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53화 (453/605)

화근

2023년 12월 28일 17:30,

남주 서울특별시 강남구 국가정보원(대외정보국 국장실)

똑똑!

“들어오게”

문이 열리고 다급한 표정을 지은 권성운 부국장이 들어왔다.

“부국장 무슨 일인가?”

“큰일 났습니다.”

부국장의 첫마디에 불길한 생각이 든 강기원 국장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며 되물었다.

“큰일? 무슨 일인가?”

“현재 프랑스 파리에서 플라즈마 핵심기술이 거래되고 있다는 정보입니다.”

“뭐? 플라즈마 핵심기술? 어떻게 그게 프랑스에서······.”

“흑호대 대장인 신바이칭이 재키 리라는 브로커의 도움을 받아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여러 국가의 정보부와 거래를 위한 은밀한 접촉을 시도 중이라고 합니다.”

“대체 그런 일이······. 그 정보는 어떤 루트로 확인한 것인가?”

“그것이······. 흑호대입니다.”

“신중국의 정보기관인 흑호대를 말하는 건가?”

“네, 맞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살짝 당황한 강기원 국장은 다시금 자리에 힘없이 앉고는 생각에 들어갔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쉽게 정리하지 못했다.

“확실한 건가? 그 정보가 흑호대에서 나온 게?”

“네, 흑호대 쪽에서 북경 지부의 우리 요원에게 직접 제공한 정보입니다.”

“아니 흑호대가 뭐 때문에 그런 정보를 제공한 거지?”

“그들의 말로는 신바이칭이 개인적인 욕심을 이루기 위해 대장이라는 직책을 이용하여 흑호대 요원들을 움직였고 그것이 바로 우진길 교수로부터 플라즈마 핵심기술을 빼돌린 사건이라고 합니다. 주석실에서 얼마 전, 검열에 나섰다가 위와 같은 사실이 걸리자 그 즉시 플라즈마 핵심기술을 가지고 프랑스로 망명한 듯합니다. 이에 신중국은 대한민국과의 관계가 악화할까 봐, 정보를 제공한 이유라고 합니다.”

부국장의 말에 강기원 국장은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한껏 인상을 구겼다.

“다 알고 있는데 이 새끼들이 삼류 소설을 제멋대로 쓰는군! 어쨌든 그건 둘째 치고 가장 시급한 문제는 신바이칭이 거래하려는 플라즈마 핵심기술이군”

“네, 신바이칭의 대략적인 위치 정보도 제공했습니다.”

“위치까지 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좋아! 일단, 파리 지부에 당장 연락하게. 무슨 일이 있어도 플라즈마 핵심기술이 서방국가에 넘어가게 할 순 없어! 나는 바로 국정원장님께 보고할 테니 자네는 지금 즉시 파리 지부에 연락해 감시체제에 들어가라고 하고 만에 하나 거래가 진행된다면 어떻게든 막으라고 해!”

“네, 바로 연락하도록 하겠습니다.”

강기원 국장은 윗옷을 입는 둥 마는 둥 걸치고는 그대로 국장실을 나가 원장실로 뛰어갔다.

일 분 후, 단숨에 원장실까지 뛰어온 강기원 국장이 비서관에게 들어간다는 손짓을 하고는 그대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

철컥!

“무슨 급한 일이기에 그리 급하게 들어왔나?”

문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은 강기원 국장을 본 이영진 원장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원장님! 코드블랙입니다.

국가정보원에서는 긴급상황 발생 시 총 5단계로 설정했다. 평상시에는 코드화이트, 약간의 문제가 발생 시 코드그린, 바로 위 단계는 코드블루, 그리고 긴급상황은 코드레드, 마지막 최악의 긴급상황은 코드블랙이었다.

“코드블랙? 무슨 일이기에 코드블랙인가?”

“플라즈마 핵심기술이 현재 프랑스 파리에서 은밀히 거래 중이라는 정보입니다.”

강기원 국장은 부국장으로 들었던 내용을 그대로 이영진 국정원장에게 보고했다.

“이런! 큰일인군”

“현재 파리 지부에 연락을 취해 감시 및 거래 시에는 무조건 막으라는 지시를 내린 상태입니다.”

“강 국장! 파리 지부의 요원들에게는 그 신바이칭에 대한 감시만 하도록 지시하게”

“네? 그게 무슨 말씀인지요? 감시만 하다가 만에 하나 거래가 성사된다면······.”

“아네, 알아! 그러나 생각해보게, 신바이칭이 거래하려는 상대는 유럽 국가의 정보부가 아닌가? 파리 지부 요원들만으로는 힘들 수 있어!”

“그렇더라도 시도는 해봐야지 않겠습니까?”

강기원 국장이 힘주어 말했다.

“강 국장! 이번 건은 블랙맘바가 처리해야겠어!”

“네? 블랙맘바를 말입니까?”

