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33화 (433/605)

일벌백계

2023년 12월 6일 23:55, (마카오시각 22:55),

중화민국 마카오특별구역시 샌즈 코타이 베네치안 호텔 카지노(VVIP 룸).

도박에 정신이 빠져 첩보요원 특유의 감을 잃었는지 박기웅 팀장이 옆으로 다가와도 눈치채지 못하는 짱천이었다.

쓰윽! 푸욱!

오른쪽에서 다가간 박기웅 팀장은 베팅 판에 코인을 올려놓으며 왼손으로 짱천의 옆구리에 뭔가를 찔렀다.

날카로운 바늘에 찔린 짱천은 뒤늦게 뭔가를 눈치챘고 고개를 돌려 박기웅 팀장을 바라봤지만, 이내 정신이 몽롱해지며 온몸에 힘이 쭉 빠지기 시작했다. 박기웅 팀장은 모른척 베팅 판에 코인을 올려놓고는 모르는 척 뒤로 빠졌고 그런 사이 이자성 과장이 짱천의 어깨를 짚으며 매우 친한 친구인 척 말을 걸었다.

“헤이! 로버트 장! 여깄었군, 좀 땄나?”

친근하게 말을 거는 이자성 과장 쪽으로 다시금 고개를 돌리려면 짱천은 흐물흐물 쓰러졌다. 이에 미리 알고 있다는 듯 부축한 이자성 과장은 계속해서 친구인 척 연기를 쏟아냈다.

“어! 왜 이래? 아나! 이 친구 술이 과했군”

“무슨 일입니까?”

몇몇 손님이 웅성거리자 VVIP 룸 보안직원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죄다 한 덩치 하는 자들이었다.

“아! 내 친구인데 오늘 돈 좀 따더니 좀 흥분해서 과금한 거 같네요. 잠시 쉴 곳이 필요한 듯합니다.”

“네, 이곳으로 오시죠.”

덩치에 맞지 않게 상향한 표정을 지은 직원은 휴게실로 안내했다.

“아 거기보단, 스카이라운지가 나을 듯하군요.”

“아! 그쪽으로 가시겠습니까?”

“네, 넓게 펼쳐진 야경을 보면 좀 더 빨리 술기운이 깰 듯해서요. 오늘 운발 좀 날리는데 빨리 깨서 다시 돈 좀 끌어모아야지요. 하하하”

능청스러운 이자성 과장의 연기에 옆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지켜보고 있던 박기웅 팀장이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그럼 스카이라운지로 안내하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이때, 짱천이 정신이 몽롱한 상황에서도 뭔가를 말하려고 발버둥을 치려 하자 이자성 과장은 양손에 힘주어 짓눌렀다.

‘얌전히 있어 개자식아!’

그리고는 박기웅 팀장에게 구원의 손길을 보냈다.

“저기! 초면인데 잠시 도와주겠소? 이 친구가 완전히 맛이 가서요. 스카이라운지까지 함께 부축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요?”

박기웅 팀장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네, 부탁드립니다.”

“아! 그러시죠. 뭐 어려운 일은 아니니!”

“그전에 우리 친구 코인 좀 챙겨주세요.”

“네, 그러시다.”

‘히야! 울 과장님 치밀한 거 보소’

짱천 납치에 이어 코인까지 챙기려는 이자성 과장의 치밀함에 박기웅 팀장은 속으로 혀를 내두르며 베팅 판 테이블에 있는 짱천의 코인을 상자에 깡그리 담았다.

“자! 갑시다.”

이때, 이자성 과장은 무음성 통신으로 알파 포에게 지시를 내렸다.

“알파 포! 엘리베이터 카메라 조치해!”

- 여기는 알파 포! 엘리베이터 카메라 다운시킵니다.

걷기도 힘든 짱천을 양쪽에서 부축한 이자성 과장은 박기웅 팀장은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스카이라운지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 탔다.

“스카이라운지까지 안내해드릴까요?”

“아! 됐습니다. 한두 번 온 것도 아니고. 고맙소.”

