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22화 (422/605)

정벌작전

2023년 11월 28일 11:00 (홍콩시각 10:00),

중화민국 홍콩특별구역시 신계지(국가정보원 홍콩지부 안전가옥).

홍콩 내 활동하고 있는 각국의 첩보조직과 큰 규모의 범죄조직에 대한 조사가 시작된 지 3일째, 대한민국과 정치적 경제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중화민국 정보기관으로부터 한 가지 중요한 단서를 받았다. 중국이 3개 국가로 갈라진 후 경제 도시 중심지인 이곳 홍콩에 흑호대라는 첩보조직이 은밀히 활동해 왔다는 정보였다.

흑호대는 신중국 주석실이 직속 첩보기관으로 홍콩 내에서 정보수집과 상대국인 동방공화국 고위관료 암살 등, 은밀하고 조용히 불법적인 임무를 수행해 왔다고 했다.

동방공화국 정보기관은 1년 전, 의문의 죽임을 당한 홍콩시장 사건도 흑호대가 포섭하려다가 실패하자 암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상당한 인력을 동원해 조사했다는 이야기도 건네받았다.

엄연히 타 국가의 도시에서 이런 불법적인 행위를 서슴지 않고 저지르는 흑호대라면 충분히 이번 기밀유출사건과 관계성이 있다고 본 이자성 과장은 모든 요원에게 현재 주어진 임무를 중단하고 1순위로 흑호대에 대한 정보를 취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최근 2년간 홍콩에서 흑호대가 활동한 모든 내용과 활동 중인 요원들의 정보 일체 등 광범위한 정보 취합 지시였다. 남궁원의 첫 임무가 주어졌다.

특수보안과 요원 2명과 함께 신중국 주석실을 통해 흑호대 첩보조직에 대한 해킹 시도였다. 이에 남궁원은 대외정보국 2과와 함께 북경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주석실이 운용하는 서버는 내부 인트라넷 망으로만 운용되는 독립 서버였다. 즉 해킹을 위해서는 직접 주석실에 침투하여 내부 인트라넷 망을 통해 해킹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일의 순서에 있어서 먼저 흑호대 실체를 파악하고 나서 홍콩 내 활동하는 흑호대 소속의 요원 정체와 지난 2년간의 활동 내용을 조사하는 것이었지만, 최대한 시간을 아끼고자 동시에 시작했다.

홍콩에 온 지 이틀 만에 다시금 북경으로 이동하게 된 남궁원은 앞으로 펼쳐질 임무가 녹녹지 않다는 걸 새삼 느끼며 각종 장비를 챙기는 중이었다.

현재 신중국은 대한민국과는 상당히 좋지 않은 관계로 지내고 있었다. 기존 공산당 체제의 중국을 그대로 계승한 신중국은 대한민국과 정치, 경제, 외교적으로 단절한 상태로 국경선을 맞대 적대국과 다름없는 사이라 말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신중국의 중심지인 북경에 잠입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임무였고 더군다나 잠입목적인 주석실 서버 해킹이었기에 감수할 위험은 배 이상이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런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남궁원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북경에서 해킹하는 데 필요한 장비들이 혹시나 빠지지 않았는지 다시 한번 꾸려진 짐을 확인했다.

이때 방문이 열리고 얼굴 하나가 삐죽 내밀었다.

“어이! 친구! 미안하다. 홍콩의 맛 난 음식 하나 못 사줬는데 북경으로 가게 돼서 말이야.”

얼굴만 삐죽 내민 이자성이 찡긋 웃으며 말했다.

“야! 됐고 피자나 쏴라! 배고프다.”

챙길 짐을 모두 확인한 남궁원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좀 있으면 점심시간인데?”

“그땐 그때고 얼렁 피자나 사와!”

“아이고야 알았다. 기다려! 직접 사다가 받치마!”

★ ★ ★

2023년 11월 30일 18:00 (러시아시각 19:00),

러시아 프리모르스키 크레이 블라디보스토크.

어제부터 몇 차례 이어진 대한민국 공군 전폭기의 정확한 지상 타격 공습에 블라디보스토크의 주요 군사시설이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외곽에서 주둔하며 대공망을 담당하던 각종 레이더 부대와 방공부대는 완전히 초토화되다시피 했다.

민간 건물에 대해 공습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러시아군은 살아남은 대공 전력을 시내 안으로 이동시켰고 도로 곳곳에 임시 진지를 구축하고는 배치했다. 이에 4차선 이상의 넓은 도로에는 러시아 대공포와 각종 대공미사일을 장착한 장갑차들이 즐비했다.

그리고 이곳, 블라디보스토크에서도 가장 큰 번화가인 아르바트 거리에도 문 닫힌 상가 사이로 ZSU-23-4 쉴카 자주대공포 4대가 4열 총열을 하늘을 지향한 채로 대공방어를 책임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대공 진지는 소대급 병력이 24시간 지키고 있었다.

