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57화 (457/605)

확전!

2024년 1월 01일 03:10 (신중국시각 02:10),

신중국 허베이성 푸닝현 남서단 20km 지점(제40집단군 제11포병여단).

사전에 약속된 공격 일시에 대대적인 포격을 가하기 시작한 신중국군, 그 중 제40집단군 소속의 제11포병여단은 침묵을 지키며 대기 중이었다.

“아직인가?”

올해 들어 가장 심각한 황사와 미세먼지 탓에 십 미터도 보이지 않은 진흙 같은 새벽 시간에 지휘장갑차에서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던 류자후이 대교가 슬쩍하니 자신의 손목시계를 보고는 작전참모 진위청 중교에게 물었다.

“네, 아직 집단군사령부에서 공격 명령이 하달되지 않았습니다.”

이때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는 속담처럼 집단군사령부로부터 공격 명령이 떨어졌다.

“사령부로부터 명령입니다. 사전에 입력한 제원 그대로 현 시각 포격을 시작하라는 명령입니다.”

통신장교가 큰 소리로 보고했다.

“드디어 때가 왔군! 앞으로 1분 후 각 대대는 사전 작전 안대로 TOT 사격을 시작한다.”

“네, 알겠습니다.”

류자후이 대교의 명령이 떨어지자 작전참모 진위청 중교는 예하 포병대대와 연결된 수화기에 대고 공격 명령을 하달했다.

이에 71포병대대를 제외한 나머지 6개 포병대대는 1분 후 동시다발적인 TOT(Time On Target) 사격을 시작했다. 고막을 찢을 듯한 포성이 일제히 울리기 시작했다.

TOT 사격이란 같은 시각 한 지점에 대량으로 포탄을 착탄 시키는 포병사격 전술로 제11포병여단의 6개 포병대대는 장약과 사격시각, 그리고 사각 조절을 통해 TOT 사격을 가했다.

엄청난 양의 포탄이 포물선을 그으며 한 방향으로 날아가자 국경선 일대에서 경계 임무를 수행하던 C-1000 해태 무인경계로봇이 요격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동시다발적으로 날아가는 각종 구경의 포탄을 모조리 요격하기엔 무리였다. 하물며 국경선을 넘어 날아오는 신중국군 포병의 포탄은 제11포병여단에서 발사한 포탄만 있는 게 아니었다. 7개 집단군의 모든 포병부대에서 각종 구경의 포탄을 발사하고 있었다.

국경선 상공에는 끊이지 않고 수많은 섬광이 번쩍였다. 하지만 황사와 미세먼지로 인해 인간의 육안으로 식별할 수 없었다. 만약에 달빛이 비치는 맑은 날씨였다면 마치 폭주 터지듯 화려한 불꽃 쇼가 연출되었을 듯했다.

몇백 미터 간격을 두고 경계 임무를 수행하던 제75기계화경계사단 355경계대대 소속의 C-1000 해태 무인로봇은 분주하게 움직이며 날아오는 적 포탄을 요격하던 중 제11포병여단에서 발사한 포탄까지 추가로 요격하느라 매우 분주했다.

12mm 레이저 벌컨 빔은 70도에 이르는 고각도를 유지한 채 보이지 않은 상공을 향해 빛줄기를 뿌려댔고 좌우에 장착된 9연장(3*3) 발사관 역시 하늘을 향해 지향하고는 연거푸 50mm 다중목적복합탄인 흑룡 미사일을 발사했다.

푸른빛을 발산하며 날아가는 흑룡 미사일은 대부분 MRLS포병대대에서 발사한 로켓탄을 요격했고 12mm 레이저 벌컨 빔은 자주포 포탄을 요격했다.

문제는 날아오는 적 포탄의 수량이었다. 해태 무인로봇 한 대가 무장한 흑룡 미사일 18개는 빠르게 소진되고 말았다. 이제는 오직 12mm 레이저 벌컨 빔만으로 끊이지 않고 날아오는 적 포탄을 요격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355경계대대에는 경계중대의 해태 무인로봇 말고도 중대본부 소속의 비호와 천마가 편제되어 있었으나 이들 역시 요격범위를 웃도는 적 포탄 수량에 손을 들고 말았다. 이에 요격 화망을 벗어난 포탄들이 하나둘 아군 진형에 착탄 하기 시작했다.

TOT 사격을 시점으로 포격에 들어간 제40집단군 직할포병부대인 제11포병여단은 진지 이탈 없이 계속해서 포격을 가했다. 그리고 드디어 플라즈마 포탄을 장착한 71포병대대에서도 포격을 시작했다.

