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09화 (409/605)

진격!

712호 전차를 비롯한 60기갑여단 전차와 장갑차들이 긴급 퇴각 기동에 들어가고 몇 분도 안 된 시점, 하늘에서 뭔가가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었다. 제16전투비행단 소속 CF-21P 주작 전투기 8기가 고도 10km에서 투하한 C-PSB(플라스마 확산탄)였다.

지상으로부터 500m 상공에서 1차 폭발한 C-PSB(플라스마 확산탄)은 연달아 자탄을 상공에 뿌렸다. 그러자 수십 개의 자탄은 주변 일대로 퍼져나갔고 이내 15m 상공에 이르자 2차 폭발을 했다.

동시다발적으로 일순간에 터진 플라즈마 자탄은 주변 일대가 대낮처럼 환하게 비췄다. 또한, 강력한 폭발력으로 지상에 쏟아진 하이드리늄 파편들은 지상의 모든 것들을 집어삼켰다.

지구상에서 가장 단단하다는 하이드리늄으로 만들어진 파편을 뒤집어쓴 T-14B 아르마타들이 연쇄적인 폭발을 하며 기동을 멈췄다. 아무리 강력한 방호력과 반응장갑을 두른 T-14B 아르마타 전차였지만, 상공 15m 상공에서 쏟아지는 강철 비를 피할 수 없었다.

이렇듯 T-14B 아르마타 전차마저 지옥 불에 휘감기는 신세였기에 각종 장갑차와 수송 트럭들은 끔찍할 정도로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폭발을 하며 화마에 휩싸였다.

16개의 C-PSB(플라스마 확산탄)은 제5군의 제81친위기갑사단과 제70차량화보병사단을 한순간에 괴멸 수준으로 만들고 말았다. 간혹, 지옥의 화마에서 운 좋게 살아남은 전차와 장갑차들이 있었지만, 정상적인 기능을 발휘할 상태는 아니었다.

이러한 장면을 3km 거리에서 현시경을 통해 보고 있던 김영주 중사가 혀끝을 차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히야! 대단하네! 폭탄 십여 발에 완전히 애들을 작살냈네”

“그렇게 말입니다. 우리가 1시간 동안 목숨 걸고 교전한 결과물을 한방에 내네요.”

“아~ 이거 초라해지는 느낌이다.”

“크크, 전차장님! 그렇다고 초라해지기까지 합니까?”

“그냥 그런 느낌이 든다. 제길슨!”

영양가 없는 대화가 오가는 사이 중대통신망으로부터 다시 한번 명령이 하달됐다.

- 중대장이다! 여단으로부터 완전 제압 기동 명령이 떨어졌다. 우리 중대가 선봉이니 지금부터 전송된 해당 좌표까지 급속 기동에 들어간다.

중대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김영주 중사가 헤드셋을 통해 조종수 김일수 상병에게 지시를 내렸다.

“청소 시간이다. 김 상병아! 디지털 지도에서 파란 마커까지 무조건 밀고 들어가라!”

“네, 알겠습니다.”

대답을 마친 김일수 상병이 조종 레버를 힘주어 당겼다. 그러자 712호 전차는 백호가 포효하듯 거친 엔진음을 울리며 앞으로 튀어나갔다.

쿠르르릉~! 쿠르르릉~! 쿠르르릉~! 쿠르르릉~!

712호 전차에 이어 7중대 전차들도 앞다퉈 앞으로 튀어나갔다.

★ ★ ★

2023년 11월 26일 03:10,

북만주 남강도 소양산(리멘민)시 북단 120km 상공.

러시아 최고의 전투기라 할 수 있는 Su-57 스파크 전투기와 지상 포격담당인 Su-34 폴백 전폭기 모두를 S-AAM-500 코브라 미사일로 간단히 괴멸시킨 제16전투비행단 소속의 CF-21P 주작 전투기는 새롭게 레이더에 탐지된 적 전투기와의 교전을 준비했다.

요격기이면서도 K-PSB(플라스마 확산탄) 2개를 내부 무장실에 장착했던 CF-21P 주작 전투기 2개 편대가 제20기갑사단(결전)과 교전을 벌이고 있는 제81친위기갑사단과 제 70차량화보병사단을 폭격하기 위해 잠시 비행 대형에서 이탈한 상황에서 나머지 4개 편대 CF-21P 주작 전투기 16기는 편대별로 횡대 대형을 갖추고 비행대대장의 최종 명령을 기다렸다.

잠시 후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의 사거리 안까지 진입하자 드디어 비행대대장의 미사일 발사 명령이 떨어졌다. 이에 CF-21P 주작 전투기 16기는 일제히 사거리 200km짜리인 S-AAM-200 방울뱀 미사일을 발사했다.

하단 양쪽 내무 무장실에서 모습을 드러낸 S-AAM-200 방울뱀 미사일들이 차례대로 발사되었고 순식간에 푸른빛을 발사하며 시야에서 사라졌다.

