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황사
이자성 과장은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이마에 손을 갖다 대고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 일단, 알파 원과 투는 다른 통로가 있는지 확인해봐! 보안 시스템 조심하고
- 네, 알겠습니다.
두 과장의 대화를 듣고 있는 2팀은 새로운 통로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음, 뭔 좋을 수가 없을까?’
한쪽 벽에 기대어 사무실 주변을 살피던 남궁원 과장은 천장에 달린 화재경보기를 확인했다. 그 순간, 머릿속에 한가지 묘수가 생각났다.
- 이 과장!
- 응?
- 저번 북경에서 ‘토끼굴 연기 피우기 작전’ 기억하지?
- 당연히 기억하고 있지!
- 여기서도 그 작전을 써보자!
- 오! 들어갈 수 없다면 끌어내 보자는 거군?
- 그렇지!
이때 무음성 통신을 듣던 알파 투 팀장인 박기웅이 끼어들었다.
- 저희는요? 다시 그쪽으로 넘어갈까요?
- 아니, 사람이 많으면 혹, 경비원들이 눈치챌 수 있으니 우리 먼저 들어가 볼게
- 네, 알겠습니다.
- 일단 다들 책상 밑이나 숨을 곳으로 엄폐해봐!
TCS 모드로 투명상태였지만, 만에 하나 들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요원들을 서랍 주위에서 물러나게 했다. 그리고 자신 또한 CC 카메라의 사각지대에 있는 책상 밑에 놓인 컴퓨터의 랜선을 뽑고는 자신의 노트북에 연결했다.
- 잠시 후에 화재경보기가 울릴 거야. 놀라지 말도록
닥닥닥닥! 다닥! 다다다다닥!
무음성 통신으로 요원들에게 주의를 시킨 남궁원 과장은 현란한 손놀림으로 노트북 키보드를 치웠다. 그리고 몇 분 후 남궁원 과장은 살짝 미소를 머금고는 엔터 키를 눌렀다.
순간, 사무실 천장에 달려있던 화재경보기에서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띠리리리리리리링~
“뭐야? 화재야?”
일 분도 안 되어 경비원들이 각자 손에서 소화기를 들고 사무실에 들이닥쳤다.
“무슨 일이야? 어디야?”
“불난 곳이 없잖아? 고장인가?”
소화기를 들고 사무실 이곳저곳을 살핀 경비원들은 계속해서 울려대는 화재경보기를 보고는 어디론가 무전을 보냈다.
“1-5 사무실 화재 이상 없음, 경보기 꺼!”
“괜히 놀랐잖아! 제길!”
경비원들이 잡담을 나누는 가운데 위장된 서랍에서 기계음이 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좌우로 갈라졌다.
위이이잉!
서랍이 좌우로 갈라지자 실드글라스로 확인했던 철문이 보였고 그 철문 역시 잠시 후 옆으로 부드럽게 열리기 시작했다.
“뭔가?”
열린 철문 안에서 중무장한 군인 여러 명을 대동한 사내가 뒷집을 쥐고는 일갈했다.
“아! 화재경보기가 오작동을 일으킨 듯합니다.”
경비원은 그 사내에게 쩔쩔매며 보고했다.
“오작동? 다른 수상한 건 없고?”
“네, 없습니다.”
“이런 적이 없었는데? 전 직원 모두 호출해서 공장 내 수색해봐! 뭔가 불길해!”
“네, 알겠습니다. 두춘 중교님!”
둔춘 중교라 불리는 사내는 비밀 연구소의 보안을 책임지고 있는 장교였다.
- 이 과장! 이때야. 들어가자고!
책상 밑에서 숨죽여보던 남궁원 과장이 무음성 통신으로 말했다.
- 오케이, 사람들이 많으니까 조심해서 들어가자고. 알파 원과 투는 어쩌지?
- 일단 우리가 들어가서 여는 방법을 알아낸 다음 들여보내야지 않겠어?
- 좋아! 나 먼저 들어간다. 따라 들어와!
사무실 뒤편 책상 밑에서 숨어있던 이자성 과장이 최대한 발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하자 뒤이어 알파 제로 요원들도 뒤따랐다.
철문 안쪽은 기다란 통로가 펼쳐져 있었다. 대략 30m에 달했고 천장 사방에는 조금씩 돌아가는 CC 카메라 여러 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일단 철문 안으로 들어와 최대한 벽에 붙어서 숨죽이며 상황을 지켜보는 가운데 둔춘 중교는 몇 가지 더 지시를 내리고는 부하들과 함께 철문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자 철문은 작은 기계음을 내며 굳게 닫혔다.
몇 분이 흐르고 반대편 통로로 걸어간 둔춘 중교 일당이 사라지자 남궁원 과장과 이자성 과장 요원들은 본격적인 임무에 들어갔다.
