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36화 (436/605)

사할린 상륙작전

수면 위 1m 높이로 가볍게 떠오른 C-4 가이온 전차는 터키온-X 무선 통신 시스템이 탑재된 CS-PC 헤라 위성과 통신을 주고받아 지구 어느 곳이든 통신장애를 받지 않고 언제든 운용할 수 있었다.

특히 C-4 가이온 전차는 최초 무인시스템이 도입된 무인경계로봇 C-1000 해태처럼 수동모드 시 개인 오퍼레이터가 제각기 조종하는 것이 아닌 인공지능 가이온 슈퍼컴퓨터에 의해 통합적으로 모든 전차 조종이 가능했다. 완전한 무인자동화체계였다.

현재 C-4 가이온 전차가 배치된 건 제3해병기동사단 중에서도 제10기갑여단의 21전차대대와 22전차대대가 유일했다. 개발 이후 품질 테스트까지 완료돼 실전에 배치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특히 한 대당 300억이라는 가격도 대량 생산하는데 큰 걸림돌이었다.

일반 전차였다면 여러 국가에 수출이라는 한 방편으로 생산 단가를 내릴 수 있었지만, C-4 가이온 전차는 수출금지목록 중에서도 S급에 속했기에 자국 배치만이 가능해 생산 단가를 내릴 수 없었다.

잔잔한 수면으로부터 1m 정도 떠 있던 C-4 가이온 전차 74대가 가이온 슈퍼컴퓨터의 지시에 따라 후방에 장착된 호버엔진이 작동하면서 서서히 앞으로 나아갔다.

뚜앙! 쏴아아아아! 뚜앙! 쏴아아아아!

C-4 가이온 전차가 순간적으로 시속 100km에 달하는 최고속도를 내며 바다 위를 비행하자 거센 물살이 양 갈래로 갈라지며 수 미터까지 솟구쳤다.

이렇게 C-4 가이온 전차가 무서운 속도로 바다 위를 질주하듯 날아가자 이번에는 C-3A2 백호 전차가 남주함(LHD-6201)과 북주함(LHD-6202) 좌·우측 갑판에 이동식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나온 C-3A2 백호 전차가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위이이이잉!

전차 하단에 장착된 4개의 호버엔진에서 부드러운 기계음과 함께 푸른빛이 발산하자 C-3A2 백호 전차는 서서히 공중에 떴고 후방 호버엔진마저 가동되자 바다 위를 천천히 비행해 나갔다.

100여 대가 넘는 C-3A2 백호 전차마저 본격적인 상륙작전에 참여하자 포로나이스크 해변 방향으로 향하는 전차와 장갑차의 숫자는 무려 400여 대가 넘었다.

“이런 상륙작전은 훈련에서도 보지 못했는데, 실전에서 일사천리 문제없이 진행하다니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안형우 제독이 독도함(LPH-6111) 함교에서 바라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에 10분 전, 기동헬기를 타고 독도함(LPH-6111)으로 이동한 제3해병기동사단 조규홍 사단장이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대꾸했다.

“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우리 부하들이지만, 참으로 믿음직합니다.”

함교 내 있는 소장 계급 중에서도 가장 선임인 조규홍 사단장이 환한 웃음을 보였다. 이에 오동석 소장까지 해병대 칭찬을 거들었다.

“내래, 이런 장관을 보니 눈이 황홀할 지경입네다. 사실 말이디요. 통일 전, 남조선의 해병을 귀신 잡는 해병이라고 말한다고 해서리 상당히 신경을 썼었디요. 왜 그렇게 부르는지 이제야 알 것 같습네다.”

“그랬습니까?”

“네, 그랬디요. 남조선 군대 중, 해병대가 가장 용감하다고 말이디요.”

“이거, 칭찬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상륙전을 앞두고 독도함(LPH-6111) 함교에서 장성 간 대화가 오가는 사이 제1함대 작전관 이철기 대령이 안형우 제독을 향해 절도있게 보고했다.

“제독님! 앞으로 5분 후 공군의 폭격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이철기 대령의 보고와 함께 함교 중앙 스크린은 아폴론 위성에서 촬영한 포로나이스크 해변 영상으로 바뀌었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군,”

함교 중앙 전술 스크린에는 제11전투비행단 강명(하얼빈) 공군기지에서 출격한 제102전투비행대대 소속의 F-15K 슬램이글 32기와 제10전투비행단 만경(지린) 공군기지에서 출격한 CB-91P 참매 폭격기 16기가 시간에 맞춰 포로나이스크 해변 일대로 향하고 있었다.

“상륙까지 얼마나 남았나?”

안형우 제독이 묻자 중앙통제모니터를 확인한 작전관 이철기 대령이 대답했다.

