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29화 (429/605)

꼬리 밟기

2023년 12월 5일 15:00 (신중국시각 14:00),

신중국 북경시 창핑구(국가정보원 특수보안과 임시 거처).

주석실 외부망 서버를 해킹하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대신 걸리지 않는 것과 혹, 걸리더라도 해킹 시도 원점 지점이 추적되지 않도록 하는 선제조치가 중요했다.

이에 몇 일간 해킹 시도하면서 남궁원은 해킹 시도 원점을 숨기기 위해 50여 개국을 걸쳐 주석실 외부망 서버에 침투했고, 해킹 시도 시 발칵 되지 않도록 여러 악성 코드로 서버를 감염시켰다.

당분간 주석실 서버 보안과에서 해킹당했다는 사실을 알 순 없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눈치를 챌 것이고 곧바로 추적에 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상황 종료될 시점, 더군다나 50여 개국을 걸쳐 추적한 결과 해킹 시도 원점이 북경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뒤로 넘어질 일이었다.

이런 사전 절차를 마치고 본격적인 해킹에 들어가 주석실 외부망 서버에 침투한 DB 서버에서 원하는 정보를 취득하기 위해 부단히 손을 놀렸다.

특수보안과 요원 2명도 남궁원과 마찬가지로 DB 서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요구하는 정보를 찾았다.

“앞으로 10분, 적어도 1분은 남기고 서버에서 빠져나와야 해!”

빛 속도로 키보드를 두드리면서도 남궁원은 옆에 있는 특수보안과 요원 2명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이때 나성현 대리가 두 손을 번쩍 들고는 환호했다.

“찾, 찾았습니다. 12번 DB, Data Files 16번째입니다.”

이에 남궁원과 김영균 주임이 나성현 대리 옆으로 다가가 노트북 화면을 주시했다.

“나 대리! 시간 없으니까. 필요한 정보만 다운 받아. 알았지?”

“옛설!”

남궁원의 당부에 나성현 대리는 마우스를 이용해 하부 폴더 하나하나를 선택해 확인하고는 가장 필요한 정보가 담긴 폴더를 USB 폴더에 끌어왔다.

다운로드 완료까지 남은 시간이 퍼센트로 표시되었다. 시간으로 따지면 5분이었다.

“왜 이리 늦지?”

생각 이상으로 다운로드 시간이 걸렸다.

“50여 개국 통해서 내려받아서 그래, 어쩔 수 없지.”

잠시 후, 흐르지 않을 거 같은 5분이 지나고 다운로드가 완료되었다.

“김 주임! 백도어 프로그램 깔았지?”

“네, 과장님!”

“오케이! 다들 서버에서 빠져나와!”

일주일 만에 해킹에 성공한 남궁원 일행은 만에 하나 추적당할 경우를 대비해 숙소를 옮기기로 했다.

“다들 짐 쌌지?”

“네, 완료했습니다.”

“그럼 이동하자!”

이날, 남궁원 일행이 옮긴 숙소는 북경 내에서도 유명한 뉴월드 베이징 호텔로 정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처럼, 혹, 추적을 당할 시 생각 외의 장소에 머물러 추적을 따돌리겠다는 취지였다.

뉴 월드 베이징 호텔로 숙소를 옮긴 남궁원 일행은 바로 취득한 정보에 대한 분석에 들어갔다.

★ ★ ★

2023년 12월 5일 20:30 (마카오시각 19:30),

중화민국 마카오특별구역 시 세나도 광장.

예전 특별행정구로 불리던 당시 시진핑 주석이 추진한 반부패 운동으로 직격탄을 맞아 카지노 산업이 위축되고 문화·휴양 관광지로 변해갔던 마카오는 중화민국이 독립하면서 다시금 카지노 산업이 크게 번창했다. 이에 마카오 구도심인 세나도 광장 주변에는 휘황찬란한 카지노 건물들이 우후죽순 세워져 24시간 불야성을 이루고 화려한 네온사인 때문에 동양의 라스베이거스라는 수식어로 불리는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2일 전, 홍콩에서 마카오로 넘어온 대외정보1과 2팀과 3팀은 구멍만 한 카지노부터 유명한 호텔 카지노까지 닥치는 대로 돌아다니며 짱천의 흔적을 찾고 다녔다.

“정말 많기도 하다. 아후~ 난 언제 휴가로 이런 데 와서 놀아보냐?”

팀원과 함께 늦은 저녁을 먹고 잠시 광장에 나와 바람을 쐬러 나온 윤태진 팀장이 신세 한탄하듯 중얼거리자, 옆에서 쉬고 있던 전기원 대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크크, 박 팀장님 있는 데서 그런 소리 마십쇼. 또 싸움 납니다.”

“박 팀장은 왜?”

“여기 출장 올 때 박 팀장님 휴가인데 막 놀리셨잖아요. 생각 안 나십니까?”

“아! 맞다. 하하하, 그랬지? 그나저나 우리 박기웅은 어딨나?”

