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02화 (402/605)

극복!

2023년 11월 25일 23:00,

북만주 남강도 소양산(리멘민)시 남단 5km 지점.

빠바방! 빠바바바바방! 빠방! 빠바바방!

5경계대대의 C-1000 해태 무인로봇에서 경쾌한 발사음이 양쪽 산릉선에서 연달아 울렸다.

40mm 로켓탄이 비스듬한 포물선을 그으며 날아가 폭 800m에 길이 2.5km에 달하는 양 능선 사이의 작은 농경지를 기동하는 제81친위기갑사단 T-14B 아르마타 전차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동시다발적으로 발사된 수 백발의 40mm 로켓탄은 T-14B 아르마타 전차 중 가장 약한 캐터필러에 연달아 착탄 하며 폭발했다.

팡! 쾅! 콰콰앙! 쾅!

기습적인 공격에 중대 단위로 빠르게 기동하던 제81친위기갑사단 T-14B 아르마타 전차들은 일제히 지그재그 회피기동으로 전환했고 무인 포탑의 레일건은 날아오는 양쪽 산릉선 방향으로 지향했다.

하지만, 산릉선 높이로 인해 무인 포탑의 포각도를 최대로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40mm 로케탄이 발사되는 원천지점에 약간 못 미치는 포각도였다. 이에 T-14B 아르마타 전차들은 즉시 3UBK21 스프린터 대전차유도탄을 발사했다.

슈우우웅~ 슈우우웅~

전차마다 2연장 발사관에서 3UBK21 스프린터 대전차유도탄이 하얀 연기를 뿜어내며 양쪽 산릉선 방향으로 날아갔다.

쭈쭈쭈쭈쭈쭈쭈웅! 쭈쭈쭈쭈쭈쭈쭈웅!

날아오는 러시아의 대전차유도탄에 일부 C-1000 해태 무인로봇은 즉시 12mm 레이저 벌컨 빔으로 요격에 들어갔다.

콰앙! 콰앙! 콰앙!

양쪽 산릉선 상공에 빛줄기가 뿌려지자 크고 작은 폭발이 연이어 일어났다. 하지만 몇 개의 스프린터 대전차유도탄은 최신예 4세대급 답게 빛줄기 화망을 뚫고 해태 로봇을 향해 날아왔다.

하지만, 충돌 직전, 순간적으로 펼쳐진 해태 무인로봇의 강력한 실드 자기장에 막혀 별다른 소득 없이 폭발하고 말았다.

콰앙! 콰앙!

2021년 당시 올림프스 기지에서는 C-1000 해태 무인로봇의 개량사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국회에서는 일개 국경선 경계로봇에 추가예산을 편성하는 것을 반대했다. 현재 해태 무인로봇의 성능만으로도 국경선 경계 임무를 수행하는 데 충분하다는 판단이었다.

이로 인해 올림푸스 기지는 자체 예산만으로 1개 대대를 선정해 개량사업을 추진했다. 기존 12mm 레이저 벌컨을 20mm 레이저 벌컨으로 교체, 40mm 로켓탄은 16연장 60mm 플라즈마 증압탄으로 교체하여 화력을 높이고 가장 중요한 자체 실드차폐시스템(SSS)을 장착하여 강력한 방호력을 갖추려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국정 감사에서 예산을 함부로 쓴다며 제지하려 했다. 이에 올림푸스 기지는 자체 예산으로 추진하는 테스트 성의 개량사업이며 국방상임위원회를 설득했고 기존 계획을 대폭 수정하여 실드차폐시스템(SSS)만 장착한 개량모델명 X-1001을 개발하는 것으로 개량사업을 마치게 되었다. 이후 개량형 X-1001 해태는 기계화경계부대 중에서 5경계대대에 시범적으로 실전 배치되었다.

실드차폐시스템(SSS)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대용량의 플라즈마 축전지가 필요했다. 하지만 올림푸스는 자체 예산에 따른 예산 부족으로 차세대 고효율 신형 플라즈마 축전지가 아닌 기존 대용량 축전지를 사용하게 됨으로써 모델 X-1001 해태 로봇은 지속적인 실드차폐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었고, 위험한 순간에만 실드 자기장을 펼칠 수 있었다.

어쨌든 실드차폐시스템을 장착된 5경계대대 해태 무인로봇은 실드 자기장으로 스프린터 대전차유도탄 공격을 무사히 막아낸 후 다시금 공격에 돌입했다.

한편 후방 먼 거리에서 대기하고 있던 제81친위기갑사단의 또 다른 전차들은 포각도 이내에 5경계대대의 해태 무인로봇이 조준점 안에 들자 일제히 16MJ 레일건의 금속탄을 발사했다.