“네, 부디 몸조리 잘하시고 다시 내려와 즐거운 게임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직원은 반쯤 불린 눈으로 바라보는 짱천에 향해 깍듯이 인사하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이에 짱천은 손을 허공에 흔들며 뭔가를 말하려 했으나, 박기웅 팀장의 손에 바로 제지됐다.

“조용히 가만히 있어라! 뒤지기 싫으면!”

짱천의 손을 낚아챈 박기웅 팀장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이 말에 짱천은 더욱더 몸부림을 치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잠시 후 베네치안 호텔의 최고층인 24층 스카이라운지에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VVIP룸 직원이 미리 연락했는지 엘리베이터 앞에는 여자직원 1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도와드릴까요?”

상냥한 여자직원의 물음에 이자성 과장은 환한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네, 잠시 쉴 방 좀 주시죠.”

“네, 안내하겠습니다. 손님! 저를 따라오세요.”

“고맙습니다.”

현재까지 계획했던 대로 일이 착착 진행됐다.

안내받은 방은 마카오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큰 방이었다. 널따란 침대와 소파, 그리고 탁자가 놓여 있는 VVIP 손님들이 잠시 쉬는 그런 공간이었다.

“그럼 편히 쉬시기 바랍니다. 필요한 게 있으시면 콜 버튼을 누르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여자직원이 나가자 부축한 짱천을 침대에 내던지듯 던져버렸다.

“아 자식! 뭐가 이리 무거워!”

침대에 대자로 누워버린 짱천을 보며 박기웅 팀장이 한쪽 어깨를 돌려가며 일갈하는 동안 이자성 과장은 모든 요원에게 무음성 통신을 날렸다.

“현재 목표물 스카이라운지까지 무사히 배달 완료!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알파 제로!”

- 여기는 알파 제로!

“앞으로 10분 후 출발하도록!”

- 여기는 알파 제로! 확인!

이제부터는 스카이라운지 손님과 직원 눈을 피해 옥상으로 이동하는 일이 남았다.

잠시 숨 고르기 위해 소파에 앉은 이자성 과장은 변장을 위해 썼던 가발과 콧수염, 그리고 얼굴 곳곳에 붙였던 실리콘을 매만졌다. 박기웅 팀장 역시 발버둥 친 짱천 때문에 한쪽으로 약간 틀어진 가면을 제대로 쓰고는 말했다.

“과장님! 이 자식 주사 한 대 더 놔야지 않겠습니까? 보통 인간이라면 지금쯤이면 시체처럼 가만히 있어야 하는데 이놈은 자꾸 뒤척이는데요?”

이에 이자성 과장은 손사래를 치며 대꾸했다.

“그러다가 저놈 완전히 골로간다. 좀 더 지나면 약 기운에 완전히 취할 거야.”

“들었지? 이 자식아! 그러니 가만히 있어라! 넌 앞으로 뒤진 목숨이니”

누워있는 짱천을 내려보는 박기웅 팀장은 두 눈에 힘을 주고는 일갈했다.

초점을 잃은 짱천의 눈동자는 작은 흔들림을 보였다. 현재 상황이 자신의 안전에 매우 위험한 상황에 빠져있다는 것을 무의식 속에서도 감지한 듯했다.

- 여기는 알파 제로! 출발합니다. 앞으로 정확히 5분 후인 11시 23분에 도착합니다.

“알았다. 5분 후 옥상에서 대기하겠다.”

이자성 과장은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한 후 소파에서 일어났다.

“박 팀장! 준비해!”

“네, 과장님!”

“알파 포!”

- 여기는 알파 포!

“1분 후 2단계로 넘어간다.”

- 여기는 알파 포! 1분 후 24층 라운지의 모든 전원 끄겠습니다. 비상 발전기가 돌아가기까지 2분 안입니다. 그 안에 옥상으로 빠져나오셔야 합니다.

“알았다.”

