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굴 연기 피우기
2023년 12월 18일 17:05 (신중국시각 16:05),
신중국 베이징 시청구 흑호대 본부.
철거덕!
노크도 없이 댜오이난 부대장이 대장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뭐! 뭐야?”
그러잖아도 짱천 건으로 심란해 있던 신바이칭 대장은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오자 깜짝 놀라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죄, 죄송합니다. 다급한 나머지”
“뭔 일이 또 터진 건가?”
신바이칭 대장은 설마하니 짱천 건인가 하고 걱정된 표정으로 바뀌곤 질문을 던졌다.
“주석실 외부망 서버 보안실에서 해킹 시도를 감지했습니다.”
“뭐? 난 또 뭐라고······. 우리랑 무슨 상관이라고 이리 호들갑이야?”
“그게, 해킹된 정보 중에 흑호대 2팀이 진행했던 플라즈마 핵심기술 유출 공작 보고서도 포함되었다고 합니다.”
순간, 신바이칭 대장의 두 눈은 토끼 눈처럼 커졌다.
“대체 그게 무슨 말인가? 외부망 서버에 그런 중요한 문서가 들어있단 말이야? 내부망 서버도 아니고 앙?”
“그거까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으나······. 어쨌든 해킹된 건 확실하다고 합니다.”
“이런 제길! 갈수록 태산이구먼, 해킹범들 추적은 하고 있는가?”
“네, 운 좋게도 바로 감지해 현재 추적 중인데 이곳 베이징이라고 합니다.”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놈들이군, 그쪽 보안실에 우리 요원들 있지?”
“네, 있습니다.”
“당장 추적에 참여하라고 해! 알았나? 그리고 보안실 책임자가 누구인가?”
“니다홍 실장입니다.”
“당장 연락해! 해킹된 자료에 우리 흑호대 관련 자료도 포함되었으니 우리 쪽도 참여한다고 하고 당분간 주석실에 보고하지 말라고 전해! 아니다. 그건 내가 직접 연락할 테니 자네는 요원들에게 바로 연락해!”
“네, 알겠습니다.”
댜오이난 부대장이 나가자 신바이칭 대장은 책상 위에 놓인 인터폰을 누르고 수화기를 들었다.
- 네, 대장님!
“주석실 외부망 서버 보안 실장 연결해!”
- 네, 연결하겠습니다.
잠시 후 인터폰 수화기 넘어 신호 가는 소리가 들리고는 이내 중년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외부망 보안 실장 니다홍입니다.
“안녕하시오. 나 흑호대 대장 신바이칭이오”
- 지금은 바빠서 길게 통화를 못 합니다. 급한 게 아니라면 나중에 다시 하시지요.
“니다홍 실장! 다 알고 있소. 현재 해킹 시도 때문에 그런 것을”
- 헉! 그걸! 어떻게······.
“괜히 첩보부서겠소? 보고들은 바 해킹된 자료 중에 우리 흑호대 자료도 있다고 하는데 말이오.”
- 그, 그렇습니다. 죄, 죄송합니다.
“사과를 들으려고 전화한 건 아니오. 어쨌든 우리 부서의 자료도 해킹되었으니 이번 건은 흑호대에서 해결하겠소. 우리 요원들도 보안 직원들과 함께 해킹범에 대해 추적을 하겠단 말이오.”
- 그래 주면 저희로선 감사하겠습니다.
“대신, 조건이 있소이다.”
- 무슨 조건입니까?
“이번 해킹 사건이 말끔히 해결될 때까지 주석실에는 보고하지 마시오.”
-네? 그건, 만에 하나 나중에 보고를 늦게······.
“이보시오. 당신들이 관리를 소홀히 해서 우리 부서의 중요한 문서가 해킹된단 말이오. 그게 얼마나 큰일인지 아시오? 그래서 조용히 해결하려고 우리 부서가 움직인다고 하지 않았소? 말끔히 해결될 걸 괜히 미리 보고해서 당신 모가지 날아간다는 걸 모르오?”
“아,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보고는 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확실히 해결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건 걱정하지 마시오. 그럼 그렇게 알고 기다리시오.”
- 네, 알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신바이칭 대장은 부서져라. 인터폰 수화기를 내려놓고는 핸드폰을 꺼내고는 부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 네, 대장님!
“그쪽 요원들에게 연락했나?”
- 네, 현재 최종적으로 확인된 위치가 이곳으로부터 3km도 떨어지지 않은 소프 호텔로 확인되어 특수기동팀과 함께 긴급 출발했습니다.
“소프 호텔?”
- 네, 그렇습니다.
“확실히 잡아야 한다. 우리 목숨이 걸려 있단 말이야. 알겠나?”
- 네, 현재 북경 내 모든 요원을 총동원하여 잡아내겠습니다.
“알았다.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
- 네, 대장님!
★ ★ ★
2023년 12월 18일 17:11 (신중국시각 16:11),
신중국 북경시 시청구 소프 호텔(501실).
