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황사
2023년 12월 31일 23:30 (신중국시각 22:30),
신중국 톈진시 허베이구 어느 모텔(대외정보1과 임시숙소).
며칠간 이곳 하이싼 공장 주변을 감시하며 빈틈없이 스캔한 정보를 가지고 내부 침투 계획을 수립한 대외정보1과와 남궁원 과장은 31일 자정을 기해 내부 침투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에 들어갔다.
이들의 임무는 플라즈마 핵심기술에 대한 완전폐기와 중요 연구시설에 대한 폭파였다. 사실 이러한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내부 시설에 대한 완벽한 정보를 획득한 후 내부 침투 경로를 설정해야만 했다. 하지만 현재 파리에서 플라즈마 핵심기술 복사본이 서방 국가와의 거래 시도가 있다는 정보를 전해 들었기에 침투 계획을 앞당길 수밖에 없었다.
“자기야! 미안해! 연말에 혼자 남기게 해서!”
- 괜찮아! 그것보다 몸은 어때? 다친 데는 없지?
“당연하지! 맨날 숙소에서 컴퓨터 가지고 일하는데 다칠 일이 있겠어?”
- 그래! 숙소에서 얌전히 컴퓨터로만 일하다가 돌아와! 언제 돌아오는지는 계획 없지? 대략이라도
“아직은······. 그래도 1월 중순 안으로는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데?”
- 정말?
“응! 결정된 건 아니지만, 현재 상황으로써는 그래.”
- 좋아! 좋아! 그때까지 무리하지 말고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와!
“알았어! 회사는 어때?”
- 호호, 왜 안 물어보나 했네요. 잘 돌아가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 근데 나 회사경영에도 소질이 있나 봐!
“우리 자기가 못 하는 게 어딨어? 그냥 이번 기회에 완전히 사표 내고 회사 이사로 들어오는 건 어때?”
- 대표이사 아니면 안 해!
“하하, 그래 자기가 대표하고 난 없을 게···. 오케이?”
- 어머나! 당기는데? 그건 와서 얘기해!
“그래! 알았어. 자기야! 회의 들어가야 해서 이만 끊자! 다시 전화할게”
- 뭐야! 늦은 시간에 무슨 회의?
“출장 중에 밤낮이 어디겠어! 다시 전화할 게. Happy New Year”
- 자기도 Happy New Year.
통화 중 자신의 손목시계를 본 남궁원은 이렇게 다급히 통화를 끝냈다.
“통화 다 했냐?”
통화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지 이자성 과장이 거실 벽에 기댄 채 말을 걸었다.
“어! 시간 됐지? 가자!”
남궁원 과장은 스마트폰을 안쪽 주머니에 넣고는 외투의 지퍼를 끝까지 올렸다.
“친구야. 네가 직접 꼭 들어가야만 하냐? 그냥 우리 요원들한테 맡기지?”
“끝난 얘기잖아! 시간 없다. 가자!”
“아 자식! 정말 생고집이야.”
총장비부의 비밀 연구소에 대한 내부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블랙 요원이 아닌 화이트 요원이 직접 침투에 참여하는 건 다소 위험할 수 있었다. 이에 이자성 과장이 몇 번을 만류했지만, 남궁원은 끝까지 자신이 들어가야 한다고 고집을 피웠다.
이자성 과장은 중대한 임무였기에 어절 수없이 동의했지만, 지금이라도 남궁원이 마음을 바꿨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야! 이래 봬도 스콜피온 놈들도 해치운 나야. 왜 이래?”
울상 진 표정을 지은 이자성 과장 옆으로 지나치며 남궁원 과장이 슬그머니 귓속말로 속삭였다.
“야! 그거야. 사전에 만만의 준비를 하고 했으니까 그렇지! 이번 침투 임무는 상황이 다르다고”
“쉿! 팀원들 듣는다. 조용히 말해! 아무튼, 잔말 말고 따라와!”
이때, 특수보안팀인 나성현 대리와 김영균 주임, 그리고 4팀 요원들이 현관까지 배웅했다.
“남궁 과장님! 부디 몸 조심하십쇼.”
나성현 대리의 당부에 남궁 과장은 잉크를 하며 주먹을 불끈 쥐며 파이팅 포즈를 취했다.
“내 걱정은 말고, 자네들은 안에서 지원 확실하게 해줘!”
“네, 걱정마십쇼.”
김영균 주임이 힘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좋아! 그럼 내년에 보자!”
“하하, 네 알겠습니다. 이 과장님도 조심하십시오.”
★ ★ ★
2024년 1월 01일 00:30 (신중국시각 31일 23:30),
신중국 톈진시 베이천구 공업단지 15구역(하이싼 공장 앞).