★ ★ ★

2023년 12월 7일 00:18, (마카오시각 6일 23:18),

중화민국 마카오특별구역시 샌즈 코타이 베네치안 호텔(VVIP 담당 보안실).

VVIP 회원들을 위해 나름 첨단 보안시스템을 갖춘 베네치안 호텔의 VVIP 담당 보안실에서 이상한 징후를 발견했다.

짱천을 부축하고 스카이라운지로 올라오는 엘리베이터의 CC 카메라가 잠시 먹통이 되었고 스카이라운지에 올라왔을 일반인 카지노에서 CC 카메라에 한 번도 촬영되지 않은 얼굴이 갑자기 스카이라운지에서 얼굴이 찍혔기 때문이었다.

베네치안 호텔은 VVIP 회원들을 신분 안전을 위해 VVIP 룸과 스카이라운지에는 어떠한 CC 카메라가 있지 않았다. 단지, VIP층에서 VVIP 룸으로 이동하는 엘리베이터와 VVIP 룸과 스카이라운지로 이동하는 엘리베이터에 안전상 CC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었고 스카이라운지에는 불법적이지만 여자직원 가슴 배치에 소형 카메라를 장착하여 보안실에서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었다.

베네치안 호텔 내부의 모든 CC 카메라는 대외정보1과에서 제어할 수 있었지만, 불법적으로 직원의 가슴 배치에 부착된 소형 카메라는 생각지 못한 실수였다.

보안실의 중앙컴퓨터는 소형 카메라에 찍힌 3명의 사내에 대한 사진 비교분석에 들어갔고 이중, 한 명인 금일 일반 카지노에서 VIP층으로 이동하는 엘리베이터 카메라에 한 번도 찍히지 않았다는 것을 탐지했고 즉시 회원 정보 조회에 들어간 상태였다.

“실장님! 3번 모니터입니다. 저 왼쪽에 있는 남자! VVIP 회원 정보에 없는 사람입니다.”

보안직원 한 명이 3번 모니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설명했다.

“뭐? VVIP 회원이 아닌데 어떻게 스카이라운지로 온 거야?”

“뭔가 수상합니다. 저 사내가 스카이라운지에 올라올 때 엘리베이터의 카메라도 먹통이 되었습니다.”

“그래? 이런 제길! 긴급상황이다. 보안직원에게 저 친구 사진 올리고 출동시켜!”

“네, 알겠습니다. 긴급상황 전파합니다.”

보안실의 긴급상황 전파에 따라 베네치안 호텔에 있는 모든 보안직원 스마트폰에 변장했던 박기웅 팀장의 얼굴 사진이 전송되었고 스카이라운지로 모든 보안직원이 몰려들었다.

이때, 24층 스카이라운지의 모든 전원이 다운되면서 모든 조명이 꺼졌다.

★ ★ ★

2023년 12월 7일 00:20, (마카오시각 6일 23:20),

중화민국 마카오특별구역시 샌즈 코타이 베네치안 호텔 스카이라운지.

갑작스러운 정전에 스카이라운지에 있던 손님들은 순간 당황하며 작은 소란이 일어났다.

- 여기는 알파 포! 24층 전원 셔 다운되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비상 발전기가 켜지기까지 2분 안쪽입니다.

“알파 포! 알았다. 움직인다. 박 팀장! 가자! 2분 안에 옥상으로 이동해야 해!”

“네, 과장님! 가지죠.”

약물에 취해 완전히 뻗어버린 짱천을 부축한 두 사내는 휴게실 방문을 열고 적외선 기능이 장착된 특수안경을 통해 옥상으로 향하는 출입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암흑상태로 가만히 앉아있거나 서 있는 손님들 사이로 안 닿게 빠져나와 옥상 출입문 앞에 다다랐을 때 갑자기 여러 개의 손전등이 그들을 덮쳤고 이내 외침이 울렸다.

“거기 서! 너희들 뭐야?”

보안직원들이었다.

“박 팀장 이 자식 엎고 옥상으로 올라가 내가 잠시 막다가 바로 올라갈게”

“아! 제가 하겠습니다. 과장님이 데리고 가시죠.”

