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42화 (442/605)

토끼굴 연기 피우기

2023년 12월 18일 17:30 (러시아시각 18:30),

러시아 아무르스카야 자비틴스크시 서단 55km 지점(제7기동군단).

30분 전, 부레야강 너머 제35군이 전개 중인 지대에 제201전투비행대대 소속의 CF/A-25P 흑주작 12기와 참매 CB-91P 참매 폭격기 8기가 출격해 한바탕 휘저어 놓은 후 방열 후 대기하던 300여 문의 군단 포병부대가 일제히 포격을 가했다.

초반 폭격 당시 러시아 우주항공군 소속의 제1항공군에서도 SU-30MK 플랭커 전투기 36기가 긴급 출격해 대응했지만, 폭격을 가한 후 요격절차에 들어간 CF/A-25P 흑주작 12기에 31기가 격추되고 5기만이 전장을 이탈해 살아남았다.

각종 지대공미사일을 운용하는 부대가 전개된 러시아 서부 일대가 아닌 동부 상공에서는 대규모 숫자 발이 아닌 이상 제공권을 확실히 대한민국이 틀어쥐고 있었다.

퍼엉! 퍼퍼퍼엉! 퍼엉! 퍼어엉!

180문에 달하는 C-9A1 라이트닝 자주포의 위력도 대단했지만, 집속로켓탄을 사용하는 130mm C-137 200mm 화룡 다연장과 300mm 플라즈마 확산탄을 사용하는 K271 MRLS 천뇌의 화력은 실로 대단했다.

한때 대한민국 국방부를 포방국이라 불린 이유가 따로 있는 게 아니었다.

엄청난 화력이 20여 분간 이어지자 제35군 진형에서도 제128기관총포병사단이 대포병 포격을 가해왔다. 하지만 1차 공중포격에 일부 포병전력이 와해하면서 반격의 포격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특히나 각 기갑사단에 편제된 C-30 비호A2 장갑차의 12mm 레이저 벌컨 빔과 수많은 C-3A1 백호 전차의 8mm 레이저 벌컨 빔이 합세하자 제7기동군단 지형으로 떨어지는 적 포탄은 눈에 띄게 적었다.

수백 개에 달하는 빛줄기들이 개미 새끼 한 마리 빠져나가지 못할 정도의 촘촘한 그물망을 만들 듯 화망을 구성했다.

장관도 이런 장관은 없었다. 매년 여의도에서 벌어지는 불꽃 축제보다 더욱 화려하고 멋진 장관이 부레야강 상공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적 포병부대의 포격이 자자 들을 때쯤, 공병여단을 비롯한 각 사단의 공병대대가 설치한 4개의 부교로 수색전차대대 C-3A1 백호 전차들이 선봉으로 건너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 각종 C-23P 현무 보병전투장갑차들이 튜브식 부양장치를 작동하고는 일제히 부레야강에 뛰어들어 수상도하를 시작했다.

수상도하 시 수류저항을 줄여 수중에서도 시속 20km에 달하는 매우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K-23P 현무 보병전투장갑차들은 강폭이 300m에 달하는 곳은 1분이면 건너는 매우 짧은 시간이었다.

동시다발적으로 4개의 부교와 강폭이 가장 좁은 4곳에서 수상도하가 시작되자 상공에서는 제17항공단 소속의 FAH-91SP 송골매 공격헬기 32기가 일제히 부레야강 상공에서 날아다니며 공중엄호에 들어갔다.

간혹, 제35군 지역에서 지대공미사일이 날아왔지만, 최신예 공격헬기답게 강력한 SECM(교란시스템각)과 회피기동을 펼치며 즉각적인 보복공격에 들어갔고 후방에서도 각종 지대공미사일로 요격 지원을 했다.

제35군은 도하를 끝마치기 전에 재정비한 포병부대에서 다시금 응징 포격을 가했다.

