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16화 (416/605)

러시아의 자충수

2023년 11월 26일 05:58, (러시아시각 23:58),

러시아 이바노프스카야 오블래스트 테이고바시 동단 33km (제54근위로켓사단).

ICBM을 운용하는 로켓사단 중 모스크바와 가장 가까이 곳에 주둔하는 제54근위로켓사단은 테이코바 동단 33km 야지에서 두 종류의 ICBM이 지축을 흔드는 우렁찬 발사음과 함께 이동식 발사차량의 발사관을 떠나 하늘로 솟구쳤다. 기존 발사 시작보다 3분 먼저 발사한 이유는 한국군의 선제타격에 일부 로켓사단이 큰 피해를 보았고 이에 총참모부에서 긴급 발사 명령을 내린 이유였다.

RT-2 급에서도 가장 최신형인 RT-2UTTKh 토폴-M(나토명 : SS-27 시클) 18기와 RS-24 야르스(나토명 : SS-27 Mod 2) 12기가 각자의 이동식 발사차량 발사관을 떠나 하늘 높이 솟구치며 날아갔다. 그리고는 하얀 연기 꼬리만 남기 체 미사일 동체는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귓속에서 발사음의 울림이 메아리치며 잔잔해지려는 그때 하늘에서 알 수 없는 빛이 번쩍였고 잠시 후 공기를 타고 묵직한 폭발음이 제54근위로켓사단에 전해졌다.

제54근위로켓사단의 오퍼레이터들이 레이더를 확인하지 않더라도 직감적으로 요격이 되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현재 토폴-M 8기! 고도 58km 상공에서 모두 요격! 야르스 7기 역시 고도 68km에서 요격당했습니다.”

레이더 담당 오퍼레이터가 콘솔에 장착된 레이더 화면을 보며 비명을 질러댔다.

“대체 무슨 일인가? 어떻게 대기권도 돌파도 못 하고 연이어 요격된단 말이야?”

여러 로켓연대로부터 요격 보고가 들어오자 게오르기 갈라예프 사단장은 앞에 있는 콘솔박스를 사정없이 주먹으로 쳐댔다.

콰앙! 콰앙! 쾅앙!

단단한 쇠판에 주먹이 몇 번이고 내려치자 사단장 오른손은 살이 찢어지며 피가 튀었다.

“사, 사단장님 고정하십쇼.”

부관인 블라디미르 베샤스트니흐가 사단장의 손을 붙잡고는 말렸다.

“지금 내가 고정하게 생겼나?”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부관의 만료에 화를 추스른 게오르기 갈라예프 사단장은 여기저기에서 쏟아지는 보고를 받는 통신담당 오퍼레이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 사단장님! 우리 사단이 쏜 모든 미사일이 요격되었다는 보고입니다.”

“뭐야? 정말인가?”

“네, 각 연대에서 발사한 모든 미사일이 요격되었다고 방금 보고가······.”

통신담당 오퍼레이터는 다시금 험악해진 사단장의 표정에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닫았다.

“으악! 개망할 자식들······. 야! 중앙관제실에 연락해서 다시 확인해봐!”

“네, 알겠습니다.”

통신담당 오퍼레이터는 발사 현황을 총괄하고 감독하는 중앙관제실에 연락했다. 그리고 잠시 후 들려온 보고 내용을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우물쭈물했다.

“뭔가? 야이~ 새끼야! 꾸물거리지 빨리 보고해!”

“저, 저기, 중앙관제실도 우리 미사일이 모두 요격된 것으로 판독되었다는······.”

“이런 시팔!”

머리끝까지 화가 난 갈라예프 사단장은 급기야 머리 좀 식힐 겸 해치를 열고 밖으로 나왔다. 뼛속까지 얼어붙을 정도의 차가운 새벽공기를 크게 들이킨 게오르기 갈라예프 사단장은 어두운 하늘에서 뭔가가 빠르게 떨어지는 것을 느끼고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짙게 깔린 어둠 속에서 하얀빛이 떨어지는가 싶더니 이내 두 눈을 실명시킬 정도의 매우 강렬한 빛이 번쩍였다.

팟!

1km 떨어진 지점에서 거대한 폭발과 함께 거대한 버섯구름이 솟구쳤다. 그리고 수천도에 이르는 엄청나게 뜨거운 열기가 게오르기 갈라예프를 감사는 듯하더니 이내 하얀 재로 만들었고 빨려가는 산소에 휩싸이며 소멸하고 말았다.

죽기 전 게오르기 갈라예프가 본 하얀 빛은 제우스 전략요격위성 2호에서 발사한 C-SH 지노그-II 미사일이었다. 제우스 전략요격위성 2호는 제54근위로켓사단에서 발사한 모든 핵미사일을 대기권에서 요격한 후 대규모 보복공격에 들어간 것이었다.

★ ★ ★

2023년 11월 26일 06:01, (러시아시각 00:01),

러시아 오렌부르그스카야 오블래스트 돔바로프스키 공군기지(제13적기훈장수훈로켓사단).