투앙! 투앙! 투앙!

일반 전차포 발사음과는 사뭇 다른 레일건 발사음이 수십 대의 전차에서 일제히 울렸다. 음속의 8배에 달하는 속도로 날아온 금속탄이 해태 무인로봇에 쏟아졌다.

콰앙! 콰앙! 콰아앙! 콰앙!

다시 한번 실드 자기장이 펼쳐져 가공할 금속탄을 튕겨냈다. 강력한 마찰음과 함께 충격이 투명한 실드 자기장을 흔들었다.

첨단 방어장치에 레일건 공격이 무력화되자 제81친위기갑사단 지휘부는 모든 전차와 장갑차에 공격명령을 하달했고 후방 사단 직할 포병부대에도 포격 명령을 내렸다.

한편 해태 무인로봇의 로켓탄과 12mm 레이저 벌컨 빔 공격을 받은 선두 전차들은 캐터필러가 풀려 기동불능에 빠지거나 각종 광학장비가 손상되어 큰 타격을 입었다. 어떤 전차는 여러 발의 흑룡 미사일 공격을 받고 무인 포탑 전체가 날아간 상태로 검붉은 화염과 연기를 내뿜기도 했다.

양 산릉선에서의 해태 무인로봇 매복공격은 상당한 효과를 보였다. 단 한 대도 좁은 폭의 농경지를 통과하지 못하고 하나같이 주저앉았다. 5경계대대만으로 제81친위기갑사단을 괴멸시키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한동안 기동을 저지시켜 ‘삼각지 섬멸 작전’을 유리하게 만들 수는 있었다. 사전 전체의 동시다발적인 공격이 있기 전까지 말이다.

2개 대대급 규모의 T-14B 아르마타 전차에서 끊임없이 레일건을 발사했고 러시아 육군의 신형 IFV인 쿠르가네츠-25 장갑차의 무인 포탑에서도 30mm 기관포와 코르넷 대전차유도탄이 연달아 발사했다.

또한, 후방에서 급속방열한 포병부대의 코알리치야-SV 자주포 36문에서도 해태 무인로봇이 있는 곳에 TOT 사격을 가했다.

각종 포탄과 레일건 금속탄, 그리고 여러 종류의 대전차유도탄이 끊이지 않고 양 산릉선에 쏟아지자 해태 무인로봇은 실드 자기장을 펼치느라 공격을 포기해야만 했다.

일부 해태 무인로봇은 계속된 공격에 플라즈마 축전지가 과부하 걸리면서 제때 실드 자기장을 펼치지 못하고 레일건 금속탄을 얻어맞고 산산조각이 날 정도로 큰 폭발을 하고 말았다.

“대대장님! 더는 무리인 듯합니다. 더 큰 손실을 보기 전에 이쯤에서 퇴각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대대 작전과장인 나상길 소령은 미간을 잔뜩 좁힌 채로 아군의 피해 현황이 비치는 모니터를 보며 말했다.

“퇴각할 수 없네! 자칫 저놈들이 우회하여 82사단이나 수도사단 후방을 공격하면 동부전선의 향방이 걸린 ‘삼각지 섬멸 작전’은 실패할 수 있어!”

“대대장님! 현재 82사단 진공을 저지할 20사단이 오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지! 하지만 우리는 20사단이 이곳으로 올 때까지 어떻게든 저놈들을 이곳에서 최대한 저지해야 해! 그것이 우리 대대가 해야 할 가장 큰 임무라고 보네?”

5경계대대장 오필승 중령은 단호했다. 이에 나상길 소령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네 표정 좀 풀게. 다행히 해태는 무인로봇이 아닌가?”

현재 C-1000 해태 무인로봇을 조종하는 각 중대의 운용콘솔장갑차들은 산릉선 깊숙한 곳에서 특수위장막을 덮은 채로 조종 중이었다.

“각 중대에 연락하게. 끝까지 항전! 모든 해태 로봇이 파괴되면 그때 퇴각한다고 말이야.”

“아! 나중에 이번 일로 대대장님에게 책임이······.”

“현장 지휘관의 판단이 먼저이지 않은가? 지금 내 판단이 맞는다고 보네. 만약 책임을 묻는다면 어쩔 수 없고 말이야.”

“아! 알겠습니다.”

★ ★ ★

2023년 11월 25일 23:00,

북만주 북강도 북평(홍치쿤)시 남단 70km 지점.

모든 예하부대가 합류한 제82기갑사단(발해)는 러시아 제5군의 3개 사단이 유인 지역까지 기동한 것을 파악하고 이내 반격을 위한 공격태세로 전환했다. 또한, 뒤늦게 도착한 수도기갑사단 역시 앞으로 있을 대대적인 교전을 준비하기 위해 잠시 정비 시간을 가졌다.

