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20화 (420/605)

정벌작전

2023년 11월 26일 06:50,

남주 서울특별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모든 시선이 2번 스크린을 주시하고 있었다.

2번 스크린 화면에는 대한민국의 외기권 상에서 대기권으로 진입하는 다량의 핵탄두와 디코이가 지상에서 쏟아지는 레이저포의 붉은 빛에 하나둘 차례대로 폭발하는 영상이 보였다.

100mm에 달하는 붉은빛의 파괴력은 대단했다. 빛의 속도로 날아간 붉은빛은 마하 20에 달하는 속도로 떨어지는 핵탄두를 그대로 녹여버리며 폭발시켰다.

그럴 때마다 상황실 근무자들의 입에서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마지막 핵탄두가 크고 작은 불꽃을 터뜨리며 폭발하자 상황실 모든 근무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만세를 부르며 환호했다.

신성용 합참의장을 비롯해 참모진들도 손뼉을 치거나 서로 간 악수를 하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윤기윤 대장 역시 주변 지휘관들과 악수를 하며 박장대소를 했다.

“이거이, 이거이, 기대 이상이지 않네? 요격에 들어간 지 1분 만에 끝내버리네? 하하하”

순간 축제 분위기로 변한 상황실, 하지만 한쪽 구석엔 긴장한 표정이 역력한 한 장성이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자리에 앉았다.

새롭게 실전배치 한 CAMD 3단계의 핵심인 레이저포를 운용하는 CS-LD 하데스 지상방어돔 기지로 요격 성능을 테스트해보자는 의견을 낸 공군 참모총장 김은호 대장이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담보로 자칫 위험할 수 있는 의견을 냈던 김은호 참모총장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줄곧 긴장해 있었고 한순간에 해소되자 다리에 힘이 풀리며 의장에 덥석 앉고 말았다.

이른 눈치챈 윤기윤 대장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다가왔다.

“이거이. 대장부인 줄 알았더니 간이 콩알만 한 졸장부였네? 김 총장! 일어나라우!”

놀리듯 농담을 던지며 다가온 윤기윤 대장이 악수를 청했다.

“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졸장부 중의 졸장부 같습니다.”

해군참모총장인 이기형 대장 역시 다가와 짓궂은 농담을 던졌다.

“사실! 하데스의 성능을 100% 신뢰했지만, 저도 인간인지라······.”

의자에서 일어난 윤기윤 대장과 악수를 한 김은호 대장은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손수건으로 훔치며 그제야 환한 얼굴로 농담을 받아쳤다.

“그렇디, 처음에 김 총장이 의견을 냈을 때 여기 있는 사람 모두 놀라지 않았네?”

“맞습니다. 더군다나 의장님께서 승인까지 하셔서 저도 속으로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결과적으로 실전의 요격 테스트는 대성공으로 마무리가 되었기에 이렇게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었지만, 만약 이번 일이 언론에서 알게 되어 기사로 나가게 된다면 아마도 국민의 성토와 비난은 상당했을 것이다. 또한, 몇몇 책임자들은 옷까지 벗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만큼 국민을 상대로 한 위험한 도박이었다.

세계 2위의 핵전력 국가를 상대로 CAMD 2단계에서 모조리 요격할 수 있는 미사일 방어체제에 이제는 더욱 강력해진 여러 CS-LD 하데스 지상방어돔 기지까지 갖춘 대한민국은 이제는 더는 어떤 국가로부터 핵전력 투발에 있어서 100% 안전하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게 되었다.

또한, 러시아 전략로켓군의 직할부대는 물론 예하부대 대부분이 대규모 보복공격으로 인해 80%에 해당하는 전력이 소멸하였다.

사일로로 운용하는 로켓사단의 기지는 모조리 파괴되었고 일부 이동식 발사차량으로 운용하는 로켓사단만이 살아남았으나, 주둔기지 역시 모두 폐허가 된 상황이었다. 하물며 극동함대의 핵전력 잠수함 5척 중 2척은 피격되어 침몰하였고 1척은 해군에게 항복하여 인도되었다. 이제 북동해에 남은 핵전력은 보레이급 955A III 1척과 델타급 III 1척뿐이었다.

아마도 전쟁이 끝날 때까지 북동해 해심에서 영원히 모습을 보이지 않거나 아니면 항복을 위해 부상하는 2가지뿐일 것이다.

