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37화 (437/605)

사할린 상륙작전

2023년 12월 7일 13:30,

남주 서울특별시 강남구 국가정보원 대외정보국(2과 취조실).

퍽! 퍽! 퍽!

짱천의 양손과 양발을 벽 고리에 쇠사슬로 고정하고 1시간째 죽음의 타작을 하던 대외정보2과 박원호 팀장은 코앞까지 다가가 확 하니 머리채를 잡아당기고는 귀에 대고 북경어로 속삭였다.

“짱천! 아니지 장이씽이 본명이지? 지금 불고 싶어도 좀만 참아! 아직 멀었으니까”

퍽! 퍽! 퍽!

다시 한번 박원호 팀장의 주먹이 짱천의 복무를 연달아 가격했다.

우억!

재갈 물린 입 사이로 소화가 덜 된 면발이 흘러나왔다.

“아나! 이 자식! 뭐 이리 맷집이 약하노? 명색이 중국 흑호대라는 첩보요원이”

“읍! 읍! 읍!”

짱천은 온몸을 들썩거리며 재갈 물린 입으로 뭔가를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재갈 때문인지 입속에서만 메아리쳤다.

“허허! 아직 멀었다니까? 말하고 싶어도 하지 마! 때가 되면 그때 물어볼 테니까 지금은 그냥 쭉 맞자!”

퍽! 퍽! 퍽! 퍽! 퍽! 퍽!

꾸엑!

줄줄줄!

짱천은 기절한 채로 피가 섞인 음식물을 토해냈다.

“아이 더러워! 뭘 이리 많이 먹은 거야?”

이런 상황을 가정한 훈련을 줄곧 받아왔던 짱천이었지만, 이곳으로 끌려온 이후로 8시간째 맞다 보니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한계에 도달한 상황이었다.

“이 새끼! 물 한 바가지 부어줘라!”

피범벅이 된 자신의 손을 손수건으로 닦아 낸 박원호 팀장은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팀원에게 손짓하며 말했다. 이에 나한성 대리는 물이 가든 찬 통을 들더니 바로 짱천 얼굴에 부어버렸다.

쏴아!

“으윽! 으으으으윽!”

찬물에 정신이 퍼뜩 났는지 축 처져있던 짱천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시퍼렇게 붓고 멍든 눈을 힘겹게 뜨고는 바라봤다. 실핏줄까지 죄다 터진 짱천의 눈빛은 제발 살려달라는 애처로운 눈빛이었다.

“뭘 그런 눈으로 쳐다봐 짱게 새끼야?”

피 묻은 손을 닦고 있던 박원호 팀장은 일갈과 함께 그대로 몸을 날려 주먹을 날렸다. 크게 휘두른 오른 주먹은 그대로 짱천의 눈에 꽂았다.

파악!

얼마나 세게 때렸는지 뭔가 깨지는 듯한 듣기 싫은 소리가 취조실을 가득 울렸다.

“팀장님! 이 새끼 또 기절했는데요?”

고개를 떨구고 기절한 짱천은 쇠사슬에 의지한 채 축 처졌다. 그리고는 가끔 경련이 나듯 부들부들 떨었다.

“부어!”

“네!”

다시 한번 시원스럽게 찬물을 짱천의 얼굴에 부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 짱천, 제대로 기절한 듯했다.

“팀장님! 이 새끼 완전히 맛 같습니다.”

짱천의 얼굴을 이리저리 돌려 본 나한성 대리는 손가락을 돌려가며 말했다.

“다시 부어!”

“팀장님! 시간도 다 되었는데 다음 팀에 넘기시죠.”

“시간이 벌써 그리됐나?”

“하하, 네, 2시가 다 돼갑니다.”

“그러자! 운 좋은 줄 알아라. 다시 내 차례 돌아오면 그때 완전히 반 죽여줄 테니까”

짱천의 취조를 맡게 된 대외정보2과는 지금까지 일체의 그 어떠한 질문 없이 모든 팀이 1시간씩 돌아가며 무잡히 한 폭력을 행사했다.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행동은 인권침해에 따른 불법적인 행위일 수 있지만, 짱천은 예외대상이었다.

한러전으로 인해 국가총비상사태인 상황에서 SSS급 국가기밀을 빼낸 상대국 범죄자에게는 기밀유출법에 따라 즉결처형도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 ★ ★

2023년 12월 7일 14:00 (러시아시각 15:00),

러시아 사할린스카야 오블래스트 포로나이스크 해변 후방 50km 제68군단 지휘본부.

“군단장님!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피하셔야 합니다.”

