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
그 시각, 주작 전투기 1기가 복귀 기동에 들어간 가운데 중거리 미사일까지 모두 소진한 나머지 주작 전투기들은 각기 2개씩 장착된 단거리 미사일인 S-AAM-50 까치독사 미사일을 발사하기 위해 유효 사거리인 50km 안까지 빠르게 비행해 나갔다.
- 흑장미다. 까치독사 유효 사거리까지 진입 시 편대별로 미사일 발사 후 즉각 TCS 모드 전환 및 도그파이트 교전에 들어간다.
- 해바라기, 카피 뎃.
- 백일홍, 카피 뎃.
- 금잔화, 카피 뎃.
비행대대장은 명령을 내린 후 각 편대에 표적을 할당했다.
이에 고도 20km 상공에서 마하 5에 달하는 속도로 빠르게 비행하는 CF-21P 주작 전투기 15기는 각자 주어진 표적을 항해 S-AAM-50 까치독사 미사일을 발사 절차에 들어갔다.
한편, Mig-37 MFI 시베리아 전투기 23기도 주작 전투기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다. 후방에서 비행하며 주작 전투기를 탐지해 데이터링크를 지원하던 A-50 공중조기경보통제기 3기가 모두 격추된 상황이었기에 또다시 눈먼 장님이 되어 일방적인 공격을 당하느니 어떻게든 최대한 거리를 좁혀 자체 레이더로 탐지해 공격하고자 했다. 말 그대로 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거리를 좁혀 주작 전투기가 자체 레이더에 탐지되는 순간 모든 시베리아 전투기의 항전 계기판에 RWR 경보음이 시끄럽게 울려댔다.
- 우리도 공격한다. 마지막 기회일지 모르니 탐지된 정보에 따라 모든 미사일을 발사해라.
살아남은 조종사 중 최고선임으로부터 명령이 떨어지자, 러시아 조종사들은 날아오는 미사일을 무시하고 각자 레이더에 탐지된 주작 전투기를 향해 모든 미사일을 발사했다.
슈와와와~ 슈와와와~ 슈와와와~ 슈와와와~ 슈와와와~
몇 초 만에 내부 무장실을 완전히 비워버린 Mig-37 MFI 시베리아 전투기들은 그제야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미사일을 피하기 위한 회피기동에 들어갔다.
각자 좌우로 크게 선회하며 강력한 ECM를 방출했다. 그리고는 어느덧 어두운 구름을 뚫고 후미까지 급격한 기동을 다시 한번 펼치며 채프와 플레어를 뿌렸다.
파팟팟팟팟! 파팟팟팟팟!
강력한 빛을 발사하는 플레어가 연달아 발사되자 전투기 좌우에서 마치 불사조가 날개를 펴는듯한 형상이 만들어졌다. 또한, 알루미늄 호일 조각들이 구름 막을 만들며 꼬리를 물고 날아오는 S-AAM-50 까치독사 미사일을 기만했다.
콰앙!
운이 좋았던 건지 아니면 조종사가 베테랑이었는지 S-AAM-50 까치독사 미사일이 그만 채프에 영향을 받았는지 그만 강력한 빛을 발하는 플레어와 충돌하며 폭발했다.
하지만 이런 행운을 얻은 조종사는 많지 않았다. 각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회피기동을 펼쳤으나 불행하게도 S-AAM-50 까치독사 미사일에 살아남은 Mig-37 MFI 시베리아 전투기는 23기 중 8기가 고작이었다.
지옥 구덩이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Mig-37 MFI 시베리아 전투기 8기는 크고 작은 폭발과 함께 격추되는 동료 조종사들을 뒤로하고 다시금 거리를 좁히기 위한 기동에 들어갔다.
한편, 까치독사를 발사한 후 도그파이트 교전으로 전환하려던 주작 전투기는 생각 이상의 미사일 공격에 편대별로 회피기동에 들어갔다. 그리고 엎친 데 겹친 격으로 지상 방공부대로부터 레이더에 탐지되어 락온이 되었다는 RWR 경보음이 일제히 울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거리를 좁힌 Mig-37 MFI 시베리아 전투기의 자체 레이더가 주작 전투기를 탐지했고 이 정보를 지상의 방공부대에 데이터링크를 한 듯했다.
주작 전투기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한 부대는 우주항공군 소속의 제3방공군 중에서도 하바롭스크 지방 일대 상공을 책임지고 있는 제111방공연대였다.
제111방공연대는 나토명 SA-10 그럼블이라 불리는 S-300 파바리뜨 미사일 운용하는 부대로 주둔지는 하바롭스크 인근이었다. 신속대응군 소속의 제31공수타격사단이 공수 투입으로 하바롭스크를 한순간에 점령하자 제111방공연대는 주둔지를 버리고 급히 북단으로 이동 해야만 했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군이 전술 탄도탄으로 공격할 당시 요격 임무에서 배제되었다. 어떻게 보면 요격 임무에서 배제됨으로써 지금까지 전력을 보전할 수 있었다.