- 자네는 알파 투와 쓰리가 들어올 방법을 찾아봐 줘! 우리는 플라즈마를 연구하고 곳을 찾아볼게. 오 대리는 남궁 과장과 함께 움직여.
- 아냐, 지금 사람도 부족한데 혼자 움직일게.
- 혼자 괜찮겠어?
- 허허, 너는 내 걱정 좀 하지 말고 임무 완수에 신경 쓰라고.
- 알았다. 알았어. 움직이자!
이자성 과장과 요원들이 먼저 둔춘 중교가 걸어갔던 기다란 통로를 따라 은밀하고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혼자 남은 남궁원 과장은 철문을 여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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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01일 02:30,
남주 서울특별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29일 자정을 기해 제야강 도하에 들어갔던 제7기동군단은 부레야강 도하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군단 전력을 총동원하여 도하에 들어갔다.
먼저 군단 직할부대인 7중갑강습여단은 국경선 근접 도시인 블라고베셴스크에 강하 후 도시 내 혼란을 일으키는 기습 공격에 들어갔다. 이에 시내 곳곳에서 책임 구역을 방어하려던 제35군 소속의 제371전차연대, 제921포병연대 그리고 제75로켓여단은 공중강습에 대해 대비를 하지 못했는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이에 별다른 활약도 못 하고 큰 혼란에 빠지자 수도기갑사단(맹호)은 그 틈을 이용해 신속하게 제야강 도하에 성공했고 곧바로 블라고베셴스크 시내로 진입했다.
블라고베셴스크에는 제35군 소속 부대 말고도 동원된 예비사단이 4개나 있었지만, 대부분 보병 편제였기에 중갑을 두르고 지상으로부터 10여 미터까지 날아다니며 레이저 벌컨 빔으로 공격하는 7강갑강습여단 중갑병에겐 상대가 되지 못했다. 이에 보병 편제의 동원예비사단은 이렇다 할 저항도 하지 못하고 무너졌고 정확히 28시간 만에 인구 21만 명이 사는 블라고베셴스크 시청에 태극기와 수도기갑사단(맹호)기 펄럭였다. 더불어 주변 일대의 크고 작은 도시도 수도기갑사단(맹호)에 연달아 점령당했다.
한편, 벨로고르스크에 이어 세리쉬바를 걸쳐 스보보드니 방향으로 진공했던 제20기갑사단(결전)은 제17항공단 소속의 FAH-91SP 송골매 공격헬기 32기의 화력지원을 받으며 대대적인 도하에 들어갔으나, 수도기갑사단(맹호)과는 다르게 제20기갑사단(결전)은 생각 이상으로 고전했다.
32기에 달하는 FAH-91SP 송골매 공격헬기가 쉬지 않고 주둔기지를 오가며 자상을 향해 화력을 쏟아내고 후방에서 사단포병이 가공할 포격을 가했지만, 제야강 너머에 전개된 제35군과 제36군 응전도 만만치 않았다.
꽁꽁 얼어붙은 제야강을 도하 하는 제20기갑사단(결전)의 K-3 백호 전차와 K-23P 현무 보병전투장갑차에 제2친위전차연대 소속의 T-14B 아르마타 전차 100여 대가 FAH-91SP 송골매 공격헬기의 공격에도 물러섬 없이 16MJ급 레일건을 발사하며 도하를 저지했다.
그리고 제192차량화소총병사단 소속의 각종 장갑차에서 여러 구경의 기관포와 대전차미사일을 비 뿌리듯 쏟아냈다. 그리고 제71방공여단과 제164친위방공로켓연대에서도 FAH-91SP 송골매 공격헬기를 상대로 지대공 미사일과 대공포를 발사했다. 더불어 후방 20km 지점에 곳곳에서 방열했던 제192차량화소총병사단 소속의 포병부대와 제921포병연대 그리고 50km 후방에서는 제153로켓여단이 지대지미사일을 쉬지 않고 발사했다.
즉각적인 제20기갑사단(결전) 포병사단의 대포병 사격에도 포병전술에 따라 진지 이탈을 하지 않고 마치 사생결단이라도 하듯 쏟아지는 포화 속에서도 끝까지 포격을 멈추지 않았다.
아마도 총참모부에서 내려진 명령 때문인 듯했다. 총참모부는 제35군과 제36군 사령관에게 이곳 제야강 방어선마저 무너져 자바이칼 지방 국경선 일대에서 대대적인 반격을 준비하고 있는 제29군, 제41군, 제2군의 측면이 노출되어 자칫 러한전에 있어서 패전할 수 있다며 어떻게든 방어하라는 특명을 내렸었다.
이에 제35군과 제36군 사령관은 모든 예하부대 지휘관에게 철수나 퇴각은 절대 없으니 목숨을 다해 방어하라는 명령이 내려진 상태였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뒤이어 도하를 시작한 제77기계화보병사단(극진)도 제36군 예하부대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히면서 하루면 방어선을 돌파할 것으로 생각했던 합동참모본부의 계획은 틀어졌고 3일째인 어제 오후가 되어서야 제야강 서북단 너머를 모두 점령하게 되었다.
