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19화 (419/605)

러시아의 자충수

2023년 11월 26일 06:33, (러시아시각 04:35),

러시아 하카시아 상공(외기권).

제1우주전투비행단에서 출격한 알파, 부라보, 찰리편대가 선제타격 및 대규모 응징보복 공격을 감행하는 가운데 외기권에서는 제2우주전투비행단 소속의 호텔, 인디아, 줄리엣, 킬로, 리마편대의 CFS/A-31SP 삼족오 우주전투기들은 우주 비행을 하며 CAMD 2단계 요격 임무를 수행했고 지금은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현재 고도 포스트 부스트 힘으로 최고점에 도달한 후 다량의 핵탄두를 분리하려는 미사일은 러시아 전략로켓군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은 이제 고작 31기뿐이었다. 그 수도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었다. 제2우주전투비행단 소속의 줄리엣편대, 킬로편대, 리마편대가 요격 중이었다.

현재 31기의 ICBM은 총 3종류로 대규모 응징보복 공격에 지금은 완전히 괴멸된 제39근위로켓사단의 RT-2PM 토폴(나토명 : SS-25 시클) 4기와 제16근위미사일사단에서 발사한 RS-24 야르스(나토명 : SS-27 Mod 2) 9기, 그리고 러시아 최신예 5세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인 제55전략미사일사단의 사일로에서 발사된 RS-28 사르맛(나토명 : SS-30 사탄 II) 18기였다.

쭈르릉! 쭈르릉!

킬로편대 CFS/A-31SP 삼족오 우주전투기 4기는 마지막 목표물인 RT-2PM 토플 4기를 요격했다.

외기권에서 폭발하는 RT-2PM 토플은 저마다 화려한 불꽃 쇼를 보이며 불붙은 조각들이 소멸되면서 지상으로 떨어졌다.

- 킬로 원! 편대장이다. 임무 완료했으니 바로 복귀한다.

- 킬로 투! 라져!

- 킬로 쓰리! 라져!

- 킬로 포! 복귀하면 시원한 맥주 쏘시는 겁니까? 라져!

- 킬로 원! 맥주뿐이더냐? 훌륭히 임무 완수했으니 치킨까지 추가한다.

- 킬로 포! 오예~ 라져입니다.

탈 없이 임무를 완수한 킬로편대는 긴장이 풀렸는지 농담을 주고받으며 복귀 비행에 들어갔다.

그리고 또 다른 외기권 구역에서 요격 임무 중이던 리마편대 역시 마지막 RS-24 야르스 1기를 요격했다.

대기권에 돌입하면서 마찰력에 의해 소멸해가는 각가지 파편들을 뒤로하고 리마편대 CFS/A-31SP 삼족오 우주전투기 4기는 남동단 방향으로 기수를 돌리며 복귀 비행에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RS-28 사르맛(나토명 : SS-30 사탄 II) 18기 중 8기를 요격하고 다시금 요격절차에 들어가는 줄리엣편대에 제2우주전투비행단의 관제정보실로부터 황당한 명령이 하달됐다.

“줄리엣 원! 편대장입니다. 정보관님! 무슨 말씀입니까? 모두 요격할 수 있는데 4기를 남기라는 겁니까?”

황당한 명령에 흥분한 편대장 오성철 소령이 따지듯 통신을 날렸다.

- 말 그대로다. 줄리엣 편대는 4기만 남기고 복귀하라!

“줄리엣 원! 이해가 안 됩니다. 핵미사일 중에서도 최신예 핵미사일을 남기라는 명령 재고 바랍니다.”

- 오 소령! 사령부 명령이다. 아마도 CAMD 3단계에서 요격하려는 듯하다. 그러니 더는 말꼬리 잡지 말고 명령을 따르도록.

“줄리엣 원! 알겠습니다. 라져!”

관제정보실과 통신을 마친 오성철 소령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아니 뭔 명령이 이럽니까? 일반 무기도 아니고 핵미사일을 고의로 요격하지 말고 남기라니요?”

부조종사 나대완 대위 역시 하달된 명령이 이해가 안 되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3단계에서 요격한다고 하잖아! 시발! 강 대위!”

똥 씹은 얼굴로 투덜대듯 말한 오성철 소령은 고개를 돌리고는 항전운용통제관을 불렀다.

“네, 편대장님!”

“각 편대기에 요격 대상 1기씩 제외해!”

“네, 알겠습니다.”

지시를 내린 오성철 소령은 편대 통신망을 개방하고 편대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줄리엣 원! 편대장이다. 본부 명령이다. 현재 목표물 8개 중 4개는 요격 대상에서 제외한다. 1호기에서 요격 제외대상을 지정하니 그렇게 알고 또한 상부 명령이니 토 달지 말고 대답만 하도록”

- 줄리엣 투! 라져!

- 줄리엣 쓰리! 라져!

- 줄리엣 포! 라져!

