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28화 (428/605)

꼬리 밟기

“본부! 여기는 알파 원! 현재 시각 14시 02분 26초! 확인!”

- 알파 원! 여기는 제1우전단 본부! 폭격 임무가 취소되었다. 현 시간부로 귀환하라.

“본부! 여기는 알파 원! 명령 접수 확인! 즉시 귀환하겠다.”

통신을 마친 최영호 중령은 조종실 안이 다 들릴 정도로 큰 숨을 내쉬었다.

“휴우~”

“하하, 울 기장님! 긴장하셨어.”

“정말 다행이에요. 기장님!”

오태빈 대위와 조은빈 대위가 한마디씩 했다.

“나라고 강철 심장이겠냐? 쉽게 수행할 임무는 아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임무는 안 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거 같다.”

“네, 맞습니다. 상부 명령이니 따라야 하지만, 이런 임무는 심히 큰 부담감이 듭니다.”

“그래, 다신 이런 임무가 주어지지 않게 기도하면서 빠르게 집으로 돌아가자!”

“네, 기장님! 외기권까지 고도 상승하겠습니다.”

“그래, 고도 1,200에 속도는 최대 속도로”

“라져~ 뎃!”

지금으로부터 5분 전, 모스크바 대기권에서 최종 명령을 기다리고 있을 당시, 외교부에 에고르 티토프 대사로부터 확답이 왔다.

현 시간부로 대한민국이 러시아 자국민을 보호하는 만큼 조치를 시행하겠다는 답변이었다. 이에 현재 폭력사태가 일어난 모든 곳에 공권력을 투입하여 고려인은 물론 대한민국 국민과 동양인의 신변안전 조치에 들어갔고, 부상자에 대해서는 인근 병원에서 무상치료를 하고 정확한 피해집계를 통해 대한민국에 통보하겠다는 약속과 더불어 국경선 일대 주변 국가로 가고자 하는 희망자에 대해선 안전하게 보내주겠다 했다.

러시아 정부 관계자는 처음 에고르 티토프 대사로부터 강경희 장관을 얘기를 전달받았을 때만 해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총참모부에서 판단한 결과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견을 듣고는 180도 달라졌다. 이에 부리나케 대한민국의 요구사항을 들어주게 된 것이었다. 만약 러시아 정부가 조금이라도 늦게 들어줬더라면, 러시아는 물론 지구 전체에 대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었다.

만약, 대한민국이 지구의 대재앙까지 불러올 수 있는 극단의 카드를 내밀지 않고 두리둥실 하게 대처했다면 결단코 러시아 정부는 받아드리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점을 간파한 추은희 대통령은 일부러 초강수 중의 초강수를 둔 이유였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초강수는 제대로 먹혔고 폭력사태에 따른 자국민의 피해는 종결되었다.

★ ★ ★

2023년 12월 3일 14:30 (홍콩시각 13:30),

중화민국 홍콩특별구역시 신계지(국가정보원 홍콩지부 안전가옥).

홍콩에 온 지 8일째 지금까지 대외정보1과가 알아낸 정보는 기밀유출 사건의 배후에는 신중국과 흑호대일 수도 있다는 것과 흑호대 요원 중 짱천이라는 인물 정도였다. 지금까지 여러 국가에서 큰 활약을 펼쳤던 대외정보1과가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도출한 결과물은 실망할 정도였다. 그만큼 이번 기밀유출 사건은 난제 중의 난제였다.

어쨌든 사건의 실마리라 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 짱천에 대한 본격적인 정보를 수집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오늘도 새벽부터 움직이던 대외정보1과는 뜻밖의 곳에서 찾았다.

처음 이곳 홍콩에 도착한 후 1차로 홍콩을 무대로 한 범죄조직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여러 범죄조직 중 마약밀매 조직이며 삼합회의 하부 조직인 룽라이파의 한 간부로부터 근래 홍콩에서 빠르게 세력을 불리는 신흥 마약밀매조직인 칭다오파가 있다는 얘기와 함께 그 배후에 짱천이라는 인물이 있다는 정보를 획득했다.

조사 당시 대외정보1과는 룽라이파 간부가 신흥 조직에 대해 견제를 하고자 정보를 제공했다고 판단했으나, 2일 전, 흑호대 요원인 리위강 입에서 나온 짱천이란 이름이 나오면서 좀 더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칭다오파에 대해 파고들었다.

룽라이파 간부로부터 다시금 획득한 정보에 따르면, 한중전 종전과 함께 서강(칭다오)이 포함된 산둥반도 일대가 서주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 연방정부로 편입되면서 모든 한족은 심사를 걸쳐 귀화하거나 아니면 삶의 터전을 버리고 이주해야만 했다. 당연히 산둥반도에서 활동하던 범죄조직 역시 쫓겨나야 했다. 일부 범죄조직들은 정체를 숨기고 하던 사업을 계속 이어가려 했으나 강력한 범죄소탕 정책이 펼쳐지면서 대부분 체포되어 감옥에 가거나 강제 추방당했다.

