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11화 (411/605)

방어!

2023년 11월 26일 03:35,

내몽골자치주 강진(후룬베이얼)시 남단 이민강(제65경갑보병사단(일몰) 방어선).

러시아 제5군 전력을 괴멸시킨 동부전선과는 다르게 서부전선 상황은 한국군에 그리 좋지 않았다. 초반교전 당시 지리적 유리함으로 수배에 달하는 제29군 전력을 시베리아의 매서운 눈바람과 영하 20도의 강추위 속에서도 꿋꿋이 방어라인을 지켜내던 북단 제65경갑보병사단(일몰)은 계속해서 이어진 각종 포탄과 전술 탄도탄인 이스칸다르-M 미사일 공격에 적잖은 피해를 보고 말았다.

사단 내 여러 방공부대에서 실시간으로 요격절차에 들어갔지만, 마치 TOT 사격처럼 동시다발적으로 날아오는 수천 발의 포탄과 이스칸다르-M 미사일을 100% 요격할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거미줄처럼 펼쳐진 대공 화망을 뚫고 날아온 이스칸다르-M 미사일은 기갑부대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집속탄이었다.

공중에서 수백 개의 자탄이 일제히 폭발하며 지상에 수많은 파편을 날렸다. 그러자 눈 덮인 지대는 강철 파편에 허리 높이까지 작은 흙기둥이 사정없이 솟구쳤다.

다행인 것은 단단한 경갑슈트와 보호슈트 덕분인지 집중적인 포화임에도 불구하고 경갑보병 전사자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가공할 폭발 후폭풍에 휘말려 나뒹구는 부상자들이 속출했다. 생각 이상의 부상자 발생에 의무병 외에도 전투병들이 부상자를 후방 안전한 곳으로 후송조치에 들어가자 전투병 숫자는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이는 도하 저지를 위한 화력이 저하되었다는 말이었다.

교전 초반부터 이민강 도하에 애를 먹었던 제36차량화보병사단 병력은 저지 공세가 줄어들자 이때를 놓칠세라 대대적인 도하에 들어갔고 어느덧 50% 이상의 전력이 도하에 성공하면서 이제는 제65경갑보병사단과 직접적 교전 공세에 들어갔다.

콰아앙! 콰아앙! 콰앙!

살이 벨 정도로 매서운 찬 바람이 몰아치고 영하 25도까지 내려간 혹독한 새벽 야지에서 차디찬 땅바닥에 누워 쏟아지는 각종 포탄과 집속탄 파편을 맞아가며 교전을 벌이는 경갑보병들은 그 자체가 죽을 맛이었다.

- 전방! 1시 방향! 도하 한다. 화력 집중하도록

교전이 시작된 후 경갑헬멧에 장착된 터키온-Xa 통신기에는 중대장과 소대장의 명령이 쉬지 않고 흘러나왔다.

이에 경갑보병들은 명령에 따라 화력을 집중하여 도하 하는 러시아군들을 섬멸해 나갔다.

콰앙!

마치 단단한 쇠처럼 느껴지는 꽁꽁 얼어붙은 설원 바닥에 누워 각종 화기를 퍼붓던 37연대 101대대 3중대 1소대 2분대 위로 자탄 한발이 폭발하며 파편을 뿌렸다.

다행히 폭발지점과 거리가 멀어 후폭풍에 휘말리지는 않았지만, 등 쪽에 여러 개의 파편이 날아와 경갑판에 박히거나 튕겨 날아갔다.

팟팟팟팍! 카앙! 캉! 카캉!

이에 분대원들이 순간적으로 움찔하며 사격을 멈추자 분대장 오동길 하사가 잔뜩 인상을 쓴 채로 고함을 질렀다.

“야야! 계속 쏴! 전방 1시 방향에서 도하 하자나~ 굼벵이처럼 꾸물거리지 말고 화력 집중해 자식들아!”

