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52화 (452/605)

화근

2023년 12월 27일 11:20 (신중국시각 10:20),

신중국 베이징시 시청구 흑호대 본부.

자신의 상관이었던 신바이칭을 배신해 내치고 흑호대의 수장에 오른 댜오이난 대장은 그동안 부러워하며 지켜보기만 하던 대장실 의자에 앉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만끽하는 가운데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

“들어와!”

철컥!

댜오이난이 대장으로 승진하면서 공석이 된 부대장직에 오른 심복 구웨 부대장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연락은 왔나?”

“네, 방금 파리 담당인 15팀 뉴쥔펑 팀장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그래. 신바이칭은 뭐 하고 있지?”

“네, 파리에 도착한 후 재키 리의 소개로 프랑스, 영국, 독일 등의 여러 국가 정보요원들과 은밀히 접촉 중이라고 합니다.”

“후후, 그 인간, 아주 열심히 하는군. 진행 상황은?”

한때 아부를 떨며 상전으로 모시던 댜오이난은 180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현재까지 감시한 정보로는 프랑스와 거래할 확률이 크다고 합니다. 아마도 프랑스 내에서의 신분보장은 물론 적지 않은 금액을 제시한 이유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거야. 두고 볼 일이지. 계속해서 감시하라고 해! 그리고 한국 국정원에는 내일 정도에 정보를 흘리는 게 좋겠어.”

“대장님, 어느 선까지 정보를 흘리면 되겠습니까?”

“어느 선이라······.”

댜오이난 대장은 의자에 몸을 기대어 손으로 턱을 괴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이내 책상 앞으로 상체를 당기며 말했다.

“현재 파악한 모든 정보를 흘리게.”

“네? 모든 정보를 다 말입니까?”“구웨 부대장!”

“네, 대장님!”

“우리가 한국 정보부에 정보를 흘리려는 이유가 뭔가?”

“그거야. 우리 흑호대의 비공식 공작을 신바이칭의 개인적 공작으로 위장하기······.”

“알면서 그러나?”

구웨 부대장이 마저 대답을 마치기도 전에 말을 끊은 댜오이난 대장은 야비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신바이칭이 플라즈마 핵심기술을 가지고 파리에서 유럽 여러 국가의 정보부와 접촉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제대로 엮은 꼴이야. 그러니 모든 정보를 흘려서 신바이칭을 잡게 해줘야지 않겠나? 만에 하나 한국 국정원 놈들이 손을 쓰기도 전에 신바이칭이 거래를 통해 프랑스나 영국 정보부에 플라즈마 핵심기술을 넘긴다면, 우리 신중국 입장에서도 좋을 거 없어! 안 그런가?”

“아! 그 부분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어쨌든, 낼 오후까지 은밀히 감시하고 모든 정보를 한국 국정원에 흘리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 ★ ★

2023년 12월 27일 18:30 (신중국시각 17:30),

신중국 톈진시 베이천구 공업단지 15구역.

지구상에서 최악의 공해를 일으키는 톈진 베이천구 공업단지에서 그림자 여러 개가 은밀히 움직이고 있었다.

며칠 전, 총장비부의 비밀 연구소로 의심되는 대략적인 장소를 파악한 후 이곳으로 현장 조사를 온 대외정보 1과 요원들이었다.

“아 정말! 이 미친 짱게 새끼들! 이 미세먼지 어쩝니까?”

공단 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은 거래를 조심스럽게 돌아다니며 현장 조사를 하던 양정석 대리가 미세먼지용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도 손으로 입을 막고는 욕설을 내뱉었다.

현재 이곳 허베이구 공업단지는 미세먼지 및 초미세먼지가 최악단계의 수치를 보였다.

“그렇게 말이다. 저번 한중전 때 이곳을 확실히 쓸어버렸어야 했는데 말이다.”

박기웅 팀장 역시 미세먼지에 이어 메케한 냄새까지 나는 이곳이 심히 짜증이 났는지 욕설로 맞장구를 쳤다.

“제 말입니다. 이 새끼들 때문에 한반도도 겨울만 되면 미세 먼지 때문에 곤욕을 치르잖아요.”

“냄새도 고약한데 어떻게 이런 곳에서 사람들이 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그만 철수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정말 이러다가 암 걸리겠어요.”

뒤따라 오던 강원일 주임 역시 코를 찌를듯한 각종 화학 냄새에 머리가 아픈지 이마에 손을 갖다 대며 투덜거렸다.