273mm 8연장 MRLS 18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엄청난 포성을 울리며 로켓탄이 발사되었다. 10초도 안 되어 총 144개의 273mm 로켓탄이 발사관을 빠져나와 40도에 가까운 기울기로 북동쪽 상공으로 날아갔다. 144개의 273mm 로켓탄에는 플라즈마 폭탄을 장착한 2발의 로켓탄이 섞여 있었다.

★ ★ ★

2024년 1월 01일 03:20,

남주 서울특별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러시아군의 총공세에 맞물려 기습 공격을 감행한 신중국군에 대한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현재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에는 합참의장을 비롯해 모든 참모진이 참석한 상태였다.

또한, 3번 스크린에는 신중국의 국경선 일대를 책임지고 있는 제5군단장 김일진 중장이 화상통신을 위해 모습을 비치고 있었다.

“내래 이럴 줄 알았어야. 이 신중국 간나새끼들 근래 수상쩍다 했더니만, 이렇게 사고를 치는구만 기래. 이번 기회에 확실히 구석기 시대로 만들어야갔어.”

조금 전, 사령 임무를 교대하고 숙소로 돌아갔던 합참차장 윤기윤 대장이 온갖 인상을 쓰며 일갈했다. 그러자 나머지 여러 장성도 고개를 끄떡이거나 크지 않은 목소리로 맞장구를 쳐줬다.

“김 중장! 현재 군 상황은 어떤가?”

그런 사이, 상황실에 들어와 가장 먼저 제5군단장을 호출하라는 명령을 내린 신성용 합참의장이 김일진 중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에 화상통신 상태로 대기하고 있던 김일진 중장이 목소리에 힘주어 말했다.

“현재 동시다발적인 신중국군의 포격이 가해지고 있으나 각 구역을 담당하고 있는 기계화경계부대에서 최대한 요격 중입니다. 하지만, 적 포탄 수량이 생각 이상으로 많아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대포병 포격을 가함으로써 그 피해는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며 포격 대상의 부대들 역시 현 주둔지를 신속하게 이탈 중입니다.”

패기 있는 김일진 중장의 대답에 신성용 합참의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추가 질문을 했다.

“적 주공의 공격 루트는 어떻게 되는가?”

김일진 중장은 막힘없이 대답을 이어갔다.

- 현재 파악한 적 주공부대는 총 3개로 첫 번째 주공부대는 40집단군으로 발해만 해안가에 근접한 선안(친황다오) 방향으로 진공 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에 6기계화보병사단이 방어할 예정입니다. 두 번째 주공부대는 39집단군으로 S252 도로와 연결된 성원(칭룽)으로 진공 할 것으로 예상, 이에 3기갑사단이 성원 쪽으로 긴급 기동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이에 3기갑사단의 방어 거점을 8기계화보병사단이 대신하기 위해 오선(진저우)에서 오선-선안 고속도로를 이용해 이동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주공부대는 16집단군으로 현재 G45 고속도로와 S253 도로를 이용해 진공 할 것으로 예상하여 1군단 1기갑사단에 지원 요청을 한 상태입니다.

“음, 적절한 대응이야. 문제는 후공 부대로 볼 수 있는 38집단군과 27집단군이 걱정되는군. 그 부분은 합참에서 대응전략을 세우긴 하겠지만, 그때까지 김 중장이 수고해주게.”

- 네, 알겠습니다.

김일진 중장의 대답이 끝나자 신성용 합참의장은 제5군단 소속의 제6기계화보병사단(청성) 오종길 소장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제6기계화보병사단(청성)은 김일진 중장이 앞서 말한 신중국군의 첫 번째 주공인 제40집단군의 진공을 막아야 하는 매우 중요한 부대였다.

“오 소장!”

- 네, 6사단장 소장 오종길!

“내 생각에는 40집단군의 공세가 매우 거칠 거로 생각하네. 또한, 후공 부대인 27집단군까지 합류한다면 더욱 그렇겠지, 국경선에 75기계화경계사단이 막고 있다지만, 300km를 책임지고 있는 경계사단이 한곳으로 집중해서 밀고 들어오는 부대를 막는다는 건 어불성설이야. 이에 자네 사단의 임무가 막중하네.”

- 합참의장님께서 걱정하지 않도록 적 진공 부대를 기필코 막아내도록 하겠습니다.

당찬 목소리로 오종길 소장이 대답했다.

“그래, 자네만 믿겠네, 합참에서도 모든 전력을 총동원하여 지원하도록 하겠네.”

-네, 알겠,

찌지지지직! 찌지직!

순간, 오종길 소장의 모습이 지직거림과 동시에 분할 된 화면에서 사라졌다. 이에 당황한 상황실장이 다급히 통신담당 오퍼레이터 쪽으로 다가가 물었다.

“뭔가? 통신 장애가?”