칭다오파 역시 조직원 대부분이 체포되자 주 활동무대였던 서강(칭다오)을 버리고 재작년부터 홍콩에서 서서히 세력확장에 나섰다고 했다.

여기서 문제는 조직원 30여 명밖에 안 되는 칭다오파에 삼합회의 하부 조직이자 200여 명이 넘은 룽라이파가 밀리기 시작했고 현재 홍콩 내 마약 사업의 35%가 칭다오파에 넘어갔다는 거였다.

그래서 나름 칭다오파에 대해 알아본바, 짱천이라는 정체불명의 사내가 칭다오파에 불법적인 무기와 사업자금을 지원하는 배후의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좀 더 상세히 알려보려 했지만,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그 이상은 알아볼 수 없었다는 얘기였다.

대외정보1과는 이 부분에서 감이 왔다. 짱천이라는 동일 이름과 홍콩 내에서의 활동 시기도 비슷했다. 이에 룽라이파 간부의 정보를 바탕으로 칭다오파의 간부 하나를 포섭했다. 사실 포섭보다는 강제납치를 했다고 봐야 했다.

팔과 다리가 의자에 묶여있고 입은 재갈까지 물린 상태로 축 늘어져 있던 사내가 어느 순간 의식을 차렸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이내 재갈 물린 입에서 괴성을 지르며 발악을 했다.

발악하는 사내의 이름은 류칭지, 2시간 전, 조직원 2명과 함께 구룡반도 한 식당에서 점심을 하고 자신들의 본거지로 이동하다가 정체불명의 무리에게 기습을 받고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난 것이다. 나머지 조직원 2명은 한쪽 편 방에서 약물에 취해 곤히 자고 있었다.

“이 개자식들! 너희 뭐야? 룽라이파지? 전쟁하자는 거지? 너희들 다 죽을 줄 알아 개자식들아!”

쏟아지는 조명 빛에 고개를 젖히고 웅얼거리며 북경어를 쏟아내는 류칭지는 자신을 납치한 자들이 세력확장을 방해하는 상대 조직인 룽라이파로 알고 있는 듯했다.

자신들이 홍콩에 들어와 마약 사업에 뛰어들면서 홍콩 터줏대감인 룽라이파와 마약 사업 이권 때문에 자주 대립했기 때문이었다.

“저놈 깨어났는데 시작하시죠?”

류칭지를 감시하고 있던 2팀 홍일점 유하연 주임이 뒤돌아보며 말했다. 이에 팀장 3명은 동시에 이자성 과장을 바라봤다.

“성 팀장이 해! 나머지 팀장은 중국말도 못하면서 뭘 그런 눈으로 쳐다보냐?”

“내가 이런 건 나의 주 종목인데 말이야. 아쉽다. 중국말만 할 줄 알았어도.”

“맞아, 우리 윤 팀장은 저런 범죄조직과 성향이 비슷해서 잘할 텐데 아쉽네”

“뒤질래?”

1팀장 박기웅이 놀려대자 윤태진은 주먹을 들어 흔들며 눈을 부라렸다.

“크크, 봐봐! 저 표정, 완전 조직범죄자 같다니까?”

“이 자식이 콱!”

“너희 둘! 좀 조용히 해라! 팀장이란 놈들이 틈만 나면 싸우려고 해? 부하들 보기 민망하지 않냐?”

이자성 과장의 말에 뒤에 있던 팀원들이 입을 가리며 피식 웃었다. 이른 본 박기웅과 윤태진은 서로를 보고 으르렁거리며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그 사이! 검정 슈트를 벗고 팔 걷은 하얀 셔츠 차림으로 류칭지 코앞까지 다가간 성상윤 팀장이 간이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조명 때문에 앞을 제대로 보지 못 하는 류칭지가 좌우로 고개를 돌려가며 악 받치는 소리를 질렀다.

“어 미안! 자갈 풀어줄게. 그리고 내 얼굴 보고 싶으면 봐! 하지만, 책임은 못 진다.”

유창한 북경어로 말하며 조명 안으로 얼굴을 내민 성상윤 팀장이 자갈을 풀어주자, 방금까지 악에 받쳐 소리를 지르던 류칭지는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했다.

상대 조직에 납치된 상황에서 얼굴까지 보게 된다면 이쪽 세계에서 뒷일은 뻔했다. 사지가 여러 개로 잘려 물고기 밥이 되거나 아니면 운이 좋아 두 눈만 뽑히는 신세가 될 수 있었다.

“자식! 멍청한 놈은 아닌데?”

“대체, 뭘 원하는 거야?”

“그건 지금부터 차근차근 말할 테니 아는 대로 말해라, 괜히 거짓말하거나 숨기면 그땐, 이걸로 해결할 거다. 이게 부작용이 심해서 자칫 잘못되면, 죽을 때까지 너 스스로 밥도 못 먹어”

성상윤 팀장은 주머니에서 작은 주사기를 꺼내고는 눈앞에서 흔들었다.

“자! 무슨 말인지 알겠지?”

이에 류칭지는 시선을 피한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바로 그 자세야. 끝날 때까지 그 자세로 임해라”

간이 의자로 돌아가 앉은 성상윤 팀장은 본격적인 심문에 들어갔다.

