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굴 연기 피우기
2023년 12월 18일 15:00,
남주 서울특별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한러전 발발 20일째, 전쟁 초반 러시아군의 진공을 막아내고 삼각지 섬멸 작전이 성공함으로써 본격적인 시베리안 점령 작전으로 이어졌다.
먼저, 서부전선 상황은 양국이 국경선을 맞대고 대치 중이었다. 먼저 러시아군은 지금까지 직접적 교전에 나서지 않았던 붉은기갑군단을 중심으로 교전에서 살아남은 제29군 전력과 함께 현재 위치에서 고착화 전선구축을 하려 했으나, 지속적인 대한민국 공군의 공중폭격과 막강한 지상 포격에 피해가 늘어나자 제36군 예하부대의 증원군이 올 때까지 버티지 못하고 큰 희생을 치르고 도하 했던 이민강을 다시금 도하 하고는 끝내 국경선 너머까지 퇴각하는 치욕을 맛봤다.
하지만 제29군 패잔병과 붉은기갑군단은 제36군의 일부 증원부대가 도착하고 중부군구 소속의 제41군과 제2군까지 합류하면서 다시금 군구급 이상의 대군으로 재편성되자 몽골 북쪽 국경선부터 북부전선 국경선까지 전방위적으로 넓게 전개했다. 지상군 수만 해도 20만에 달하는 대병력이었다.
이에 대한민국 국군은 20만에 달하는 러시아 대군을 상대하기 위해 제7기동군단 소속의 제30기계화보병사단(필승)과 제6군단 제5기갑사단(열쇠)을 중심으로 제28경갑보병사단(무적태풍)과 2군단 제7기갑사단(칠성), 그리고 제5군 직할부대인 제81기계화보병사단(해모수)이 국경선 방어 라인에 합류하여 전력을 보강했다.
그리고 후룬베이얼로 퇴각했던 제65경갑보병사단(일몰) 역시 신속하게 재정비를 마치고 12월 5일에 전선 일대에 다시금 투입했다.
2개 기갑사단에 2개 기계화보병사단, 그리고 2개 경갑보병사단으로 1차 방어 라인을 구축했지만, 지상군 병력에서 한참 미치지 못하는 부분을 공군전력으로 메꾸고자 했다. 이에 24시간 언제든 공중화력을 지원할 수 있도록 요동(선양)의 제38전투비행단과 안시(안산) 제17전투비행단, 그리고 예천의 제16전투비행단을 서부전선 공중지원 1순위 비행단으로 지정했다.
두 번째 북부전선 상황은, 개전초부터 국경선 일대에서 백중지세로 힘겨루기를 해왔던 전선인 만큼 어느 한쪽이 우세한 상황은 아니었다. 추운 겨울 날씨와 험난한 산악지대로 인해 제36군과 제35군의 예하부대의 진공은 더디었고 반대로 북부전선을 지키는 대한민국 국군은 대부분 산악전문부대인 경갑산악사단으로 편제되어 있어서 러시아군보다 배가 적은 병력임에도 수월하게 방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방어는 가능했으나 반격을 위한 진공은 병력이 충분하지 않았기에 지금까지 국경선 방어에만 전념 중이었다.
마지막으로 동부전선은 교전 초기 상황과 매우 다르게 흘러갔다. 개전 초기 제2신속대응군의 4개 공수타격사단이 은밀한 공수침투를 통해 하바롭스크를 점령한 후 이어 ‘삼각지 섬멸 작전’이 성공함으로써 제5군을 섬멸하자 본격적인 ‘시베리안 점령 작전’이 전개되었다.
12월 2일에는 8군단 직할부대인 제102기갑여단(일출) 블라디보스토크의 주둔군을 격파하고 점령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시베리아 점령의 주공 중의 하나인 남주에서 기동을 시작한 제2신속대응군의 4개 신속대응사단은 연해주 주둔군인 제5군이 전멸한 상황에서 신속하게 블라디보스토크 주변 일대의 도시인 아르툠과 우수리스크, 스파스크달니, 아르세니예프 등을 차례대로 점령해 나갔고 아르세니예프 점령 후에는 연해주 서해안 쪽으로 진공 경로를 변경하여 카발레로보를 시작으로 장장 2,000km에 달하는 대장정의 북진을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오호츠크해의 우츠카야만에 접해 있고 인구 1,800명이 사는 작은 도시 추미칸 근거리까지 진공 중이었다.
또한, ‘삼각지 섬멸 작전’의 초석이었던 4개 공수타격사단은 12월 10일 점령했던 하바롭스크를 비롯해 뱌젬스키와 비로비잔 등을 제82기갑사단(발해)과 북만주 주방위군에 인수인계를 하고 향후 러시아와의 최전방 전선이 될 울란우데 공수작전에 투입하기 위해 잠시 강명(하얼빈)으로 이동해 재정비 시간을 가졌다.