슈우우우우~ 슈우우우우~ 슈우우우우~ 슈우우우우~

전투기 1기당 2기씩 발사된 총 32기의 S-AAM-200 방울뱀 미사일은 각자 정해진 표적을 향해 마하 8이라는 경이적인 속도를 내며 날아갔다. 마하 8이라는 속도는 200km 거리를 73초 만에 주파할 수 있는 매우 빠른 속도였다.

한편, 주작 전투기의 방울뱀 미사일에 표적이 되어버린 Mig-29A/C 펄그럼 전투기 24기와 선두에서 비행하던 Mig-37 MFI 시베리아 전투기 12기는 갑작스러운 RWR(Rader Warning Receiver) 경보음이 울리자 즉시 ECM을 방출하며 회피 기동에 들어갔다.

한편 1차 표적에서 벗어난 나머지 Mig-37 MFI 시베리아 전투기 36기는 후방에서 비행하는 A-50 공중조기경보통제기 3기로부터 미사일 탐지정보를 전달받아 날아오는 방울뱀 미사일 요격에 들어갔다.

각자 요격할 미사일을 할당받은 36기의 Mig-37 MFI 시베리아 전투기는 하단 내부 무장실에서 R-77M1 빔펠 공대공미사일을 발사했다.

일명 암람스키라고 불리는 R-77M1 빔펠 공대공미사일은 미국의 AIM-120 암람 시스템보다 성능이 더욱 뛰어나다는 평판을 받은 공대공미사일로 사거리 170km에 속도는 마하 5에 달했다.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전방으로 튀어 날아간 36기의 R-77M1 빔펠 공대공미사일은 상대적 속도에 의해 20여 초 만에 S-AAM-200 방울뱀 미사일과 조우했다.

하얀 연기 줄을 내뿜은 R-77M1 빔펠 공대공미사일과 푸른 빛을 발산하며 날아가는 양국의 미사일이 공중에서 하나둘 부딪치려는 순간 S-AAM-200 방울뱀 미사일의 앞부분에 장착된 8개의 노즐이 작동했다. 그러자 순간적인 회피기동에 들어갔고 R-77M1 빔펠 공대공미사일을 흘려보냈다.

순간적으로 요격할 목표물을 잃은 R-77M1 빔펠 공대공미사일은 종말 액티브 레이다 유도방식에 따라 다시금 목표물을 요격하기 위해 크게 선회하여 쫓으려 했지만, 워낙 방울뱀 미사일 속도가 빨라던지라 따라잡지 못하고 이내 공중에서 자폭하고 말았다.

그렇다고 모든 R-77M1 빔펠 공대공미사일이 요격에 실패하진 않았다. 총 36기의 미사일 중 9기는 S-AAM-200 방울뱀 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성공했다. 25% 요격 성공률이었다.

러시아 공군이 자랑하는 최신예 공대공미사일이 25%의 요격 성공률을 보이자 이번엔 1기당 2개의 R-77M1 빔펠 공대공미사일이 발사되었다. 거리상 마지막 요격 기회였다.

한편, CF-21P 주작 전투기에서도 나머지 36기의 Mig-37 MFI 시베리아 전투기 36기를 향해 각기 2기의 S-AAM-200 방울뱀 미사일을 발사했다.

총 72기의 S-AAM-200 방울뱀 미사일이 푸른빛을 발산하며 어두운 하늘을 수놓았다.

추가적인 방울뱀 미사일 출현에 제2차 목표물이 된 Mig-37 MFI 시베리아 전투기 36기 역시 각자 살기 위한 회피기동에 들어가며 강력한 ECM를 방출했다. 그리고는 이내 채프와 플레어를 상공에 어지럽게 뿌렸댔다.

그러는 사이 1차 요격에 살아남았던 방울뱀 미사일이 표적으로 삼았던 Mig-29A/C 펄그럼 전투기의 동체를 파고들었다.

콰앙! 콰아앙! 콰앙!

강력한 ECM 방출은 물론 채프와 플레어를 뿌리며 미그기 특유의 현란한 회피 기동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Mig-29A/C 펄그럼 전투기들은 하나둘 하늘에서 공중폭파 신세로 전락했다. 일부 조종사들은 요격되기 바로 직전 캐노피가 열리고 비상탈출을 하기도 했다.

러시아 전투기가 비행하는 상공 곳곳에서 연달아 폭발이 일어나는 가운데 2차 요격을 뚫고 날아온 두 번째 S-AAM-200 방울뱀 미사일이 날아왔다.

수십 대에 이르는 러시아 전투기들은 어두운 상공에서 현란한 회피기동을 펼치며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마하 8에 달하는 엄청난 속도로 날아온 S-AAM-200 방울뱀 미사일은 8개의 노즐을 작동시켜 급격한 기수전환을 펼치며 끝까지 표적의 동체를 노렸다.

일방적인 미사일 공격에 운 좋게 살아남은 러시아 전투기는 고작 23기뿐이었다. Mig-29A/C 펄그럼 전투기는 모두 공중 폭파되어 불타는 파편 조각 신세가 되었고 Mig-37 MFI 시베리아 전투기 23기만이 살아남아 전투 비행 대형을 다시금 갖추기 시작했다.