통신길르 타고 분대장의 외침이 날아오자 번뜩 정신을 차린 2분대 대원들은 경갑헬멧 바이저에 여러 발광색으로 보이는 러시아 장갑차와 병사들이 꾸역꾸역 기다란 이민강을 건너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재차 사격에 들어갔다.

쭈웅쭈웅쭈웅쭈웅~ 쭈웅쭈웅쭈웅쭈웅~

피유유우우웅~

콰앙! 콰아앙! 콰앙!

여러 개의 빛줄기가 도하 하는 러시아 장갑차와 병사들에게 쏟아졌다. 또한, 30mm 스마트 유탄이 포물선을 그으며 정확히 5m 상공에서 폭발했다.

“오! 유탄수들 나이스다”

오동길 하사가 분대 유탄수인 신명호 상병과 김규철 일병에게 엄지척을 보냈다.

“아! 이 정돈 껌이지 말입니다.”

다시금 스마트 유탄을 발사하는 신명호 상병이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대꾸했다. 이에 옆에서 레이저 빔을 날리던 오성완 병장이 한심하듯 일갈했다.

“아나 이 자식은 겸손이라는 게 없어! 겸손이라는 개념 좀 박고 살자잉?”

“무슨 섭섭한 말씀입니까? 오 뱅장님? 신 상병 하면 겸손! 겸손하면 신 상병이지 말입니다.”

“말을 말자! 말어! 그냥 불곰 놈들이나 잡아라!”

“크크크, 저 장갑차 잡는 거 두 눈 부릅뜨고 보십쇼”

신명호 상병은 싱글벙글 웃으며 허리춤 탄띠에서 스마트 철갑탄을 꺼내고는 바로 장전을 하고는 어깨에 견착했다. 그리고는 목표물인 러시아 장갑차 중앙에 조준점을 맞췄다.

가볍게 심호흡을 하고는 유탄 방아쇠를 당겼다.

투웅!

시원한 발사음과 함께 스마트 철갑탄이 포물선을 그으며 800m 전방 러시아 장갑차의 정면에 정확히 착탄 했다.

콰앙! 푸아아악!

장갑차의 정면 장갑을 뚫고 들어간 스마트 철갑탄이 폭발하자 장갑차는 한번 들썩이고는 그대로 이민 강 중간쯤에서 멈춰 버리고는 뚫려버린 구멍 사이로 시꺼먼 연기가 흘러나왔다.

“앗싸! 한 마리 잡고!”

신명호 상병이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 이때 하늘에서 휘파람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사방의 지면이 벌떡 일어나듯 연달아 솟구쳤다. 그리고 폭발 위력이 2분대 대원들을 사정없이 덮쳤다.

재수 없게도 BM-21 Grad MLRS를 운용하는 305포병여단 소속의 포병대대에서 발사한 122mm 로켓탄 여러 발이 2분대 근방에 착탄 했다.

지각변동이 일어날 만큼의 큰 충격을 동반한 폭발과 울림이 한동안 계속해서 일어났다. 그럴 때마다 2분대 대원들은 폭발 위력에 휘말리며 사방으로 날아갔다.

마치 럭비공이 일정한 방향 없이 이리저리 튕기듯 2분대 대원들 역시 곳곳에서 터지는 폭발 위력에 이리저리 튕겨 날아갔다.

“대공부대 새끼들은 요격도 안 하고 뭐 하는 거야?”

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사방으로 내팽개치는 상황에서도 부분대장 박원영 병장이 이갈린 불평을 쏟아 냈다.

만약 2분대가 일반 보병이었다면 100%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몰골 상태로 전사했을 것이다. 하지만 경갑슈트와 보호슈트 덕분에 목숨은 부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리저리 땅바닥에 나뒹군 상태라 재수 없으면 골절이나 심한 타박상을 입을 수 있었다.

어느덧 고막을 찢을듯한 폭발음과 휘몰아치던 폭발이 사라지고 주변 일대가 조용해졌다. 2분대가 있었던 자리 곳곳에는 사람 하나가 들어가도 남을 정도의 웅덩이가 패어 있었다. 로켓탄이 착탄 한 자리였다.

