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벌작전
2023년 12월 1일 15:10 (홍콩시각 14:10),
중화민국 홍콩특별구역시 신계지(국가정보원 홍콩지부 안전가옥).
반 무의식 상태로 이곳 안전가옥으로 실려 온 흑호대 요원 2명은 응급실 분위기가 나는 실내의 이동식 침대에 눕혀진 상태로 하얀 가운을 입고 있는 4팀 성상윤 팀장에게 심문 아닌 심문을 받고 있었다.
“이름이 어떻게 되는가?”
“궈타오”
“리위강”
반쯤 풀린 눈으로 누워있는 흑호대 요원들은 성상윤 팀장의 질문에 약간 어눌한 말투로 대답했다.
“오호라, 성 팀장 짱게 말 잘하네?”
다른 방에서 모니터를 통해 지켜보고 있던 박기웅 팀장이 약간 놀랍다는 듯 말했다.
“저놈 북경대 유학파란다.”
동기인 2팀 윤태진 팀장이 함께 모니터를 보며 툭 하니 말했다.
“북경대라, 수재였네, 우리 성 팀장!”
“조용하고 모니터에 집중해!”
중요한 순간에 잡담을 늘어놓자 이자성 과장이 조용히 야단을 쳤다.
“너희들 진짜 직업은 무엇인가?”
“흑호대 홍콩지부 첩보요원”
“흑호대 홍콩지부 첩보요원”
“홍콩에서 하는 일은?”
“상부의 지시에 따라 정보수집!”
“홍콩지부 첩보요원들 관리”
두 번째로 대답한 사람이 선임인 듯했다.
“자네 직급 이 자보다 더 높은가?”
“그렇다.”
“직급이 어떻게 되나?”
“2조 조장이다.”
- 성 팀장! 시간이 별로 없으니 지금부터는 저놈한테만 물어봐봐!
심문 중에 이자성 과장이 통신기를 통해 지시를 내렸다.
“리위강! 지금까지 홍콩에서 무슨 일을 했는가? 상세히 말해라.”
“홍콩에 온 지 4일밖에 안 돼서 특별히 한 일은 없다. 인수인계를 받은 것밖에 없다.”
“그게 무슨 말인가? 4일밖에 안 됐다니?”
“말 그대로다. 난 홍콩에 온 지 4일밖에 안 됐다.”
리위강의 황당한 대답에 성상윤 팀장은 궈타오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했다.
“홍콩에 온 지 4일째다.”
“그럼, 너희들 말고 다른 요원들은?”
“모두 홍콩에 온 지 4일밖에 안 됐다.”
“헐! 그럼 기존에 있던 요원들은?”
“우리에게 인수인계하고 모두 다른 곳으로 갔다.”
“다른 곳이라면?”
“그건 모른다.”
“그렇다면 기존 요원들로부터 인수인계를 받으며 그동안 홍콩에서 했던 일들을 들었나?”
“전혀 들은 게 없다.”
“인계한 요원들의 신원정보는 아는가?”
“모른다.”
“이름도 모르는가?”
이때 리위강이 얼굴과 몸이 움찔거리며 꿈틀댔다. 이러한 반응은 무의식중에 거짓말하려고 할 때 나타나는 증상이었다. 이를 알고 있는 성상윤 팀장이 다그치듯 강한 어조로 재차 물었다.
“리위강! 알고 있는 이름을 말해!”
“그, 그것이 짱천이라는 이름밖에 모른다.”
“짱천?”
“기존 요원들의 팀장이다.”
“짱천은 어디로 갔나?”
“알 수 없다. 흑호대는 팀 단위로 움직이며 타 팀에 대해서는 서로 간 아는 게 없다.”
“좋아! 흑호대 본부는 어디 있나? 북경인가?”
“모른다.”
“위치도 모르나? 그럼 너는 어디서 왔나?”
“텐진에서 왔다.”
“텐진? 그곳에 흑호대 본부가 있나?”
“아니다. 그곳은 전국에서 선발된 예비 흑호대가 훈련하는 곳이다.”
- 성 팀장! 그만해! 저놈들 영양가 제로다. 시간도 별로 없으니 약물 투여하고 다시 엠블런스에 실어서 병원 보네! 늦으면 의심받는다.
“네, 알겠습니다.”
이자성 과장의 지시에 성상윤 팀장은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4팀 요원들에게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누워있는 흑호대 요원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바로 입을 벌려 혀를 위로 젖히고는 권총형 주사기 바늘로 찔렀다.
흑호대 요원들은 몇 초도 안 되어 실신하듯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근처 시립병원있지? 거기 엠블런스에 실어서 의사에게 교통사고자라며 자연스럽게 인계하고 와!”
“네, 알겠습니다.”
대답한 4팀 요원들이 입고 있던 하얀 가운을 벗자 안에는 구급대 옷차림이었다. 이들은 이동식 침대에 누워있는 흑호대 요원들을 엠블런스에 서둘러 싣고는 바로 출발했다. 출발하는 엠블런스를 뒤로하고 성상윤 팀장이 모니터가 있는 옆방에 들어왔다.
