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59화 (459/605)

암살

2024년 1월 01일 04:10 (프랑스시각 2023년 12월 31일 20:10),

프랑스 오뜨비엔느 리무젱 외곽 20km(국내중앙정보국(DCRI) 비밀 안가).

지난 24일 프랑스 파리에 도착한 신바이칭은 프랑스의 국내중앙정보국(DCRI)으로부터 비호를 받으며 재키 리와 함께 플라즈마 핵심기술과 관련한 미팅을 이어갔고 지금은 이곳 리무젱 외곽의 한 비밀 안가에서 쉬고 있었다.

재키 리의 안내를 받으며 일주일 동안 유럽 여러 국가의 정부 대표와 거래를 위한 미팅을 했지만, 최종적으로 거래하고자 한 국가는 자신의 신변을 보호해준 프랑스와 가장 큰 금액을 제시한 영국으로 결정되었다.

평생 죽을 때까지 펑펑 쓰고도 남을 거액의 거래를 하루 앞두고 안가 거실에서 편안하게 소파에 누워 TV를 보는 신바이칭은 마치 세상을 다 갖은 사람처럼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프랑스로부터 미화 2억 달러에 옵션으로 완벽한 신분세탁 및 죽을 때까지의 국가 차원에서의 신변 보호를 약속받았고 영국으로부터는 미화 5억 달러를 받게 될 신바이칭은 들뜬 마음에 오늘 밤 잠이라도 제대로 잘 수 있을는지 모를 일이었다.

‘후후, 7억 달러라······. 평생 꿈에서도 만져보지 못할 금액이군.’

내일 있을 거래를 생각하니 흐뭇하기만 한 신바이칭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현재 신바이칭이 묵고 있는 비밀 안가에는 30여 명의 국내중앙정보국(DCRI) 요원들이 삼엄한 경호를 서고 있었다. 또한, 영국 정부에서도 MI6 특수요원 10여 명이 파견 와 있었다.

이렇게 양 국가로부터 국빈에 가까운 대접과 보호를 받는 신바이칭은 며칠간 프랑스 이곳저곳을 오가며 호의호식 중이었다.

“헤이 신바이칭! 내일 거래는 오후 3시로 잡혔네. 장소는 내일 오전에 알려주겠네. 그럼 푹 쉬라고”

유럽 최고의 무기 브로커인 재키 리가 소파에 벌러덩 누워 위스키를 마시고 있는 신바이칭에게 다가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후 3시? 대낮에 진행한단 말이야?”

“그게 뭔 상관이야. 범죄조직과 거래하는 것도 아니고 프랑스 정부가 공인한 탈레스 기업과 하는 건데, 뭐 무섭다고 밤에 하겠나?”

“하기야. 그렇긴 해”

탈레스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방산업체로 레이더 등 전자통신을 중심으로 이에 관련된 장비와 소프트웨어 등 IT를 기반으로 각종 무기 시스템을 개발해온 업체다.

프랑스 정부가 국가 산하 연구기관이 아닌, 일반 사기업인 탈레스 방산업체를 앞세워 최첨단 플라즈마 기술을 연구하려는 의도는 이랬다. 불법적인 방식으로 빼돌린 플라즈마 핵심기술을 비공식적으로 정부 차원에서 뒷거래로 획득하는 것이기에 향후 대한민국으로부터 이와 같은 국가 간 문제나 법적 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일반 방산업체인 탈레스를 통해 자체적인 연구와 개발로 완성했다는 이슈화로 사전에 대비하고자 했다.

“그럼, 내일 오전에 다시 오겠네. 2023년 마지막 밤, 편안하게 보내라고”

“알았네. 내일 보지!”

재키 리가 나가자 신바이칭은 느긋이 눈을 감고 앞으로 자신에게 펼쳐질 천국 같은 삶을 생각하자 자기도 모르게 입가에 옅은 미소를 흘렸다.

‘당장에 호화보트 하나 사서 1년 정도 푹 쉬어야겠군.’

그 시각, 비밀 안가 밖에서는 수상한 그림자 여러 개가 어둠 사이로 은밀히 움직이고 있었다.

튜웅! 튜웅! 튜웅! 튜웅!

소음기가 달린 권총에서 둔탁한 총성이 울릴 때마다 비밀 안가 외부에서 경호를 맡고 있던 국내중앙정보국(DCRI) 요원들이 꼬꾸라졌다.

- 여기는 블랙 원! 현관 표적 4개 클리어! 블랙 투와 함께 안으로 진입하겠음.

- 여기는 블랙 쓰리! 블랙 쓰리 역시 후문 제압 완료! 블랙 포와 2층으로 바로 진입하겠음.

- 여기는 블랙 제로! 다들 조심하라. 여기 요원들 역시 프랑스와 영국에서 내놓으라 하는 요원들이다.

- 여기는 블랙 원! 카피 뎃!

- 여기는 블랙 투! 카피 뎃!

- 여기는 블랙 쓰리! 카피 뎃!

- 여기는 블랙 포! 카피 뎃!

