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전!
2024년 1월 01일 03:15,
남주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와대 국가위기상황센터 지하 벙커.
한러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대한민국은 그 여느 때처럼 연말연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가운데 국가위기상황센터 벙커에는 전날 11시에 NSC(국가안전보장회의)가 소집된 가운데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신중국의 침공 소식을 합동참모본부로부터 접하자 이에 주제를 바꿔 신중국 관련 대책회의로 전환했다.
사실 NSC 소집 건은 현재 국가정보원 대외정보1과에서 진행하고 있는 플라즈마 핵심기술 폐기 건과 관련된 침투 작전상황을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참으로 신중국은 하나부터 열까지 민폐만 끼치는 족속 같습니다.”
박범태 법무부 장관이 이를 갈며 속마음을 전하자, 김수겸 행정부장관 역시 주먹으로 자신의 무릎을 치며 대꾸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이번 기회에 확실히 밟아줘야지 않겠습니까?”
“당연하디요. 북경은 물론 주요 도시 모두를 쑥대밭으로 만들어야디요.”
김영철 통일정책부 장관까지 불편한 기색을 보이며 거들었다.
이렇듯 NSC 회의에 참석한 위원들은 치밀어 오는 분노를 한마디씩 내뱉는 것으로 표출했다.
“그나저나 합참과 연결해야지 않겠습니까? 대통령님!”
이윤연 국무총리가 위원들을 진정시키며 대통령에게 물었다.
“현재 합참의장이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대통령 대신 임종원 비서실장이 바로 대답했다.
“신중국까지 참전한 상황에서 합참의장이 자리를 비우고 이곳에 올 필요가 있습니까?”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이윤연 국무총리가 다시금 묻자 임종원 비서실장은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무래도 대통령님을 직접 뵙고 보고할 내용이 있는 듯합니다.”
“음, 알겠습니다.”
NSC 회의가 소집된 이후 계속해서 굳은 표정으로 일관했던 추은희 대통령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강 장관님!”
“네, 대통령님!”
“주한 신중국 대사는 조치했습니까?”
“네, 오진명 1차관이 현재 응가왕 린첸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조치했습니다.”
“오진명 1차관에게 연락해서 제 말을 토시 하나 빼지 말고 그대로 전하라고 하세요. 이번 침공은 불법적 전쟁행위이며 그에 상응하는 절대적 보복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네, 지금 연락하겠습니다.”
강경희 외교부 장관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 한쪽 편으로 걸어가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이때 출입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리고는 이내 신성용 합참의장이 회의실에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합참의장! 자리에 앉으세요.”
임종석 비서실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편 빈자리를 안내했다.
“감사합니다.”
자리에 앉은 신성용 합참의장은 모자를 벗고는 가지런히 회의 탁자 위에 올려놨다.
“그래요. 직접 보고할 내용이 뭡니까?”
“네, 대통령님! 바로 보고하겠습니다. 정확히 03시 17분, 플라즈마 증폭탄과 매우 흡사한 폭탄이 선안(친황다오)시 일대를 방어하는 6기계화보병사단에 착탄 하여 큰 피해를 보았습니다. 현재 정확한 피해 현황은 파악되지 않았으나, 사단 본부와 통신이 두절 된 것으로 봐서는 심각한 수준으로 의심됩니다.”
순간, 회의실은 얼어붙고 말았다. 다들 경악에 가까운 충격에 휩싸였는지 선뜻 누구 하나 말문을 열지 못했다. 이중 강단한 성격의 소유자인 강이식 국방부 장관만이 침착함을 유지하고는 질문을 이어갔다.
“방금, 플라즈마 증폭탄과 흡사한 폭탄이라고 했습니까?”
“네, 현재 폭발 잔상을 아폴론 정찰위성으로 확인한 결과 매우 흡사한 폭탄으로 판단됩니다.”
“그렇다면, 신중국에서 플라즈마 폭탄을 개발했다는 뜻입니까?”
“거기까지 제가 판단하기엔······.”
“개발한것이디 뭐겠습네까? 이 종간나 새끼들, 우리 기술을 빼돌려서는 끝내 개발까지 성공했구만 기래”
김영철 통일정책부장관이 미간에 잔뜩 힘을 주고는 푸념했다.
“허허, 이를 어찌합니까? 큰일입니다. 큰일이요.”
정태국 국토부 장관이 혀를 차며 한탄하자 김영철 통일정책부 장관은 조금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성토하듯 말했다.
“큰일이 날 거 없습네다. 신중국이 플라즈마 폭탄을 개발했다 치더라도 시간상으로 보자며 많아야 수십 개 정도 보유했을 것입네다. 하디만, 우리는 수백 발을 보유하고 있으며 투발 수단 역시 다양하디 않습네까? 화력전으로 승부한다면 말이디요. 게임이 되지 못 하디요.”
