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14화 (414/605)

방어!

2023년 11월 26일 05:30 (러시아시각 23:30),

러시아 크라스노야르스크주 칸스크시 남단 25km(전략로켓군 제23전략미사일사단).

지난 제2차 동북아 전쟁 당시 대한민국과 맺은 비밀협정에 따라 일본 전 지역에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인 RT-2PM 토플(나토명 : SS-25 시클) 55기를 실전에서 발사한 전력이 있는 러시아 전략로켓군 제23전략미사일사단은 30분 전, 미사일연대마다 각 주둔지를 벗어나 칸스크 남단 22km 지점의 드넓은 평야 지대로 기동에 들어갔다.

길이가 25m에 총 16개의 차륜으로 움직이는 10대의 이동식 발사차량이 거친 엔진음을 내며 선도 장갑차의 신호에 따라 하나둘 선도한 위치에 자리를 잡고 기동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하나둘 직경 1.9m에 길이가 21.9m에 달하며 550kt급의 MIRV 핵탄두 3기가 장착된 RT-2PM 토풀(나토명 : SS-25 시클)이 들어있는 발사관을 수직으로 세우기 시작했다.

경쾌한 기계음이 울리며 길이가 23m에 달하는 기다란 발사관이 별빛만이 반짝이는 어두운 하늘을 가리켰다.

하늘에서 보자면 10개의 이동식 발사차량은 서로 간 50m 간격을 두고 두 줄로 보기 좋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6개 미사일연대 중 가장 먼저 발사 절차를 완료한 제11미사일연대의 통신망에는 어지럽게 명령이 흘러나왔고 오퍼레이터들 역시 하달된 명령에 따라 긴장감 속에서 임무를 수행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제23전략미사일사단 지휘본부로부터 타격지점의 제원을 전송받았다.

- 연대장이다. 각 발사차량에 타격지점 제원 전송한다. 암호문 해제번호는 331478과 각 차량의 암호문 입력해 해제하도록

- 1포대 확인 이상!

- 2포대 확인 이상!

10개의 이동식 발사차량 오퍼레이터는 연대장이 알려준 해제번호와 각 발사차량의 지휘관이 가지고 있는 고유 번호를 이용해 암호문을 풀어 타격지점 제원을 입력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11미사일연대는 최종 발사 명령에 따라 즉시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마치자 사단본부에 완료 보고를 했다. 나머지 5개 미사일연대 역시 사단본부에 준비 완료 보고가 이어졌다.

이로써 2년 전보다 5기의 미사일이 더 늘어나 60기의 RT-2PM 토플(나토명 : SS-25 시클) ICBM을 운용하는 제23전략미사일사단은 대한민국 전역을 지옥의 불바다로 만들 준비를 모두 마치고 최종 발사 명령을 기다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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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26일 05:30,

남주 서울특별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블랙커피 향기가 가득 찬 텀블러를 마치 생맥주 마시든 들이킨 합참차장 윤기윤 대장은 동부전선 현황을 각종 기호로 보여주고 있는 메인 스크린을 보며 넌지시 입을 열었다.

“이거이 한시름 놓았구먼 기래”

청룡 폭격기와 삼족오 우주전투기로 가공할 플라즈마 증폭탄 수십 발을 얻어맞은 서부전선 일대의 러시아 진형 쪽은 그야말로 아비규환 상태로 저마다 살기 위해 몽골 국경선 일대로 부리나케 퇴각했다. 그리고 한국군과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폭격 대상에서 제외되어 그나마 전력을 보전하고 있는 러시아 전력은 이제 36차량화보병사단과 제11기갑사단, 독립군단 소속의 제27기갑사단 그리고 40%의 전력을 상실한 제39차량화보병사단뿐이었다.

이처럼 초반 십여 개로 구성된 제29군이 의기양양 파죽지세로 진공하던 기세가 한 번에 꺾이자 제29군사령부로부터의 새로운 명령이 하달될 때까지 기존 점령지역에서 방어 전술로 전환된 상태였다.

“그렇게 말입니다. 자칫 예상과 다르게 힘들어질 뻔했습니다.”

모든 작전을 수립하고 합참의장을 보좌하는 양민춘 중장이 길게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그러자 양민춘 중장의 어깨를 한번 툭 하고 친, 윤기윤 대장이 여유 반, 걱정 반 되는 미묘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을 이었다.

“어쨌든 말이디 서부전선의 급한 불도 껐고 동부전선도 우리가 완전히 장악 했으니끼니 청와대에 간 합참의장 일만 잘 되었으면 좋갔구만 기래”

“대통령님께서 승인하지 않겠습니까?”

“음, 그기야 두고 봐야디 않갔어? 보라우. 청와대에 간지 시간이 쾌 흘렀지 않네? 그런데도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은 얘기가 잘 안 되는 모양이야.”

