갈라지고 부서지고 크고 작은 웅덩이가 움푹 패진 S206 도로 위에는 움직이는 차량은 더는 볼 수 없었다. 단지 검붉은 화염과 연기를 내뿜는 고철 신세가 된 각종 자주포와 장갑차 그리고 다연장 차량만이 흉물스럽게 보일 뿐이었다.

아카시아 편대가 떨군 24발의 C-PSB(플라스마 확산탄)에 제11포병여단은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보고 말았다.

더욱이 제40집단군을 포함하여 제11포병여단이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본 건 시작에 불과했다. 대규모 공군전력은 1,100km 달하는 전 국경선 일대를 초토화했고 우주항공군 소속의 CS-AD 제우스 전략요격위성 2호, 3호, 8호를 움직여 추가 공격에 들어갔다. 더불어 망산기지 제2우주전투비행단 소속의 CFS/A-31SP 삼족오 우주전투기 12기 역시 출격하여 제40집단군 후방에서 진공 하던 제27집단군을 지도상에서 지워버렸다.

이렇게 두 공중전력이 동시다발적으로 국경선 일대를 공격하는 사이 대한민국 영토에서도 신중국을 향해 강력한 화력을 퍼부었다. 그것은 바로 전략미사일군으로 지상기지는 물론 각종 이동형 발사차량을 통해 사거리 1,500km의 전술탄도탄 현무-2E2와 사거리 5,000km의 현무-PIP (IRBM) 300여 발을 발사해 국경선 제5구역 산악지대에서 전개하여 진공 하던 제71집단군 공격했다.

그리고 해상에서는 부경(웨이하이)항으로부터 북동단 55km 해상에서 대기 중이던 제3함대 소속 구축함 6척과 호위함 8척에서 함대지 순항미사일인 천룡A 미사일(SLCM) 200여 발을 발사했다. 지상으로부터 10여 미터 높이로 날아간 200여 발의 천룡A 미사일(SLCM)은 폭격 시간에 맞춰 정확히 표적으로 지정된 제66집단군에게 쏟아졌다.

★ ★ ★

2024년 1월 01일 05:55, (신중국시각 03:55),

신중국 베이징시 일대 X-15 벙커.

대한민국에 대한 침공을 시작하기 전부터 미리 X-15 벙커로 이동해 전쟁 상황을 지켜본 왕징위 주석, 침공 초기, 제40집단군의 제11포병여단이 플라즈마 폭탄으로 진공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제6기계화보병사단(청성)을 괴멸시켰다는 보고를 시작으로 제16집단군의 진공을 막고 있는 제25경갑보병사단(비룡) 역시 막대한 피해를 줬다는 보고, 그리고 국경선 제1구역, 제2구역, 제3구역을 담당하는 제75기계화경계사단(횃불) 지휘본부에도 플라즈마 폭탄 공격이 성공했다는 보고로 인해 X-15 벙커는 흥분을 넘어 축제 분위기였다.

동북삼성 수복은 물론 한반도까지 공격할 마음을 먹고 있는 왕징위 주석은 연신 웃음을 보이며 상황실 내 대형 스크린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신중국군의 침공이 시작된 지 정확히 2시간 30분 만에 대한민국 국군의 모든 전력이 총동원되어 보복공격을 하자, 상황실 통신담당 오퍼레이터들은 집단군사령부로부터 피해 현황이 줄을 잇고 이어지고 있었다.

어떤 부대는 집단군사령부 대신 위관급 계급장인 상위가 보고하기도 했다. 이유는 상급부대 전체가 괴멸되어 현재 상황에서 상위가 최고선임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렇듯 상상조차 하기 싫은 피해 현황 보고에 왕징위 주석의 얼굴은 일순간 일그러졌고 장예흥 국방장관은 옆에서 매우 당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대체 당신들은 뭐하는 거야? 한국놈들의 보복공격은 예상하지 않았나? 그러면서도 이렇게 당하다니 말이야.”

왕징위 주석의 질타는 총참모장인 위안샤오차오 대장에게로 돌아갔다.

“죄송합니다. 주석님 말대로 예상하고 대비를 했으나, 한국군의 보복공격이 생각 이상의 전력을 쏟은 듯합니다.”

러시아와 전쟁을 수행하는 상황이었기에 위안샤오차오 대장은 대한민국 국군이 이 정도로 대규모 보복공격을 감행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

상황실 스크린을 중심으로 착석한 여러 오퍼레이터는 현재 보고된 정보를 가지고 대형 스크린에 전술표기를 해갔다.

몇 분 전까지 전력을 유지하고 신속하게 국경선을 넘어 진공 하던 부대들 표기가 하나둘 괴멸표기인 붉은 X자 표기로 바뀌어 갔다.

“심각하군. 심각해!”

왕징위 주석은 전술표기가 변해가는 대형 스크린을 보며 혀를 찼다.

“주석님! 걱정하지 마십쇼. 우리에게는 플라즈마 폭탄이 있지 않습니까? 생각 이상으로 보복공격을 당해 전력손실이 있었지만, 충분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장예흥 국방장관이 왕징위 주석의 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렇긴 하지만, 손실이 너무 크잖아? 저러다가 동북삼성을 수복할 수 있겠나?”

“현재 모든 방산업체가 전시상황으로 전환하여 각종 무기를 찍어내고 있고, 사실 사람이라면 우리나라에 널리고 널린 게 사람 아닙니까? 긴급조치동원령으로 300만에 가까운 예비대가 있지 않습니까? 충분히 손실된 전력을 보충할 수 있을 겁니다.”

장예흥 국방장관의 그럴듯한 듣기 좋은 말에 잠시 흥분을 가라앉힌 왕징위 주석은 험악한 표정을 풀고는 질문을 던졌다.

“총참모장! 현재 플라즈마 폭탄은 몇 개나 남았다.”

“네, 주석님! 1차 공격에 총 6개를 사용했습니다. 현재 4개가 남은 상태입니다.”

“부족해! 부족해! 총장비부에 연락해서 좀 더 빨리 대량으로 생산하라고 말해야겠어!”

하지만, 왕징위 주석의 바람을 이뤄줄 푸디후차오 총장비부장은 더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몇 개월 동안 하이싼 공장으로 위장한 지하 비밀연구소에서 플라즈마 폭탄 연구개발에 목숨을 걸다시피 하며 먹고 자던 푸디후차오 총장비부장 역시 대외정보1과가 설치한 폭발에 휘말리며 죽고 말았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왕징위 주석과 상황실에 모여있는 참모진들은 아침 9시가 돼서야 비극적인 소식을 접했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엄청난 충격에 휩싸이고 말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