수립된 작전보다 2일 더 소모된 대규모 교전이었지만, 다행히 제7기동군단의 피해는 생각보다 적었다. 러시아군 2개 군을 완전히 섬멸한 전과를 올린 상황에서 아군 피해는 전사자 11명 부상자 89명이었다. 전사자는 대부분 적 포병부대의 집중포화를 받은 장갑차 부대에서 발생했다.
이렇듯 목숨 건 러시아군의 방어선을 3일 만에 돌파하고 현재 자바이칼 지방 국경선 일대에 전개하여 전력을 키우고 있는 러시아군 3개 군의 측면을 공격하기 위해 선봉 부대인 제20기갑사단(결전)은 M58 도로를 따라 막 노보포카로브카를 지나치고 있었다.
“음, 20사단이 생각 이상으로 빠르게 진공하는군!”
상황실 중앙 자리에 앉아 팔짱 낀 채로 제20기갑사단(결전)의 이동 현황을 실시간으로 표기된 중앙 스크린을 보던 김용현 합참차장이 걱정된다는 듯 말하자 금일 상황실 당직 부사령인 정보본부장 오동원 중장이 대꾸했다.
“기존 작전 계획보다 이틀이나 늦어져서 서두르는 듯합니다.”
“그건 아네만, 저렇게 빠른 기동을 보이다가는 자칫 매복부대에 피해를 보지 않을까 해서 말이야.”
“하하, 우리 합참차장님 걱정도 필자십니다. 아폴론 7호가 전담으로 20사단 앞을 정찰해주고 있지 않습니까? 또한, 20사에서도 각종 정찰전력을 총동원해서 개미 새끼 한 마리 모두 확인하고 있을 겁니다.”
정보본부장 오동원 중장 말대로 CS-SS 아폴론 정찰위성 7호는 제7기동군단에 전속되어 모든 정찰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다. 또한, 군단 본부와 사단 본부에서도 무인정찰기와 정찰드론을 이용해 반경 100km 내 모든 상황을 실시간으로 정찰 중이었다. 한 마디로 제20기갑사단을 비롯해 제7기동군단을 매복하여 공격한다는 건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웠다.
“노파심이네. 노파심. 이거 늙으니 걱정만 느는군”
“하하, 늙다니요. 무슨 그런 말씀을······.”
김용현 합참의장과 오동원 중장은 육군사관학교 3기 차이 선후배이자 육군본부에서 수년간 함께 복무한 터라 유난히 가까운 사이였다. 이에 농담 섞인 대화가 오가는 가운데 갑자기 통신담당 오퍼레이터들이 분주해졌다.
“뭔가? 무슨 일인가?”
한꺼번에 밀려오는 통신에 불길함을 느낌에 김용현 합참차장이 통신담당쪽 오퍼레이터들을 보며 물었다. 이에 선임인 오퍼레이터가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현, 현재 북서단 국경선에서도 러시아군의 총공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보고입니다.”
“드디어 러시아가 반격을 시작한 모양이로군.”
“비상 호출할까요?”
“아니, 러시아 총공세는 예상하지 않았나? 제야강 방어선이 뚫렸으니 러시아로서는 더 늦기 전에 반격을 가한 거겠지!”
손짓으로 됐다는 동작을 취한 김용현 합참차장은 대신 현재 러시아의 반격을 방어하는 제6군단장을 호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잠시 후 명령을 받은 오퍼레이터의 콘솔 조작에 3번 스크린에서 제6군단장 최배근 중장이 방탄모를 쓴 상태로 모습을 보였다.
- 충성! 6군단장 최배근입니다.
“그래, 최 중장! 상황은 어떤가?
- 네 현재 250km에 이르는 모른 국경선에서 러시아군의 진공이 시작되었습니다. 첫 공격시각은 현지시각 공두시이며 현재까지 파악한 정보로는 제29군 독립군단 소속 제27기갑사단과 제55차량화보병사단, 그리고 11기갑사단이 1차 주공으로 확인되었으며 2차 주공은 극동군구의 직할인 붉은기갑군단입니다.
“최 중장! 긴급하게 지원해줄 부분은 없나?”
- 없습니다. 일단 사전에 계획했던 작전 안대로 방어해보겠습니다.
“그래, 계획안대로 12시간만 막아주게나. 혹, 합참에서 지원할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하게나.”
- 네, 알겠습니다. 충성!
“그럼, 다시 연락함세”
- 충성!
제6군단장과 화상통신이 끝나자마자 오퍼레이터로부터 청천벽력같은 보고에 올라왔다.
“합참의장님! 현재 신중국 국경선 일대에서 대규모 공격이 가해지고 있다는 보고입니다. 모든 전선에서 보고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뭐! 신중국? 이 빌어먹을 중국인 새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