통신담당 오퍼레이터는 콘솔을 조작하더니 이네 자신 없는 말투로 대답했다.

“강력한 자기장이 발생하여 통신이 끊긴 듯합니다.”

“자기장 발생이라니? 그렇다고 통신이 끊긴단 말인가?”

이때 오종길 소장에 이어 다른 지휘관들의 화면도 하나둘 꺼지기 시작했다. 이에 상황실은 어수선해졌다. 지금까지 화상통신을 하면서 통신장애로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당황한 상황실장 나경현 소장은 중위 계급장의 오퍼레이터에게 질타 섞인 목소리로 다그쳤다.

“다시 연결해봐! 어서!”

“현재 위성 통신 라인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봐서는 현지 사정 문제로 보입니다.”

몇 번이고 콘솔을 조작하여 통신 접속을 시도했지만, 통신이 두절 된 쪽에서 응답이 없는 상황이었다.

이때, 스크린 화면 내에서 김일진 중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바뀌더니 암울한 보고를 했다.

- 현, 현재 6기계화보병사단이 전개한 지역에 마치 핵폭탄과 같은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는 보고입니다.

신성용 합참의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되물었다.

“핵폭탄이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

- 현재, 자세한 상황은 알 수 없으나, 인근 예하부대에서 온 보고에 의하면 6기보사가 전개한 지역에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거대한 버섯구름이 피어올랐다고 합니다.

청천벼락 같은 보고에 작전본부장 양민춘 중장은 통신장교에게 다가가 지시했다.

“해외정찰국 연결해서 당장! 8기보사가 전개한 지역을 촬영하여 상황실로 전송하라고 하게”

잠시 후 4번 스크린에 정찰위성으로부터 촬영된 광경이 펼쳐졌다. 순간 상황실의 모든 사람은 일제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4번 스크린에 보인 광경은 끔찍했다. 엄청난 폭발이 있었는지 거대한 버섯구름이 상공 수백 미터까지 피어올랐고 폭심지 주변 일대는 마치 지각변동이 일어나듯 지변이 솟구쳐 올랐고 틈 사이로 붉은 화염이 마그마처럼 이글거렸다.

“저, 저게 뭐네? 마치 플라즈마 증폭탄에 맞은 광경이 아니네?”

윤기윤 대장이 놀란 나머지 손가락으로 4번 스크린을 가리키며 말했다. 상황실은 순간적으로 얼어붙고 말았다.

“대체! 이런 일이? 어째서 저런 폭발이 우리 아군 지역에······.”

반경 8km 이내가 증발하다시피 한 참혹한 광경에 신서용 합참의장 역시 자리에서 일어선 채 굳은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는 뭔가 생각이 났는지 자리에 철퍼덕 앉으며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

‘신중국 놈들이 빼돌린 플라즈마 핵심기술로 증폭탄을 개발했구나······.’

우진길 교수의 플라즈마 핵심기술 유출사건은 S급 기밀사항으로 합동참모본부에서는 유일하게 신성용 합참의장만 알고 있는 비밀이었다.

“잘 듣게! 아무래도 신중국에서 플라즈마 증폭탄과 같은 폭탄을 개발한 듯하네.”

“네? 합참의장님! 그게 무슨 말씀인지. 어떻게 신중국에서 그런 무기를 개발할 수 있습니까?”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은 김용현 대장이 반문하자 신성용 합참의장은 깊이 한숨을 내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도 부정하고 싶지만, 스크린에서 보듯 사실이지 않나? 이로 인해 현재 방어 작전 안을 전면 수정해야 할 듯싶네. 김 중장!”

- 네, 합참의장님!

“자네는 8기보사 상황을 최대한 빨리 확인해보고 나머지 예하부대에는 대대급 이상의 규모로 전개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리게”

- 네? 그렇게 되면, 적 주공을 막기가······.”

“적 주공부대는 일차적으로 공군과 항공우주군을 통해 대대적인 보복공격을 감행할 것이네. 그러니 일단, 국경선 일대의 모든 부대에 그렇게 명령을 내리고 무엇보다 8기보사 피해 상황을 확인하게.”

- 네, 알겠습니다. 충성!

스크린에서 김일진 중장의 모습이 사라지자 신성용 합참의장은 참모진들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힘주어 말했다.

“윤 대장은 상황실 통제하시고 김 대장은 모든 참모진과 함께 신중국군이 플라즈마 증폭탄을 보유했다는 가정하에 방어 작전 안을 다시금 수립하게.”

“그럼, 합참의장님께서는?”

김용현 대장이 묻자 신성용 합참의장은 모자를 바르게 쓰고는 대답했다.

“난, 청와대 좀 갔다 오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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