“그래! 그러니 자네는 파리 지부 요원들에게 블랙맘바가 파리에 도착할 때까지 신바이칭의 정확한 위치 정보를 확보하라고 전하게.”

“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국가정보원에서는 2021년부터 비밀리에 비인가 암살조직인 블랙맘바를 운용해 왔다. 이들의 존재는 국가정보원 내에서도 국장급 이상만 알 수 있는 A급 기밀에 속했고 인원이 몇 명이고 어디서 활동하고 있는지는 국정원장과 청와대 관계자 몇 명만이 알뿐이었다.

잠시 후 강기원 국장이 원장실을 나가자 인터폰 수하기를 든 이영진 국정원장은 조용히 말했다.

- 블랙맘바 27입니다.

“코드블랙 발생! 지금 즉시 파리로 이동해야겠어!

-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 ★ ★

2023년 12월 29일 15:00 (신중국시각 14:00),

신중국 톈진시 허베이구 어느 모텔(대외정보1과 임시숙소).

전날 강기원 국장으로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전달받은 이자성 과장과 남궁원 과장 일행은 그 즉시 북경을 떠나 1팀과 2팀이 숙소로 사용하고 있는 허베이구의 허름한 한 모텔에 모두 모였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

이자성 과장은 며칠 만에 한자리에 모인 부하들을 보며 어젯밤 본사로부터 전해 들은 파리 건에 관해 설명을 해줬다.

“흑호대 대장이었던 신바이칭이 플라즈마 핵심기술 자료를 가지고 현재 프랑스 파리에서 여러 국가의 정보부와 접촉하는가 봐!”

“네? 그럼 우리도 파리로 이동하는 겁니까?”

이자성 과장의 설명에 윤태진 팀장이 질문했다.

“아니! 거긴 다른 부서에서 맡을 것이고 우리는 기존 임무를 완수해야지! 그래서 부랴부랴 남궁 과장과 나머지 일행이 이곳으로 온 이유야”

“아 그렇군요.”

“현재까지 파악한 정보는 어떤가?”

“말도 마십쇼. 오시면서 알겠지만, 여기 미세 먼지가 장난 아닙니다. 인버터 모드도 영향받을 정도입니다.”

윤태진 팀장은 혀까지 내두르며 성토했다.

“그래서 얼마나 확보했냐고?”

“아! 성격도 급하셔. 남궁 과장님이 확인하라고 한 부분은 모두 스캔해뒀습니다. 전 대리! 보여드려”

“네,”

윤태진 팀장의 지시에 전기원 대리가 노트북을 실행했다. 그러자 탁자 위에 올려진 작은 단말기에서 투영 빛이 발산하는 듯하더니 이내 허공에 홀로그램형식의 스크린이 펼쳐졌다.

“현재 이곳이 남궁 과장님이 지시했던 15구역입니다.”

윤태진 팀장이 홀로그램형식으로 표현된 스크린 화면의 한곳을 가리켰다.

“음, 의심스러운 부분은 없었어?”

남궁원 과장이 스크린을 보자면 묻자 윤태진 팀장이 살짝 미소를 보이며 대답했다.

“당연히 있지요. 여기입니다. 여기! 겉으로 보기엔 허름한 공장 같지만, 다른 곳보다 생각 이상으로 보안이 철저합니다. 밖에서 확인된 CC 카메라만 30개가 넘고 입구에는 건장한 경비원 10여 명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습니다.”

“무슨 공장이야?”

이번엔 이자성 과장이 홀로그램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질문을 던졌다.

“네, 인터넷으로 확인한 바로는 PC 케이스를 만드는 공장입니다. 회사 이름은 하이싼입니다.”

“PC 케이스를 만드는 공장치고 보안이 높군, 뭔가 냄새가 나! 남궁 과장 말대로 위장한 공장일 확률이 높군, 이거 남궁 과장이 제대로 찾았는걸?”

“다행이야. 아니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말이야. 윤 팀장! 혹, 외부로 연결된 전산망이나 전화망은 확인되었나?”

“그게, 찾질 못했습니다. 땅속으로 연결이 된 건지, 몇 번이고 팀원들이 확인을 해봤지만, 못 찾았습니다.”

“음, 이런 허름한 공장에서 외부로 연결된 전산망이 하나도 없다는 건, 분명한 듯하군,”

남궁원 과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확신 찬 표정을 짓자 이자성 과장이 그제야 홀로그램 스크린에서 시선을 떼며 물었다.

“남궁 과장! 어쩔까? 내부로 진입해 한번 휘저을까?”

“아마도 그래야겠지! 하지만, 조심해야 할 듯해! 총장비부의 비밀 연구소가 맞는다면 내부는 우리가 모르는 보안시스템이 돌아갈 테니까 말이야.”

“야! 남궁 과장! 우리가 못 들어가는 곳이 어딨어! 우리 요원들 실력을 알면서 그러냐?”

