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06화 (406/605)

삼각지 섬멸 작전!

2023년 11월 26일 02:30,

남주 서울특별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30분 전, 러시아군의 보복공격에 따라 한차례 제20근위로켓여단으로부터 이스칸데르-M 미사일 공격을 받은 수도기갑사단(맹호)과 제80기갑사단(발해)은 미리부터 해당 상공에서 대기하고 있던 제우스 5호와 6호의 지원 요격과 각 사단 방공부대의 활약에 힘입어 소소한 손실만 입고 제5군 주력부대를 향한 기동을 이어갔다.

그리고 30분 후, 수십 킬로미터도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북평 일대의 널따란 농경지에 가장 먼저 진입한 수도기갑사단(맹호)의 백호 전차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일제히 강력한 광자포를 발사했다.

쿠르르르릉~

쮸웅! 쮸웅! 쮸웅!

2종류의 현무 전술 탄도탄 공격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제5군의 주력부대 여러 사단은 군데군데 형성된 작은 마을 외에 이렇다 할 엄폐물이 없는 북평 일대 농경지에 흩어진 채로 속수무책으로 추가 공격을 받았다.

특히 보병으로 이뤄진 4개 동원사단은 이동 수단인 수송 트럭이 대부분 파괴되었던 터라 퇴각도 못 하는 상황에 직면했고 이에 널따란 개활지에서 갈팡질팡하다 날아오는 광자포에 죽음을 맞이했다.

이러한 장면들은 아폴론 정찰위성과 수도기갑사단(맹호)에서 날린 각종 정찰 드론의 광학 카메라를 통해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의 각종 스크린에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횡대 대형으로 기동하는 C-3A1 백호 전차에서 쏟아지는 광자포와 각종 레이저 벌컨 빔은 허둥대는 제5군의 잔존 병력을 사정없이 쓸어버렸다. 정상적인 교전이 아닌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일부 살아남은 전차와 장갑차들은 주변 일대의 작은 마을로 기동해 엄폐하려고 하였지만, 소리소문없이 상공에서 날아온 흑룡 미사일에 하나둘 붉은 화염을 뿜으며 그 자리에서 폭사했다.

참혹한 전쟁의 참상이 어떠한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하하하, 이거이, 이거이, 대 성공입네다.”

윤기윤 합참차장이 흐뭇한 표정으로 지으며 외쳤다. 그러자 옆에 있던 여러 오퍼레이터도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

이때 한 오퍼레이터가 소리쳤다.

“공작사로부터 보고입니다. 현재 북평으로부터 북단 상공 200km 지점에 러시아 전투기 출현했다는 보고입니다. 기종은 Su-57 파크파 전투기 24기! Su-34 풀백 전폭기 24기입니다. 현재 삼지연 공군기지의 제16전투비행단에서 주작 전투기 24기 출격했습니다.”

오퍼레이터의 보고와 함께 메인 스크린의 디지털 지도에는 러시아 전투기를 가리키는 두 가지 색상의 기호가 표기되었다. 전쟁 발발 2일 만에 드디어 러시아 공군전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제5군의 잔존 병력을 공격하는 수도기갑사단(맹호)과 제82기갑사단(발해)을 공격하려는 임무인 듯했다.

“원천 출격 지점은 확인되었나?”

작전본부장 양민춘 중장이 메인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하고는 질문을 던졌다.

“밍곤 기지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밍곤? 밍곤은 민간 비행장이 아닌가?”

밍곤 비행장은 아무르스크로부터 남서단 48km에 떨어진 작은 민간인 비행장이었다.

“공작사가 확인한 바로는 밍곤 비행장입니다.”

양민춘 중장의 추가 질문에 오퍼레이터는 다시 한번 확인하고는 재차 대답했다.

“현재 그쪽 상공을 책임지고 있는 아폴론 위성은?”

“아폴론 12호입니다.”

“좋아! 12호로 밍곤 비행장 확실히 정찰하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몇 분 후 아폴론 12호로부터 밍곤 비행장을 정찰한 영상이 상황실 스크린에 비췄다. 적외선 모드로 보이는 밍곤 비행장은 일반 민간 비행장치고는 수상한 점이 발견되었다. 비행장 주변에는 수많은 차량이 즐비했고 발광체로 보이는 수많은 인형이 늦은 밤인데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12호 관제실에 얘기해서 최대한 확대해보라고 하게.”

“네, 알겠습니다.”

잠시 후 스크린 영상이 서서히 확대되더니 이내 움직이고 있는 발광체 인형이 뚜렷이 보이기 시작했다.

적외선 비전모드였기에 고화질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발광체 인형들이 입고 있는 복장이 공군 전투복이란 것을 알 수는 있었다. 이것으로 이곳이 러시아 공군의 예비 기지라는 않는 것이 확인되었지만, 문제는 전투기라 볼 수 있는 그 어떤 형체도 확인할 수 없었다.