편대원들은 편대장의 목소리에서 분노가 섞여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누구 하나 되묻지 않고 알겠다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이에 줄리엣편대는 RS-28 사르맛(나토명 : SS-30 사탄 II) 4기가 최고 고도까지 진입한 3단 로켓이 각자 페어링을 개방되고 다량의 핵탄두가 분리되는 것까지 확인하고는 기수를 돌려 복귀 비행에 들어갔다.

★ ★ ★

2023년 11월 26일 06:40,

북동해 북위 42°25'18.76" 동경 133°31'28.04" 상공(대기권).

크냐즈 올레그함(K-553)이 깊은 심해 속으로 가라앉고 있는 사이 북동해 대기권에서는 CS-AD 제우스 전략요격위성 7호가 솟구쳐 오르는 R-30(RSM-56) 불라바(나토명 : SS-NX-30)을 요격 중이었고 성남기지 제1우주전투비행단에서도 델타편대와 에코편대가 긴급 출격했다.

사실 크냐즈 올레그함(K-553)이 수면 가까이 부상하여 R-30(RSM-56) 불라바(나토명 : SS-NX-30)를 발사했을 때 CS-SH 아레스 초계위성 3호에서 탐지했었다. 하지만, 숙종대왕함(DDG-1005)과 도산안창호함(SSP-089)이 발 빠르게 공격을 가해 추가 정보를 데이터 링크하진 않았다.

대신 사실 크냐즈 올레그함(K-553)처럼 극동함대의 암호화 통신전문을 받고 긴급 부상하여 R-30(RSM-56) 불라바(나토명 : SS-NX-30)를 발사한 보레이급 955A III SSBN 2척에 대한 탐지 정보를 주변 해상에 있는 제7기동전단과 제11기동잠수함전단에 데이터 링크했다.

이에 보레이급 955A III 블라디미르 모노마흐함(K-551)은 R-30(RSM-56) 불라바(나토명 : SS-NX-30)를 발사하던 도중 2기의 초공동 어뢰를 맞고 말았다. 선체는 반으로 쪼개지는 대폭발을 한 후 여러 부유물만 남기 채 가라앉았다.

그리고 동료 함인 크니아스블라디미르함(K-552)은 부상 직전, 근해에 한국 해군 함정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급히 잠항하여 벗어나려 했다가 하필 심도 185에서 매복하고 있던 이봉창함(SSP-081)에 걸렸고 K-744A 백상어A 초공동 중어뢰를 맞고는 반파되자 가까스로 부상하여 한국 해군에 항복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렇게 비참한 상황이 극동함대 함정에 이어 잠수함까지 이어졌고 북동해 하늘을 수놓았던 R-30(RSM-56) 불라바(나토명 : SS-NX-30) 32기 역시 대기권 내에서 22기가 CS-AD 제우스 전략요격위성 7호에 요격되었고 나머지 10기는 델타편대와 에코편대에 의해 외기권에서 모두 요격되고 말았다.

★ ★ ★

2023년 11월 26일 06:45,

북주 양강도 북수백산 봉우리(CS-LD 하데스 지상방어돔 5호 기지).

높이 2,250m로 북주에서 3번째로 높은 양강도 북수백산 봉우리에 사시사철 주변 지형과 비슷한 색상으로 바뀌는 위장 소자가 장착된 커다란 돔이 기계음을 내며 반으로 갈라진 상태로 포신 길이만 10m에 달하는 삼각꼴 형태의 3연장 100mm 레이저포가 북동단 하늘을 가리키고 있었다.

S-LD 하데스 지상방어돔 5호 기지였다. 이 기지는 기존 하데스 1호나 2호, 그리고 3호 지상방어위성 기지와는 매우 달라 보였다.

제1차 동북아전쟁이 끝난 후 넓어진 영토만큼 CAMD의 3단계를 책임질 새로운 하데스 건설이 시급했다. 이에 기지 건설사업이 추진되면서 생각지 못한 잡음이 발생했다.

기존 하데스 기지는 20개의 사일로와 미사일을 재장전하는 지하기지까지 건설해야 하는 건설비용이 만만치 않았고 부지도 여의도 3배에 달하는 지역을 확보해야 했다. 그리고 기지마다 500억 원에 달하는 S-LSM-600 바이던트 요격미사일을 각각 20개씩 예비물자로 확보하는 거 역시 금전적으로 큰 부담이었다. 하물며 세월이 흐르면 기존 미사일은 전량 개량작업을 하거나 아니면 폐기 처분을 해야 했다.

이런 이유로 사업 초기 하원국회의 군사위원회 야당 의원들은 일제히 돈 낭비라며 추가 건설을 반대했다. 이에 국방부와 국가방위전략청은 새로운 개념의 하데스 기지를 제안했다.

그것은 바로 3연장 100mm 레이저 포였다. 지하기지에 소형 초광자 플라즈마발전소를 건설하고 거기서 나오는 에너지로 3연장 100mm 레이저포를 운용한다는 제안이었다.