톈진 베이천구 공업단지는 2021년까지만 해도 중국 내에서 손에 꼽히는 최대 공업단지였다. 하지만 한중전 발발 이후 대한민국으로부터 대대적인 공격을 받아 50% 이상이 폐허가 되는 상당한 피해를 보고 말았다.

이후 패전과 함께 여러 국가로 쪼개진 중국, 이중 톈진을 포함하고 있는 신중국은 다른 국가보다 이렇다 할 공업단지가 없자, 경제 활성화를 위해 톈진 베이천구 공업단지 복구 작업에 집중했고 2년이 지난 지금, 예전과 같은 대규모 공업단지로 발전했다. 하지만, 복구를 위해 신중국 정부는 수많은 기업에 각종 규제를 완화해 무작위로 허가를 하게 되면서 현재 톈진 베이천구 공업단지는 지구 그 어떤 곳보다 가장 심각한 공해를 일으키고 있었다.

수많은 공장 굴뚝에서는 시꺼먼 연기가 24시간 끊이지 않고 솟구쳐 하늘을 뒤덮었고 엄청난 양의 각종 폐수은 하수구를 서해로 흘러나가고 있었다. 이에 대한민국 정부는 외교 라인을 통해 신중국 정부에 몇 차례 경고성 항의를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신중국은 바닥까지 추락한 자국의 경제 발전을 위해 무분별한 정책을 고수하며 환경적으로 불법적은 눈감아주고 있었다.

“2팀에 연락해! 철수하자고”

박기웅 팀장의 지시에 양정석 대리가 스마트 폰을 꺼내 즉시 전화를 걸었다.

- 윤태진입니다.

“윤 팀장님! 1팀 양 대리입니다. 팀장님이 이만 철수 하자고 합니다.”

- 그래? 알았다. 숙소에서 보자!

“네, 알겠습니다.”

취업을 위해 막 농촌에서 올라온 농상으로 위장하고 총장비부 비밀 연구소로 의심되는 몇 곳을 방문했던 대외정보 1과 요원들은 내일을 기약하며 근처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현재 북경 비밀 안가에서 이곳 톈진으로 이동한 대외정보 1과의 요원은 1팀과 2팀 총 8명이었다.

★ ★ ★

2023년 12월 28일 10:30,

남주 서울특별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회의실).

우크라이나 파병 건과 관련한 준비 상황 및 앞으로 2시간 후에 있을 제7기동군단의 제야강 도하 작전 상황을 점검하던 합동참모본부는 해외정찰국으로부터 심각한 보고를 받게 되었다.

서단 국경선 일대에서 신중국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내용이었다. 현재 대한민국과 맞닿은 신중국 국경선 일대에는 국경수비대군 외에도 북부군구 소속의 모든 집단군 전력이 국경선 일대로 이동하는 움직임을 감지했다. 규모로 보자면 총 20여 개의 각종 사단이 국경선 50km까지 진입한 상태였다.

더욱이 신중국의 수도인 베이징의 방어를 책임지고 있는 중앙군구 소속의 최정예 제38집단군과 제27집단군마저 기존 주둔지를 이탈해 각각 쭌화와 탕산으로 이동했다. 국경선까지 각각 57km와 84km인 매우 짧은 거리였다.

이에 합동참모본부에서는 신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서 분석에 들어갔지만, 섣부르게 판단할 순 없었다. 현재 대한민국과 러시아는 전면전에 가까운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당연히 주변국인 신중국 입장으로서는 국경선 일대에 대한 경계강화는 물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군사력 투여는 가능한 일이었다. 특히나 수도인 베이징이 국경선과 불과 182km 거리라면 더욱 말이다.

하지만 한 가지 강한 의문점이 들었다. 한러전이 발발한 지 한 달이 넘어가는 동안 이렇다 할 군사적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신중국군이 하루아침에 이렇게 갑작스럽게 이런 대규모 군사적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이었다. 또한, 정찰을 피하고자 야간 시간대를 이용해 움직인 것도 의문점을 들게 한 이유 중의 하나였다.

“이거이 북부군구 소속의 모든 부대가 움직이디 않았습네까? 이 간나새끼들 꿍꿍이가 뭐네?”

스크린을 유심히 살피던 윤기윤 합참차장이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찜찜함을 드러냈다.

현재 상황실 중앙 스크린에는 해외정찰국이 정찰하여 확인된 신중국군의 이동 현황이 각종 전술표기로 빼꼭하게 화면에 표기되어 있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움직임이군”

신성용 합참의장 역시 심상치 않다는 느낌이 들었는지 굳은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정보사에서는 신중국 내 특이사항은 없었나?”