이때, 양민춘 중장이 아폴론 12호 관제실과 통신이 연결된 콘솔 쪽으로 다가가 직접 관제실에 지시를 내렸다.

“작전본부장이다. 12호 관제장! 지금 화면에서 7시 방향 네모난 건물 쪽에 인버터 비전 모드로 확인 바람”

“네, 알겠습니다.”

대답과 동시에 화면은 양민춘 중장이 가리킨 네모난 건물 쪽을 가리켰다. 그리고 비전 모드가 인버터 모드로 전환되자 건물 안에서 전투기 형체가 보였다. 그리고는 이내 분할 화면으로 확인된 전투기의 정보가 피아식별 DB를 통해 보였다.

러시아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인 Su-57 파크파 전투기였다.

“헉! 저거이 뭐네? 격납고네? 그런데 고작 1기를 숨겨 놓은 거네?”

윤기윤 대장이 놀란 두 눈으로 상체를 앞으로 당기며 말하자 양민춘 중장이 뭔가를 짐작했는지 확신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격납고보다는 지하 격납 시설과 연결된 엘리베이터 건물로 보입니다.”

윤기윤 대장이 한쪽 눈썹을 실룩거리며 일갈했다.

“저거였구먼 기래! 민간 비행장에 지하 격납고를 만들어 지금까지 내내 숨겨놨던 기야? 진작에 민간 비행장도 샅샅이 정찰했었어야 했는데 말이디······. 이거이 방심했어야.”

러시아 공군은 전쟁 발발 시 예비 공군기지로 활용할 목적으로 모든 일반 민간 비행장에도 지하 격납 시설을 건설해 놓은 상태였다.

즉, 한국과의 전쟁이 발발하기 전부터 제3항공군 소속의 모든 전투기는 여러 민간 비행장의 지하 격납고에 이동을 마친 상태였다.

“북동부 쪽 러시아 민간 비행장은 몇 개나 되나?”

신성용 합참의장 역시 믿기지 않는 사실에 미간을 좁히고는 양민춘 중장에게 질문했다.

“지금까지 파악된 민간 비행장은 총 28개입니다.”

“28개라 생각보다 많군, 항공우주군 해외정찰국에 지금부터 모든 민간 비행장에 대한 정밀 정찰을 지시하게.”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수기사와 82사단에도 공습경보 전달하게.”

“네, 의장님”

이때 서부전선을 담당하는 한 오퍼레이터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서부전선 일대에 또 다른 러시아 기갑군이 포착했다는 보고입니다.”

이에 모든 시선이 메인 스크린 화면에 쏠렸다. 새롭게 파악된 러시아 기갑군이 새로운 기호로 하나둘 디지털 지도에 표기되었다.

제5기갑사단(열쇠)으로부터 남단 71km 지점인 몽골영토였다.

“아니 대체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거네? 24시간 몽골영토에 대한 정찰을 강화하지 않았습네까?”

항상 여유만만하던 윤기윤 대장마저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합참의장을 바라봤다.

합동참모본부는 우주항공군의 해외정찰국을 통해 서부선전 일대의 몽골영토를 샅샅이 정찰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추가적인 러시아군을 탐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제5기갑사단과 가까운 거리에서 탐지되자 상황실 지휘부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윤기윤 대장의 시선을 뒤로한 채 신성용 합참의장이 보고하는 오퍼레이터의 재차 질문했다.

“부대는 파악되었나?”

“파악한 바로는 29군의 직할 독립군단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29군 직할?”

“27기갑사단과 55차량화보병사단, 56차량화보병사단으로 편제된 군단입니다.”

오퍼레이터는 보고와 함께 갱신된 정보를 콘솔을 조작해 디지털 지도 화면에 뿌렸다. 이에 각각의 기호마다 부대 특성은 물론 편제된 무기정보가 상세하게 보였다.

“휴우~ 부대 전력이 상당하군,”

상세한 부대 전력을 확인한 신성용 합참의장이 고개를 절레거리며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의장님 일단, 국경선 따라 기동하는 30사단으로 일단 방어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변경된 작전 안에 따라 만경(지린)시에서 기동을 시작한 제30기계화보병사단(필승)이 험난한 산악지대를 우회하여 현재 몽골 국경선을 따라 북서단으로 기동 중이었다.

“일단 급한불부터 꺼야겠지. 그렇게 하도록 하게. 또한, 28경갑보병사단도 좀 더 북쪽으로 이동하라고 하게.”

“네, 각 사단에 명령 하달하겠습니다.”

“내가 아무래도 서부전선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듯하군. 내 불찰이야.”

굳은 표정으로 혼잣말로 중얼거린 신성용 합참의장은 뭔가를 결심했는지 머리를 한번 쓸어올리고는 통신담당 콘솔 쪽으로 명령을 내렸다.

“공작사에 연결하게.”

“네, 공작 연결합니다.”

★ ★ ★

2023년 11월 26일 02:30,

북만주 남강도 소양 산(리멘민)시 서단 12km 지점(제20기갑사단(결전).