“조심하자는 거지! 지금 1팀장이 감시 중인가?”

“네, 박기웅 팀장과 팀원들이 입구 근처에서 은밀히 감시 중입니다.”

현재 박기웅 팀장과 팀원들은 하이싼이 운영하는 공장 너머에서 한 명씩 돌아가며 감시하고 있었다.

“오늘 밤, 박 팀장 돌아오면 침투 관련 회의를 하자고! 그리고 이번 침투에는 나도 들어가야겠어! 외부에서 해킹 시도로 플라즈마 핵심기술을 폐기하는 건 무리인 듯해!”

남궁원 과장의 말에 이자성 과장이 활짝 놀라며 만류했다.

“야! 남궁 과장! 침투 같은 일은 우리 같은 블랙요원들이 하는 거야. 너같이 컴퓨터 만지는 샌님은 위험하다. 그냥 우리한테 맡겨!”

“저곳을 통째로 날리지 않은 이상 서버상에 있는 데이터를 무슨 수로 폐기하려고?”

“네가 알려주면 되지!”

“에휴! 그게 가능하다 싶냐?”

“이 자식 봐라! 무시하냐?”

“그게 아니고 자식아!”

마치 어린애들처럼 티격태격하는 두 과장! 대외정보1과 요원들은 재밌다는 듯 그 들을 지켜봤다. 그러자 자신들을 향해 모인 시선을 느낀 남궁 과장이 먼저 멀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라! 그만하자! 직원들이 다 본 다야!”

“그러자! 나가서 커피나 한잔하자!”

뻘쭘해진 두 과장은 언제 싸웠냐는 듯 어깨동무까지 하며 거실을 빠져나갔다.

★ ★ ★

2023년 12월 30일 10:30 (우크라이나시각 04:30),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주 도크마크 군 비행장.

키키키키키키이잉~

도크마크 군 비행장 활주로에 대한민국 공군 마크가 뚜렷이 새겨진 CC-1000TSP 수송기의 랜딩기어가 활주로에 닿자 특유의 타이어 마찰음과 함께 스키즈 마크가 새겨지면서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송기는 안전하게 착륙을 완료했다.

이에 대기하고 있던 유도 차량이 바삐 움직이며 막 착륙을 완료한 수송기를 탑승구 지역으로 유도하기 시작했다. 현재 하늘에는 이곳 도크마크 군 비행장에 착륙하기 위해 선회 비행을 하는 CC-503 수송기가 10여 기나 되었다.

가장 먼저 착륙하여 탑승구 지대로 이동한 CC-503P 수송기의 후방 리프트가 열리자 완전군장에 개인 장구류를 장착한 제5해병사단 해병들이 차례대로 걸어 나왔다.

CC-503 수송기는 각종 전쟁물자 200톤과 완전군장 한 장병 550명을 동시에 수송할 수 있는 수송기로 한마디로 대대급 병력과 장비를 최대 마하 1.5의 속도로 수송할 수 있는 이 시대 최고의 공군 수송기였다.

끊이지 않고 CC-503 수송기에서 내리는 해병 장병들은 각 중대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비행장 건물 뒤편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그곳 주차장에는 미리부터 CC-1000TSP 수송기로 수송해온 K-24P-N 상륙돌격장갑차 300여 대와 각종 장갑차가 질서정연하게 주차되어 있었다.

“어서어서 움직여라! 이 자식들이 굼벵이처럼 느려 터져서리~”

“야! 3소대! 저쪽 5번과 6번 장갑차로 이동하라고!”

여기저기에서 지휘관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활주로에는 계속해서 CC-503P 수송기가 착륙하고 있었다.

2시간이 흐른 후 도크마크 군 비행장에는 제5해병사단(지룡) 해병 1만여 명과 각종 장비 수송이 완료되었고 지금은 각자 정해진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대대별로 기동에 들어갔다.

9년간 이어온 우크라이나 내전을 끝내기 위해 이곳에 파병 온 부대가 비록 제5해병사단(지룡) 하나였지만, 올림푸스 기지에서 개발되는 최신 장비가 최우선으로 지급되는 해병사단 하나 전력은 타 국가와 비교하자면 1개 군단을 능가하는 전력이라 볼 수 있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대한민국 국군은 징병제이긴 하나, 해병대는 100% 지원자에 한해서 선발해왔다. 경쟁률도 10:1로 매우 치열해 지원한다고 해서 무조건 해병이 되는 건 아니었다.

이처럼 징병제이지만 치열한 경쟁률의 모병제 성격을 띤 해병대 해병들은 그만큼 자긍심이 대단했고 특전사 못지않은 매우 힘든 훈련을 받아 온 정예 중의 정예라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우크라이나 국방부에서는 좀 더 많은 병력을 원했지만, 앞으로 제5해병사단이 활약하는 모습을 본다면 1개 해병사단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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