현재 신중국 북서단은 심각할 정도로 스모그에 휩싸여 한 치 앞도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이곳 톈진의 베이천구 공업단지 역시 희뿌연 스모그가 마치 안개처럼 퍼져 있어서 건물은 물론 거리의 가로등 불빛을 완벽히 차단하여 어두컴컴한 상태였다.
“참나! 백해무익한 스모그가 도움이 될 때가 있구나!”
하이싼 공장 입구로부터 10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검은 밴을 세우고 침투 준비를 마친 이자성 과장이 짙은 선팅 창문을 바라보며 속삭이자 자신의 개인 장비를 확인하던 남궁원 과장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말이다. 이런 날도 있구나!”
“원! 넌 뭐가 그리 좋다고 그리 웃어!”
“그럼 우냐? 이왕 하는 거 즐겁게 해야지”
“휴! 옛날엔 안 그랬던 거 같은데, 왜 저렇게 변했을꼬?”
사실 남궁원 과장이 이상할 정도로 즐거운 표정을 짓는 건, 이유가 있었다. 이번 임무가 매우 위험할 수 있다는 건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만큼 밀려오는 두려움과 긴장감을 감추고자 일부러 감추고자 연기를 한 것이었다.
그러한 사실을 모르는 이자성 과장은 남궁원 과장이 단순히 이번 임무를 재밌어한다는 생각으로 고개를 흔들며 혀를 찼다. 그리고는 무음성 통신기에 대고 각 팀을 호출했다.
“여기는 알파 제로! 알파 원부터 현재 상황 보고!”
- 여기는 알파 원! 모든 준비 완료하고 대기 중!
- 여기는 알파 투! 준비 완료 대기 중!
- 여기는 알파 쓰리! 퇴로 확보 및 대기 중!
- 여기는 알파 포! 스탠바이 대기 중!
“좋아! 현재 시각 23시 50분 앞으로 10분 후 침투 시작한다. 이상!”
이번 침투 임무에 대해서 간단히 말하자면 이랬다.
알파 제로와 알파 원, 투가 내부 침입! 남궁원 과장과 알파 제로는 플라즈마 핵심기술에 대한 데이터 완전폐기 임무, 알파 원과 투는 플라즈마 핵심기술과 관련한 연구 시설물에 대한 폭파 임무였다. 그리고 알파 쓰리는 임시숙소까지의 퇴로 확보 및 비상상황에 대비하는 임무였다.
이렇게 모든 준비를 마치고 대기하는 남궁원 과장과 대외정보1과는 본격적인 침투가 시작되는 자정 시간이 될 때까지 초조함과 긴장감으로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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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01일 01:00 (신중국시각 00:00),
신중국 허베이성 푸닝현 남서단 20km 지점(제40집단군 제11포병여단).
예신산 남서단 아래, 제40집단군 직할포병부대인 제11포병여단의 모든 포병전력이 한 방향으로 포신을 돌린 채 방열 대기 중이었다.
제11포병여단 전력은 자주포대대 4개, 다연장대대 3개로 편제되어 있었고 4개의 자주포포대는 PLZ-05 155mm 자주포 36문과 85식 122mm 자주포 36문을 운용했다. 그리고 3개의 다연장대대는 90식 122mm 다연장 36문과 83식 273mm 8연장 MRLS 18문을 운용하여 여러 포병여단 중에서도 화력 면에서는 매우 우수한 편이었다.
현재 제11포병여단의 자주포 72문과 다연장 54문의 포문이 가리키는 곳은 선안(친황다오) 방어를 책임지고 있는 대한민국 제5군단의 제6기계화보병사단(청성)이었다.
현재 제6기계화보병사단(청성)은 신중국군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에 대비하고자 모든 예하부대를 국경선 일대로 전진 배치한 상황이었다.
선안(친황다오) 지역은 대한민국이나 신중국에 있어서 양국 모두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였다. 이유인즉슨 양국의 국경선 대부분이 험난한 산악지대로 이뤄진 만면 선안(친황다오)쪽 국경선 일대는 발해만 해안가를 따라 널따란 평야로 이뤄진 곳이었다. 즉, 기동력을 갖춘 부대가 신속하게 기동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이렇게 전략적 요충지를 방어하기 위해 전개 중인 제6기계화보병사단(청성)을 향해 총 126문의 포신이 향한 가운데, 273mm MRLS를 운용하는 71포병대대에는 여단장인 류자후이 대교를 비롯해 참모진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현재 371포병대대의 273mm MRLS 18문에는 총장비부에서 비밀리에 개발한 20kt급 플라즈마 폭탄 2발이 로켓 탄두에 장착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단 1발의 플라즈마 폭탄으로 제6기계화보병사단(청성) 전력의 50% 이상을 날려버릴 수 있는 화력이었기에 여단장 류자후이 대교는 참모진들을 대동한 채 직접 모든 상황을 지휘했다.