민첩하면서도 강력해 보이는 C-3A1 백호 전차 200여 대가 우렁찬 엔진을 울리며 얼어붙은 농경지를 마치 스포츠카처럼 최고속도로 기동했다. 그리고 반대편에서는 비좁던 양 산릉선 사이를 빠져나온 T-14B 아르마타 전차들이 서서히 서로 간 간격을 벌리며 횡대 대형을 갖추며 기동했다.

이에 얼어붙었던 농경지는 육중한 캐터필러에 갈라지면서 사방으로 어지러운 궤도 자국이 남겨졌다.

“이번에도 확실히 전공 올려서 다시금 일계급 특진에 태국 훈장 좀 타자! 하하하”

현시경을 통해 몰려오는 러시아 전차를 확인한 712호 전차장 김영주 중사가 싱글벙글한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아! 전차장님! 저놈들 레일건 장착한 아르마타입니다. 예전 일본에서 미국 전차의 레일건에 혼쭐난 거 생각 안 나십니까?”

“야! 마! 그때랑 지금이랑 같냐? 우리 애마를 뭐로 보고 말이야. 그깟 레일건 맞아봤자지 하하하”

“아! 가만 보면 갈수록 예전 오 상사님 닮아가는 느낌이 드는 건 뭘까?”

“죽을래? 내가 어떻게 오 상사님과 닮아 마!”

“아닙니까? 예전에는 훈장 그런 거 생각도 안 하셨으면서 언제부터 그렇게 훈장 욕심이 많으셨다고 그러세요?”

조준경을 통해 적 전차를 확인한 김영주 하사가 투덜거렸다.

“마! 닮아가는 게 아니고 빨리 원사 돼서 편안하게 남은 군 생활을 하고 싶은 거지.”

“와! 나이도 아직 20대면서 원사를 원하네. 대단하다.”

“시꾸러! 짜샤!”

이때 하늘에서 피리 부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곳곳에서 흙기둥이 솟구쳤다.

쿠앙! 콰앙! 쾅!

“드디어 시작이구나, 다들 집중하고 멋지게 함 놀아보자!”

양 산릉선 너머에서 제81친위기갑사단과 제70차량화보병사단 소속의 각종 포병부대에서 줄기차게 포탄을 날렸다. 강력한 방호력을 갖춘 제20기갑사단(결전)의 전차와 장갑차에 직접적인 치명타는 입힐 순 없지만, 재수 없게 직격을 당하면 광학장비가 망가질 수 있었다.

“김 상병아! 지그재그로. 괜히 교전 전에 피격당해 광학장비라도 손상당하면 말짱 꽝이다.”

-네, 알겠습니다.

염훈기 하사가 조종수에서 포수로 보직이 변경되고 후임으로 오게 된 조종수 김일수 상병이 씩씩하게 대답했다.

이때 대대통신망을 통해 대대장인 한영국 중령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제1차 동북아 전쟁 당시만 해도 26전차대대 7중대장이었던 한영국 대위는 종전과 함께 일계급 특진을 했고 이후 정규 승진을 통해 지금의 26전차대대의 대대장으로 보직 발령받았다.

잠시 후 제20기갑사단 중에서도 가장 앞서서 기동하던 제60기갑여단의 백호 전차들이 제81친위기갑사단 아르마타 전차와 교전을 시작했다.

쮸웅! 쮸웅!

쿠앙! 쿠앙!

길게 횡대 대형으로 기동하던 200여 대의 양국 전차들이 일제히 광자포와 레일건을 발사했다.

순간속도로 날아간 광자포의 입자와 레일건 금속탄이 서로 간 교차하며 상대국 전차에 쏟아졌다.

콰카악! 콰앙! 쿠아앙! 쿠쿠우앙!

광자포 입자에 관통당한 여러 대의 T-14B 아르마타 전차가 불길에 휩싸이며 그대로 기둥을 멈췄다. 반대로 레일건 금속탄은 백호 전차를 한 대도 맞추지 못하거나 하드킬 요격 레이저 빔에 요격되고 말았다.

제1차 동북아 전쟁 당시 미국 M4 워독 전차의 강력한 레일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고자 국방부는 2021년 후반기부터 본격적인 C-3 백호 전차의 개량사업을 추진했다.

이에 기존 능동방어시스템 중 소프트킬인 SECM(전파교란시스템)의 성능을 2배로 대폭 개량했고 추가로 하드킬인 요격용 25mm 레이저 빔을 주포탑 양 측면과 후미에 장착했다.

이로 인해 2023년 초부터 기갑부대에 실전 배치된 개량형 C-3A1 백호 전차는 웬만한 대전차유도탄은 타켓팅부터 전파 교란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었고 마하 8에 달하는 속도로 날아오는 16MJ급 레일건 금속탄 역시 2km 이상의 거리에서는 70% 이상의 요격률로 기존 백호 전차보다 생존율을 3배 이상 극대화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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