동료 부대인 제112방공연대나 제113방공연대는 요격 임무에 투입되었다가 한국 순항미사일의 기습 공격에 모두 괴멸된 상태였다.
울창한 숲속에서 4문의 발사대를 수직으로 세우고 발사 준비를 마친 제111방공연대 소속 12포대 발사차량 6대에서 동시다발적인 발사음과 함께 육중한 미사일 동체가 발사대를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이내 강력한 추진체가 터졌고 고막을 찢을듯한 굉음과 함께 후폭풍 연기를 휘몰아치며 하늘로 솟구쳤다.
슈우우우우웅~ 슈우우우우웅~ 슈우우우우웅~ 슈우우우우웅~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하얀 연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날아오른 미사일들은 순식간에 어두운 하늘 속으로 사라졌다.
총 15기의 S-300 파바리뜨 지대공미사일을 발사한 제111방공연대의 12포대는 즉시 진지 이탈 절차에 들어갔다.
- 흑장미다. 컨텍 금잔화, 백일홍 편대는 회피 후 지상공격을 가한다. 해바라기 편대는 도그 파이트로 전환!
- 해바라기, 카피 뎃.
- 백일홍, 카피 뎃.
- 금잔화, 카피 뎃.
비행대대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각종 회피기동을 펼치던 백일홍 편대와 금잔화 편대가 좌우로 갈라지며 고도를 힘껏 올렸다.
나머지 흑장미 편대와 해바라기 편대는 회피기동을 펼치면서도 Mig-37 MFI 시베리아 전투기와의 도그파이트를 위한 진진 고속 기동에 들어갔다.
슈와아아아앙~
반짝이는 별빛 사이로 마하 4 이상의 속도로 질주하는 R-77M1 빔펠 공대공미사일이 저마다 표적을 향해 날아왔다.
쉐에에에엑~
강력한 SECM(전파교란시스템)을 방출하며 일반 전투기와는 비교도 안 되는 현란한 고기동을 펼치는 주작 전투기들이 하나둘 R-77M1 빔펠 공대공미사일을 따돌렸다.
중력을 무시한 현란한 회피기동에 일차적으로 표적을 잃어버리고 빗나간 R-77M1 빔펠 공대공미사일들이 다시금 크게 선회하며 2차 요격에 들어가려 했으나 강력한 SECM(전파교란시스템)이 방출되면서 자체능동레이더가 먹통이 되었다. 이에 표적을 상실한 R-77M1 빔펠 공대공미사일들은 공중에서 폭발하며 자폭했다. 어떤 미사일들은 채프 기만에 속아 충돌하며 폭발했다. 또한, 지상에서 솟구쳐 오른 S-300 파바리뜨 미사일 역시 1기의 주작 전투기도 격추하지 못하고 공중에서 자폭했다.
한편, 지상공격을 위해 고도를 높이며 좌우로 크게 우회했던 백일홍 편대와 금잔화 편대 역시 한기의 손실 없이 지상의 S-300 파바리뜨 미사일까지 모두 회피에 성공했다. 일차적 위험요소를 모두 해소하자 두 편대는 무서운 속도로 고도를 낮추며 지상공격 절차에 들어갔다.
조금 전, 1기의 주작 전투기가 약간의 피해를 보고 복귀 기동에 들어간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번 공격에서는 단 한기의 손실 없이 모든 미사일을 회피하는 데 성공했다.
잠시간 각종 미사일을 회피하는 사이 까치독사 미사일에 살아남았던 Mig-37 MFI 시베리아 전투기 8기가 20km 거리까지 접근했다. 20km 거리에서는 강력한 스텔스 성능을 발휘하는 CF-21P 주작 전투기도 충분히 자체 레이더만으로도 확실한 탐지가 가능했다. 즉 스텔스 성능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거리까지 접근해 어떻게든 끝장을 보겠다는 러시아 조종수들의 불굴 의지였다.
이제 도그파이트 형식의 공중전은 8대8이었다. 하지만 단거리 미사일을 2개나 장착한 Mig-37 MFI 시베리아 전투기와는 다르게 모든 미사일을 소진하고 12mm 레이저 벌컨만 남은 CF-21P 주작 전투기가 불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CF-21P 주작 전투기는 최신예 전투기임에도 불구하고 도그파이트 공중전에도 특화된 전투기였다. 그것은 미국의 F-22 랩터 전투기도 흉내 낼 수 없는 중력을 무시하는 여러 고기동을 펼칠 수 있었고 더군다나 최첨단 기술인 TCS(투명은폐시스템) 모드가 있었다.
양국의 전투기들이 자체 레이더에 뚜렷이 탐지된 상황에서 먼저 러시아 전투기에서 나토명 AA-11 아처로 불리는 적외선 단거리 미사일인 빔펠 R-73M 미사일 발사 절차에 들어갔다.
이에 흑장미 편대와 해바라기 편대 전투기에서 RWR(Rader Warning Receiver) 경보음이 울렸다.