남궁원 과장이 말한 대로 10분 정도가 흐르자 소프 호텔 앞에는 여러 대의 검은 밴이 멈춰 섰고 검정 양복을 입은 사내들이 우르르 하차했다. 그리고는 이내 로비로 뛰어갔다. 일부 흑호대 요원들은 호텔 출입구를 모두 봉쇄하고 드나드는 호텔 투숙객에 대한 검문검색에 들어갔다. 가지고 온 각종 장비까지 동원하며 철저히 확인했다.
- 여기는 알파 투! 먹잇감 다수 포착! 로비로 들어간다. 이상!
- 여기는 알파 제로! 확인 이상!
- 여기는 알파 원! 로비 역시 먹잇감 다수 포착! 일부는 로비에서 대기 중이며 몇 명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감. 이상!
- 여기는 알파 제로! 확인 이상!
- 여기는 알파 쓰리! 지하 주차장에도 2대의 검은 밴 도착! 여러 개의 먹잇감이 주차장 입구 및 위층으로 올라가는 모든 곳을 통제 함, 이상!
- 여기는 알파 제로! 알파 쓰리! 들키지 않도록 조심하도록 이상!
- 여기는 알파 쓰리! 확인 이상!
한편, 특수보안팀 요원 2명은 화이러우구에 있는 비밀 안가에서 소프 호텔의 모든 전산망을 해킹해 CC 카메라를 마음대로 조종하고 있었다. 이에 남궁원이 탄 검은 밴에서는 노트북을 통해 현재 먹잇감이라 불리는 흑호대 요원과 보안 직원들의 모습이 CC 카메라에 죄다 보고 있었다.
흑호대 요원과 보안 직원을 태운 엘리베이터가 5층에 서자 이들은 각자 허리춤에서 권총을 빼 들고는 복도를 내달렸다. 그리고 501호실에 멈추고는 바로 호텔 문을 발로 차고는 신속한 동작으로 사격 자세를 취하고는 거실과 방을 살폈다.
하지만, 거실 탁자 위에 덩그러니 놓인 노트북 외에는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자 키가 크고 나른 사내들보다 나이가 좀 먹어 보이는 사내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특수기동팀 황쉬엔 팀장이었다.
“여기는 원앙새! 알파 포! 지금 어디론가 연락하는 저놈 얼굴 스캔하고 볼륨 좀 최대로 키워봐!”
신은하 팀장이 거실에 장착한 초소형 카메라를 통해 거실 상황을 지켜보던 남궁원은 무음성 통신으로 알파 포에게 알렸다.
- 여기는 알파 포! 스캔 완료! 볼륨 최대치로 올립니다.
알파 포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통화를 하는 황쉬엔 팀장의 음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 부대장님! 거실에 놓인 노트북 외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발각된 걸 눈치채고 도망간 듯합니다.
- 지금 보안 직원이 노트북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이때 노트북을 확인하던 보안 직원이 황쉬엔 팀장을 보고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말했다.
“후! 해킹한 자료는 그대로 남아있고 복사본으로 따로 가져간 것도 없는 거 같은데요. 복사본은 없는 듯합니다.”
“정말입니까?”
“네, 두 번 확인해본 결과 맞습니다.”
“다행이군요. 그런데 왜 노트북을 가지고 가지 않았을까요?”
“그건, 저도 잘······. 아무래도 급하게 도망치느라 깜빡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어쨌든 해킹범들의 노트북을 확보했으니 이걸 가지고 가서 조사하면 뭔가 나올 거 같습니다.”
무거운 PC도 아니고 가볍게 가지고 갈 수 있는 노트북을 놓고 갔는지 순간 의문이 든 황쉬엔 팀장은 통화 중에 있었다는 걸 깨닫고는 바로 전화기를 들어 보고했다.
- 부대장님! 다행히 해킹한 자료는 노트북에 그대로 있고 복사본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보안실에서 조사하면 뭔가 나올 거 같다고 합니다.
- 네, 네
- 네, 알겠습니다.
뭔가의 추가 지시를 받은 황쉬엔 팀장은 바로 통화를 마치고 부하들에게 노트북 회수를 지시했다. 이때 부하 요원으로부터 통신이 날아왔다.
- 소호 2입니다. CC 카메라 확보했습니다.
“대호다. 수상한 건 찾았나?
- 15분경! 501호 실에서 여자 한 명이 나왔고 1분 후 사내 한 명이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호텔을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 추적조는 보냈나? 네, CC 카메라 확인 후 바로 보냈으나 호텔 뒤쪽 골목길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고 합니다.
“호텔 측에 501호실 투숙객에 대한 정보 일체 확보해!
- 네 알겠습니다.
한편, 대외정보1과 요원들은 각자 위치에서 흑호대 요원들과 보안 직원들을 일일이 살폈다. 로비 카운터에서 호텔 직원으로부터 501호실 투숙객 정보를 요구하는 흑호대 요원, 지하 주차장에서 모든 차량의 번호를 확인하고 주차장 입구와 위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및 계단을 통제하는 흑호대 요원, 호텔 밖에서 주변 일대를 살피는 흑호대 요원, 등등 하나도 빼놓지 않고 감시 아니 감시를 했다.