- 여기는 블랙 파이브! 카피 뎃!

대한민국 국가정보원의 비인가 암살조직인 블랙맘바에서도 정예 중의 정예라는 블랙팀은 지난 29일 파리에 도착한 후 대외정보국 파리 지부 요원들의 도움을 받아 신바이칭 뒤를 쫓던 중 금일 연말연시 분위기로 인해 경호가 느슨해졌다고 판단하자 즉시 신바이칭 암살 작전에 돌입했다.

검은색 바탕의 보호 슈트에 얼굴까지 검은 복면을 쓴 블랙팀 요원들은 인간이라 하기엔 엄청난 몸놀림을 보이며 안가 내부로 진입했다.

먼저 현관에서 경호하던 요원 4명을 깔끔히 해치운 블랙 원과 투 요원은 현관 안쪽에서 경호를 서던 또 다른 경호 요원 6명의 머리에 총구멍을 내고는 순식간에 해치웠다. TCS 모드 상태에서 번개 같은 움직임이었기에 나름 난다긴다하는 특수요원들도 별다른 저항도 못 하고 거실 바닥에 나뒹굴었다.

한편 후문으로 잠입한 블랙 쓰리와 포 요원은 스카이레일을 이용해 2층으로 곧바로 진입했고 거실에서 잡담을 늘어놓으며 쉬고 있는 요원 4명을 해치웠다.

그리고 블랙 파이브 요원은 비밀 안가로부터 100m 떨어진 높다란 나무 위에 올라 저격총을 지향하고는 블랙 요원들을 지원했다.

현재까지 별 무리 없이 임무를 수행하는 블랙 요원들은 1층과 2층에서 신바이칭을 찾기 시작했다.

2층 건물로 이뤄진 비밀 안가는 150평에 달하는 넓은 건물로 여러 가지 시설이 갖춰진 건물이었다.

- 여기는 블랙 원! 1층 거실에 있는 표적 5개 클리어! 1층 수색 들어가겠음

- 여기는 블랙 쓰리! 2층 거실 쪽 표적 5개 클리어! 블랙 포와 2층 수색하겠음

이처럼 블랙 요원들은 각자 주어진 경로를 따라 표적을 해치우며 블랙 제로인 팀장에게 진행 상황을 보고했다.

튜웅! 튜웅! 튜웅!

복도를 조심스럽게 걸어가는 블랙 원 앞에 방문이 열리고 건장한 요원 2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블랙 원 요원은 생각할 것도 없이 그대로 몸을 날려 뒤통수에 한방! 그리고 한 바퀴를 굴러 다른 요원 한 명의 이마 정중앙에 총알을 선물했다.

순간적으로 의문사를 당한 두 요원을 나왔던 방으로 다시금 끌고 들어간 블랙 원 요원은 탄창을 교환하고는 다시금 신바이칭을 찾아 나섰다.

이렇게 10여 분을 1층과 2층에서 블랙 요원들이 닥치는 대로 국내중앙정보국(DCRI) 요원들을 사살하며 신방이칭을 찾는 가운데, 가웃만 입은 한 동양 사내가 약간 열린 문틈으로 모습이 보였다.

이곳에 동양 사내는 신바이칭과 재키 리뿐, 하지만 재키 리는 일찌감치 머리에 총알을 맞고 저세상 사람이 되었다.

10여 분 전, 신바이칭과 인사를 하고 나온 재키 리는 개인 경호원들과 차량에 타고 비밀 안가에서 나오자마자 100m도 못 가서 블랙 파이브 요원의 저격총에 사살당했다. 당연히 함께 탔던 경호원 3명 역시 정확히 머리에 총구멍이 난 채로 말이다.

- 여기는 블랙 쓰리! 목표물 확인!

- 여기는 블랙 제로! 확실한가?

- 여기는 블랙 쓰리! 일단 사살 후 확인하겠음! 블랙 포는 엄호 바람.

- 여기는 블랙 포! 카피 뎃!

- 여기는 블랙 제로! 카피 뎃!

응접실에 들어온 신바이칭은 한 손에 위스키 잔을 들고 알 수 없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영화를 보려고 했는지 대형 TV 옆에 있는 DVD 장식장 앞에서 DVD를 고르고 있었다.

블랙 포 요원이 응접실로 들어가는 문 앞에서 복도 쪽을 감시하는 가운데 블랙 쓰리 요원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슬금슬금 다가갔다.

‘개자식! 편하게 영화라도 보게? 안됐군, 네 인생 종 칠 시간이다.’

블랙 쓰리 요원이 속으로 욕설을 뱉으며 신바이칭 뒤통수에 권총을 들이 내밀려는 그때, 반대쪽 문이 열리고 머리에 광학장비를 쓴 사내들이 쏟아져 나오며 사정없이 사격을 가했다.

타탕! 타타타타타탕! 타앙! 타타탕!

순간적인 반응으로 소파 뒤편으로 몸을 날린 블랙 쓰리 요원은 소파 밑으로 보이는 사내들의 발에 연속으로 사격을 가했다.