지름이 4m가 넘는 원형 루프도어가 열린 사일로에서 길이 32.2m에 직경이 3.05m인 거대한 RS-20V 보예보다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이내 사일로에서 빠져나온 RS-20V 보예보다 ICBM은 하단 보조탱크가 분리했고 바로 1단 로켓에서 강력한 추진체가 폭발했다.

지축이 흔들릴 정도의 엄청난 발사음과 함께 오렌지빛 불꽃이 내뱉는 RS-20V 보예보다 ICBM은 중력을 이겨내며 서서히 하늘로 솟구쳤다.

크기만으로도 압도할 거대한 S-20V 보예보다 ICBM은 주변 일대를 휘감는 후폭풍과 하얀 연기 꼬리를 늘어트리며 약간 기운 각도로 저 너머 하늘로 사라져갔다. 이러한 발사 광경은 곳곳에서 일어났다. 몇 분도 안 되어 총 28기의 S-20V 보예보다 ICBM은 어느덧 1단계 로켓을 분리하고는 2단계 추진제의 힘으로 대기권 돌파에 들어갔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었다.

제13적기훈장수훈로켓사단은 사일로 발사플랫폼 형식의 여러 사단 중 대한민국 항공우주군의 선제타격을 피한 사단 중 하나였다. 그렇다고 해외정찰국이 사전에 정찰하지 못해 선제타격을 피한 것은 아니었다.

사일로 플랫폼 형식의 미사일 기지들은 아무리 보안에 신경을 쓰고 철저한 위장을 한다고 해도 군사 첩보 활동을 통해 사전에 많은 정보가 유출되기 마련이다. 당연히 합동참모본부와 항공우주군은 제13적기훈장수훈로켓사단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파악하고 있었다.

돔바로프스키 공군기지 내에 주둔하며 총 28개의 사일로를 운용, 사일로마다 세계 최대의 핵미사일인 4세대급 RS-20V 보예보다(나토명 : SS-18 사탄)ICBM을 운용하는 것과 특수 위장막으로 숨긴 사일로 위치에 대해 정확히 GPS 좌표를 알고 있었다.

이렇게 상세한 정보를 알고 있음에도 합동참모본부는 선제타격 대상에서 제13적기훈장수훈로켓사단을 제외했다. 이유인즉슨 돔바로프스키 공군기지에서 5km 떨어진 곳에는 야아디라는 소도시가 있었다. 너무 가까운 나머지 선제타격으로 인해 야아디시가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사실 이 부분을 두고 합동참모본부 내 참모진들의 설전이 있었다.

선제타격 제외에 대해서 반대하는 일부 참모진들은 보예보다 ICBM은 핵전력 중에서도 대한민국에 있어서 가장 큰 위협이 되는 핵전력이며 국가 간 전쟁에 있어서 민간인 피해는 불가피하다며 이유로 선제타격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렇게 찬성과 반대 의견이 오가면 잠시 시끄러웠지만, 당시 청와대에 방문한 신성용 합참의장을 대신해 서열 2위인 김용현 합참차장이 선제타격 대상 제외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소란은 바로 일단락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대한민국 영토에 세계 최강의 ICBM을 발사한 제13적기훈장수훈로켓사단을 그냥 두지는 않았다.

30분 전, 육군 제1야전군사령부 소속의 제22미사일포병여단에서 발사한 현무3E2-C타입 초음속 순항미사일 9기가 제13적기훈장수훈로켓사단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현무3E2-C타입 초음속 순항미사일은 사거리 5,500km에 마하 3의 속도를 내는 초음속 지대지 순항미사일로 동체 안에는 확산플라즈마탄 20개가 탑재되어 있었고 표적에 도달할 때까지 GPS 위성 및 유도 위성과의 실시간 정보를 주고받아 적 레이더망 회피는 물론 강력한 재밍을 방사하여 탐지 및 요격 위협을 최소화하며 낮고 빠르게 날아가고 있었다.

앞으로 40분 후면 현무3E2-C타입 초음속 순항미사일은 제13적기훈장수훈로켓사단은 물론 돔바로프스키 공군기지 전체를 불바다로 만들 예정이었다.

★ ★ ★

2023년 11월 26일 06:25,

북동해 북위 42°25'18.76" 동경 133°31'28.04" 해심(크냐즈 올레그함(K-553))

ICBM 발사 몇 분을 남기고 대한민국 항공우주군의 삼족오 우주전투기와 제우스 위성으로부터 불의의 일격을 당한 러시아 전략로켓군사령부는 즉시 미사일을 발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에 선제타격을 받지 않은 총 10개의 로켓사단은 여러 종류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러시아 전역 곳곳에서 수많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 하늘로 솟구쳤다. 하지만 발사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은 처음 계획한 미사일 수량에 크게 못 미쳤다. 무려 반 토막이나 난 수치였다.

이에 총참모부는 부족한 ICBM 수를 늘리고자 현재 북동해 심해 바닥에서 숨죽인 상태로 침묵 잠항 중인 SSBN 핵잠수함에 핵미사일을 발사하라는 명령을 극동함대 사령부에 하달했다.