“선봉 상륙부대는 C-4 가이온 전차로 편제된 제10기갑여단 소속의 21전차대대와 22전차대대입니다. 해안까지 거리 15km 남았습니다.”

“음, 사전 작전 안대로 딱딱 마쳐가는군,”

이때 조규홍 사단장이 전술 헬멧을 쓰며 말했다.

“저도 슬슬 상륙지점으로 가야겠습니다.”

“네? 사단장님께서도 상륙하겠다는 겁네까?”

제1함대 부사령관 오동석 소장이 깜짝 놀라며 되묻자 조규홍 사단장은 헬멧을 마저 고쳐 쓰고는 절도있게 대답했다.

“부하들만 사지로 내 볼 낼 순 없지 않습니까? 우리 무적해병은 새우깡 하나부터 별까지 모두 하나입니다. 하하하”

조규홍 사단장이 환한 웃음을 보이며 절도있는 거수경례를 하자 안형우 제독과 오동석 소장도 엉겁결에 맞경례를 하며 인사를 건넸다.

“조심하십시오. 조 사단장님!”

“이거이, 역시 해병대 장군은 뭔가 다릅네다. 하하”

“자! 그럼 두 분은 이곳에서 지휘해 주시고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간단히 인사를 마친 조규홍 사단장은 참모진들과 함께 함교를 벗어나 비행갑판으로 향했다. 비행갑판에는 CUM-M50 수퍼수리온 기동헬기가 조규홍 사단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 사단장님을 보니 제 사진이 조금은 부끄럽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하하, 안 제독님도 그렇습네까? 저도 지금 그리 생각이 들었습네다. 하하하”

조규홍 사단장의 솔선수범하는 강대한 군인정신에 두 장성이 탄복하는 사이 조규홍 사단장과 참모진을 태운 CUM-M50 수퍼수리온 기동헬기가 비행갑판을 박차고 서서히 상승하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함교의 두 장성은 저마다 존경스러운 말을 내뱉었다.

한편 수십 킬로미터에 달하는 포로나이스크 해변 일대는 계속되는 대한민국 해군 구축함의 함포 사격과 천룡A 순항미사일로 인해 지옥도가 펼쳐지고 있었다. 하물며 해변으로부터 10km까지 도달한 C-4 가이온 전차는 더욱 속도를 올리며 급기야 80mm 초광자포를 발사하기까지 했다.

일반 광자포보다 파괴력이 더욱 몇 배나 강력한 초광자포를 장착한 C-4 가이온 전차들은 시속 100km에 달하는 호버 비행 상황 속에서도 정확한 사격으로 해안가 적 진지와 장갑차 포탑을 날려버렸다.

★ ★ ★

2023년 12월 7일 13:10 (러시아시각 14:10),

러시아 사할린스카야 오블래스트 포로나이스크 해변 후방 50km 제68군단 지휘본부.

“11동원사단 23연대에 피해가 막심하다는 보고입니다.”

“139차량소총여단 103대대 괴멸되었다는 보고입니다.”

상륙저지를 위해 포로나이스크 해안가에 진지를 구축하고 있던 각 예하부대로부터 피해 현황 보고가 빗발쳤다.

이에 이슬롬 이노모프 중장은 벽면에 걸려있는 전술 현황판을 표기하는 스크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실시간으로 날아오는 보고내용을 오퍼레이터들은 전술 현황판 스크린에 바로바로 표기하고 있었다.

“군단장님! 이러다가는 상륙저지는커녕 그전에 모두 전멸할 거 같습니다. 지금 당장 후방에 배치된 부대에 공격 명령을 내리셔야 합니다.”

빅토츠 카르펜 작전관이 불안한 기색을 보이며 말하자 군단장 이슬롬 이노모프 중장은 인상을 쓰며 버럭 화를 냈다.

“아직 상륙도 하지 않았는데 무슨 공격 명령을 내리란 말이야?”

“그러다가는 실제 상륙저지 할 육상전력이 모두······.”

“그만!”

이슬롬 이노모프 중장은 한 손을 휘저으며 일갈했다.

“죄송합니다.”

“음,”

이슬롬 이노모프 중장은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없었다.

제해권과 제공권을 상실한 상태에서 무턱대고 버티기엔 생각 이상으로 한국 해군의 지원 화력은 대단했다. 시간을 끌었다가는 지진 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2개 동원사단 보병병력과 68군단 중에서도 유일한 기갑부대인 제39차량소화여단이 괴멸될 거 같았다.

이슬롬 이노모프 중장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고는 낮은 톤으로 입을 열었다.

“제길! 뾰족한 방법이 없군, 작전관! 312로켓사단과 18기관총포병사단에 공격 명령을 내리게.”

“네, 알겠습니다.”

대답과 동시에 빅토츠 카르펜 작전관은 각 예하부대와 통신을 주고받은 오퍼레이터에게 명령을 하달했다.