왜냐면 해심에는 제11기동잠수함전단 소속 호큘라잠수함 8척과 제12함수함전단 소속 잠수함 5척, 그리고 해상에는 제1함대 구축함전대 함정 5척과 제7기동전단 호큘라구축함 8척이 이제 마지막 남은 2척의 러시아 핵탄도미사일잠수함을 찾기 위해 더욱더 포위망을 좁히며 북동해 해심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해상 초계위성인 CS-SH 아레스 초계위성 3호에 이어 CS-SH 아레스 초계위성 2호가 북동해 해상에 추가로 투입하기로 했다.

이틀간 쉬지 않고 진행된 한러전은 러시아 핵전력의 무력화로 인해 완전히 한국군에 유리한 상황으로 전개되었다.

러시아가 전쟁 초반 성급히 핵전력을 사용했다가 완전히 무력화된 지금, 러시아로서는 더는 대한민국을 위협한 히든카드가 사라지고 말았다.

만약 러시아가 핵전력을 보유한 채로 전쟁을 끌고 갔다면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는 러시아를 상대로 모든 작전에 있어서 상당한 제약을 받으며 작전을 수립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제약이 해소된 지금, 합동참모본부는 사전에 수립된 작전 안을 과감하고 저돌적인 공세 작전으로 수정할 수 있게 되었다.

어쨌든 러시아의 핵전력이 완전히 무력화가 된 지금 이제 한러전은 잠시 소강상태로 빠져들었다. 러시아는 러시아대로 충격에 휩싸여 진공 태세를 잠시 미뤘고 합동참모본부 역시 교전에 참여한 모든 부대에 현재 위치에서 경계강화 상태로 전환한 후 정비시간을 갖으라는 명령을 내렸다. 전쟁이 끝난 건 아니지만, 이틀간 잠도 못 자고 치열한 교전을 펼친 각 부대의 지휘관들과 장병들은 꿀맛 같은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대한민국 전역에 러시아의 핵전력이 투사되었다가 완전히 무력화가 되었다는 걸 모르는 대한민국 국민은 오늘도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일상의 하루를 시작했다.

★ ★ ★

2023년 11월 26일 09:30,

남주 서울특별시 강남구 국가정보원(사이버보안국 회의실).

새벽 일찍 일어난 남궁원은 사이버보안국에서 필요로 한 장비 몇 개와 혹시나 해서 장기간 투숙할 수 있을 정도의 여벌의 옷과 각가지 필수품을 챙긴 후 국가정보원으로 출근을 했다.

그리고 국가정보원으로 출근한 남궁원은 여러 부서를 방문해 안면이 있는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와 인사말을 건넨 후 지금은 사이버보안국 회의실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회의실에서 혼자 남아 창밖을 보던 남궁원은 하나도 변하게 없는 바깥 풍경을 보며 시식 웃었다. 자기도 모르게 예전 재미났던 일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철컥!

“어이! 원! 뭐가 그리 좋아 입꼬리가 올라갔냐?”

지금은 사이버보안국 1과장 강필호였다. 남궁원이 2과장일 때 함께 승진한 강필호는 방금 간부 회의를 마치고 남궁원을 보기 위해 곧장 회의실로 온 것이다.

“어? 강 과장! 잘 지냈어?”

“하하, 잘 지내긴 요새 죽을 맛이다. 와이프 못 본 지 일주일이 넘었다.”

오랜만에 만난 사내들은 힘차게 악수를 하며 서로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공처가로 소문난 강 과장이 와이프를 일주일 동안 못 봐서 어쩌냐?”

남궁원의 놀리는 말투에 강필호는 곁눈질하고는 피식 웃었다.

“그런 소리 하지 마라. 너도 이제 내 신세가 될 거니까 하하하”

“그래? 나 아직 복직 신청 안 했는데?”

“하하, 너 복직서류 다 끝났거든? 이제부터 너 보안국 직원이야. 이거를 보시게~”

강필호는 어깨에 메고 온 가방에서 남궁원의 신분증과 권총 그리고 요원들이 사용하는 일체의 장비들을 탁자 위에 쏟아냈다.

“뭐야. 벌써 서류 적으로 끝났다니······.”

“안 국장님이랑 우리 국장님께서 너 오늘부터 출근한다고 서류부터 해서 모두 끝내노라고 난리를 쳐서 직원들 새벽부터 출근해서 개고생했다.

강필호 과장의 말에 이마에 손을 짚은 남궁원은 고개를 좌우로 절레거렸다.

“와! 대답도 듣기 전에······.”

“뭘 대답도 듣기 전에야? 너도 복직하려고 온 거잖아? 안 그래?”