잠시 후 중무장한 분대급 병력이 가로등 불빛 사이로 아르바트 초입에서 정찰 중이었다.

블라디보스토크를 지키는 4개 동원사단 중 제11동원사단 소속의 병력들이었다. 이곳 아르바트 거리를 비롯해 혁명광장과 서부 일대를 책임지고 있는 제11동원사단 155연대 3대대 소속이 분대였다.

조만간 한국군의 침투 작전이 있을 것이라는 공공연한 소문이 퍼진 가운데 정찰 중인 분대 병력은 이곳저곳을 꼼꼼히 확인하고 어느덧 아르바트 거리의 끝 지점까지 도달했다.

이때 한쪽 편 골목에서 붉은빛 여러 개가 비취는가 싶더니, 순간적으로 공기를 가르는 레이저 빔이 쏟아졌고 정찰하던 분대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차가운 바닥에 차례대로 쓰러졌다.

“여기는 알파 투! 1-3섹터로 이동 중 적 분대급 병력 처리! 이상!”

눈 깜짝할 사이에 러시아 분대 병력을 처리한 무리가 어두운 골목길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저마다 두꺼운 중갑슈트를 착용한 한 사내가 어디론가 통신을 날렸다.

- 여기는 알파 제로! 시간이 없다. 책임 섹터까지 이동하여 신속하게 처리한다. 앞으로 대대적인 공수까지 앞으로 18분 남았다. 이상!

“여기는 알파 투! 다음 섹터로 이동한다. 이상!”

자신의 무리를 알파 투라 부르며 통신을 마친 사내는 손 신호를 통해 이동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뒤에서 사주경계를 펼치고 있던 3명은 신속한 동작으로 이동에 들어갔다. 이들의 정체는 제1야전군의 직할부대인 제1중갑강습여단 중에서도 최고의 엘리트 집단인 정찰타격강습대였다. 현재 이곳 블라디보스토크에는 TCS 모드 상태에서 어둠을 틈타 강습한 정찰타격강습대 100여 명이 앞으로 있을 본진의 대규모 강습에 위험요소로 판명된 방공포대와 각 동원사단의 지휘본부를 기습하기 위해 은밀히 이동 중이었다.

알파 투 분대는 아르바트 거리에 배치된 적 대공포대를 공격하기 위해 TCS 모드로 골목길을 은밀히 이동 중에 적 정찰분대를 조우하자 순식간에 처리한 것이었다.

알파 투 분대는 쓰러진 러시아 군인들의 시신을 넘고는 바로 ZSU-23-4 쉴카 자주대공포 4대가 배치된 쪽으로 달렸다. 발목부위에 장착된 부스터가 순간적으로 작동하자 마치 날아가듯 수 미터를 이상을 점프하며 빠르게 달렸다. 그리고 잠시 후 임지 방공포대 진지에 도착하자 알파 투 분대 4명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각종 화기를 가지고 퍼붓기 시작했다.

8mm 총열 6개로 이뤄진 CS8 레이저 미니 벌컨에서 수많은 레이저 빛줄기가 뻗어 나갔다.

쭈쭈쭈쭈쭈쭈쭈쭈쭈~ 쭈쭈쭈쭈쭈쭈쭈쭈쭈~

바닥을 훑으며 그어진 빛줄기는 이내 반격을 가하려는 러시아 보병에게 쏟아졌다.

뻐벅! 뻑! 뻑!

방탄조끼를 착용했지만, 러시아 보병들은 빛줄기에 관통당하며 그대로 벌러덩 바닥에 쓰러졌다.

탕! 타타타타탕! 타탕! 타타타탕!

쓰러지는 동료를 뒤로하고 진지 엄폐물에 몸을 숨기고 러시아 보병들은 AK-74 총구를 밖으로 내밀고는 방아쇠를 당겼다.

조준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쏜 총알들은 어김없이 엉뚱한 곳으로 날아갔다. 간혹, 정확히 날아온 AK-74의 5.45mm 총알은 단단한 중갑슈트에 막혀 별다른 흠집도 내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이처럼 AK-74 총알을 튕겨내며 무지막지한 레이저 빛을 쏟아내는 알파 투 분대는 빠르게 앞으로 달려가며 이제는 ZSU-23-4 쉴카 자주대공포를 향해 일제 사격을 가했다.

쭈쭈쭈쭈쭈쭈쭈쭈쭈웅~ 쭈쭈쭈쭈쭈쭈쭈쭈쭈웅~

동시에 4개의 붉은 빛줄기가 ZSU-23-4 쉴카 자주대공포에 쏟아지자 외부장갑은 하나둘 뚫리기 시작했고 계속된 집중 화력에 그만 벌집이 되면서 폭발했다. 4연장 기관포 포탑이 하늘 높이 솟구치며 날아갔다.