튜웅! 튜웅! 튜웅! 튜웅!

발목에 총알이 박히자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사내들. 그들의 정체는 영국에서 파견이나 온 MI6 특수요원들이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첩보국 요원들답게 그들은 TCS 모드의 투명상태를 볼 수 있는 광학장비를 갖추고 있었다.

한편, 갑작스러운 총성에 그대로 바닥에 누운 신바이칭은 흑호대 대장 출신답게 현재 상황을 재빠르게 인식하고는 MI6 요원들이 나왔던 방문으로 몸을 날렸다.

타타탕! 타타탕! 타타탕! 타타타탕!

블랙 쓰리 요원이 엄폐한 소파가 너덜거려질 정도로 총사례를 퍼부은 MI6 요원들은 쓰러진 동료를 부축하고는 신바이칭이 도망갔던 방으로 몸을 숨겼다.

- 여기는 블랙 제로! 블랙 쓰리, 무슨 일인가? 발칵 되었나?

- 여기는 블랙 쓰리! TCS 모드를 무력화하는 장비 착용! 대략 7명 정도임!

- 여기는 블랙 제로! 플랜 B로 넘어간다. 나머지 요원들은 블랙 쓰리 지원하도록

- 여기는 블랙 원! 카피 뎃!

- 여기는 블랙 투! 카피 뎃!

- 여기는 블랙 포! 카피 뎃!

- 여기는 블랙 포! 파이브 뎃!

★ ★ ★

2024년 1월 01일 04:25,

남주 서울특별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대통령으로부터 무제한 보복공격권을 승인받고 청와대에서 돌아온 신성용 합참의장은 몇 가지 보고를 받고는 매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첫 번째는 제8기계화보병사단(청성)의 피해 집계 현황이었다. 현재까지 보고받은 내용으로 분석하자면 2개의 예하여단이 괴멸, 그리고 사단 본부 역시 모두 전사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즉, 화상통신 당시 사단장 오종길 소장의 마지막 모습이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신중국군의 플라즈마 폭탄이 제8기계화보병사단(청성) 외에도 제25경갑보병사단(비룡)과 제75기계화경계사단(횃불) 지휘본부에도 낙탄하여 최소 50%의 전력을 상실했다는 보고였다.

이 두 가지 보고만으로도 기가 차고 분노가 치밀을 판인데 한가지가 더 있었다. 서주의 국경도시인 나진(핑두)에 플라즈마 폭탄 한 발이 떨어져 민간인 피해가 속출, 적어도 5만 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보고였다.

나진(핑두)에는 1군단 소속의 제9기계화보병사단(백마) 본부가 주둔한 도시였다. 즉, 제9기계화보병사단(백마)의 본부를 공격하기 위해 민간인 도시에 포격을 가한 것이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러시아와의 북서부전선, 신중국과의 서서부전선과 남서부전선, 이렇게 3곳에서 대규모 전면전을 치르게 되었다.

간신히 치밀어 오는 분노를 삭인 신성용 합참의장은 가장 먼저 새롭게 수립한 작전 안에 대해서 검토 및 회의시간을 가졌다.

“현재 신중국군이 몇 개의 플라즈마 폭탄을 보유했는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일단 50개로 설정하여 대응 작전 안을 수립했습니다.”

작전본부장 양민춘 중장이 단상 앞에 나와 서두를 열었다. 전쟁 발발한 지 2시간도 안 된 만큼 대응 작전 안 회의는 핵심만 얘기하는 것으로 짧게 끝났다.

“좋아! 그렇게 진행은 하되! 한 가지 더 추가했으면 하네.”

“네, 합참의장님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손을 든 신성용 합참의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다란 회의 탁자 사리로 앉아있는 참모진들을 보면서 한마디 던졌다.

“대통령님으로부터 무제한 보복공격권을 승인받았네. 그래서 말인데. 현재 수립된 작전 안은 그대로 가는 대신 현 시간부로 신중국 전 전선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을 감행하고자 하네.”

“합참의장님! 무차별적 공격이라 하시면 어느 정도를 말씀하시는······.”

양민춘 중장의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신성용 합참의장이 대답했다.

“5군 모든 전력이네.”

여기서 합참의장이 말하는 5군이라 하면 육군, 해군, 공군, 항공우주군, 전략미사일군을 말하는 것으로 대한민국 국군의 모든 전력을 의미했다.

“이거이, 합참의장님 화통하구만요. 그렇디요. 이왕 공격할 거면 화끈하게 해야디요.”

다들 놀란 가운데 윤기윤 합참차장만이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 의사를 내비쳤다.

“뭘 그렇게 다들 놀라고 그러나? 양 중장은 당장 국경선 일대의 표적 계획 수립하고 즉시 5군에 연락해서 가용한 전력 준비하라고 지시하게”

“아! 알겠습니다.”

“현재, 주요 거점을 방어하는 부대의 피해가 심각하니 국경선을 넘어들어오기 전에 확실히 타격해야지 않겠나.”

“네, 즉시 이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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