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60화 (460/605)

암살

2024년 1월 01일 04:25, (신중국시각 03:25),

신중국 톈진시 베이천구 공업단지 15구역(하이싼 공장 안).

“대체 뭐야?”

비밀연구소인 줄 알았던 알파 원인 박기웅 팀장은 플라즈마와 관련된 연구시설을 찾던 중 축구장보다 조금 작은 대형 제조시설이 갖춘 공장 내부로 진입하고는 입이 귀까지 찢어질 정도로 놀라고 말았다.

공장 내부에는 대형 미사일 20여 기가 각 프레임 위에 놓여 있었고 상단 페어링은 열린 채 뭔가가 장착되어 있었다. 대충 보기에 탄두 같았다. 하지만, 미사일 크기에 비해 탄두 크기가 매우 작았다. 뭔가 수상하다 생각한 박기웅 팀장은 순간 머릿속에 한가지가 떠올랐다.

‘이 짱깨놈들 설마 핵탄두는 아니겠지?’

설마 하는 생각에 불길함을 느낀 박기웅 팀장은 살짝 머리를 흔들어 진정시키고 공장 내 모든 미사일을 일일이 확인했다. 혹시나 핵탄두일지 모른다고 생각되는 탄두가 장착된 미사일은 총 8개, 나머지는 모두 비어 있었다.

‘음, 저번 한중전 패전으로 핵무기 일체가 폐기되었는데 그새 또다시 핵무기를 개발하진 못했겠지? 에잇 핵탄두건 폭탄이건 어떠냐. 그냥 다 없애버리면 되지 뭐!’

금일 한중전 발발 당시 신중국군이 플라즈마 폭탄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박기웅 팀장은 플라즈마 폭탄이라고도 상상도 못 한 채 돌아다니며 미사일 몸통에 M2-kill 폭탄을 하나씩 설치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가져온 M2-kill 폭탄 수량이었다.

박기웅 팀장이 배낭에 넣어 가져온 M2-kill 폭탄은 총 20개로 미사일 수량에 비해 몇 개가 모자랐다. 이에 무음성 통신으로 팀원을 불렀다.

“여기는 알파 제로! 알파 팀 중에 M2-kill 폭탄 여유분 있는 팀원은 있나?”

- 여기는 알파 포! 6개 정도 남았습니다.

“여기는 알파 제로! 내 위치 정보 보내줄 테니 이곳으로 바로 와라! 올 때 순찰하는 짱게 놈들 조심하고.”

- 여기는 알파 포! 카피 뎃!

박기웅 팀장을 비롯해 대외정보1과 요원들이 연구소와 관련된 시설물을 찾아다니며 M2-kill 폭탄을 설치하는 그 시각, 남궁원 과장은 어두컴컴한 한 사무실에서 쪼그려 앉아 1시간이 흐르는 동안 2중으로 암호화된 폴더를 풀고자 진땀을 빼고 있었다.

가끔 순찰하는 경비원들 때문에 맘 놓고 작업에 열중하지 못했는지 낮은 기온에도 불구하고 남궁원 과장의 이마에는 굵은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제발 좀 풀려라. 풀려!’

뭔가 일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을 때마다 자기도 모르게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버릇이 생긴 남궁원 과장은 입은 입대로 손가락은 손가락대로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느라 정신없었다.

띠딩!

“예스! 1단계 풀었다.”

간신히 1시간 만에 1단계 암호를 푼 남궁원은 불끈 주먹을 쥐고는 흔들었다. 그리고는 다시금 정신을 집중하고 2단계 암호를 풀기 위해 더욱 빠른 손놀림으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이때 알파 제로인 이자성 과장으로부터 무음성 통신이 날아왔다.

- 여기는 알파 제로! 부라보 제로! 아직 멀었어? TCS 모드 전지팩도 얼마 남지 않았어, 서둘러야 돼

“여기는 부라보 제로! 자료는 찾았는데 자료 폴더에 2중화 암호가 걸려 있어서 말이야. 현재 1단계는 풀었다. 조금만 기다려줘!”