신성용 합참의장의 재차 질문에 정보사령부 사령관인 오준호 중장이 보고서 양식의 문서를 꺼내 들며 대답했다.

“금일 저녁 회의 시간에 보고하려던 보고서입니다.”

보좌관을 통해 보고서를 전달받은 신성용 합참의장은 천천히 읽어나갔다. 몇 분도 안 되어 보고서를 마저 다 읽은 신성용 합참의장은 보고서를 윤기윤 합참차장에게 넘기며 말을 이어갔다.

“음, 일주일 전에 군총동원명령이 내려진 건가?”

“네, 군총동원명령은 정확히 22일에 내려졌으며 실제로 군총동원명령이 실제적으로 실행된 거 어제부터 진행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보고서 내용을 보자면 22일 왕징위 주석의 군총동원 명령에 따라 각 성에서 적게는 3개 사단에서 많게는 7개 사단이 동원군으로 징집되고 있었다. 각 성에서 동원된 동원군의 병종은 1개의 차량화보병사단과 보병사단이었다.

“어제부터라······. 이거이 실제로 군총동원 명령이 실행된 것도 어제고, 각 군이 본격적으로 이동한 것도 어제 아닙네까? 분명히 국경 강화를 위한 단순한 움직임이 아닌 듯합네다. 이에 대한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디 않캈습네까?”

확신 찬 표정으로 윤태윤 합참차장이 참모진들을 보며 말하자 또 다른 합참차장인 김용현 합참차장이 살짝 놀라며 물었다.

“윤 차장님! 윤 차장님은 정말 신중국이 우리와 전쟁을 하려는 의도라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거이 아니면 뭐겠습네까? 분명히 러시아 놈들과 뒤에서 짝짜꿍하고는 수작질을 벌이는 것이디요.”

윤기윤 합참차장의 대답에 김용현 합참차장은 이번엔 신성용 합참의장에게 물었다.

“의장님께서도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섣부르게 판단할 순 없지!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넘길 순 없다고 생각하네. 최소한 만일의 사태까지 생각하고 대응 조처를 해야 할 듯하군.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신성용 합참의장은 상황실에 앉아있는 다른 참모진들을 보며 질문을 던졌다. 회의실이 아닌 만큼 정돈된 자리는 아니었으나 각 군의 참모총장과 참모진들은 현재 오가는 대화를 각자 자리에서 주의 깊게 듣고 있었다.

“저 역시! 의장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미리 준비해서 나쁠 건 없다고 봅니다.”

김은호 공군참모총장이 먼저 입을 열자 그 뒤로 해군참모총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네, 저 역시 동감하고 있습니다. 중국놈들은 속을 알 수 없는 족속이지요. 적극적인 대응방안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봅니다.”

두 참모총장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동안 이은형 육군참모총장은 입을 굳게 닫고 있었다. 이에 신성용 합참의장이 직접 이은형 참모총장을 부르며 질문을 했다.

“이 육참장이 조용하군, 자네 생각은 어떤가?”

“아! 죄송합니다. 뭔가를 생각하다 보니,”

“그래, 자네 생각을 말해보게”

“네, 저 역시 다른 분들과 같은 생각입니다만, 문제는 현 상황에서 신중국 쪽 국경선 일대에 대한 대응방안은 쉽지만은 않은 게 걱정입니다.”

현재 신중국과 접한 1,100km에 달하는 국경선에는 선안(친황다오)시 일대를 방어하는 제5군단의 제6기계화보병사단(청성), 그리고 중국 청더시와 인접한 산악지대에 제75기계화경계사단(철마), 그리고 북서단 꼭지점 국경선 일대의 제66기계화경계사단(횃불)이었다. 나머지 국경선 일대에는 제6군단의 제7기계화경계사단(충일)과 제26기계화보병사단(불무리) 2개뿐이었다.

그리고 후방지역에는 서만(츠펑)시 일대를 방어하는 제1군단의 제25경갑보병사단(비룡)과 오선(진저우)시를 방어하는 제5군단의 제3기갑사단(백골), 태성(판진)시를 방어하는 제1군단의 제1기갑사단(전진)이었다. 즉 만일의 사태에 국경선 일대 경계부대를 제외하면 즉각 지원할 수 있는 부대는 고작 1개의 경갑보병사단과 2개의 기갑사단이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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