“짧게 가자! 너 짱천이라는 놈 잘 알지?”

“짱천?”

“그래, 너희 조직 뒷배 봐주는 짱천말이야.”

“처, 처음 듣는다.”

“아, 금세 자세 바꾸네, 내가 끝날 때까지 그 자세로 임하라 했지?”

말이 끝남과 동시에 성상윤 팀장의 주먹에 안면을 강타당한 류칭지는 얼굴이 뒤로 젖혀지며 신음을 토했다.

퍽!

“으윽!”

“두 번 다시 말 안 한다. 또 내 앞에서 연기하면 그땐 아까 보여준 주사기를 쓸 거다. 솔직히 그게 우리한테도 편하고 말이야. 너희랑 악감정 없어서 신사적으로 대하는 거니까, 제발 동참해라. 응? 다시 질문할게”

다시금 간이의자에 앉은 성상윤 팀장은 질문을 이어갔다.

“짱천이에 대해서 아는 대로 말해!”

“짱천은 보스가 잘 안다. 나는 이름만 알뿐이다.”

“정말 이름밖에 몰라?”

성상윤 팀장이 언성을 높이면서 주먹을 올리자 움찔한 류칭지이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아, 아는 것만 말하자면, 2년 전, 우리 조직이 칭다오에서 터전을 잃고 와해 직전에 몰렸을 때, 짱천이란 자가 나타나 우리 보스와 만나 사업 얘기를 했다. 보스 말로는 짱천이 홍콩에서 마약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사업금액과 불법무기들을 조달해 주겠다는 제안이었다고 했다. 이후 우리는 짱천에게 지원받아 지금 홍콩에서 마약밀매 사업을 하는 거고, 그리고 지금은 마약 판매한 돈을 한 달에 한 번, 입금하고 있다. 이 외에는 나도 모른다.”

“본명이라든지, 아니면 나이, 사는 곳, 연락처, 이런 거 몰라?”

“그런 정보는 보스도 모른다. 항상 짱천이란 자가 보스에게 연락해 왔다.”

“아나, 이 자식 영양가 제론데?”

성상윤 팀장은 가볍게 말을 뱉고는 주머니에서 다시금 주사기들 꺼내 들고는 재차 물었다.

“요새도 짱천한테 연락이 오나?”

“보통, 이삼일에 한 번씩 연락이 왔으나, 알고 있는 바로는 연락이 없는지 일주일이 넘었다.”

“왜?”

“그, 그거야. 나도 잘······. 아 맞다. 보스한테 얼핏 듣기론 당분간 홍콩을 떠나 마카오인가 방콕인가 간다는 얘기를 들은 거 같다.”

“마카오? 방콕? 확실히 말 안 해?”

“마, 마카오 같다.”

“마카오에 왜 갔는지는 모르고?”

“모른다.”

“정말 몰라?”

“정말, 모른다. 정말이다.”

“좋아! 믿어줄게. 너희 보스가 입금하는 계좌와 짱천한테 연락받은 전번 불러”

“그건, 지금 모른다.”

“전번도 몰라?”

“전번은 보스가 보통 때 사용하는 폰이 아니고 따로 쓰는 폰이라 모른다.”

“정말 안 되겠네?”

“정, 정말이다.”

몸까지 들썩거리며 울상지은 표정이 거짓말하는 거 같지 않았다.

“좋아, 기회를 주지!”

성상윤 팀장은 꺼내 들었던 주사기를 그대로 류칭지의 팔에 찔렀다. 그리고는 안에 담긴 약물을 투여했다.

“으악! 아아악! 뭐 하는 짓이야? 아는 대로 다 말했잖아 개자식아!”

“마! 흥분하지 마라! 안 죽으니까. 대신 2일 안으로 치료 약을 먹지 않으면 알지? 평생 남이 밥 먹여 줘야 산다는 거.”

“이 개자식! 죽여버리겠어.”

“앞으로 3일 안으로 너희 보스 전번과 계좌번호 그리고 이왕이면 짱천이 마카오 어디에 있는지까지 알아내면 치료 약을 줄게.”

“대, 대체 나한테 투여한 약물이 뭐야?”

묶여있던 의자가 부서질 정도로 발광하는 류칭지의 눈에서 독기가 피어올랐다.

“궁금하면 병원 가봐! 그리고 치료해달라고 해! 치료가 가능한지 말이야······. 아마, 널 바로 감금시킬걸? 신종 바이러스 감염자라고? 그리고 말이다. 우리는 너희 조직이나 마약밀매 사업에 눈곱만치도 관심 없다. 단지 우리는 짱천에 대한 정보만 알면 끝이야. 그러니까 허튼 생각 말고 2일 동안 부단히 노력해야 할 거다. 그리고 조직원 2명도 너랑 같은 약물을 투여했으니까. 잘 설득해서 문제없어지도록 하고.”

성상윤 팀장이 말하는 사이 류칭지는 어느새 정신을 잃고 고개를 떨군 상태였다.

“야! 이 새끼들 근처 공터에 버리고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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