왠지 자신을 꾸짖듯 한 김영철 통일정책부 장관의 말투에 의기소침한 정태국 국토부 장관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그렇습니까?”
“암, 그렇디요.”
“문제는 그 한발의 위력이 핵폭탄 이상의 위력을 가졌다는 겁니다. 또한, 정확한 보유량도 모른다는 거지요. 한중전에 있어서 매우 곤란하게 되었습니다.”
국방부 장관 출신답게 강현수 안보실장의 분석은 정확했다.
“저 역시 안보실장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재래식 무기만 보유한 신중국과 보유량은 모르지만 플라즈마 폭탄을 보유한 신중국은 극과 극입니다. 단 한발에 수많은 인명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군 장성 출신의 국방부 장관과 안보실장이 현실을 직시하는 의견을 내자 이때라 생각한 신성용 합참의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대통령을 비롯한 NSC에 참석한 모든 위원의 시선이 합참의장에게 쏠렸다.
“저 역시 이러한 이유로 이곳 청와대에 직접 방문한 것입니다. 이에 대통령님께 요청을 드립니다.”
“무슨 요청인가요?”
추은희 대통령이 반문하자 신성용 합참의장은 위원들을 쓱 하니 한번 둘러보고는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신중국에 대한 무제한 보복공격을 승인해주시기 바랍니다.”
“무제한 보복공격이요?”
“네, 그렇습니다. 신중국에 대한 제한 없는 공격입니다. 불가피한 상황에선 대도시에도 플라즈마 증폭탄 공격입니다.”
“대도시에도 말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민간인 피해가 크지 않겠습니까?”
“앞서, 안보실장님과 국방부 장관께서 말했듯이 현재 신중국은 우리와 비슷한 전략급 무기를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좀 더 과감하고 강력한 화력전으로 승부를 펼쳐야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그렇지 못할 시 이번 한중전은 꾀나 난항을 겪을 것이며 혹, 우리 쪽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요청을 대통령에게 하고자 신성용 합참의장은 중요한 상황에서도 상황실을 비우고 이곳에 온 이유였다.
“음, 무제한의 보복공격이라······.”
난감한 표정으로 몇 자의 단어를 속삭이듯 읊은 대통령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자 위원들이 앞다퉈 승인해달라고 부추겼다.
“대통령님 뭘 망설이십네까? 당장 승인해 주시라요.”
“네, 맞습니다. 승인해주시기 바랍니다.”
“대통령님 우리에겐 명분이 있습니다. 자국을 침공한 적국에 자비란 없습니다. 확실한 응징을 보여야 합니다.”
NSC 위원들은 성토하듯 대통령을 자극했다. 그런데도 잠시간 묵묵히 생각에 잠겼던 추은희 대통령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합참의장!”
“네, 대통령님!”
“무제한 보복공격에 대해 승인하겠습니다. 또한, 앞으로 신중국과의 전쟁에 관해서는 합참의장에게 모든 전권을 위임합니다. 즉 선조치 후보고하세요.”
이때 강현수 안보실장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대통령님 전권 위임까지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추은희 대통령은 단호히 안보실장의 의견을 제지했다. 사실 추은희 대통령은 여성 대통령답게 평소에는 온화하고 상냥했지만, 뭔가 중요한 결단을 내릴 때는 남자 못지않은 강단을 보여주곤 했다.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이었다.
“감,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신성용 합참의장이 고개를 숙여 승인요청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합참의장!”
“네, 대통령님!”
“제가 승인한 것은 합참의장을 믿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인지 잘 아시겠죠?”
“네, 무슨 의미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요.”
신중국과의 문제를 일단락 지은 추은희 대통령은 고개를 돌려 통화를 마치고 자리에 앉아있는 강경희 장관을 재차 불렀다.
“강 장관님!”
“네, 대통령님!”
“번거롭게 해서 미안하군요. 1차관에게 다시금 전달하세요.
“네, 무슨 말을 전할까요?”
강경희 장관의 대답에 추은희 대통령의 얼굴은 결의에 찬 목소리로 힘입게 말했다.
“현 시간부로 응가왕 린첸 대사를 비롯한 신중국 대사관과 모든 영사관 직원들을 즉시 추방 조치하며 자국 내 신중국 국적자 역시 48시간 안에 자국으로 돌아갈 것을 명합니다. 만약 48시간 안에 자국으로 돌아가지 않은 신중국 국적자가 있다면 이유 불문 불법체류자로 분류하여 구금 조치하겠다고 전하세요.”
추은희 대통령의 조치는 매우 강경했다.
“네, 그렇게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신중국 내 한국 국적자 모두 48시간 안으로 본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외교부에서 신경 써 주세요. 모든 민항기를 차출해서라도 말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이후 신중국과의 전쟁 관련 회의는 10분간 더 진행되었고 이후 신성용 합참의장은 합동참모본부로 돌아갔다. 이에 NSC 회의는 다시금 플라즈마 핵심기술 폐기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대외정보1과 관련 주제로 바뀌었다.