한편, 12월 7일에는 사할린 상륙작전 성공과 함께 주둔하던 러시아 동부군구 소속의 제68군단을 괴멸시킴으로써 현재는 사할린섬 전체를 장악한 상태로 극소수의 패잔병 색출 중이었다.
또한, 시베리아 점령부대의 주공 중의 주공이라 할 수 있는 제7기동군단의 직할부대와 예하부대인 수도기갑사단(맹호), 그리고 2022년 말, 추가 편제된 제77기계화보병사단(극진)은 하바롭스크에서 동쪽, 북쪽, 서쪽, 즉 3방향으로 진공에 들어가 점령지역을 늘려나갔고 북만주 남강도 소양산에서 제5군의 제81친위기갑사단과 제70차량화보병사단을 상대로 대승의 전과를 올린 제20기갑사단(결전)은 그대로 국경선을 넘어 달네레첸스크를 점령했다.
이후 국경선을 따라 북진에 들어갔고 구베로보, 로체크로스크, 비킨 등 국경선 일대의 도시들을 차례대로 점령해 나가다가 12월 9일에는 오보를 12월 11일에는 아나스타샤예카까지 점령했고 12월 13일에는 제77기계화보병사단(극진)와 합류하여 12월 15일에는 아무르스크와 콤소몰스크나아무레까지 점령한 후 지금은 제7기동군단 모든 부대가 합류하여 하바로브스키 변경주를 넘어 자바틴스크 앞을 가로막고 있는 부레야강 도하 준비 중이었다.
연해주와 하바로브스키 변경주 방어를 책임지던 제5군이 괴멸된 상태였기에 제7기동군단은 별다른 저항 없이 파죽지세로 점령할 수 있었다.
‘시베리아 점령 작전’이 목표로 한 영토의 4분에 1일을 점령한 시점, 이제 ‘시베리아 점령 작전’의 본격적인 교전의 시작이자 분수령이 될 제7기동군단의 부레야강 도하 준비에 한창이었다.
부레야강 넘어 눈 덮인 평야와 야산에는 제35군 소속의 제21친위전차사단과 제67차량화소총병사단, 제265차량화소총병사단, 제266차량화소총병사단, 제128기관총포병사단과 제35군 직할부대인 제364독립헬기연대가 만만의 준비를 마치고 제7기동군단이 도하를 시도할 때를 기회로 공격하려 했다.
이렇듯 제7기동군단을 상대하는 제35군의 전력은 규모 면에서는 군단급 이상이었지만,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기갑전력을 보유한 제7기동군단을 상대로 하기엔 우리 측에서 보자면 부족하지 않으냐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니 자존심이 상할 수 있었다.
부레야강 폭은 적게는 200m에서 길게는 550m 달하는 매우 넓은 강이었다. 이에 제7기동군단은 강폭이 가장 짧은 8곳을 선정해 신속하게 도하 할 예정이었다.
제20기갑사단(결전)과 제7수도기갑사단(맹호)의 모든 C-3A1 백호 전차들이 횡대 대형을 갖추고 전방을 향해 포진했고 군단 직할 제7포병여단과 각 사단포병여단에서도 대규모 화력을 퍼붓기 위해 방열한 상태였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후방에 있던 군단 직할 7공병여단(태극)을 주축으로 각 사단 공병대대의 각종 공병 장갑차들이 부레야강 쪽으로 기동을 시작했다.
이러한 장면은 아폴론 위성으로부터 촬영되어 실시간으로 합동참모본부 스크린에 비치고 있었다.
“제7기동군단 본부로부터 보고입니다. 현지시각 기준, 앞으로 3시간 후 도하 작전을 시작한다는 보고입니다.”
이에 신성용 합참의장은 자신의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현지시각이면 한국시각으로는 6시군!”
시베리아의 겨울은 오후 6시 만데도 해가 저물어 주변 일대가 깜깜해진다. 야간투시 장비 성능이 월등한 제7기동군단으로서는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할 도하 작전이기에 최대한 유리한 조건에서 도하를 해야 하기에 야간에 시작하는 건 당연지사였다.
“좋아! 양 본부장!”
“네, 의장님!”
“공군 사령부에 미리 연락해서 다시 한번 점검하라고 전하게”
“네, 알겠습니다.”
현재 만경(지린) 제10전투비행단 제201전투비행대대는 제7기동군단의 도하 작전을 공중엄호하기 위해서 낮부터 대기 중이었다. 또한, 공중엄호 외에도 대규모 폭격을 가하기 위해 참매 폭격기 8기도 각각 대형 이글로 안에서 내부무장실에 폭탄을 가득 채우고 대기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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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18일 17:00 (신중국시각 16:00),
신중국 북경시 시청구 소프 호텔(501실).