동시다발적으로 포격한 수백 발의 포탄이 크나큰 포물선을 그으며 도하 중인 제7기동군단 전차와 장갑차를 향해 무섭게 떨어졌다. 하지만, 부교 및 수상도하 차례를 기다리던 전차와 비호 장갑차에서 레이저 빛줄기를 뿌리자 멋진 장관이 또다시 펼쳐졌다.

콰앙! 콰앙아! 쾅앙! 콰아앙!

하늘에서 제2차 불꽃 쇼가 진행된는 가운데 가장 먼저 부교를 통해 도하하던 각 사단의 수색전차대대 전차들이 하나둘 부례야강 너머 지대를 밟았고 곧바로 전방 수색기동에 들어갔다. 하물며 수상도하 한 C-23P 현무 보병전투장갑차까지 도하에 성공하자면서 하나둘 가파른 언덕을 기동하자 어느 순간 부례야강 너머는 제7기동군단 전차와 장갑차로 도배가 되어갔다.

퍼엉! 퍼엉! 퍼엉! 퍼엉!

진작부터 이곳 부례야강 곳곳에 임시 방어진지를 구축하고 쏟아지는 포탄과 폭탄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제21친위전차사단 T-90AM 전차 백여 대를 선두로 3개 차량화소병병사단 소속의 T-90 전차 백여 대와 제35군 직할 제2친위전차연대 소속의 구십여 대의 T-14 아르마타 전차들이 마구 뒤섞인 채 막 도하에 성공한 제7기동군단 C-3A1 백호 전차와 C-23P 현무 보병전투장갑차를 향해 사정없이 APFSDS(날개안정분리철갑탄)을 발사했다.

그리고 각자 무장한 대전차유도탄 역시 아끼지 않고 일제히 발사했다. 전차 뒤에서 따르던 BRBD-2 장갑차에서도 상단에 장착한 4연장 9P148 콘커스 대전차유도탄 수십 발이 발사됐다.

초반 화력을 쏟아부어 도하 중인 전력이 합류하기 전에 도하에 성공한 전력을 섬멸하여 잘라먹겠다는 전술이었다.

하지만 제35군 소속의 여러 종류의 전차들이 상대하는 제7기동군단 전차는 지구 최강의 백호 전차였다. 더불어 4세대 대전차유도탄도 100% 요격할 수 있는 능동방어시스템 중 하나인 25mm 레이저 요격시스템이 장착된 개량형 C-3A1 백호 전차였다.

3종류의 러시아 전차 주포에서 강력한 불꽃을 터뜨리며 APFSDS(날개안정분리철갑탄)을 토했고 이어 두 종류의 3UBK21 '스프린터' 대전차유도탄과 9K225 프로쉬나크노 대전차유도탄이 하얀 연기를 뿌리며 백호 전차 사이로 파고들었다.

하지만, 발사 초기부터 백호 전차의 강력한 SECM의 전파 교란에 타케팅이 어긋나면서 여러 기의 대전차유도탄은 목표물을 잃고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자폭하거나 땅바닥에 처박고는 폭발했다. 그리고 전파 교란을 이겨내고 백호 전차와 주변의 현무 보병전투장갑차를 향해 날아온 대전차유도탄 역시 순간속도로 날아오는 25mm 요격 레이저 빔에 차례대로 폭발했다.

러시아 전차들의 회심의 대전차유도탄 공격은 허무하게 끝났고 어느 정도 대형을 갖춘 백호 전차들의 광자포에서 하나둘 붉은 입자를 토했다.

쮸웅! 쮸웅! 쮸웅! 쮸웅! 쮸웅!

퍼엉! 퍼엉! 퍼엉! 퍼엉! 퍼엉! 퍼엉!

양측 전차 수백 대가 서로를 향해 거리를 좁히며 교전에 들어간 가운데 상공에는 공중엄호를 담당하는 FAH-91SP 송골매 공격헬기들이 기수를 밑으로 기울이고는 양 날개에 장착된 50mm 플라즈마 활성탄을 연거푸 날렸다.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상공 100여 미터에서 32기의 FAH-91SP 송골매 공격헬기들이 일제히 플라즈마 활성탄을 날리자 제21친위전차사단 소속의 T-90AM 전차 수십 대가 불길에 휩싸이며 기동을 멈췄다.