“제길! 뭣 좀 건지나 기대했는데 말짱 꽝이네, 에잇! 혹, 저놈들 거짓말하는 거 아닐까요?”
흑호대 요원들을 납치해온 당사자인 박기웅 팀장이 아쉬운 마음에 얼토당토않은 말을 하자 이자성 과장이 어깨를 툭 하니 치며 말했다.
“저 약물, 우리도 맞으면 어렸을 때 이불에 오줌싼 거부터 해서 뭐든지 죄다 털어 노을 걸? 어쨌든 짱천이라는 놈은 알게 되었잖아.”
“문제는 그 짱천이라는 놈의 신상정보는 물론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잖습니까?”
윤태진 팀장이 해결될 기미가 안 보이자 소파에 몸을 묻고는 괴롭다는 듯 말했다.
“지금부터 알아내야지···. 그런데 다들 왜 이리 매가리가 빠졌어? 이런 일 하루 이틀 해? 다들 모여봐!”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법, 그래도 한가지 단서인 짱천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알게 되었으니 다행이긴 했다.
한편, 엠블런스를 타고 근처 시립병원으로 향한 4팀 요원들은 응급실에 도착한 후 최대한 자연스럽게 구급대 행세를 하며 흑호대 요원들을 의사에게 인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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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01일 15:30 (쿠르디스탄시각 09:30),
쿠르디스탄 공화국 아리주 도우바야즛 공항.
도우바야즛 남단, 피스부대 지휘본부이자 제30항공단 기지인 이곳 공항에는 오전부터 대한민국 각종 군용수송기와 차출된 민간항공기가 쉬지 않고 이착륙을 반복하고 있었다.
군용수송기와 민간항공기가 착륙할 때마다 수많은 병력이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현재 쿠르디스탄 공화국의 여러 도시에서 발생하고 있는 각종 테러에 대한 진압과 치안유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긴급 파병된 공수육전사단 병력이었다.
많게는 대대 병력에서부터 적게는 중대 병력별로 대기하고 있던 수송장갑차에 탑승하고는 각자 치안 임무를 수행할 도시로 출발했다. 그리고 완전히 밀봉된 상자를 실은 수송트럭 여러 대가 수송장갑차를 따라갔다.
수송트럭에 실려있는 상자 안에는 인체에 직접 이식할 수 있는 쌀 한 톨 크기보다 작은 신분정보 칩이 가득했다.
피스부대 지휘본부는 쿠르디스탄 공화국의 여러 도시에서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테러를 사전에 방지할 방안에 대해서 고심했다. 이에 나온 방안은 쿠르디스탄 공화국의 모든 시민에게 신분정보 칩을 이식하여 외국인과의 피아식별을 실시간으로 판별하고 판별된 외국인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여 테러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었다.
현재 쿠르디스탄 공화국 수비대에는 피아식별을 위한 인식 카드가 지급된 상태였다. 하지만 인식 카드 같은 경우 테러범이나 적군이 탈취할 수 있었다. 예로 소란에서 일어난 차량폭탄테러 같은 경우도 테러범들이 전쟁 중에 탈취한 인식 카드로 공화국 수비대 눈을 속이고 사람이 많이 몰려있는 시장에서 벌린 테러였다.
이러한 부작용 때문에 인식 카드보다는 신체에 직접 이식하는 방안을 고안한 이유였다. 신분정보 칩과 관련하여 쿠르디스탄 공화국 정부에 제안했을 때에는 격렬한 반대를 했다. 종교적인 면에서 납득 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피스부대는 신분정보 칩 이식은 독립전쟁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이며 그 후에는 모두 제거할 수 있다는 것과 아무리 많은 병력을 치안유지에 투입하더라도 사전에 테러를 막을 수 없게 돼 혹, 시민들의 피해는 커질 수 있으며 자칫 독립전쟁도 길어질 수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에 고심하던 쿠르디스탄 공화국 정부는 피스부대 지휘본부의 끈질긴 설득에 끝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앞으로 쿠르디스탄 공화국 시민들이 이식할 신분정보 칩으로 인해 피스부대와 이번에 파병 온 공수육전사단 장병들은 헬멧에 장착된 실드글라스 광학장비를 통해 실시간으로 내국인과 외국인 피아식별이 가능해질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쿠르디스탄 공화국이 점령한 모든 영토에는 한국인을 제외한 모든 외국인에 대한 추방 명령이 떨어진 상태였다. 최근에 점령한 이란과 이라크 영토 역시 마찬가지였으나, 아직도 수많은 도시에는 이란과 이라크 국적의 사람들이 숨어있었다.
사천만에 이르는 쿠르디스탄 공화국 시민 모두에게 신분정보 칩을 이식하려면 걸리는 시간은 물론 과정은 힘들겠지만, 어쨌든 이식이 완료된다면 그때부터는 테러를 일으키기 위해 쿠르디스탄 영토에 남아 있거나 침투하려는 외국인을 중심으로 테러 용의자를 쉽게 판별하여 사전에 테러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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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1일 17:30 (러시아시각 16:30),
러시아 프리모르스키 크레이 블라디보스토크 북단 외곽.