위장막으로 가려진 임시 지휘소, 부관들이 허겁지겁 각종 서류를 챙기는 가운데 빅토츠 카르펜 작전관이 다급히 말했다. 하지만, 군단장 이슬롬 이노모프 중장은 전술 현황 스크린만 바라본 채 요지부동했다.

“군단장님!”

빅토츠 카르펜 작전관이 다시 한번 힘주어 불렀다.

“상륙저지를 실패한 마당에 섬으로 이뤄진 사할린에서 어디로 간단 말인가?”

“네? 그, 그래도 일단 북쪽으로 이동한 후 재정비를 통해 다시금 방어해야지 않겠습니까?”

“다른 부대는 연락이 되는가?”

“20분 전부터 연락이 두절 된 상태입니다.”

“312로켓사단도 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제길,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되었군. 또한, 총참모부나 동부군구도 이곳 사할린을 버렸어, 뻔히 사할린에 한국 해병이 상륙하는데도 전투기 한 대 출격시키지 않는단 말인가?”

이때, 근거리에서 엄청난 폭발이 사정없이 울려댔다.

콰아앙!

방금 천지를 흔든 폭발음은 해안가로부터 50km 떨어진 이곳 군단 지휘본부까지 한국 상륙부대인 해병이 근거리까지 다가왔다는 뜻이었다.

40분 전, 한국 공군의 대규모 폭격에도 전기장 특수위장막으로 폭격 대상에서 살아남았던 제68군단 지휘본부는 상륙한 해병에 의해 직접적인 위험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렇게 포기하기엔, 총참모부나 동부군구 지휘부에서도 나름대로 방안을 생각하고 있지 않겠습니까?”

상륙저지는커녕 일방적인 학살을 당한 상황에 정신적 충격을 받은 이슬롬 이노모프 중장은 더는 삶의 의지까지 내려놓은 듯했다.

해안가에 배치된 부대들의 전술 표기가 모두 괴멸된 표기로 바뀐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전술 현황 스크린만 보고 있는 이슬롬 이노모프 중장의 모습에 작전관은 뭔가를 결심했는지 부관들에게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이에 이동 준비에 한창이던 부관들이 일제히 이슬롬 이노모프 중장으로 다가와 억지로 몸을 일으키고는 곧바로 밖에서 대기 중인 지휘장갑차로 모셨다.

“이거 놔! 자네들 무슨 짓인가?”

“죄송합니다. 군단장님!”

부관들은 뿌리치는 이슬롬 이노모프 중장을 강제로 지휘장갑차에 태웠다.

“수고했어! 자네들도 서둘러 장갑차에 탑승하다록”

“네, 알겠습니다.”

빅토츠 카르펜 작전관은 지휘장갑차에 탑승하며 부관들에게 마지막 지시를 내렸다.

“네, 알겠습니다.”

“좋아! 출발해!”

제68군단 지휘본부와 직속 경비대대가 각자 차량에 탑승하고 막 출발하려는 그때 저 멀리 검은색으로 도색 된 경전차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진작에 상륙 방어선을 돌파하고 호버 비행모드로 날아온 C-4 가리온 전차들이었다.

호버 비행모드로 지상의 각종 장애물과 지형적 특성을 무시하고 비행할 수 있는 C-4 가이온 전차들은 상공에서 활개 치는 각종 정찰 드론과 아폴론 위성으로부터 특수위장막으로 엄폐하고 있던 제68군단 지휘부를 탐지정보를 데이터링크 받아 곧바로 날아왔다.

일반적인 기동 움직임과 다르게 마치 비행기처럼 지상을 스치며 빠르게 다가오는 C-4 가이온 전차들은 100km에 가까운 속도임에도 불구하고 정확하게 80mm 초광자포를 발사했다.

쮸웅! 쮸웅! 쮸웅! 쮸웅! 쮸웅! 쮸웅!

동시다발적으로 C-4 가리온 전차 포신에서 붉은 입자가 쏟아졌다. 그리고 빛의 속도에 버금가는 속도로 종렬 대형으로 기동하는 군단 지휘본부의 장갑차들을 박살 냈다.

80mm 초광자포의 위력은 상당했다. 40톤에 달하는 장갑차들은 붉은 입자에 맞을 때마다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 마치 전술 탄도탄을 맞은듯한 엄청난 폭발력에 가까운 거리에서 기동하던 다른 장갑차들도 폭발위력에 뒤집힐 정도였다.

이에 군단 지휘본부의 경비를 담당하는 경비대대 쿠르가네츠-25 병력수송장갑차(IFV)들이 기수를 돌려 후방에서 다가오는 C-4 가리온 전차들을 막아섰다.