- 남궁 과장! 앞으로 길어야 1시간이야. 퇴각 시간까지 계산하면 무조건 1시간 이내로 해결해야 돼! 알았지? 그렇지 않으면 그 후엔 TCS 모드가 풀려!

“알았다고. 알았다고. 말 시키지 마! 집중하게”

- 아, 알았다. 서둘러줘라. 이상!

남궁원 과장은 손목에 찬 X-K02 단말기의 화면을 봤다. 전지팩 잔량이 65%로 표기되어 있었다. 시간으로 계산하자면 대충 1시간 분량이었다.

‘아! 너까지 안 도와주는구나!’

아랫입술을 꽉 깨문 남궁원 과장은 자신의 머리를 양 손바닥으로 가볍게 툭툭치고는 다시금 작업에 집중했다.

★ ★ ★

2024년 1월 01일 04:30 (프랑스시각 2023년 12월 31일 20:30),

프랑스 오뜨비엔느 리무젱 외곽 20km(국내중앙정보국(DCRI) 비밀 안가).

머리에 착용한 알 수 없는 장비로 인해 TCS 모드 임에도 정체가 발칵 된 블랙 쓰리 요원은 등에 메고 있던 M4를 지향하고는 신바이칭이 도망갔던 방을 향해 연사 모드로 방아쇠를 당겼다.

튱튱튱튱튱튱튱튱튱튱~ 튱튱튱튱튱튱튱튱튱튱~

문 하나를 두고 대치한 상황에서 무수히 많은 탄환이 쏟아지며 스치고 지나갔다. 이때, 백업인 블랙 포 요원이 M416에 장착된 유탄발사기를 발사했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40mm 유탄이 날아갔다.

콰앙!

귀청을 찢을듯한 폭발음과 함께 방안은 시꺼먼 연기로 가득 찼다. 이때를 놓칠세라 블랙 쓰리 요원은 몸을 달려 그대로 방 안으로 뛰어들어갔고 바닥에 나뒹구는 MI6 요원들을 향해 사정없이 총알 사례를 퍼부었다.

튱튱튱튱튱튱~ 튱튱튱튱튱튱~

연발사격임에도 불구하고 빗나가는 총알 하나 없이 백발백중으로 MI6 요원들을 몸통을 벌집으로 만들었다. MI6

실드글라스를 통해 시꺼먼 연기로 가득 찬 방안을 스캔한 블랙 쓰리 요원은 순간 미간을 좁히며 인상을 썼다.

“시발 제길! 토깟어!”

방 한쪽 편에 열려있는 비상문, 아마도 신바이칭은 그 문으로 도망간 듯했다. 몇 번을 방을 스캔했지만, 신바이칭은 없었다.

- 여기는 블랙 쓰리, 비상문으로 신바이칭 탈출! 방향은 북동쪽!

일단 보고를 마친 블랙 쓰리 요원은 막 들어온 블랙 포 요원에게 손가락으로 비상문을 가리키고는 재빠르게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 하나 빠져나갈 수 있는 좁디좁은 통로를 엉금엉금 20m 정도 기어가자 1층으로 내려진 사다리가 있는 작은 공간이 있었다.

- 여기는 블랙 쓰리, 목표물 1층으로 내려갔습니다. 블랙 원과 투는 1층에서 대비!

이때 1층에서 요란한 총성이 울리면서 블랙 원으로부터 통신이 날아왔다.

- 여기는 블랙 원! 목표물과 조우! 제압 들어감.

타타탕! 타타타탕! 타타탕! 타탕! 타앙!

튜웅! 튱튱튱튱튱튱~ 튜웅! 튜웅!

콰앙! 콰앙!

급기야 수류탄 폭발음까지 들리는 가운데 블랙 쓰리와 포 요원은 사다리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블랙 쓰리 요원이 1층 바닥에 착지하려는 그때 공기를 가르는 파공음과 함께 총알들이 빗발쳤다. 철재로 된 사다리에 불꽃이 튀었고 벽들은 여지없이 총알구멍이 뚫렸다.

퍽! 퍼퍼퍼퍽! 퍽!퍽!