“아까 저녁 먹을 때 잠시 양 대리랑 통화했는데 베네치안 호텔 카지노 쪽 돌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 우리도 슬슬 가자! 오늘 2곳 더 돌고 숙소로 돌아가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지”

“네, 오 대리, 유 주임 가자!”

“네~”

★ ★ ★

2023년 12월 5일 21:00 (마카오시각 20:00),

중화민국 마카오특별구역시 샌즈 코타이 베네치안 호텔 카지노.

베네치안 호텔 안에 있는 카지노,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북적북적했다. 다양한 다색인종들인 수백 개에 달하는 테이블 앞에 앉아 옆자리 손님과 때로는 딜러와 신경전을 벌이며 즐겁게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관광 목적으로 이곳에 왔다면 정말 재밌고 즐거운 천국으로 보일 수 있었지만, 카지노 곳곳을 돌아다니며, 막무가내로 짱천이라는 자를 찾고 있는 대외정보1과 1팀 요원들에게는 지옥과 같았다.

이렇게 고생하며 돌아다니는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아직 짱천에 대해 가명일 수도 있는 이름 외에는 나이나 얼굴 사진, 그리고 목소리 등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 팀장님! 이거 개고생만 하는 거 아닙니까?

1,000여 대에 달하는 슬롯머신이 있는 게임장을 살피던 양정석 대리가 무음성 통신을 날렸다.

- 일단, 20대 이상의 남자들은 하나도 놓치지 말고 카메라에 담아!

- 그러고는 있는데, 내일, 홍콩에서 세부 자료가 오면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거 같습니다.

- 알았다. 30분만 더 둘러보고 숙소로 돌아가자!

- 알겠습니다.

무음성 통신을 주고받으면서도 박기웅 팀장은 자연스럽게 돌아다니며 안경에 장착된 카메라에 남자 손님들의 얼굴을 담았다.

30분 후, 일반 손님이 이용하는 2개 층을 모두 돌아다닌 대외정보1과 1팀은 카지노 로비에 모였다.

“양 대리는 애들과 함께 숙소로 돌아가서, 오늘 취합한 사진들 정리하고 쉬어!”

“팀장님은요?”

“난, VIP층 좀 확인하고 갈게.”

“아! 그럼 같이 가시죠. 팀장님만 혼자 고생하실 순 없잖습니까?”

“아니야, 먼저 들어가, VIP층은 소지 금액 제한이 있어서 다 못 들어가. 나 혼자 갔다가 바로 숙소로 갈게.”

“아~ 알겠습니다.”

팀원들을 숙소로 돌려보내고 혼자 남게 된 박기웅 팀장은 익스체인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기 VIP층을 이용하려면 얼마 이상인가요?”

“네, 손님! 3,000달러 이상입니다.”

상향한 미소와 함께 최소 소지 금액을 알려줬다. 이에 지갑에서 특수활동비로 가져온 100달러 지폐 30장을 내밀었다. 이에 직원은 다시 한번 상향한 미소를 보이고는 여러 색상의 코인이 담긴 조그마한 상자와 함께 겉치레 인사말을 건넸다.

“손님! 행운이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네, 그랬으면 좋겠네요. 하하”

박기웅 팀장 역시 관광객인 양 대답을 하고는 그대로 코인 상자를 들고 VIP층으로 향했다.

VIP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인 만큼 황금색으로 치장된 각종 무늬와 장식품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렇게 계단을 타고 올라가자 VIP층 입구에는 거구의 경호원 여럿이 지키고 있었고 그중 흑인 경호원 하나가 가로막으며 말을 건넸다.

“손님! 잠시 확인 좀 하겠습니다.”

“네, 그러시죠.”

옆에 있는 또 다른 경호원에게 코인 상자를 건네고는 양손을 벌렸다. 그러자 흑인 경호원은 휴대용 금속탐지기로 박기웅 팀장의 곳곳을 스캔했다.

“네, 이상 없습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네, 수고하세요.”

입구를 통과하자 또 다른 신세계가 펼쳐졌다. 역시 VIP층이었다. 일반 관광객들이 이용하는 게임장과는 다르게 실내 장식은 고급스러웠고 각종 음료와 위스키를 서비스하는 직원과 딜러들도 왠지 달라 보였다. 또한, VIP층에 출입하는 손님들도 한눈에 봐도 다들 부유층으로 보였다.

“음, 음”

잠시 펼쳐진 광경에 압도되어 멈칫했던 박기웅은 헛기침하고는 어떤 게임을 할까 하는 억지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30분 정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VIP 손님들의 얼굴을 모조리 카메라에 담은 박기웅 팀장은 유일하게 게임 규칙을 알고 있는 블랙 잭 테이블에 앉았다.

사방에 장착된 CC 카메라와 경호원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중국계 부호인듯한 중년의 부부와 서양인 젊은 남녀, 그리고 일본어로 중얼거리면서 주문을 거는 일본인 등 5명이 게임을 즐기는 테이블에 앉은 박기웅 팀장은 테이블 위에 코인 상자를 올려놓고 게임에 참여했다.