“사단장님! 합참으로부터 30분 후 반격을 가하라는 지시입니다.”

사단 작전관인 김성윤 준장이 방금 전달된 명령지문을 읽어나갔다.

“드디어 시작이군! 각 여단 지휘부에 위와 같은 명령 하달하고 포병부대에도 각 좌표 다시 한번 점검하라고 전하게”

“네, 알겠습니다.”

“수기사도 준비 중이겠지?”

제82기갑사단(발해) 사단장 김민중 소장은 수도기갑사단이 전개한 상태로 잠시 정비 중인 북단 방향을 보며 말했다.

“네, 10분 전에 해당 지역에 도착하여 향후 교전을 위해 정비 중이라고 합니다.”

“음, 중간에 20사단이 이번 교전에서 빠진 게 아쉽긴 하지만, 수기사 전력이면 충분하겠지.”

“사단장님! 20사단을 대신해 청룡 전략폭격기 2개 편대가 이번 교전에 추가로 투입되었다는 정보입니다.”

“아! 그거 잘됐군! 그 정도면 충분히 20사단을 대신하고도 남겠지!”

향후 동부전선의 승패를 좌우지 할 본격적인 ‘삼각지 섬멸 작전’이 시작되면서 제82기갑사단(발해)은 지휘부부터 예하부대 말단 소대까지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20분 후, 제82기갑사단(발해)와 수도기갑사단은 본격적인 반격의 기동에 들어갔다.

한편, 전방에는 제59차량화보병사단과 제121기갑사단, 그리고 제60차량화보병사단이 삼각 형태로 진형을 갖추고 기동했고 그 후방에는 4개의 동원보병사단과 제5군 직할부대가 썰물 밀려오듯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순수 병력으로 계산한다면 대략 10만에 달하는 대병력이었다.

★ ★ ★

2023년 11월 26일 00:00 (러시아시각 01:00),

러시아 하바로브스키 변경주 하바롭스크.

제5군의 전진기지이자 보급부대의 주 주둔지인 하바롭스크 시내에는 1시간 전부터 시작된 시가전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대한민국 제31공수타격사단의 공격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시내 방어를 책임지고 있는 주둔병력을 제압해 나갔다. 현재 하바롭스크 방어를 책임지고 있는 주둔병력은 T-90 전차와 각종 구형 장갑차로 이뤄진 동원기갑사단과 일반 동원보병사단이었다.

이로 인해 최신예 무기만 운용하는 제31공수타격사단과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다. 먼저 시내 외곽에는 대대본부 병력의 호위를 받은 각 중대 운용콘솔장갑차에서 조종하는 6세대급 C-5 가이온 전차는 무인전차답게 강력한 방호력을 앞세워 적 진형 한복판으로 돌격해 닥치는 대로 적 전차를 섬멸해 나갔다. 그리고 도로를 따라 엄청난 속도로 날아다니는 C-27P-A 기린 신속전투장갑차들은 주요 관공서와 군 시설에 각종 화력으로 제압하고 특수경갑을 장착한 전투 대원들이 투입하여 신속하고 정확하게 목표 시설을 점령해나갔다.

시가전이 벌어진 지 1시간 지난 현재, 35개에 달하는 관공서와 하바롭스크 시내의 임시 병력 주둔지 58곳을 완전히 점령했다. 생각 이상의 빠른 속도였다.

한편 제31공수타격사단이 하바롭스크 시내를 휘젓는 사이 제32공수타격사단은 하바롭스크 주변 일대 임시 보급기지로 확인된 제5군의 군수기지에 대한 공격에 들어갔다. 제5군의 각종 탄과 식량, 그리고 연료를 보급하기 위해 비밀리에 저장했던 군수기지는 이날 제32공수타격사단의 공격을 받고 모두 시꺼먼 재로 변하고 말았다.

더불어 제2차로 출격한 제35공수타격사단과 37공수타격사단은 하바롭스크를 기준으로 동쪽과 남서쪽 국경선 일대의 주 도시인 비로비잔과 뱌젬스키에 공수하여 ‘삼각지 섬멸 작전’의 일환인 후방 포위 임무에 들어갔다.

현재까지 공수타격사단의 공수작전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일반 보병도 아닌 전차와 장갑차를 위주로 한 후방 일대의 공수작전은 러시아 총참모부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 그대로 허를 찌르는 작전이었다.

이에 러시아 총참모부는 삼각지 일대로 진격하는 제5군의 주 주력 부대에 진공을 멈추고 현재 위치에서 방어 전술로 전환하라는 다급한 지시를 내렸고 제121기갑사단과 2개의 동원사단에는 하바롭스크 방어를 지시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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