“여단장님! 각 사단 포병부대와 제27집단군 쪽 포병부대에서도 모든 준비를 마쳤다는 보고입니다.”
작전참모 진위청 중교가 통신장교로부터 전달받은 상황을 보고했다. 이에 류자후이 대교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그래. 모든 준비가 되었다는 말이군.”
“네, 그렇습니다. 여단장님!”
앞으로 2시간 후면 3년 전, 쓰라린 패배로 인해 동북 3성과 산둥성 일부를 한국에게 빼앗기고 세계적으로 망신을 당한 치욕을 뒤 갚아줄 신중국군의 대공세가 시작될 예정이었다. 그 공세에 자신의 예하부대인 71포병대대의 임무가 매우 막중했다.
현재 대한민국 육군의 방공전력은 매우 우수했다. 아니 상식 이상으로 매우 뛰어났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물론이거니와 작은 구경의 박격포까지 90% 이상 요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신중국은 71포병대대의 MRLS에 장착한 2발의 플라즈마 폭탄이 요격되지 않고 적 진형에 착탄 할 수 있도록 요격범위를 벗어난 수량의 포탄을 집중포화할 계획을 수립했다.
즉, 요격당할 밑밥의 포탄을 대대적으로 발사하고 요격범위 한계치에 도달했을 때 71포병대대가 포격할 예정이었다. 더불어 이러한 집중포화 작전은 현재 전 국경선에 전개한 신중국군 모든 부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할 예정이었다.
“각 대대장에게 다시 한번 점검을 하라는 지시를 내리게. 이번 집중포화 작전이 성공하려면 각 예하부대에서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포격을 가하는 것이 관건이니 말이야.”
“네, 그렇게 지시하겠습니다.”
지시를 내린 류자후이 대교의 두 눈은 이글거리고 있었다. 왠지 오늘을 기다렸다는 듯 활활 타오르는 그의 두 눈은 마치 복수의 화신과 같았다. 그럴 만도 한 것이 3년 전에 있었던 한중전에서 친형이 전사했기 때문이었다.
류자후이 대교의 친형은 한중전 발발과 함께 시작된 제우스 1호로부터 플라즈마 증폭탄인 지노그 미사일 공격에 흔적없이 없이 증발한 제38집단군 지휘본부에서 복무했었다.
시신조차 찾지 못한 슬픔에 노환의 부모는 기력을 일어가다가 작년과 재작전에 차례대로 돌아가셨다. 이런 가정사를 가진 류자후이 대교는 항상 한국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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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01일 01:20 (신중국시각 00:20),
신중국 톈진시 베이천구 공업단지 15구역(하이싼 공장 안).
외부 경비원들의 시선을 피해 무사히 공장 내부로 침투한 남궁원과 대외정보1과 1팀과 2팀 요원들은 1시간에 걸쳐 공장 내부를 샅샅이 살피다가 10분 전에 드디어 비밀 연구소와 연결된 비밀통로를 발견했다.
초라하게만 보였던 공장 외부와는 다르게 내부는 어느 정도 자동화 기계설비들이 갖춰져 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공장 내부는 복잡하게 되어 있었고 각종 보안 장비들이 설치되어 있어서 비밀통로를 찾는 데 애를 먹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알파 원인 1팀에서 사무실 한쪽에서 커다란 서랍으로 위장된 철문을 발견, 비밀통로를 발견, 이에 흩어져 있던 요원들이 하나둘 철문 쪽으로 모여들었다.
“확실하겠지?”
철문 앞에서 TCS 모드 상태로 이자성 과장이 무음성 통신으로 남궁원 과장에게 물었다.
- 아마도, 맞을 거야. 1시간 동안 뒤졌잖아!
이자성 과장은 서랍 너머 감춰진 철문을 실드글라스 인버터 모드로 투과해 이리저리 살펴봤지만, 문을 열 만한 그 어떠한 스위치나 버튼은 보이지 않았다.
- 그런데 어떻게 여냐?
- 아무래도 이거 안에서 여는 방식인 듯한데?
이자성 과장은 난처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 그럼 어쩌지? 여는 방법이 없을까?
- 나도 이런 방식은 처음이라. 일단 기다려볼까? 누군가는 나오지 않겠어?
- 마냥 기다리잖은 거야?
- 달리 방법이 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