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벌백계
2023년 12월 6일 21:20 (마카오시각 20:20),
중화민국 마카오특별구역시 어느 숙소.
“본사로부터 베네치안 호텔의 모든 CC 카메라를 확인한 결과 2시간 전, 우리가 감시하던 그 시간에 짱천은 VVIP 룸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했다. 또한, 칭다오파 보스로부터 이체된 10만 달러가 VVIP 룸 안에 있는 은행 창구에서 인출되었다는 정보도 확인되었다. 즉, 짱천은 현재 VVIP 룸에 있다는 것이 확실했다.
사이버보안4과는 베네치안 호텔의 모든 전산시스템을 해킹해 투숙객 신상 정보와 각종 운용시스템에 대한 제어권을 확보했다. 이후 짱천의 사진이 확보됨으로써 그동안 촬영된 CC 카메라 영상을 분석하여 짱천이 2015호실에 투숙하고 있는 것부터 해서 현재는 투숙실에서 나와 VVIP 룸으로 이동한 것을 최종적으로 확인한 정보를 20분 전에 대외정보1과에 보내왔다.
“과장님! 짱천이 2015호실에 투숙하고 있다면 미리 잠입해서 기다리고 있다가 조용히 체포하는 건 어떻습니까?”
대략적인 짱천과 관련된 브리핑을 듣던 윤태진 팀장이 손을 들고는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음, 윤 팀장 말대로 그 방법이 가장 쉽다고 생각하지만, 본사로부터 온 정보에 의하면 짱천이 이곳 베네치안 호텔에서 묵는 마지막 날이라는 것이다. 만에 하나, 짱천이 새벽까지 게임을 하고 그대로 체크아웃을 한다면? 이런 돌발 상황까지 점검해야지 않겠나?”
“새벽까지 게임을 했는데 잠시 쉬지도 않고 바로 체크아웃을 할까요?”
윤태진 팀장의 추가 질문에 손목시계를 본 이자성 과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현재 1팀이 2015호실에 잠입 중이니 확인해보고 결정하자”
몇 분의 시간이 지나고 2015호실에 잠입에 성공한 1팀 양정석 대리로부터 통신이 날아왔다.
- 양 대리입니다. 현재 2015호실 잠입 완료!
“확인 결과는”
- 강 주임과 깡그리 뒤져봤는데 별다른 건 없습니다. 아무래도 중요한 짐들은 들고 나간 듯합니다.
“좋아! 철수하고 박기웅 팀장 쪽으로 이동해!”
- 거기 VIP층은 최소 소지금이 필요한데요? 그냥은 못 들어갑니다.
“박 팀장 듣고 있지?”
- 네. 과장님!
“특비 풀어!”
- 네, 알겠습니다.
“지금부터 짱천에 대한 작전을 수립할 테니 1팀은 무음성 통신상태로 듣길 바란다.”
- 1팀은 송신모드 무음성 통신으로 전환합니다.
통신을 마친 이자성 과장은 다시금 거실에 앉아있는 팀원들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는 마저 회의를 이어갔다.
“1팀이 짱천의 투숙실을 확인한 결과로 보자면 윤 팀장이 원하는 계획은 힘들 듯하다.”
“그렇다면 지하주차장이나 로비에서 기다리는 건 어떻습니까?”
“그것 역시 한 방법이긴 하나, 그것 역시 놓칠 확률이 높다. 난 이번 기회를 완벽히 하고 싶다. 다도 위험하긴 하나 직접 VVIP 룸으로 침투해 확실히 잡고 싶다는 생각이다.”
“알겠습니다.”
이자성 과장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게 된 윤태진 팀장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럼 지금부터 짱천 체포 작전에 대해서 말하겠다. 나 대리! 호텔 도면 올려봐!”
“네, 과장님”
호텔 TV와 연결된 노트북을 4팀 나성율 대리가 키보드를 두드리자 TV 화면에 호텔 도면이 3D 형식으로 나타났다.
“자! 도면을 보면 알겠지만, VVIP 룸으로 이동할 수 있는 통로는 총 4개다. 1개는 중앙홀에 있는 엘리베이터, 그리고 스카이라운지와 연결된 또 다른 엘리베이터, 그리고 좌우에 있는 비상계단 2곳이다. 본사로부터 확인한 바로는 2곳의 비상계단은 화재나 비상사태가 발생하지 않은 이상 완전히 폐쇄된 것으로 확인됐다. 즉, 이곳으로는 침투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자성 과장의 설명에 따라 3D 도면상에서는 표기되는 2곳의 비상계단은 빨간색으로 바뀌었다.
“이에 침투 경로는 중앙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VVIP 룸으로 이동, 이후 짱천을 체포한 후 즉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스카이라운지를 걸쳐 옥상으로 이동해 스카이버스로 탈출한다. 그럼 상세한 내용으로 넘어가자. VVIP 룸으로 침투하는 팀은.....”