몸에도 몇 발을 맞은 블랙 쓰리 요원은 충격으로 인해 밀려오는 아픔을 이를 악물고 버텨냈고 순간 동작으로 몸을 돌리며 바닥에 착지했다. 그리고는 뒤이어 내려오는 블랙 포 요원의 안전을 위해 최대한 엎어진 상태로 반격을 가했다.

튱튱튱튱튱튱~ 튱튱튱튱튱튱~

타타탕! 타탕! 타앙! 타탕!

순간, 복도 한복판에서 앞뒤로 포위된 신방이칭과 MI6 요원들, 이 중 선임으로 보이는 요원 한 명이 신바이칭에게 권총을 건네고는 그대로 창문을 깼다. 그리고는 그곳으로 빠져나가라는 손짓을 했다. 밖에는 언제 왔는지 국내중앙정보국(DCRI) 요원들이 차량을 대기시키고 기다리고 있었다.

신방이칭이 몸을 날려 창문으로 빠져나가자 MI6 요원들은 접근하지 못하도록 제압 사격을 가했다.

- 여기는 블랙 쓰리. 목표물이 창문을 통해 도망간다. 북서단 방향 2번째 창문!

- 여기는 블랙 제로! 내가 막겠다. 이상!

현관 쪽에서 작전을 지휘하여 퇴로를 확보하고 있던 블랙 제로는 M4를 움켜쥐고 건물 뒤쪽으로 달렸다. 각가지 장비를 착용한 상태에서도 마치 우사인 볼트처럼 지면을 박차며 빠르게 달리는 블랙 제로는 창문을 통해 빠져나온 신바이칭이 국내중앙정보국(DCRI) 요원들의 경호를 받으며 방탄차에 탑승하려 하자 블랙 제로는 달리면서도 M4를 어깨에 견착하고는 방아쇠를 당겼다.

튱튱튱튱튱튱~ 튱튱튱튱튱~

방탄차에서 불꽃이 튀었고 신바이칭에 이어 탑승하려던 국내중앙정보국(DCRI) 요원 두 명이 머리에서 붉은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키키키키키잉! 부웅!

뒷바퀴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몇 차례 헛바퀴를 돌더니 이내 튀어가든 가속도를 올리면서 비밀 안가 정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정문을 통과하고 더욱 속도를 올리려는 그때, 둔탁한 총성 한 발이 잔잔히 울렸다.

투앙!

끼기기기기기긱! 콰앙! 콱콰카앙!

왼쪽 뒷바퀴가 파스가 나자 방탄차는 중심을 잃고 그대로 가로수와 부딪친 후 옆으로 전복되면서 10여 미터를 미끄러지고는 끝내 뒤집힌 채로 섰다.

- 여기는 블랙 파이브! 목표물 저격 성공! 현재 250m 도로 가에 전복된 상태로 서 있음.

- 여기는 블랙 제로. 잘했어! 내부 진입한 요원들은 나머지 잔당들 확실히 해치워라. 목표물 확인은 내가 직접 하겠다. 이상!

- 블랙 원! 카피 뎃!

- 블랙 투! 카피 뎃!

- 블랙 쓰리! 카피 뎃!

- 블랙 포! 카피 뎃!

- 블랙 파이브! 카피 뎃!

무음성 통신을 마친 블랙 제로는 전력 질주로 300m 거리를 뛰어갔다. 뒤집힌 방탄차에 단숨에 도착한 블랙 제로는 전력 질주로 달렸음에도 헐떡이거나 지치지 않았다. 호흡은 평상시보다 약간 빠를 뿐이었다.

“휴!”

안도의 한숨을 내쉰 블랙 제로는 M4 개머리판으로 뒤집힌 방탄차의 뒷창문을 깨고는 뒷좌석에 너부러져 있는 신바이칭을 끄집어내고는 도로 한복판에 눕혔다.

“으윽! 윽! 당, 당신들 대체 누구냐? 혹, 흑, 흑호대인가?”

“그건, 알 거 없고!”

블랙 제로는 실드글라스로 신바이칭의 몸 전체를 스캔했다. 가운 안에 차고 있는 사각형 펜던트가 달린 목걸이를 탐지했다.