카드의 합이 21점, 또는 그 점수에 가장 가까운 사림이 이기는 단순한 방식의 게임인 블랙 잭, 딜러가 카드를 돌리기 전, 박기웅 팀장은 처음부터 100달러어치 코인을 올렸다.

박기웅 팀장이 VIP층을 돌아다니며 유심히 본 결과, 기본 베팅이 최소 100달러 이상인 걸 알았다.

나머지 손님들도 하나둘 배팅 코인을 올렸다. 특히 왼쪽에 있는 중국계 부부는 각각 1,000달러 치 코인을 올렸다.

잠시 후 모든 손님이 베팅금액을 올리자 딜러는 신속하게 왼쪽으로 카드를 돌렸고 이내 2장의 카드가 손님에게 돌아갔고 딜러는 자신의 첫 번째 카드가 뭔지를 알 수 있게 보여줬다.

첫 번째 카드는 하트 Q, 두 번째 카드는 클로버 8이었다. 총 18점, 애매한 점수였다. 히트냐 스탠드냐 잠시 고민하던 박기웅 팀장은 딜러를 살짝 보고는 테이블을 살짝 두드리고는 히트라 말했다. 확률적으로 보자면 21점을 초과 되어 버스트 될 확률이 높았다.

‘뭐, 돈 따려고 온 것도 아니고, 될 대로 돼라’라는 심정으로 그냥 질러봤다.

나머지 손님들은 스탠드라고 말한 상황, 딜러 역시 추가 카드를 받지 않았다. 즉 딜러는 17점 이상이라는 얘기였다. 어쨌든 카드 한 장을 더 받은 박기웅 팀장은 조심스럽게 3번째 카드를 확인했다. 클로버 3이었다. 총합 21점 블랙 잭이었다.

딜러는 20점, 중국계 부호 부부는 18점과 19점, 서양인 남녀 역시 19점과 17점, 주문을 걸던 일본인은 16점, 일본인은 당최 히트를 안 했는지 모를 상황. 아무래도 술에 취해 판단력이 떨어진 듯했다.

베팅한 금액의 1.5배를 받은 박기웅 팀장은 여러 손님으로부터 박수를 받으며 첫판부터 운발을 날리기 시작했다.

1시간이 지난 시각, PC게임 말고 실전에서 그것도 카지노에서 처음으로 한 블랙 잭 게임에서 2,000달러 정도를 따는 동안 박기웅 팀장은 경호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홀 중앙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는 여러 그룹을 확인했다.

1시간 동안 엘리베이터를 탄 그룹은 총 4개 그룹, 저마다 치장한 액세서리부터 부티나는 의상 등, 심상치 않은 사람들이었다.

이에 박기웅 팀장은 딜러 뒤에 있는 매니저에게 물었다.

“저 홀 중앙에 있는 엘리베이터는 어디로 갑니까?”

“저곳은 VVP 룸으로 가는 엘리베이터입니다.”

“VVIP 룸요?”

“네, 저희 카지노 VVIP 회원님들만 이용하는 특별한 게임룸입니다.”

“아! 그렇군요.”

30분 후, 박기웅 팀장은 게임을 마치겠다고 말하곤 코인 상자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처음 3,000달러 치 코인은 어느새 5,400달러로 불려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부수입을 올린 박기웅 팀장은 곧바로 VVIP 룸으로 이동하는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역시나, 엘리베이터와 가까워지자 양쪽에 서 있던 경호원이 손을 올리며 제지했다.

“손님, 이곳은 저희 호텔 VVIP 회원님만 이용하는 엘리베이터입니다.”

“아! 미안합니다. 하하, 호기심에 그만,”

이때 그의 등을 스치며 한 사내가 지나쳤다. 그리고 경호원들은 그 사내에게 깍듯이 인사를 하며 엘리베이터로 안내했다. 박기웅과는 정반대의 대접을 받는 사내는 살짝 고개를 돌려 박기웅 팀장을 보고는 이내 엘리베이터에 탔다.

순간 찰라, 강인한 인상과 짧게 깎은 헤어스타일이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알 수 있었고 선글라스에 가렸지만, 강력한 눈빛이 담겨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위층으로 올라가는 그 사내의 인상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남은 박기웅 팀장은 생각 같아서는 쫓아 올라가고 싶었으나, 불필요한 행동은 자제하고자 발걸음을 뒤로 돌렸다.

블랙 잭 게임을 하는 동안에도 틈틈이 돌아다니는 VIP층 손님들의 얼굴을 빠짐없이 카메라에 담았던 박기웅 팀장은 익스체인지로 이동해 코인을 달러로 환전했다.

한국 돈으로 대략 240만 원 정도를 딴, 박기웅 팀장은 카지노에서 나온 후 팀원들이 있는 숙소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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