이에 후방에서 폭격과 포격에서 살아남아 따라오던 32대의 ZSU-23-4 실카 자주대공포 장갑차에서 4연장 23mm 기관포가 불을 뿜었다. 그리고 15대의 2S6M 통구스카 자주대공포에서도 2연장 2A38 30mm 기관포와 9M311 단거리 지대공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렇게 지상과 상공에서는 서로를 죽이기 위해 수많은 기관포 탄과 유도탄들이 엇갈리며 날아갔고 거대한 폭발과 폭발음이 끊이지 않고 울려 퍼졌다.

하지만 전장의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격되는 전차와 장갑차들은 제35군 러시아 진형에서 대부분 일어났다. 마치 지옥에서 온 사자가 죽음의 향연을 벌리는 듯했다.

50mm 활성탄에 피격된 장갑차가 폭발하자 후방 해치로 온몸에 불이 붙은 하차조 병사들이 절규하듯 비명을 지르며 눈 덮인 땅바닥을 굴렀고 사지가 절단된 승조원은 두 팔로만 기어 나오다가 그대로 숨을 멈췄다. 어떤 전차는 100mm 광자포에 정통으로 얻어맞고는 승조원과 함께 대폭발하며 그대로 산화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전쟁의 참혹함은 더욱 짙어졌고 양국의 전사자 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겠다.

한편 전방에서 치열한 교전이 벌어진 가운데 후방에서 제1차 동북아 전쟁에서 수많은 전과를 올린 제20기갑사단(결전) 60기갑여단 26전차대대 전차들이 잠항도하 중이었다. C-3A1 백호 전차는 수심 20m 내에서 1km까지 잠항으로 도하가 가능했다. 속도는 시속 10km밖에 안 되지만 물속에서 잠항하는 능력은 큰 장점이었다. 기갑부대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 할 수 있는 시베리아의 수많은 강줄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후! 이거 언제쯤 건넙니까? 완전히 거북이구먼”

포수 염훈기 하사가 물밖에 보이지 않은 조준경이 답답하지 한탄 섞인 말을 내뱉었다. 그동안 몇 차례 잠항도하 훈련을 해왔지만 이렇게 넓은 강폭의 잠항도하는 그것도 실전에서 처음이었기에 느끼는 답답함은 배로 다가왔다.

“야! 거북이는 물속에서 귀신처럼 빠른 거 모르냐?”

전차장 김영주 중사도 잠항도하가 심심했는지 말꼬리를 잡았다.

“아 그거야 말이 그렇다는 거 아닙니까?”

“오예 이놈아. 시간상 건널 때 됐는데, 김 상병아!”

“네, 상병 김일수!”

“언제 건너냐?”

“십여 미터 남은 듯합니다.”

조종수 김일수 상병 말대로 712호 전차는 약간 위쪽으로 기울어진 채로 잠항도하 기동을 하고 있었다.

“나가면 신나게 싸우고 있겠지?”

“네, 그렇지않겠습니까? 우리 대대가 거의 마지막쯤에 잠항도하에 들어갔으니까 말입니다.”

“에잇! 항상 선봉이었는데 이번 도하에 막꼴찌를 해서리······. 염 하사야. 사단 내 피격 전공 1순위는 힘들겠지?”

“아! 가만 보면 김 중사님도 예전 오영택 전차장님 닮아갑니다. 왜 그리 전공에 열을 올리십니까?”

“짜샤 내가 한두 번 말하냐? 일계급 특진에 훈장 받으면 월급도 올라가고 나이보다 빠른 진급 일석이조 아니냐?”

“아예!”