쿠앙!

첫 번째 자주대공포가 박살이 나자 뒤에 배치된 나머지 ZSU-23-4 쉴카 자주대공포 3대는 대공포임에도 불구하고 알파 투 분대를 공격하기 위해서 4연장 기관포가 움직이더니 바로 알파 투 분대를 향해 23mm 2A7 기관포에서 불을 뿜었다.

빠빵! 빠바바바바빵! 빠빵! 빠바바바바빵!

성인 엄지손가락만 한 굵기의 탄환이 귀청을 찢을듯한 발사음을 울리며 쏟아지자 알파 투 분대원들은 저마다 부스터를 작동시켜 회피에 들어갔다. 아무리 강력한 방호력을 갖춘 중갑슈트라 하더라도 23mm 기관포는 상당히 위험할 수 있었다.

피잉! 피잉! 피잉!

파공음과 함께 날아오는 묵직한 23mm 탄환을 옆으로 흘리며 피한 알파 투 분대원들은 2번째 대공포와 3번째 대공포에 연달아 레이저 빔을 날렸고 분대중화기 담당인 분대원은 어깨에 장착된 2연장 30mm 스마트 유탄을 발사했다.

투앙! 투앙!

포물선을 그으며 날아간 30mm 스마트 유탄은 정확히 마지막 대공포의 포탑과 차체를 직격 했다.

콰앙! 쾅!

화려한 불꽃을 일으키며 폭발했다. 그리고는 이내 검붉은 화염이 대공포 전체에 휩싸이며 활활 타올랐다.

그리고 이내 요란했던 총성도 조용해졌다.

짧은 시간 소대급 병력과 대공포 4대를 파괴한 알파 투 분대원들은 분대장의 명령에 따라 잔존 병력이 있는지 주변 일대를 확인했다.

“잔존 병력 없습니다.”

“이곳도 없습니다.”

“여기 부상자 2명 확인! 어떻게 할까요?”

“냅둬! 부상자까지 신경 쓸 시간 없다.”

“넵”

분대원들로부터 주변 상황을 보고 받은 분대장은 통신망을 통해 중대에 보고를 올렸다.

“여기는 알파 투! 알파 투! 알파 제로 나와라. 이상!”

- 여기는 알파 제로, 알파 투 말하라 이상!

“1-3섹터 임무 완료! 이상!”

- 알파 제로! 알았다. 다음 섹터로 이동하라. 이상!

“알파 투! 다음 섹터인 1-7 섹터로 이동하겠다. 이상!”

알파 투 분대가 활약한 동안, 다른 시내 곳곳에서도 설치된 방공포들이 폭발과 함께 산산조각이 나며 파편들이 사방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춤을 추듯 사방으로 연기 꼬리를 물고 포물선을 그으며 날아간 스마트 유탄에 작은 건물들은 힘없이 주저앉았고 각종 파편과 폭발음의 충격파에 건물 창문들이 모조리 깨지며 도로 바닥에 유리 조각이 깔렸다.

그리고 시내 남단에서는 수십 미터에 달하는 엄청난 화염이 솟구쳤다. 그리고는 연달아 폭발음이 계속해서 일어났다.

콰앙! 쾅! 콰아아앙! 쾅! 콰콰쾅!

그곳은 극동함대에서 사용하는 여러 미사일은 물론 동원사단이 전시에 사용하는 각종 탄이 보관된 보급창고였다.

적재된 각종 탄이 유폭을 하는지 폭발음은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울려댔고 화려한 불꽃 화염은 점점 더 사방으로 번져가며 창고는 물론 기지 전체를 잠식해 나갔다.

긴급 출동한 기지 내 소방부대와 민간 소방관들은 화재 진압은커녕 급속도로 번져가는 화염에 쫓겨 밖으로 피신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블라디보스토크 시내는 각종 총성과 포성, 그리고 화려한 폭발음이 더욱 심해졌고 급기야 동원사단 지휘본부까지 기습공격을 받았다.

위이이이잉~ 위이이이잉~

기습공격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시내 전체에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렸다. 어느새 블라디보스토크 상공에는 2천 명에 달하는 제1중갑강습여단 대원들이 어두운 밤하늘을 수놓으며 낙하하고 있었다.

그리고 일정 고도에 다다르자 제1중갑강습여단 대원들은 각자 등에 장착된 부스터를 터뜨리며 자율비행 모드로 전환했다. 마치 아이언맨처럼 자유롭게 비행하는 대원들은 대대마다 지정된 장소로 모이기 위해 저마다 화려한 비행술을 펼치며 날아갔다.

시베리아 점령 작전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블라디보스토크 점령 작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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