근성 하나만큼은 칭찬해줄 만한 러시아 조종사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근성에 보답하는 듯 살아남은 Mig-37 MFI 시베리아 전투기의 레이더 계기판에도 CF-21P 주작 전투기가 서서히 탐지되기 시작했다.

후방 200km에서 비행하던 A-50 공중조기경보통제기 3기가 목숨 걸고 후방 30km 상공까지 비행하여 최대 출력의 강력한 레이더 전파를 비췄기 때문이었다. 주작 전투기와 100km도 안 되는 매우 짧은 거리였기에 탐지할 수 있었다.

Mig-37 MFI 시베리아 전투기의 비행대대장은 즉시 주작 전투기에 대한 미사일 공격 명령을 내렸다.

삐~비빅 삑! 삑!

방울뱀 미사일 1기씩만 남긴 상태에서 거리를 좁혀 완전히 러시아 전투기를 괴멸시키려던 제16전투비행단 소속의 115전투비행대대 CF-21P 주작 전투기들은 별안간 울리는 R-77M1 암람스키 미사일의 RWR(Rader Warning Receiver) 경보음에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뭐지? 우리 전투기가 락온에 걸린단 말인가?”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는지 Mig-37 MFI 시베리아 전투기들은 가지고 있는 중거리 미사일인 R-77M1 빔펠 공대공미사일을 모두 쏟아부었다.

총 72기의 R-77M1 빔펠 공대공미사일이 주작 전투기를 향해 날아갔다. 주작 전투기당 4기에서 5기의 미사일이 설정되었다.

항상 은밀한 암살자처럼 유리한 고지에서 여유롭게 미사일 공격을 퍼붓고 회항하는 전술에 익숙했던 115전투비행대대는 처음으로 적의 레이더에 탐지되고 무려 4개에서 5개에 해당하는 미사일 공격을 받게 되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몇몇 조종사들은 회피기동조차 갈팡질팡하며 채프와 플레어만 마구마구 상공에 뿌려댔다. 이를 캐노피 넘어 확인한 115전투비행대대 비행대대장이 통신망을 통해 질타를 퍼부었다.

- 흑장미다. 정신 차려! 자식들아! 훈련하던 대로 해! 훈련하던 대로! 해바라기, 백일홍, 금잔디 편대는 적 전투기에 마지막 방울뱀 미사일 발사 후 회피기동에 들어간다. 우리 흑장미 편대는 노우스포인트 95, 적 통제기 3기를 공격한다.

- 해바라기, 카피 뎃.

- 백일홍, 카피 뎃.

- 금잔화, 카피 뎃.

- 흑장미! 컨텍 흑장미 편대! 방울뱀 미사일 발사!

- 흑장미 투, 폭스 쓰리!

- 흑장미 쓰리, 폭스 쓰리!

- 흑장미 포, 폭스 쓰리!

115전투비행대대에서도 마지막 남은 S-AAM-200 방울뱀 미사일이 발사됐다.

슈우우우와! 슈우우우와! 슈우우우와! 슈우우우와!

양국 전투기 간 거리는 이제 60km, 마하 5 이상의 초음속 미사일들은 1분 만에 서로의 진형에 쏟아졌다.

콰앙! 콰앙! 콰앙!

다시 한번 어두운 상공에 불빛이 번쩍이는 폭발이 연달아 일어났다.

마하 8의 속도에서도 조향 능력이 탁월한 S-AAM-200 방울뱀 미사일은 90도에 가까운 급격한 선회기동을 보이며 실전에 처음 투입된 러시아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Mig-37 MFI 시베리아 전투기를 차례대로 격추했다.

또한, 후방 30km 떨어진 상공에서 비행하던 A-50 공중조기경보통제기 2기는 폭발과 함께 검붉은 화염에 휩싸인 채로 서서히 지상으로 추락했다. 그리고 방울뱀 미사일에 연달아 2방을 맞은 A-50 공중조기경보통제기는 공중에서 산산조각이 나며 폭발했다.

한편, 다수의 R-77M1 빔펠 공대공미사일에 표적이 되어버린 주작 전투기 역시 강력한 SECM(전파교란시스템)으로 재밍 시도는 물론 특유의 기하학적 회피기동까지 펼치며 날아오는 미사일을 따돌리는 급박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처음 당황한 것과는 다른 게 조종사들은 훈련하던 대로 슈퍼컴퓨터의 자동회피시스템까지 적절히 사용하며 저승문에서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주작 전투기 1기가 마지막 5번째 미사일의 근접신관 폭발을 하며 일부 파편이 날개와 충돌했다. 격추당할 정도의 큰 피해는 아니었지만, 비행 기동능력에 있어 중요 부위인 죄익 트레일 에지가 손상되고 말았다. 지금처럼 급격한 선회기동을 펼쳐야 하는 도그파이트 교전에서는 치명적이었다.

이에 조종사는 편대장에게 보고 후 바로 기수를 돌려 복귀 기동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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