포탑에 장착된 30mm 2A42 자동기관포와 7.62mm PKT 통축기관총에서 일제히 사격을 가했다.

퍼엉! 퍼엉! 퍼엉!

드드드드드드륵! 드드드드드드륵!

수십 개에 달하는 탄 줄기들이 작은 포물선을 그으며 C-4 가리온 전차에 쏟아졌다.

타캉! 팅티티티이잉! 팅! 팅!

25톤의 경전차임에도 C-4 가리온 전차의 모든 장갑은 하이드리늄 합금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125mm 활강포의 날탄도 거뜬히 막아낼 수 있는 방호력이기에 30mm 기관포쯤은 회피기동 없이 그냥 맞아줬다.

C-4 가리온 전차 정면 장갑 곳곳에서 불꽃이 튀겼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C-4 가리온 전차들은 더욱 저돌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자신들을 막아선 쿠르가네츠-25 병력수송장갑차에 보복 공격을 가했다.

쭈웅! 쭈웅! 쭈웅! 쭈웅! 쭈웅!

콰앙! 쾅아! 콰아앙앙! 콰앙!

붉은 입자 하나가 쿠르가네츠-25 병력수송장갑차의 포탑과 차체 사이를 파고들고는 폭발했다. 포탑은 수십 미터까지 솟구쳐 날아갔고 자체는 사방으로 파편을 비상하며 산산조각이 났다. 안에 타고 있던 승조원과 8명의 하차조 병력은 시신조차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분해됐다.

이러한 참혹한 장면들은 곳곳에서 연달아 일어났다. 몇 분 만에 30여 대의 쿠르가네츠-25 병력수송장갑차들은 지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크고 작은 파편들만이 곳곳에 어지럽게 날려 있을 뿐이었다.

경비대대가 잠시간 시간을 벌어준 사이 북단으로 빠르게 퇴각하던 제68군단 지휘본부 장갑차들은 얼마 가지 못하고 기동을 멈추고 말았다.

어느새 전방 상공에 제10상륙함대 소속의 WAH-91SP 송골매 공격헬기 16기가 100m 상공에서 기수를 약간 내린 상태로 호버링을 하고 있었다.

두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두~

100여 대에 달하는 여러 종류의 장갑차와 수송 차량은 대공 무기를 발사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얼어붙듯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왜 기동을 멈춘 거야?”

빅토츠 카르펜 작전관이 지휘장갑차를 조종하는 승조원을 질타했다.

“그, 그것이, 작전관님 전방 모, 모니터 확인을······.”

승조원의 대답에 모니터 화면을 본 빅토츠 카르펜 작전관은 입술을 질근 깨물었다.

모니터 화면에는 언제든 공격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 호버링 하는 한국군의 WAH-91SP 송골매 공격헬기들이 보였다.

“여기까지인가?”

혼잣말로 중얼거린 빅토츠 카르펜 작전관은 고개를 돌려 이슬롬 이노모프 중장에게 시선을 돌렸다. 멍하니 앉아있는 자신의 상관인 이슬롬 이노모프 중장.

“군단장님! 군단장님!”

작전관의 부름에도 이슬롬 이노모프 중장은 초점 잃은 눈빛만 보이며 그냥 그대로 멍하니 앉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안타깝군, 한때 카리스마가 넘치던 지휘관이었는데’

“통신병!”

“네, 작전관님!”

“지휘본부 모든 차량에 통신망 개방!”

“네, 통신 개방합니다. 작전관님 통신 개방했습니다.”

더는 가망이 없다고 판단한 빅토츠 카르펜 작전관은 숨 한번 길게 내쉬고는 통신 수화기를 들어 입에 갖다 댔다.

“작전관이다. 군단장님을 대신해 명령한다. 전원 하차하여 항복한다. 불필요한 저항하지 마라. 이상!”

한편 그 시각, 자욱한 화약 냄새가 진동하는 포로나이스크 해변에는 C-3A2 백호 전차와 K-27P-M 기린 해병전투장갑차에서 하차한 해병들이 전개를 마치고 80여 킬로미터의 해안을 완전히 접수한 상태였다.

F-15K 슬램이글의 대규모 폭격과 지속적인 함포 사격 및 천룡A 순항미사일 공격으로 막상 실질적인 상륙에 들어갔을 때의 해변 일대에는 상륙을 저지하려던 러시아군은 대부분은 괴멸된 상태였다.

이에 별다른 저항 없이 해변까지 도달한 K-27P-M 기린 해병전투장갑차에서 해병들까지 하차하여 전개하자 사할린 상륙작전은 이렇게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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