“이거군”

신바이칭의 가운을 풀어 제친 블랙 제로는 그대로 목걸이를 낚아챘다. 그리고 목걸이 펜던트 양쪽을 잡고 당기자 분리되면서 조그마한 USB 메모리가 나왔다.

“그, 그건 안돼! 안, 된!

허우적대며 반항하려 하자 블랙 제로는 생각할 것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튜웅! 튜웅! 튜웅!

소음기 달린 특유의 총성이 울리고 신바이칭은 차디찬 도로바닥에 축 늘어졌다. 그의, 이마 정중앙에는 총알구멍 3개가 선명하게 뚫린 채로 검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 여기는 블랙 제로! 목표물 확인 및 사살 완료! 증거물 역시 확보했다. 나머지 잔당은 어떻게 되었나?

- 여기는 블랙 원! 분리수거 완료!

- 여기는 블랙 제로! 그럼 현 시간부로 임무 종료! 퇴각한다. 이상!

- 블랙 원! 카피 뎃!

- 블랙 투! 카피 뎃!

- 블랙 쓰리! 카피 뎃!

- 블랙 포! 카피 뎃!

- 블랙 파이브! 카피 뎃!

★ ★ ★

2024년 1월 01일 05:10,

대한민국 발해만 상공.

남주와 북주의 전투비행단에서 출격한 전투기와 폭격기 200여 기가 막 발해만 상공에 진입했다.

가장 앞에서 비행하는 전투기는 대한민국 최신예 전투기인 C-21 주작 전투기 72기가 제공원 확보를 위해 선봉에서 비행했고 그 뒤로 CF/A-25P 흑주작 전폭기 72기가 제공권과 폭격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뒤이어 비행했다. 그리고 세 번째로는 전략급 폭격기인 CBS/A-30P 청룡 전략폭격기 20기와 CB-91P 참매 폭격기 16기가 편대그룹으로 비행했고 마지막으로 CF-16Z 파이팅 팰콘 24기가 폭격기 호위 임무를 맡아 비행했다.

또한, 이러한 공군전력 투사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현재 서만주 상공에도 이와 비슷한 공군 전력이 북서단 국경선 일대로 비행하고 있으며, 서주에도 제20전투비행단에서 출격한 CF/A-50 골든이글 24기, F-15k 슬램이글 28기, CF-16Z 파이팅 팰콘 28기가 서주로 진공 하는 제66집단군을 폭격을 가하기 위해 비행 중이었다.

대한민국 공군전력의 60%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전력으로 3년 전, 한중전과 한일전, 그리고 한미전을 걸치면서도 이 정도의 전력을 한 번에 투시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짙은 황사로 인해 별빛 하나 보이지 않은 진흙 같은 발해만 상공을 수백 기의 항공기가 가득한 가운데 발해만 해안과 연결된 국경선 제1구역 지대에 대한 폭격 임무를 맡은 CF/A-25P 흑주작 전폭기 12기와 CBS/A-30P 청룡 전략폭격기 4기는 타격 목표지점으로부터 100km 안으로 진입하자 서서히 폭격절차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 신중국과의 국경선은 총 10구역으로 설정, 각 구역 길이는 110km로 총 100개의 세부 섹터로 나눠짐.

사실, 수백 기에 달하는 각종 항공기가 이렇게 늑대무리처럼 뭉쳐서 비행하는 것은 대공 레이더에 탐지될 수 있어서 매우 위험한 비행이었다. 특히나 특히 스텔스 기능이 탁월한 주작과 흑주작의 장점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렇게 저돌적으로 뭉쳐서 비행하는 것에는 의도가 있었다.

신중국군에 대놓고 공포심과 두려움을 주기 위해서였다. 한마디로 신중국 공군전력으로 한번 막을 수 있으면 막아보라는 다소 저돌적인 행위였다.

한중전 패전 이후 예전 중국 공산정권을 그대로 계승한 신중국은 국가 경제력을 쥐어짜 군사력 증강에 집중했고 3년이 지난 지금, 예전 중국시설의 군사력까지 아니지만 대략 80%에 가까운 군사력을 보유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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