앞선 회의에서 얼굴을 들지 못한 채 한마디도 못 했던 국가정보원 이영진 국장이 진심 어린 말투로 대통령에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대통령님! 저희가 제때 일 처리를 하지 못해 이러한 불상사가 발생했습니다.”
“죄송하다니요. 갑자기 무슨 말인가요? 그리고 무슨 일 처리를 하지 못했다는 겁니까? 혹시 신중국의 플라즈마 폭탄 얘기인가요?”
이에 이영진 국정원장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국정원장님! 타국에서 고생하는 부하들의 노고를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국정원 직원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도 목숨 걸고 침투 작전을 펼치고 있지 않습니까? 다시는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허허! 국정원장답지 않게 자꾸 왜 그러십니까? 자꾸 그러면 화냅니다.”
추은희 대통령은 진심으로 정색했다. 이에 이영진 원장은 마지못해 알았다는 대답을 했다.
“그나저나 현재 대외정보1과 상황이 매우 궁금하군요.”
“그럼 대외정보국과 연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요. 연결해보세요.”
현재 국가정보원의 대외정보국 상황실에서는 총장비부 비밀연구소에 침투한 대외정보1과 요원들이 몸에 장착한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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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01일 03:55 (신중국시각 02:55),
신중국 톈진시 베이천구 공업단지 15구역(하이싼 공장 안).
총장비부 비밀연구소에 침투에 성공한 지 언 1시간과 30분이 지난 지금, 남궁원 과장은 제일 먼저 내부회선망을 이용해 보안시스템 해킹에 들어갔다. 매우 복잡하고 최첨단 보안시스템이라 남궁원 과장은 1시간이 지나서야 해킹에 성공, 이후 내외부 출입문 컨트롤 권한을 획득할 수 있었다.
이에 현지시각 2시 10분에 알파 원과 투가 추가로 비밀연구소에 침투 성공, 이후부터 남궁원 과장은 본격적으로 플라즈마 핵심기술과 관련한 모든 자료를 완전폐기하기 위해 이번엔 내부 서버망에 접속했다.
한편 이자성 과장과 요원들은 플라즈마 핵심기술를 연구하는 연구소나 아니면 관련된 시설물을 찾아다녔고 일부 연구 시설물에는 다이너마이트보다 20배 이상의 폭발력을 가진 M2-kill이라는 폭탄을 여기저기 설치를 했으나 축구장 서너 배에 달하는 넓이의 지하 비밀연구소 곳곳에는 TCS 모드 상태에서도 발각될 수 있는 최첨단 보안장치인 행동인식 센서가 사방에 설치되어 있었다. 공기의 흐름은 물론 작은 진동까지 감지할 수 있는 최첨단 행동인식 센서로 인해 대외정보1과 요원들의 움직임은 매우 더디었고 이로 인해 많은 시간을 소모하고 있었다.
“제발 좀 나와라. 나와!”
어두컴컴한 어느 연구실 한쪽 벽에 기대어 내부랜선과 연결한 노트북과 1시간 동안 씨름하던 남궁원 과장은 소리 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키보드를 두드리며 주문을 외우듯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엄청난 미로 형식으로 얽히고설킨 내부 서버망을 돌아다니며 폴더 하나하나를 직접 확인하던 남궁원 과장은 가끔 2인 1조로 돌아다니는 보안직원들로 인해 급히 숨느라 초긴장 상태였다.
“대체 이 자식들은 상해 지하철 노선도도 아니고 뭘 이리 복잡하게 만들었어!”
이때 숙소에서 남궁원 과장을 지원하는 특수보안팀 소속 나성현 대리가 기쁜 소식을 알려왔다.
- 여기는 부라보 원! 부라보 제로 나와라. 이상!
“여기는 부라보 제로! 뭔가라도 찾았나?”
- 흐흐흐, 찾았습니다. 13번 서버, D 드라이브, 251AZXX 폴더, 폴더 암호는 ChineseIdeology으로 안에 있는 폴더 중 Plasma 폴더입니다. 그런데 Plasma 폴더 역시 이중으로 암호가 걸려 있습니다. 이 부분은 실력 좋으신 부라보 제로가 해결해 주세요. 이상!
“오! 수고했어 나 대리!”
- 아! 나 대리가 아니고 부라보 원입니다.
항상 숙소에서 컴퓨터와 씨름만 하던 나성현 대리는 블랙 요원들처럼 각자의 닉네임으로 통신을 주고받는 게 신기하고 재밌는 듯했다.
“알았다. 부라보 원! 폴더 비밀번호는 내가 풀게. 부라보 원은 부라보 투와 함께 알파팀을 지원하도록, 이상!”
- 부라보 원! 라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