★ ★ ★
2023년 12월 6일 23:30, (마카오시각 22:30),
중화민국 마카오특별구역시 샌즈 코타이 베네치안 호텔 카지노.
“알파 포! 호텔 제어시스템 확보했나?”
- 여기는 알파 포! 조명, 엘리베이터, CC 카메라, 출입문 등 모든 제어권 확보했습니다. 또한, CC 카메라를 통해 모두 보고 있으니 말만 하십쇼.
“오케이, 알파 포! 대기! 알파 제로! 현재 상황은?”
- 여기는 알파 제로! 언제든 긴급 출격 준비 완료! 목표지점까지 도달시간 5분입니다.
“알았다. 스탠바이 치면 바로 출격하도록”
- 여기는 알파 제로, 알겠습니다.
“알파 투! 위치 확보했나?”
- 여기는 알파 투! 전 요원들 담당 위치에서 감시 중!
“좋아! 지금부터 작전 시작한다. 임무 성공할 때까지 긴장 늦추지 말도록”
일반 안경처럼 보이는 특수안경과 말끔한 양복 차림으로 VIP층을 둘러보던 이자성 과장은 무음성 통신으로 각 팀의 현재 상황을 체크 했다. 그리고 중앙 홀 엘리베이터 근처에는 박기웅 팀장과 팀원들이 TCS 모드 상태로 대기 중이었다.
띠잉!
VVIP 룸과 연결된 엘리베이터가 VIP층에 내려왔다. 그리고 한 무리의 관광객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이를 곁눈질로 지켜보던 이자성 과장은 자연스럽게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잠시! 회원권 좀 확인하겠습니다.”
VIP층 관리자 한 명이 처음 보는 듯한 남자가 접근하자 손으로 가로막으며 회원권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자네 신입인가?”
이자성 과장은 능청스러운 표정을 짓고는 영어로 반문했다.
“네? 신입이라니요? 이곳에 근무한 지 5년이 넘었습니다.”
“아 그런가? 나를 몰라보기에 물어봤네.”
“손님! 죄송한데 저 역시 처음 보는 듯해서 그런데 회원권 좀 보여주세요.”
“아! 내가 급히 이곳에 출장을 와서 회원권 가져오는 것을 깜박해서 말이야.”
“죄송합니다. 회원권이 없으면 VVIP 룸으로 가실 수 없습니다.”
관리자의 말에 옆에 있던 다른 보안직원 2명이 다가와 앞을 가로막았다.
“빡빡하기는, 내 회원 번호를 조회하면 되지 않아? 한두 번도 아니고 이곳에 올 때마다 수십만 달러씩 쓰고 가는 날을 이런 식으로 대우하나?”
화난듯한 표정을 지으며 윽박지르듯 질타하자 처음 관리자는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짓고는 이내 태블릿 PC를 꺼냈다.
“죄송합니다. 그럼 회원 번호 좀 불러주시겠습니까?”
“VVIP-20517M7”
이자성 과장이 불러준 번호를 태블릿 PC에 입력한 관리자는 흠칫 놀라고는 이내 밝은 미소로 말했다.
“아! 죄송합니다. 제임스 홍! 제가 몰라 봬서 죄송합니다.”
관리자는 사과의 표시로 적중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대외정보1과 4팀은 작전에 들어가기 전 미리 베네치안 VVIP 회원 전산망에 침투해 가상의 인물을 삽입시켜놓은 상태였다.
“괜찮네. 자네 일이니 그럴 수 있지. 가봐도 되겠지?”
“네, 엘리베이터에 타시죠.”
보안직원 한 명이 손에 들고 있던 단말기에서 버튼을 누르자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이에 엘리베이터에 타려던 이자성 과장은 순간 몸을 돌려 관리자를 불렀다. 그리고는 무음성 통신으로 알파 포에게 지시를 내렸다.
“저기 관리자 양반”
“알파 포! 엘리베이터 문 제어!”
- 네 엘리베이터 문 제어합니다.
관리자는 상향하게 대답하면 다가왔다.
“네, 손님!”
“나 역시, 회원권 없이 결례한 듯해서 말인데 이걸로 나중에 다른 직원들과 저녁 식사나 하게.”
이자성 과장은 1,000달러짜리 코인을 손가락으로 튕겨 날렸다.
“아!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 행운이 가득 차길 바랍니다.”
“행운은 무슨, 하하, 이곳에 올 때마다 아파트 한 챗값 날리고 가는구먼,”
1,000달러짜리 코인을 받아든 관리자는 기분이 좋은지 눈에 보이는 아부를 떨었다.