“으윽윽!”

“아! 시발 소리가 안 들려! 이거 고막 터진 거 아냐?”

“아! 내 다리!”

주변 일대로 사정없이 날아가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2분대 대원들이 저마다 신음을 토하며 허우적거렸다.

경갑헬멧을 고쳐 쓰고 바이저를 통해 주변 일대를 확인한 분대장 오동길 하사는 쾌쾌한 화약 냄새와 피어오르는 연기 사이로 보이는 분대원들이게 소리쳤다.

통신기를 통해 작게 말해도 될 것을 귀가 먹먹한 상태라 무의식적으로 크게 말했다.

“다들 정신 차려! 부상자 있나? 박 병장! 애들 점검해봐!”

“네! 알겠습니다.”

있던 곳에서 10여 미터나 튕겨자 나가 웅크린 자세로 쓰러져있던 부분대장 박원영 병장이 고개를 좌우로 살피며 분대원들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가장 가까운 분대원 쪽으로 엉금엉금 기어갔다.

“괜찮냐?”

제일 먼저 살핀 대원은 오성완 병장이었다.

“저 이대로 잠시 쉬면 안 되겠습니까? 박 병장님?”

“야! 다친 데는 없어?”

“네, 괜찮은 거 같은데 정신적으로 다친 듯합니다.”

“지랄! 좀 쉬다가 움직여!”

“네,”

오 병장의 등을 가볍게 두드린 박원영 병장은 다시금 옆에 있는 다른 대원 쪽으로 기어갔다.

이렇게 박원영 병장은 돌아다니며 대원들을 모두 살피고는 터키온-Xa를 통해 보고했다.

“현철이 빼고는 모두 괜찮습니다.”

- 현철이는 어디 다친 거야?

“아무래도 갈비뼈 골절이듯 합니다. 자가진단 결과 갈비뼈 2개가 나갔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 아! 제길! 알았어 기다려!

잠시 후 분대장 오동길 하사가 상현철 이병 곁으로 다가와 오늘 팔에 장착된 컨트롤 X-K02 단말기 화면을 보고는 혀를 찼다.

“후송해야겠는데?”

X-K02 단말기 화면에는 자기진단을 통해 상현철 이병의 오른쪽 갈비뼈 2개가 골절된 게 확인되었다.

“지금 말입니까?”

“어쩔 수 없잖아? 이대로 내버려 뒀다가 더 악화하면 어쩌냐? 일단 명호랑 규철이가 현철이 수송장갑차까지 데리고 가라! 거기서 대대 의무실이나 여단 의무실로 후송시켜달라 해!”

“네, 알겠습니다.”

오동길 하사의 지시에 박명호 상병과 김규철 일병이 밀려오는 고통에 꿈쩍도 못 하는 상현철 이병을 양쪽에서 부축하고는 후방으로 걸어갔다.

“나머진 다시 교전한다.”

오동길 하사의 말에 멀어지는 상현철 이병을 뒤로하고 다시금 바닥에 누워 자세를 잡고는 교전에 들어갔다.

분대 전체가 괴멸할 위기를 면하고 다시금 치열한 교전을 이어가던 중 중대장으로부터 퇴각 명령이 날아왔다.

합동참모본부로부터 제65경갑보병사단(일몰)에 퇴각 명령이 내려졌기 때문이었다. 현재 제36차량화보병사단 병력의 50% 이상이 도하에 성공한 상황에서 경갑보병만으로 방어하기에는 큰 피해가 예상되었다.

이에 합동참모본부는 제65경갑보병사단을 신속하게 강진(후룬베이얼)시로 신속하게 퇴각하여 시가전 준비를 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강진(후룬베이얼)시는 이민강 북단에서 진공하는 길목 바로 위쪽에 있는 도시였다. 만약 강진(후룬베이얼)시 점령하지 않고 동단으로 진공한다면 이후 보급품 길목이 차단되거나 진공 부대의 후미가 노출될 수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제36차량화보병사단은 강진(후룬베이얼)시를 무조건 점령해야만 다음 작전을 펼칠 수 있었다.