삐~비빅 삑! 삑!
- 흑장미다. 지금부터 TCS 모드 사용을 허가한다. 자율적인 판단하에 교전에 임하도록
RWR(Rader Warning Receiver) 경보음과 동시에 비행대대장의 명령이 하달되자 주작 전투기 8기는 각자 파트너와 함께 본격적인 도그파이트 공중전으로 전환했다. 그리고는 일제히 TCS 모드를 활성화했다.
주변 일대의 공간이 순간적으로 일그러지는 듯한 현상이 일어나더니 주작 전투기들이 금세 시야에서 사라졌다. 투명상태로 전환된 주작 전투기는 12mm 레이저 벌컨 빔으로 적 전투기를 격추하기 위해 엔진 출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며 앞으로 튀어나갔다.
한편 자체 레이더와 연동된 조종사의 헬멧 마운트 사이트(HMS)로 목표물을 탐지하고 락온에 들어갔던 조종사들이 일제히 당황했다. 순간적으로 목표물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당황도 한순간, 전방 5km 상공에서 뭔가가 순간적으로 나타났다. 주작 전투기였다. TCS 모드를 OFF 한 주작 전투기는 15도 정도 기울어진 자세로 빠르게 기동하며 12mm 레이저 벌컨을 뿌렸다.
쭈쭈쭈쭈쭈쭈웅~
눈 깜짝할 사이로 날아온 푸른 빛줄기는 시베리아 전투기의 상단 캐노피부터 후미 엔진 부위까지 일자로 선을 그으며 정확히 착탄 했다.
팟팟팟팟팟팟 콰앙~
피할 틈도 없이 수십 발의 레이저 벌컨 빔에 벌집이 되어버린 시베리아 전투기는 엔진 부위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이에 조종사는 비상탈출을 위한 사출도 못 하고 검붉은 화염과 함께 지상으로 추락했다.
이러한 장면을 7시 방향에서 캐노피 너머로 바라본 파트너 조종사가 울분하며 나토명 AA-11 아처로 불리는 적외선 단거리 미사일인 빔펠 R-73M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마하 2.5에 사거리 30km인 미사일들이 내부 무장실에서 튀어나와 방금 12mm 레이저 벌컨을 쏟아부은 주작 전투기를 향해 매섭게 날아갔다.
빔펠 R-73M 미사일을 발사하고 급히 고도를 상승시킨 시베리아 전투기의 측면 방향에서 뭔가가 나타나더니 이내 무수히 많은 빛줄기가 날아왔다.
곡선 형태로 뿌려진 빛줄기는 시베리아 전투기의 동체 측면에 집중적으로 착탄 했고 급기야 동체가 앞뒤로 갈라지며 폭발했다. 파트너 조종사의 복수를 위해 빔펠 R-73M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시베리아 전투기 조종사는 자신이 발사한 미사일의 결과를 보지 못하고 끝내 검붉은 화염에 휩싸인 채로 지상으로 추락했다.
추력편향 노즐을 장착해 높은 기동성으로 날아온 빔펠 R-73M 단거리 미사일은 표적이었던 주작 전투기가 좌우로 번갈아 가며 급격한 선회기동과 함께 여러 발의 플레어를 뿌리자 그만 플레어와 충돌하며 폭발했다.
이렇게 8대 8 도그파이트 공중전은 TCS 모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주작 전투기의 일방적인 학살 형태로 끝이 났다.
한편 S-300 파바리뜨 미사일을 발사하고 즉시 진지 이탈에 들어갔던 제111방공연대는 무성한 숲속 사이를 가로지르며 기동하는 중에 하늘에서 불벼락이 떨어졌다.
쭈쭈쭈쭈쭈쭈쭈쭈웅~ 쭈쭈쭈쭈쭈쭈쭈쭈웅~
총 7기의 주작 전투기에서 뿌려진 12mm 레이저 벌컨 빔은 무성한 숲속 길을 빠르게 기동하는 선두의 지휘장갑차를 시작으로 뒤따르는 화력통제장갑차와 탐지 레이더장갑차 그리고 기다랗게 줄지어 기동하는 발사차량에 사정없이 정확히 쏟아졌다.
그리 단단한 방호력을 갖추지 못한 여러 장갑차와 발사차량은 초고열의 12mm 레이저 벌컨 빔에 벌집이 되었고 뚫려버린 구멍에서 검붉은 화염이 하나둘 방출되듯 솟구쳤다. 그리고는 유폭 때문인지 장갑차 전체가 들썩일 정도로 상공으로 치솟으며 폭발했다.
콰앙! 콰아아앙! 콰앙! 콰앙앙!
발사차량의 발사대 역시 쏟아지는 레이저 벌컨 빔에 그만 장착되었던 S-300 파바리뜨 미사일이 거대한 폭발과 함께 유폭을 했다. 그러자 무성한 나무숲 사이로 붉은 화염이 하늘로 솟구쳤고 점점 더 주변 일대로 번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