그리고 잠시 후······.

군단 지휘본부로부터 공격 명령을 하달받은 제312로켓사단과 제18기관총포병사단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가공할 포격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것이 자신들에게 불어닥칠 죽음의 신호탄이라는 것을 그들은 알지 못했다.

★ ★ ★

2023년 12월 7일 13:15 (러시아시각 14:15),

러시아 사할린스카야 오블래스트 포로나이스크 해변 후방 85km(제312로켓사단).

전기장 특수 위장막을 막 걷어낸 BM-30스메르시 발사차량 40여 대가 100m 간격으로 포로나이스크 해변을 향해 로켓탄을 발사했다. 위성과 통신하여 지상 정밀타격이 가능한 글로나스 시스템으로 운용하는 BM-30스메르시의 300mm 로켓탄은 시원스러운 발사음과 함께 포물선을 그으며 날아갔다.

하지만 이때 하늘에서 피리 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더니 이내 눈과 흙이 섞인 파편이 사방에서 솟구쳤다. 이러한 거대한 폭발은 점점 더 제312로켓사단이 주둔한 곳에 가까워지더니 이내 여러 대의 BM-30 스메르시 발사차량이 폭발위력에 휘말리며 산산조각이 났다.

콰앙! 콰아아앙! 콰앙!

몇 미터 간격으로 쏟아지는 폭탄에 지상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BM-30 스메르시 발사차량은 물론 각종 장갑차가 하늘로 솟구치며 폭발했고 사단 지휘부 역시 살아남지 못했다.

제312로켓사단이 주둔하던 곳으로부터 10km 상공에는 CB-91P 참매 폭격기 8기가 유유히 비행하며 계속해서 지상을 향해 재래식 폭탄을 쏟아부었다.

이번 폭격 임무에 참여한 CB-91P 참매 폭격기 16기에는 그동안 탄약창고에 쌓아놨던 재래식 폭탄을 죄다 끌어모아 투하했다. 합동참모본부에서는 탄약창고 공간만 차지하고 시간이 흐르면 죄다 폐기해야 할 폭탄을 이번 기회에 모두 소모하고자 했다.

이에 CB-91P 참매 폭격기 1기 당 총 80발의 재래식 포탄을 무장하고 고도 10km 상공에서 비행하던 중, 전기장 위장막을 걷고 막 포격을 가하는 제312로켓사단의 위치 탐지 정보를 전달받고는 바로 집중적인 폭탄 투하를 한 것이었다.

총 480발의 재래식 폭탄은 제312로켓사단 대부분 전력을 완전히 무력화시켰다. 일부 살아남은 몇몇 장갑차나 수송차량이 운 좋게 살아남아 거대한 폭탄 투하 화마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그것으로 제312로켓사단은 끝이었다.

또한, 이러한 집중 폭탄 투하는 제18기관총포병사단 주둔지 곳곳에서도 일어났다. 막 포격을 가하고 몇 분도 안 되어 하늘에서 불벼락이 떨어졌다.

특히, 러시아 최신예 자주포인 코알리치야-SV 자주포로 편제된 포병대대가 치명적인 피해를 보고 말았다.

재래식 폭탄임에도 불구하고 한국형 전술 폭격기인 CB-91P 참매 폭격기들은 정확히 포병부대 상공에 수십 발의 폭탄을 투하했고 한발 한발이 치명적인 피해를 줬다.

포탑 상공에 폭탄에 직격을 받아 검붉은 화염을 내뿜으며 너덜너덜해진 코알리치야-SV 자주포들이 곳곳에 널려 있었고, 대대본부 장갑차들 역시 하늘에서 떨어진 강철비 화마를 피하지 죄다 불길에 휩싸인 채 이글이글 타고 있었다.

한편, 포로나이스크 해안가에서 각종 진지에서 몸을 숨기고 상륙저지 임무를 맡은 러시아 지상군을 목표로 비행에 나선 32기의 F-15K 슬램이글은 기다란 해안을 따라 각자 활당된 지상에 26발의 통합직격탄 Mark 82를 차례대로 투하했고 신개념 형태의 진동지뢰제거탄이라 불리는 C-VMRG탄을 발사했다.

32기의 F-15K 슬램이글에서 각기 2기씩 발사된 C-VMRG탄 64기는 정확히 1km 간격으로 모랫바닥에 날아갔다. 일반 폭탄과는 다르게 폭발하지 않고 모래 깊숙이 박힌 C-VMRG탄은 이내 강력한 진동파가 주변 일대로 퍼져나갔다. 이에 해변 곳곳에 매설되었던 각종 지뢰가 진동파 때문인지 일제히 폭발하기 시작했다. 동시다발적으로 수백 개에 이르는 모래 기둥이 마치 장막을 치듯 사방에서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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