제65경갑보병사단의 경갑보병 병종은 시가전에서 매우 유리했다. 복잡한 도심에서 각종 건물을 엄폐 삼아 게릴라 방식으로 교전을 벌인다면 강진(후룬베이얼)시 방어는 물론 점령하려는 부대를 완전히 괴멸시킬 수 있다는 합동참모본부의 판단이었다.

중대장의 퇴각 명령을 받은 2분대를 포함한 3중대는 후방에서 대기하고 있는 수송장갑차로 뛰기 시작했다.

★ ★ ★

2023년 11월 26일 3:50,

내몽골자치주 강진(후룬베이얼)시 남단 123km 이민강(제5기갑사단(열쇠) 방어선).

제65경갑보병사단(일몰)에 퇴각 명령이 하달된 후 이민강 남단에서 방어하던 제5기갑사단(열쇠)에도 퇴각 명령이 떨어졌다. 쏟아지는 미사일과 각종 포탄 사례에도 불구하고 2시간 동안 방어 라인을 책임지고 방어하던 제5기갑사단(열쇠)에도 합동참모본부로부터 퇴각 명령이 떨어졌다.

제5기갑사단(열쇠)에 퇴각 명령을 내린 이유는 제65경갑보병사단(일몰)과는 사뭇 달랐다.

합동참모본부의 퇴각 명령을 내린 이유는 제5기갑사단(열쇠)으로부터 남서단 58km 지점인 몽골 국경선 일대에서 제29군의 직할부대인 독립군단이 새롭게 출현했기 때문이었다.

급한 대로 국경선 따라 북진하던 제30기계화보병사단(필승)이 긴급 우회하여 기동차단에 들어갔지만, 3개 사단으로 이뤄진 독립군단을 모두 차단할 순 없었다. 독립군단은 제30기계화보병사단(필승)이 기동차단을 할 것을 예상했는지 미리부터 후방 지대에서 방열하고 있던 독립군단 소속의 포병부대에서 엄청난 포격을 감행했다. 수천 발에 달하는 포탄이 제30기계화보병사단(필승)에 쏟아지면서 기동차단 대형이 흐트러졌고 이에 맞춰 제27기갑사단이 종심돌파 기동에 들어갔다. 더불어 제55차량화보병사단과 제56차량화보병사단은 제30기계화보병사단(필승)을 우회하여 제5기갑사단(열쇠)의 측면을 공격하고자 했다.

만약 2개 차량화보병사단이 우회에 성공하여 제5기갑사단(열쇠)의 측면을 공격한다면 방어 라인이 무너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제5기갑사단(열쇠)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었다.

이에 합동참모본부는 제5기갑사단(열쇠)을 남동단 방향으로 긴급 퇴각시킨 후 제30기계화보병사단(필승)과 빠르게 합류하여 제27기갑사단을 격파하고자 했다.

꼬리에 꼬리물기 형식으로 빠르게 피한 다음 전력이 분산된 적군을 상대하는 기발한 기만작전이었다.

더불어 합동참모본부에서는 러시아 전략미사일군의 파상공세에 대한 보복 조치로 공군과 항공우주군에 대대적인 전략폭격기 출격 명령을 내려논 상태였다.

현재 강진(후룬베이얼)시 남단 210km 지점의 대기권 열권층에는 30분 전에 평안도 순천기지 제2우주전투비행단에서 출격한 CFS/A-31SP 삼족오 우주전투기 8기와 한기당 C-PSB(플라스마 확산탄) 80발을 무장한 CB-30P 청룡 전략폭격기 12기, 그리고 호위 임무를 맡은 CF-21P 주작 전투기 16기가 고도 25km 상공에서 조용하고 은밀히 비행 중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