신중국공산당 중앙판공청으로부터 2.4km밖에 떨어지지 않은 소프 호텔 501호실에는 남궁원과 대외정보1과 3팀 신은하 팀장이 변장한 채로 젊은 부부행세를 하면서 며칠간 이곳 소프 호텔에서 숙식 중이었다.
마치 신혼여행 온 듯한 뉘앙스를 풍기며 낮에는 주변 일대를 관광하고 밤에는 501호실에서 뭔가를 준비해왔다. 그리고 오늘은 밤마다 준비한 일을 시작하는 중요한 날이었다.
“여기는 원앙새 알파 제로, 모든 준비는 끝났다.”
- 여기는 알파 제로, 현재 위치에서 스탠바이 대기 중! 나머지 알파도 응답 바람. 이상
- 여기는 알파 원, 현재 위치 확보! 이상!
- 여기는 알파 투, 현재 위치 확보! 이상!
- 여기는 알파 쓰리, 현재 위치 확보! 이상!
- 여기는 알파 포, 현재 위치 확보! 이상!
“여기는 원앙새! 정확히 1분 후 큐! 이상!
호텔 방에서 무음성 통신으로 대외정보1과 요원들과 통신을 마친 남궁원은 거실에서 뭔가를 확인하고 있는 신은하 팀장에게 다가갔다.
“확인 끝났지?”
“네, 과장님!”
“1분 후 시작이야. 먼저 나가서 엘리베이터 잡아줘!”
“네, 알겠습니다.”
대답과 동시에 신은하 팀장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남궁원 과장은 투명비닐장갑을 낀 채 소파에 앉았다. 그의 앞 탁자에는 중국 브랜드인 화웨이 노트북 하나가 켜져 있었다.
잠시 깍지를 끼고 손을 푼 남궁원은 손목시계를 보고는 잠시 기다린 후 어느 순간 빠르게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다다다다다! 다다다다닥! 다다다닥! 다닥!
번개 같은 손놀림으로 키보드를 친 남궁원은 마지막으로 엔터키를 누르고는 이내 소파에서 일어나 호텔 방을 나섰다. 그리고 미리 신은하 팀장이 잡아 놓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로비에 나왔고 곧바로 호텔 밖 길거리로 나왔다.
미리 파악한 듯 둘은 호텔 뒤쪽 골목으로 들어섰다. 이곳은 CC 카메라가 없는 사각지대였다. 주변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살핀 두 사람은 이내 TCS(투명은폐시스템) 모드를 활성화해 모습을 감추고는 반대편 골목으로 빠져나온 후 미리부터 열려있는 검은 밴에 탑승했다.
그리고 잠시 후 문이 닫힌 검은 밴은 조용히 도로를 타고 달렸다.
한편, 로비 커피숍에는 알파 원인 박기웅 팀장과 요원들이 변장한 채로 마치 사업가처럼 행세하며 대기하고 있었고 로비 밖에도 알파 투인 윤태진 팀장과 요원들이 TCS 모드로 모습을 감춘 채 대기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알파 쓰리 요원 3명 역시 지하 주차장에서 TCS 모드 상태로 대기 중이었고 알파 포 4명은 호텔 건너편 곳곳에 각자 차량에 탄 채로 대기 중이었다. 이들은 흑호대 차량과 보안 직원 차량을 뒤쫓는 임무가 주어졌다.
대외정보1과 요원들은 다들 누군가를 기다리는듯한 표정으로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지 옆 거푸 주변을 살폈다.
이때 검은 밴에 탑승했던 남궁원으로부터 무음성 통신이 모든 요원에게 날아왔다.
“빠르면 10분! 늦으면 15분이다. 딱 한 번밖에 없는 기회이니 각자 신중히 조심스럽게 추격하기 바란다. 이상”
검은 밴에 탑승한 후 변장한 가발과 수염 등을 떼어 낸 남궁원은 밴 안에서 또 다른 노트북의 화면을 보며 통신을 날렸다.
남궁원이 호텔 501호실 거실에서 화웨이 노트북으로 실행한 프로그램은 저번 주석실 외부망 서버를 해킹할 당시 깔아놨던 백도어를 실행시켰다. 하지만 오늘은 서버 보안을 책임지고 있는 서버 보안 직원들이 바로 알 수 있게끔 작동했다.
남궁원은 노트북 화면을 보며 피식 웃었다. 안 봐도 상상이 가졌다. 현재 주석실의 외부망 서버 보안 직원들은 해킹 시도를 감지하고 한바탕 난리 난 상태였다.
“이놈들 아주 바쁘겠구나!”
드디어 남궁원이 심사숙고하며 5일간 준비한 ‘토끼굴 연기 피우기 작전’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