극동함대 사령부는 잠항심도 수백 미터에서 침묵 잠항 중인 SSBN 핵잠수함에 명령을 전달하기 위해서 암호화 최근에 개발되어 테스트 중인 무인 드론 잠수함인 SDS-수르로갓 6대를 긴급 출격시켰다.

무인 드론 잠수함인 SDS-수르로갓을 개발하게 된 배경은 아군 핵잠수함이 은밀히 적 진형 해심으로 잠항할 때 적군의 함정이나 잠수함을 유인하는 기만유인체로 활용하고 무인 잠수함을 운용함으로써 훈련비용을 줄이거나 시나리오를 실전적으로 모의·유지하면서도 위험요소의 경감도 가능하다는 이유로 개발하게 되었다.

SDS-수르로갓은 40t 중량에 속도는 40노트, 그리고 잠항 거리는 최대 965km를 잠항할 수 있으며 기만유기체 역할을 하기 위해 아군 잠수함과 같은 음문을 언제든 방사할 수 있었다. 이에 극동함대 사령부는 잠수함의 음문 대신 암호화된 비밀전문을 방사하여 침묵 잠항 중인 SSBN 잠수함에 명령을 전송하고자 했다.

북동해 심해 속으로 잠항을 시작한 SDS-수르로갓 6대는 각자 정해진 루트로 잠항하며 암호화된 비밀전문을 방사하기 시작했다.

띠이~ 띠이~ 띠이~

북동해 해상전이 벌어지기 전부터 잠항심도 600m에서 2일간 침묵 잠항한 탓에 크냐즈 올레그함(K-553) 승조원들은 죽을 맛이었다. 마치 정육점에서 볼듯한 붉은 조명아래 모든 행동에 제약을 받은 승조원들은 인내의 한계에 도전하고 있었다.

특히 식사할 때 쇠 부딪치는 소리도 낼 수 없어서 손으로 집어 먹기까지 했다.

“아 죽겠다. 그냥 싸우다 죽는 게 낫지 하루만 더 침묵 잠항하면 나 돌아버릴 거 같아!”

어뢰무장병 안드레이 쿠만초프가 마치 마음속으로 얘기하듯 작은 목소리로 옆에 있는 동료에게 불만을 털어놨다.

“쉬! 야 말하지 마! 나중에 영창 하고 싶냐?”

이에 동료인 파벨 야쉬코프라가 급히 검지를 입에 갖다 대며 말했다.

“야 영창 가는 게 낫지 이러다가 정말 돌아버릴 거 같다고”

“그렇긴 하다. 그냥 싸우는 게 낫지 이게 뭐 하는 짓인지······. 아니면 그냥 기지로 복항하던가”

파벨 야쉬코프라 역시 괴로워 죽을 맛이었다. 이런 불만을 품고 있는 건 이 둘만은 아니었다. 웬만한 승조원들은 모두 다 같은 마음이었다.

이렇게 승조원들의 불만이 쌓여가는 동안 쥐죽은 조용하던 음탐병들의 헤드셋에 어디선가 알 수 없는 소음이 서서히 들리기 시작했다.

매우 작은 소음인지라 감이 안 잡힌 무로드 주후로프 음탐병은 옆에 있는 안주르 이스마일포르 음탐병에게 물었다

“뭐지? 안주르! 너는 어떤 음문인지 알겠냐?”

“잠, 잠시만요.”

음탐 분석대회에서도 1등 한 전력이 있는 안주르 이스마일포르 음탐병은 뭔가 파악이 되는지 짧게 대답을 하고는 헤드셋에 집중했다.

“이, 이거! 잠수함 음문이 아닌 듯합니다.”

음탐용 모니터의 파장과 들려오는 소리를 분석한 안주르 이스마일포르 음탐병이 확신 찬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그렇지? 내 생각에도 잠수함 음문하고는 많이 틀린 듯하다.”

“아! 알겠다.”

“그래?”

“이거 암호화된 비밀전문 같습니다.”

“암호화된 비밀전문? 우리 것인가?”

“네, 우리 극동함대 암호화 파장입니다.”

“음탐관님 불러올게.”

“네”

잠시 후 잠에서 깬 비탈리 데니소프 음탐관이 두 눈을 비비며 음탐실로 들어왔다.

“대체 뭐야?”

“들어보십쇼 음탐관님!”

안주르 이스마일포르는 자신의 헤드셋을 음탄관에게 건넸다. 이에 귀찮다는 듯 헤드셋을 건네받고 머리에 쓴 비탈리 데니소프는 들려오는 소리를 1분 정도 듣더니 녹음을 돌리라는 손 신호를 보였다.

이에 안주르 이스마일로프가 음탐 콘솔을 조작해 들려오는 소리를 녹음하기 시작했다.

“무로드!”

“네, 음탐관님”

“조종실가서 당직사령 데리고 와!”

“당직사령을요?”

“그랫마 중대한 상황이다.”

“아! 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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