“오늘은 많이 따실 겁니다. 제가 장담합니다. 하하”
“말이라도 고맙소. 그럼 이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잠시 이자성 과장과 관리자가 대화하는 동안 TCS 모드로 대기하고 있던 박기웅 팀장과 팀원들이 신속하게 엘리베이터에 탔다. 그리고 대화를 마친 이자성 과장도 엘리베이터에 타고는 다시금 무음성 통신으로 알파 포에게 지시를 내렸다.
“알파 포! 제어 풀어!”
- 여기는 알파 포! 제어 풀겠습니다.
문이 닫히고 엘리베이터는 15층에 있는 VVIP 룸에 도착했다.
띠잉!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VIP층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화려하고 멋스러운 실내 장식에 이자성 과장은 자기도 모르게 입이 벌어질 뻔했다.
“어서오십쇼.”
엘리베이터 문 양쪽 사이로 10명의 아리따운 아가씨들이 짧은 원피스 차림으로 인사를 했다. 황홀 자체였다. 마치 신세계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기분이 들떴다.
‘VVIP 룸이라 뭔가 다르긴 다르군’
탄성이 나올법한 상황이었지만, 국군을 건 임무를 수행하는 이자성 과장은 최대한 침착한 표정으로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박기웅 팀장과 팀원들 역시 조심스럽게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바로 화장실로 향했다.
“알파 포! 이곳은 CC 카메라가 없으니, 최대한 귀를 기울여 대기해”
- 네, 걱정마십쇼.
짱천을 찾기 위해 이자성 과장은 무료로 제공하는 위스키 한잔을 들고는 자연스럽게 VVIP룸 곳곳을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300평에 달하는 VVIP 룸에는 300여 명의 손님 여러 게임장에서 재미나게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이곳은 CC 카메라가 없는 만큼 감시를 위해서인지 아니면 VVIP의 안전을 위해서인지 모르겠지만 보안직원으로 보이는 사내들이 100여 명이 넘는 듯했다.
잠시 후 화장실에 들어갔던 박기웅 팀장과 팀원들도 말끔한 양복 차림으로 자연스러운 행동을 보이며 VVIP룸 곳곳으로 걸어갔다.
- 알파 원! 화장실에서 나왔습니다. 지금부터 목표물 타켓팅 하겠습니다.
“알파 원! 너무 성급하게 행동하지 말고, 천천히 게임도 하면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하면서 타켓팅 하도록”
- 알파 원 확인!
30여 분이 지나고 알파 원 소속인 강원일 주임이 다소 떨리는듯한 음성으로 무음성 통신을 날렸다.
- 여기는 알파 원 다시 쓰리! 찾은 듯합니다. 중앙 홀에서 3시 방향에 있는 5번째 룰렛 게임장입니다.
“알파 원 다시 쓰리! 다가가지 말고 다른 테이블에서 게임 하면서 감시해! 알파 원! 알파 원이 다가간다. 이상!”
- 알파 원 다시 쓰리! 확인!
- 알파 원! 확인!
블랙 잭 게임장 쪽에서 짱천을 찾고 있던 박기웅 팀장은 발걸음을 돌려 룰렛 게임장 쪽으로 향했다. 이번 임무를 총괄하는 이자성 과장 역시 자연스럽게 룰렛 게임장으로 향했다.
- 여기는 알파 원! 타케팅 완료!
“나도 타케팅 했다.”
- 여기는 알파 원! 과장님! 시작할까요?
“오케이 알파 원 나머지 요원들도 준비해!”
- 알파 원 다시 투! 알겠습니다.
- 알파 원 다시 쓰리! 위치 확보합니다.
- 알파 원 다시 포! 알겠습니다.
짱천은 베팅 판에 빨간색 25번과 검은색 10번에 1,000달러 코인을 올리고는 목이 탔던지 들고 있는 위스킨 잔을 단숨에 들이켰다.
다른 손님들도 배팅이 끝나자 룰렛 판이 돌아갔다.
또르르르르르르르르~
돌아가는 룰렛에서 작은 공이 튕기며 춤을 췄다. 그리고 이내 룰렛 판은 멈췄고 작은 공은 빨간색 25번에 멈췄다.
“아하하! 어제의 악운이 오늘은 행운으로 돌아오는군!”
룰렛 한판에 짱천은 35배를 배당받아 본전과 잃은 돈을 빼고도 34,000달러를 벌었다.
“개자식! 참 쉽게 돈 버네.”
그동안 짱천이 잃은 돈이 얼마인지 모르는 이자성 과장은 옆에서 좋아하는 짱천을 바라보며 눈을 흘겼다. 맞은편에 서 있는 박기웅 팀장 역시 떨떠름한 눈빛으로 짱천을 살폈다.
다시금 짱천이 배팅 판에 1,000달러 코인을 올려놓고 심호흡을 하는 그때, 이자성 과장과 박기웅 팀장은 서로 간 눈빛을 교환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