오늘 역시 시답지 않은 농담이 오가는 사이 712호 전차는 어느덧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잠시 후 대대장의 명령에 따라 26전차대대는 전방에서 치열하게 교전을 벌이는 아군 부대를 지원하기 위해 야지에서 낼 수 있는 최고속도까지 끌어올리면 앞으로 튀어나갔다.

★ ★ ★

2023년 12월 18일 17:40 (신중국시각 16:40),

신중국 베이징 시청구 흑호대 본부.

유하연 주임과는 다르게 2팀 윤태진 팀장과 팀원 2명은 흑호대 본부로 보이는 건물 지하에 들어왔다. 이들 역시 1시간 이상 TCS 모드 상태라 새로운 예비 전지로 교체하고 각자 흩어져 본격적인 흑호대 내부 파악에 들어갔다.

흑호대 본부 건물의 지상은 잘 알려진 것처럼 베이징 캐피탈로 위장 영업을 해왔고 흑호대의 대부분 사무실은 지하 5층부터 10층을 사용했다.

이에 윤태진 팀장과 팀원 2명은 각자 다른 층으로 내려가 착용한 SG-TAR 실드글라스 통해 건물 내부를 촬영 및 내부 도안을 완성해 나갔다.

간혹, 통제구역 같은 경우는 X-K02 단말기를 이용해 잠금장치를 풀어 들어갔고 CC 카메라는 강력한 방해 전파를 일으켜 일시적으로 먹통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장애가 계속해서 일어나면 CC 카메라를 운용하는 요원들이 알아챌 수 있기에 서로 간 무음성 통신을 주고받아 최소한으로 사용하여 출입통제구역을 침투했다.

2팀의 목적지는 오직 흑호대의 전용 서버실이었다.

스윽! 스윽!

최대한 발소리가 안 들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걷는 윤태진 팀장은 방금 꺾어진 복도에서 2명의 사내가 모습을 드러내고 다가오자 순간적으로 숨을 멈추고 벽에 바짝 기댔다.

뚜벅! 뚜벅! 뚜벅!

그리 넓지 않은 복도 폭에 2명의 사내가 지나갈 때 아주 미세하게 윤태진 팀장의 가슴을 스치며 지나갔다.

‘후! 여긴 뭐 잠수함도 아니고 뭔 복도를 이리 좁게 만들었어.’

반대편으로 멀어져가는 사내들의 뒷모습을 보며 윤태진 팀장이 감자 주먹을 하며 일갈했다.

이때 지하 8층을 돌다가 통제구역에 침투한 전기원 대리로부터 무음성 통신이 날아왔다.

- 팀장님! 왠지 서버실로 보이는 곳 앞입니다.

“확실해?”

- 네, 유리창 너머로 보니 서버실이 틀림없습니다.

“오호! 이거 예상보다 빨리 찾았군! 들어갈 수 있겠냐?”

- 그건 좀 힘들겠습니다.

“왜!”

- 서버실 문 바로 안쪽에 3명 정도가 지키고 있습니다.

“아니 서버실에 뭐 먹을 거 있다고 지키고 있다니?”

- 어떻게 할까요?

“일단 서버실까지 이동 경로 촬영 및 도안도 스캔했지?”

- 네, 했습니다.

“좋아! 혹시 또 다른 서버실이 있을지 모르니까 30분 정도 더 찾아보고 빠져나가도록 하자!”

- 네 알겠습니다.

전기원 대리와 무음성 통신을 마친 윤태진 팀장은 X-K02 단말기를 조작해 이번엔 밖에서 대기 중인 이자성 과장과 무음성 통신을 시도했다.

“여기는 알파 투! 알파 제로 확인 바랍니다. 여기는 알파 투! 알파 제로 안 들립니까?”

‘아! 지하라 통신장애인가? 음, 그나저나 혼자 다른 곳으로 간 유 주임이 걱정되네. 하필 유 주임이 혼자 다른 곳으로 갈라질 게 뭐야. 제길!’

윤태진 팀장은 불현듯 혼자만 다른 곳으로 가게 된 유하연 주임이 걱정됐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