일단 장점은 기존보다 건설비용이 반으로 줄어들었다. 또한, 확보할 부지 역시 축구장 1개 넓이면 충분했다. 그리고 천문학적인 가격의 미사일을 보유하거나 예비물자로 확보할 필요도 없었으며 100년간 추가 비용 없이 운용할 수도 있었다. 더불어 소형 플라즈마발전소는 평시에는 주변 일대에 전기를 공급할 수도 있었다. 1석 5조였다.

그러나 한가지 문제가 있었다.

100mm 레이저포 개발이 관건이었다. 기존 CFS/A-31SP 삼족오 우주전투기나 CS-AD 제우스 전략요격위성에서 사용하는 50mm 레이저포는 대부분 저항물질이 적은 우주권에서 사용하기에 50mm로도 충분히 요격용 무기로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상에서는 우주를 향해 50mm 레이저포를 사용한다면 혹, 공기 저항 때문에 요격할 파괴력이 떨어질 수 있었다. 그래서 일단 레이저포가 빠진 채로 북주 2곳과 남만주, 중만주, 북만주에 각기 1곳에 하데스 기지 건설이 시작됐고 2022년 11월 5곳 모두 완공하였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난 2023년 5월에 되어서야 100mm 레이저포가 개발되었고 이곳 CS-LD 하데스 지상방어돔 5호 기지가 가장 먼저 레이저포를 장착하여 완성된 곳이었다.

삐이잉! 삐이잉! 삐이잉!

비상 사이렌이 하데스 지상방어돔 5호 기지 전체에 울렸다. 그러자 돔 아래 지하기지 관제실에서 근무하는 50여 명의 요원의 손놀림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현재 요격 대상! 헤르메스 1호로부터 데이터링크 받았습니다. 수량은 190개로 디코이 다수 포함된 것을 추정됩니다.”

오퍼레이터가 관제장 쪽을 바라보며 보고했다.

현재 하데스 지상방어돔 5호 기지에서 요격할 대상은 제2우주전투비행단 줄리엣편대가 상부의 명령을 받고 요격하지 않은 4기의 RS-28 사르맛(나토명 : SS-30 사탄 II) 탄두와 디코이였다.

재돌입탄두(MIRV)인 500kt급 핵탄두 60발과 교란을 위해 함께 배치된 디코이 120기가 서로 간 어지럽게 섞인 상태로 포물선을 그으며 대한민국 영토 쪽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중앙스크린에는 고도 및 가속도 그리고 떨어지는 낙하각도까지 계산하여 예상 타격지점이 푸른 점선으로 그어지며 표기되었고 도탄 시간부터 피해 예상 현황까지 상세한 정보가 나타났다. 현재 하데스 지상방어돔 5호 기지가 방어할 구역은 남주와 북주로 해당 구역에 점선으로 그어진 핵탄두에 사각형 타켓팅 기호가 껌뻑였다. 하데스 지상방어돔 5호 기지가 무조건 요격할 대상이었다.

현재 사각형 타켓팅 기호로 껌뻑이는 목표물은 총 68개로 서울과 평양을 비롯한 군사기지가 대부분이었다.

묵묵히 중앙스크린을 주시하고 있던 김민우 관제장이 크게 숨을 내쉬고는 입을 내렸다.

“위험순위에 따라 요격순위 설정!”

“네, 위험순위 따른 요격순위 설정합니다.”

해당 담당 오퍼레이터가 복명복창하며 콘솔 키보드를 빠르게 두드렸다.

삐삑! 삐삑! 삐삑! 삐삑! 삐삑!

컴퓨터의 계산에 따라 가장 위험한 핵탄두부터 차례대로 번호가 매겨졌다. 1순위는 서울에 도탄하는 핵탄두 2개였고 2순위는 평양이었다. 번호가 차례대로 매겨지는 가운데 김민우 관제장은 계속해서 지시를 내렸다.

“현재 출력상태 확인”

“현재 출력 100% 최대 300발까지 연속으로 사격 가능합니다.”

“요격순위 설정 완료!”

“통합 관제실에 요격 승인 요청!”

“네, 통합 관제실에 요격 승인 요청합니다.”

“잠시 후 타켓 대상에 대한 요격 승인이 났습니다.”

“좋아! 지금부터 요격에 들어간다. 1번 표적부터 발사!”

“발사!”

김민우 관제장의 발사 명령에 따라 레이저포 운용병이 발사 손잡이에서 번튼을 가볍게 당겼다.

70도에 가까운 기울기로 북서단을 가리키고 있던 삼각꼴 3연장 100mm 레이저포에서 경쾌한 발사음과 함께 거대한 붉은 빛이 선을 그으며 날아갔다.

쮸아앙! 쮸아앙! 쮸아앙!

그리고는 발칸포 돌아가듯 3연장 포신은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며 연달아 붉은빛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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