“전쟁이 길어질 수 있기에 대통령께서도 신중히 결정해야지 않겠습니까? 어쨌든 강 장관님도 함께 가셨으니 잘 될 겁니다.”

“기래, 양 본부장 말대로 잘 되겠디”

서부전선 일대에 대한 폭격작전이 성공한 후 신성용 합참의장은 국방부 장관과 함께 청와대로 향했다. 청와대 방문 목적은 삼각지 섬멸 작전의 연장선인 블라디보스토크를 시작으로 한 시베리아 정벌 작전을 승인받기 위해서였다.

띠익! 띠익!

10번 스크린 해외정찰국장 영상 통신입니다.

통신담당 오퍼레이터의 외침과 동시에 10번 스크린에서 해외정찰국 국장인 유동훈 소장의 모습이 나타났다.

- 충성! 긴급 상황입니다.

유동훈 소장은 경례와 함께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긴급? 뭔가?”

현재 합동참모본부의 최고선임인 김용현 대장이 반문했다.

- 네, 아폴론 22호기가 탐색한 영상 화면입니다.

유동훈 소장의 말이 끝나자 기다리고 있던 오퍼레이터가 콘솔을 조작해 해외정찰국으로부터 전송된 영상을 2번 스크린에 비췄다.

2번 스크린 영상에는 기다란 이동식 발사차량 10대가 간격을 두고 두 줄로 배치되고 있었다. 그리고는 배치가 완료되자 하나둘 발사관을 수직으로 세우고 있었다.

- 2년 전, 일본 전역에 발사한 전력이 있는 러시아 전략로켓군 23전략미사일사단의 예하부대 중 하나인 11미사일연대로 확인되었습니다. 이외에도 나머지 5개 미사일연대 역시 같은 상황입니다.

유동훈 소장이 스크린을 통해 직접 브리핑을 했고 2번 스크린은 분활된 화면으로 나머지 미사일연대의 모습도 보였다.

“제23전략미사일사단이라면?”

김용현 대장이 두 눈을 크게 뜨고 질문을 하다가 스크린에 제23전략미사일사단에 대한 정보가 상세히 보이자 말을 흐리고 말았다.

“저놈들이 단단히 미쳤구먼 기래. 드디어 우리를 상대로 전략급 무기를 사용하겠다는거디?”

윤기윤 대장이 2번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하고 노기 된 표정으로 일갈했다.

“실제 공격 징후인가?”

- 네, 판단결과 실제 공격 징후로 보입니다.

“핵탄두 무장은 확인되었나?”

- 현재 아레스 5호 초계위성에서 극단파로 스캔한 결과 60기 모두 핵탄두 3기가 장착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허허, 60기 모두 핵탄두를? 이거 완전히 핵전쟁을 하자는 건가?”

“그나저나 해외정찰국 대단하구만기래. 이동식 발사차량으로 구성된 부대를 사전에 정찰하고 말이지”

사실 해외정찰국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사전에 제23전략미사일사단의 공격 징후를 정찰할 수 있었던 건 다 이유가 있었다.

2년 전, 일본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위치가 노출되었고 이에 해외정찰국은 러시아와의 전쟁이 발발한 후 제23전략미사일사단 주변 일대를 24시간 철저히 감시하고 있었다.

- 합참차장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23전략미사일사단의 공격 징후를 포착한 후 러시아 일대에 대한 가용한 정찰전력을 총동원한 결과 2개의 전략미사일사단과 사일로 도어를 개방한 핵기지 3곳을 포착했습니다.

유동훈 소장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중앙 스크린에는 러시아 일대 곳곳에 삼각 형태의 붉은 점이 깜박였고 2번 스크린은 다시 한번 분할된 화면으로 여러 핵기지와 이동식 발사차량의 모습이 보였다.

- 제21전략미사일사단, 제16전략미사일사단, 341핵기지, 505핵기지, 102핵기지입니다. 이외에도 아직 정찰되지 않은 전략급 부대는 더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거이, 이거이 예삿일이 아니구만기래, 이 노랭이간나새끼들이 한반도를 방사능 지옥으로 만들려고 하는구먼기래. 당장 의장께 보고해야지 않갔습네까?”

여러 스크린을 노기 띤 표정으로 번갈아 보던 윤기윤 대장이 왼손바닥에 주먹을 치며 분노를 표출했다.

“네, 그래야겠습니다.”

김용현 대장 역시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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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26일 05:40,

남주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와대 국가위기상황센터 지하 벙커.

“대통령님! 다시 한번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천연자원의 보고인 시베리아를 가져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신성용 합참의장이 강하게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강이식 장관도 지원사격을 가했다.

“네, 맞습니다. 대통령님! 시베리아를 우리가 갖게 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더욱 번창할 것입니다. 러시아의 선제공격이기에 우리가 시베리아를 가진다 해도 전혀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나는 전쟁확대를 원치 않습니다. 처음에도 강 장관께 말하지 않았습니까? 이번 전쟁에 있어서 방어개념의 전쟁을 원한다고 말입니다.”