그리고 1시간 정도 흐른 후 소프 호텔에는 20여 명의 흑호대 요원이 남아 검문검색을 계속했고 나머지 요원들은 타고 왔던 검은 밴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제부터 토끼굴 연기 피우기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TCS 모드로 1시간 넘게 투명상태를 유지하던 알파 투 윤태진 팀장과 팀원들은 검은 밴이 출발하기 전 미리 밴 위에 몰래 올라타 무임승차를 했다.
마치 스파이더맨처럼 검은 밴 지붕에 납작 엎드린 윤태진 팀장이 무음성 통신을 보냈다.
- 이제 출발합니다. 차량 추격조 조심해서 따라오세요.
오랜만에 첩보요원 놀이를 하니 윤태진 팀장은 즐거운 듯했다. 무음성 통신의 목소리에서 느낄 수 있었다.
왔던 대로 검은 밴들은 순서대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각자 4개 차량 지붕에 올라탄 2팀 요원들은 그렇게 북경 한복판 도로를 투명상태로 매달린 채 달렸다. 한편 호텔 건너편에서 대기하고 있던 알파 포 요원들의 차들도 하나둘 그들의 뒤를 밟았다.
큰 대로에 접어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시단역 사거리에서 앞에서부터 3번째 차량까지는 좌회전을 하고 한 대는 그대로 직진을 했다. 이에 알파 포 4대도 3대는 좌회전을 나머지 한 대는 직진을 했다.
좌회전한 흑호대 검은 밴 3대는 20m 정도를 가고는 다시금 좌회전하더니 첫 번째 큰 건물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이 건물은 베이징 케피탈이라는 유명한 건물이었다. 이에 좌회전하며 뒤쫓던 3대는 위치를 확인하고는 그대로 지나쳐갔다.
★ ★ ★
2023년 12월 18일 17:20 (신중국시각 16:20),
신중국 베이징 시청구 주석실 외부망 서버실 본부
시단역에서 직진했던 4번째 차량은 600m 정도 달리고는 오른쪽에 있는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입구부터 심상치 않았다. 각종 카메라가 여러 개나 달렸고 입구에서 근무 중인 직원들은 제복 차림에 권총까지 착용하고 있었다.
뒤따라 오던 알파 포 요원 차량은 천천히 운전하며 위치만 파악하고는 더는 의심받지 않기 위해 다시금 속도를 올리고 앞으로 달렸다.
이곳은 주석실의 외부망 서버실을 운용하는 건물로 검은 밴은 지하 주차장 입구부터 이곳 지하 3층까지 내려오면서 총 3번의 검문소를 통과해 널따란 주차장에 도착했다. 그때까지 지붕에 납작 매달린 채 숨까지 죽이고 있던 유하연 주임은 승차했던 사람들이 하차하고 출입구 방향으로 걸어가자 그때야 참았던 숨을 조심스럽게 쉬면서 주변을 살폈고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지붕에서 내려왔다.
혼자만 떨어진 유하연 주임은 천장과 곳곳에 달린 CC 카메라를 확인하고 하나둘 머릿속에 담았다.
그리고 보안 직원들이 걸어갔던 출입문으로 향했다.
역시나 출입문은 비밀번호와 홍채인식 시스템으로 이뤄져 있었다.
“여기는 알파 투 다시 포! 알파 제로 들리나요?”
무음성 통신으로 이자성 과장을 찾았지만, 통신 방해가 있는지 응답이 없었다.
‘하필! 혼자 떨어져서 이게 뭐람’
혼자 남겨지고 통신까지 안되는 상황에 직면하자 유하연 주임은 방도를 생각해 내고자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보안 건물에 더군다나 지하 3층이니 통신 장애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 유하연 주임은 어떻게든 위층으로 올라가 통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때 왼팔에 찬 X-K02 단말기 화면에서 전지량이 5%가 남았다는 표기와 함께 깜빡였다.
‘하! 너까지 도와주지 않는구나!’
유하연 주임은 잠시 CC 카메라가 없는 사각지대로 이동을 하고는 잽싸게 TCS 모드를 끄고 새로운 전지로 교체한 다음 다시금 TCS 모드를 활성화했다.
‘뭐지?’
비상용으로 가져온 예비 전지는 2개였는데 1개만이 케이스에 끼워져 있었다. 아무래도 밴 지붕 위에서 매달려오면서 1개가 빠진 듯했다. 낭패였다.
전지 1개당 TCS 모드를 활성화할 수 있는 시간은 1시간 30분! 고로 유하연 주임은 이곳에서 적어도 1시간 30분 이내에 빠져나가야만 했다. 그렇지 않다면 TCS 모드가 풀려 영락없이 이곳에서 잡힐 수도 있었다. 첩첩산중이 유하연 주임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유하연 주임은 국가정보원에서도 가장 힘든 부서인 대외정보국의 블랙 요원이 아닌가? 최정예 블랙 요원답게 유하연 주임은 마음을 가다듬고는 출입문으로 자리를 옮겨 다른 사람이 문을 열고 통과하기를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