“시간 없어! 명령이야! 어서!”

이자성 과장은 부축한 짱천을 억지로 박기웅 등에 올리고는 출입문으로 밀어 넣었다.

“아! 과장님! 빨리 올라오십쇼.”

“알았어! 걱정 말고 어서 올라가!”

“네! 알겠습니다.”

짧게 대화가 오가는 사이 손전등을 비춘 보안직원들이 벌써 이자성 과장 코앞까지 다가왔다.

퍼억! 퍽! 퍽!

암흑상태에서 대낮처럼 볼 수 있는 이자성 과장은 순간적으로 비치는 손전등에 눈이 부셨지만, 가장 앞서 다가온 보안직원의 눈과 턱에 연속적인 주먹을 날렸다.

갑작스럽게 날아온 주먹에 보안직원 한 명이 뒤로 벌 런던 쓰러지자 뒤따라오던 다른 보안직원들이 일제히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내 들고는 겨눴다.

그리고 이내 총성이 스카이라운지 전체에 울려 퍼졌다.

탕! 타타탕! 탕! 탕!

순간 총성에 VVIP 회원들은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졌고 어떤 회원은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출입문 왼쪽에 있는 스탠드바 테이블 쪽으로 몸을 날린 이자성 과장은 숨 한번 고르고는 주변을 살폈다.

‘눈치챈 건가?’

VVIP 회원이 있는 상황에서도 무턱대고 총질한 상황이라면 보안직원들이 뭔가 눈치를 챘다는 뜻이었다. 이에 이자성 과장은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하고는 쏟아지는 손전등 사이로 몸을 날려 가장 가까이 있는 보안직원의 목을 낚았다.

마치 프로레슬링에서나 나올법한 기술이 이자성 과장의 손에서 나왔다. 보안직원의 목을 오른팔로 감싸고 그대로 꺾어버리자 거구의 보안직원은 뒤로 벌러덩 넘어갔고 뒷머리가 바닥과 부딪치는 묵직한 소리가 바닥을 타고 울렸다.

타탕! 탕탕! 타타타탕!

이자성 과장을 따라온 손전등 불빛과 함께 다시 한번 총성이 시원하게 울렸다.

쓰러진 보안직원의 손에서 권총을 빼 든 이자성 과장은 몸을 굴리며 반격을 가했다.

탕! 탕! 탕! 탕!

4발의 총성이 이자성 과장의 권총에서 울렸다. 이에 4명의 보안직원이 저마다 팔을 움켜쥐며 쓰러졌다.

몸을 굴리는 상황에서도 정확히 보안직원의 팔만 골라 사격을 가했다.

그 시각, 짱천을 업고 옥상에 올라온 박기웅 팀장은 외벽을 짚고 잠시 숨을 고른 후 시간에 맞춰 옥상에 착륙하는 스카이버스 쪽으로 다시금 뛰기 시작했다.

“어? 박 팀장님! 과장님은요?”

“재수 없게 걸려서 과장님이 막고 있어!”

“네?”

“일단 이 자식이나 태워!”

스카이버스에서 내린 요원들이 박기웅 팀장의 등에 업혀있는 짱천을 인계받아 들쳐메고는 안으로 집어 던지듯 내려놨다. 이에 박기웅 팀장은 이자성 과장에게 무음성 통신을 보냈다.

“여기는 알파 원! 과장님! 올라 오십쇼. 짱천! 스카이버스에 태웠습니다.”

- 먼저 빠져나가 난 늦을 거 같아! 다른 팀도 모두 철수하라고 해!

“에잇! 오 대리! 전자봉 있지?”

“네? 여기”

오석진 대리는 안쪽 주머니에서 10cm짜리 전자봉 손잡이를 건넸다. 이를 받아든 박기웅 팀장은 옥상문으로 냅다 달리며 외쳤다.

“앞으로 3분 안에 우리가 안 오면 바로 떠나! 그리고 다른 팀에게도 철수하라고 전해!”

“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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