“네,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그만요. 더는 입씨름밖에 안 될 거 같군요. 그만 돌아가세요.”

추은희 대통령은 손바닥을 벌려 그만하라는 손짓을 하고는 단호한 어조로 강이식 장관의 말을 끊었다.

“하! 알겠습니다. 대통령님”

1시간이 넘도록 여러 이유를 들며 설득을 하였지만 끝내 추은희 대통령은 시베리안 정벌 작전에 대한 승인을 거부했다.

사실 추은희 대통령은 전쟁 발발 전 푸틴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후 전쟁 승인을 했지만, 국방부에는 방어개념의 전쟁을 요구했다. 즉, 러시아군의 공격을 막아내고 유리한 위치에서 외교적으로 접근해 평화적인 종전을 요구할 생각이었다.

이러한 이유에는 국내외적으로 해결할 일이 산적했기 때문이었다. 첫 번째는 김정은의 테러로 인한 사망으로 아직 수습할 문제들이 많았고 두 번째는 쿠르디스탄 독립 전쟁 건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는 대한민국 미래에 있어서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SSS급 기밀 유출 건이었다.

“그럼 이만 나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강이식 장관의 말에 따라 두 중년의 사내가 일어서려는 그때 집무실 출입문이 열리고 비서실장이 상기된 표정으로 들어왔다.

“대통령님! 합참으로부터 긴급 보고입니다.”

무슨 일이기에 합동참모본부의 수장인 신성용 합참의장을 통하지 않고 바로 대통령에게 보고가 되었는지 소파에서 엉덩이를 띄던 두 중년은 다시금 소파에 앉아 임종원 비서실장을 주시했다.

“무슨 일입니까?”

1시간 넘게 시달렸던 추은희 대통령이 피곤한 기색으로 묻자 임종원 비서실장은 대답 대신 벽에 장착된 대형 TV의 전원을 켰다.

전원이 켜진 TV 화면에는 합참차장인 김용현 대장의 모습이 비쳤다.

- 충성! 합참차장 김용현입니다.

거수경례를 마친 김용현 대장은 대통령 옆에 앉아있는 신성용 합참의장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는 말했다.

- 긴급 상황이라 직접 대통령님께 연락했습니다. 의장님!

“그래요. 긴급 상황이라니 무슨 일입니까?”

- 네, 현재 러시아에서 핵미사일 공격 징후를 포착했습니다. 현재까지 파악한 바로는 투발 수단은 총 300기에 달하며 아직 탐지 못 한 전력도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핵미사일이라고 했습니까?”

1시간 전까지만 해도 국경선 일대의 모든 교전에서 대승했다는 보고에 잠시 안심했던 추은희 대통령은 러시아의 핵미사일 공격이라는 말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 네, 모든 미사일에는 핵탄두를 장착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러니까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이 300개이며 추가로 더 있을 수 있다는 말입니까?”

- 네, 그렇습니다. 대통령님!

“합참차장! 핵전력 대응절차는 들어갔는가?”

놀란나머지 더는 질문을 하지 못하는 대통령을 대신해 신성용 합참의장이 질문을 던졌다.

- 네, 의장님! 즉시 핵전력 대응절차 가동했습니다. 긴급사항이라 선조치 후보고하여 죄송합니다.

“아니네. 잘했어! 나도 바로 상황실로 돌아갈 테니 대응절차 실시간으로 점검하게나.”

“네,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보고를 마칩니다. 충성!”

다시 한번 거수경례를 한 김용현 대장은 곧바로 TV 화면에서 사라졌다. 그러자 신성용 합참의장도 모자를 쓰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대통령에게 말했다.

“대통령님! 저희도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신성용 합참의장이 거수경례 동작을 취하려는 그때, 심경의 변화가 있는지 추은희 대통령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합참의장!”

“네, 대통령님”

“러시아의 핵미사일을 모두 막을 수 있지요?”

“네, 당연합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대통령님! 현재 대한민국의 CAMD 체계는 ICBM을 보유한 모든 국가가 동시에 우리나라를 향해 발사해도 모두 막아낼 수 있습니다.”

“그, 그렇군요.”

힘없이 대답한 추은희 대통령이 잠시 머뭇거리는 듯한 행동을 취하자 거수경례를 하고 나가려던 신성용 합참의장은 어정쩡한 자세로 기다렸다.

“합참의장!”

“네, 대통령님!”

“이번에 러시아의 핵미사일을 모두 막아내면 시베리아 정벌 작전을 시행하세요.”

포기한 상태로 낙심해있던 신성용 합참의장은 뜻밖의 승인에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감,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그러기 위해선 꼭 러시아의 핵미사일을 모두 막아내세요. 대한민국 영토에 절대 1기라도 떨어지면 안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절대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요. 그만 나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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