A-370 도로 다리를 무사히 지나간 103기갑여단은 블라디보스토크 외곽까지 도달하자 선두에서 기동하던 131기계화보병대대는 서서히 뒤로 빠지고 33전차대대가 앞으로 튀어가며 빠르게 횡대 대형으로 벌렸다. 그리고 536포병대대 소속의 3개 포대 C-9 썬더볼트 자주포는 각자 위치에서 긴급 방열한 상태로 블라디보스토크 북단 외곽에서 자리 잡은 33친위기갑여단을 향해 155mm 고폭탄을 날렸다.
펑엉! 퍼엉! 퍼엉!
우렁찬 포성과 함께 기다란 포신은 쉬지 않고 주퇴 운동을 하며 포사격을 가했다. 기준포인 브라포 포대의 삼포가 초탄을 날린 후 자주포 한 대당 3분간 분당 6발을 포격하는 본격적인 효력사에 들어갔다. 총 324발에 달하는 포탄이 3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쏟아졌다.
하나둘 기동에 들어가는 33친위기갑여단 소속의 T-90 전차 위로 파공음을 울리며 155mm 고폭탄이 떨어졌다.
쾅앙! 쾅! 콰와쾅!
벼락같은 폭발음과 함께 수 미터에 이르는 흙기둥이 솟구쳤다. 그리고 비상하는 파편들이 거친 엔진음을 울리며 기동하는 T-90 전차를 덮쳤다.
파팍! 파파팍! 팍!
파편을 맞은 T-90 전차는 외부에 장착된 각종 광학장비가 파손되면서 전차로서의 성능이 저하되었고 어떤 전차는 고폭탄에 포탑 상단이 직격당하고는 대폭발을 했다. 포탑은 산산조각이 나며 사방으로 날아갔고 차체에서는 거대한 화염이 분출했다. 그리고는 다시 한번 유폭을 하며 차체마저 박살이 났다.
본격적인 기갑전이 벌어지기도 전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위기에 처한 33친위기갑여단 전차를 구한 건 외곽에 있는 건물 뒤편에서 방열한 상태로 대기하고 있던 577포병대대였다.
무지막지한 536포병대대의 포격에 2S3M 아카시아 자주포로 구성된 577포병대대가 대포병 사격을 가했다. C-9 썬더볼트 자주포보다 성능적으로 비교 대상은 아니었지만, 2S3 급에서도 최신 개량형인 2S3M 아카시아 자주포는 최대 연사속도로 사격했다.
건물을 방패 삼아 최대 고각으로 포격하는 577포병대대의 대포병 사격에 536포병대대는 포격을 중지하고 바로 진지 이탈에 들어갔다.
잠시지만 포격 위협에서 벗어난 33친위기갑여단 T-90 전차들은 더욱 속도를 높여 반대편에서 빠르게 접근하는 33전차대대 C-2 흑표 전차와의 본격적인 기갑전에 뛰어들었다.
서로 간 거리 4km 이내로 가까워지자, 양 측의 전차는 누구라 먼저 할 거 없이 포구에서 불을 뿜었다.
퍼엉! 퍼엉! 퍼엉!
“김 병장아! 오른쪽으로 긴급 회피!”
선봉에서 기동하는 33전차대대의 3중대 중대장인 오영헌 대위는 자신의 전차를 향해 포신을 겨누고 있는 전차를 확인하고는 조종수 김태완 병장에게 소리쳤다.
그리고 동시다발적으로 오영헌 대위의 301호 전차에 포탄이 날아왔다. 회피 기동때문인지 아니면 운이 좋은 것인지 날탄은 빗나가며 땅바닥에 박혔다. 짧게 안도의 한숨을 쉰 오영헌 대위는 자신의 전차를 향해 날탄을 날린 러시아 전차에 복수하고자 현시경으로 표적을 설정했다.
“2시 방향! 거리 4200, 1번 표적 세팅! 윤 하사! 복수다. 무슨 말인지 알지?
“네, 중대장님! 걱정마십쇼. 확실히 박살 내겠습니다.”
윤동원 하사는 4.2km 떨어진 지점에서 날탄을 발사한 T-90 전차의 포탑과 차체 사이를 조준했다. 다른 부위는 반응장갑으로 도배가 되어 피격 확률이 떨어졌기에 그 틈을 노렸다. 사격 실력이 없다면 시도하기 힘든 부위였다.
퍼엉!
125mm 활강포에서 발사된 날탄은 빨랫줄처럼 뻗어 나가고는 그대로 차체와 포탑 사이를 파고들었다.
콰앙!
폭발과 함께 포탑 전체가 뒤로 벌러덩 벗겨지듯 날아갔다. 그리고 벌어진 틈 사이로 검붉은 화염이 솟구쳤다. 불붙은 T-90 전차는 속도가 느려진다 싶더니 결국 기동을 멈추고 섰다. 그리고는 이내 조종실 해치가 열리고 등에 불붙은 조종수가 허겁지겁 비명을 지르며 뛰어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