“하하, 그렇지. 암튼 대단하다 대단해”

“야! 좀 더 쉬고 있어. 우리 국장님 국장 회의까지 하고 오실 거라 좀 늦을 거야. 나도 너랑 좀 더 얘기하고 싶지만 해야 할 일이 태산이다. 미안하다.”

“아니야. 괜찮아. 일 봐!”

“오케바리! 그럼 난 나간다. 이따가 점심이나 같이하자

“그래!”

강필호 과장이 나가고 남궁원은 탁자 위에 올려진 자신의 신분증을 짚고는 살펴봤다.

퇴사 전 신분증과 다를 게 없었다. 박혀 있는 사진도 그렇고 단지, 부서명이 사이버보안국 2과에서 특수보안과라고 쓰여 있었다.

“특수보안과? 이런 부서도 있었나?”

처음 보는 부서명에 고개를 기우뚱한 남궁원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는 이번엔 CS5A1 레이저 피스톨을 들었다. 기존 CS5보다 무게와 크기가 작아진 CS5A1 레이저 피스톨은 은근한 은 빛깔에 매끈하게 생긴 것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이리저리 들어보며 흡족한 표정을 지은 남궁원은 케이스에 담긴 SG-TAR이라 불리는 요원용 실드글라스를 꺼내 들었다.

일반 보잉 선글라스처럼 생겼지만 여러 기능이 탑재된 최첨단 실드글라스로 남궁원이 가장 좋아하는 물건이기도 했다. 이에 바로 쓰고는 회의실 주변을 비춰봤다. 그리고는 이내 깜짝 놀라면 의자 뒤로 굴러떨어질 뻔했다.

“으악! 뭐, 뭐야!”

실드글라스로 회의실 한쪽 편을 봤을 때 인형 하나가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너. 뭐야? 정체가 뭐야?”

남궁원은 다급한 상황에 CS5A1 레이저 피스톨을 들고는 총구를 정체불명의 인형을 향해 겨눴다.

“어이! 진정하라고”

“뭔 개소리야? 당장 안 나타나?”

“킥킥킥, 알았다 알았어.”

정체불명의 인형은 웃겨 죽겠다는 듯 낄낄거리며 정체를 밝혔다.

TCS(투명은폐시스템) 모드로 투명상태였던 정체불명 인형의 모습이 나타났다.

국가정보원 집체교육 동기인 이자성이 배를 움켜잡고는 회의실이 떠나갈 정도로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휴~ 이 자식아! 재밌냐? 재밌어?”

“하하하, 그럼 안 재밌냐?”

“아나. 대체 언제부터 있었던 거야?”

“너 회의실에 들어올 때부터 난 여기에 미리 와있었지”

“헐! 그럼 10분이나 TCS 상태로 날 감시하고 있었어? 변태같이?”

“내가 변태인 거 몰랐냐? 하하하”

“그래 자식아! 몰랐다. 확”

둘은 거친 농담을 주고받으면서도 서로 뜨겁게 포옹했다.

“아까 대외정보국에 갔을 때 너 홍콩 출장 갔다고 하던데?”

“갔었지. 근데 오늘 새벽에 왔다. 너 때문에”

맞은편 자리에 앉은 이자성은 피곤한지 하품과 기지개를 동시에 하며 말했다.

“나 때문에? 출장 중에 나 복직한다고 하니 보러 온 거냐?”

“허허, 이놈 봐라. 자기가 뭐 대단한 줄 아는가 보네? 내가 시간이 남아돌아 홍콩 출장 중에 너 보러 왔겠냐?”

“그렇지. 너 같은 변태 인성이 그럴 일 없지. 그런데 왜 나 때문에야?”

“너 데리러 왔다.”

이자성의 말에 남궁원은 한눈을 치켜뜨며 혀를 찼다.

“뭔 소리야 마? 데리러 오다니. 나 오늘 첫 출근인데. 그리고 난 내부 근무자거든? 쯧쯧”

“하하, 그건 모르겠고, 암튼 너 데리러 왔다. 좀 있다가 윗분들 오면 알게 될 거다.”

놀리는 맛에 재미가 들렸는지 이자성은 시종일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아! 씨! 이거 처음부터 겁나게 꼬이는데? 확 집에 가버릴까?”

“너 아까 말 못 들었냐? 너 서류상 복직된 상태야. 네 마음대로 집에 못 간다고요. 남궁원 님아!”

“시끄러워!”

이때 회의실 출입문이 열리고 중년의 남자들이 들어왔다. 대외정보국, 대테러수사국, 사이버보안국의 국장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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