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복!
2023년 11월 25일 22:30,
북만주 북강도 북동단 국경선 상공(하바롭스크 남서단 60km).
남주에서 1차로 이륙한 60대의 CC-1000TSP 수송기는 마하 2에 달하는 속도로 북주를 지나 북만주 북강도 상공까지 진입했다. 당연히 CC-1000TSP 수송기 주변 상공에는 CF-21P 주작 전투기 20기가 호위했고 더불어 최근에 전자전용으로 개발된 CEA-27PS 붕새 전자전기 24기가 4방향에서 함께 비행하며 강력한 전자파를 방출해 러시아 공군과 지상군의 대공 레이더망을 무력화시켰다.
현재 대한민국 공군에서 운용하는 CEA-27P 전자전기는 총 24기였다. 즉 이번 작전을 위해 모든 전자전기가 투입되었다고 볼 수 있었다.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미국과 대한민국 못지않은 러시아의 방공 전력 때문이었다.
현재 러시아는 각종 S-300 그럼블 시리즈와 스텔스전투기는 물론 저고도 순항미사일과 전술 탄도탄 역시 요격이 가능하다는 S-400 트라이엄프, 그리고 2020년에 실전 배치를 완료한 S-500 트리움파터가 전방위적으로 러시아 상공을 지켰다. 또한, 향 간의 첩보 소식에 의하면 S-600이라는 모델명으로 차세대 대공미사일이 개발되어 몇몇 방공부대에 배치되었다고 했다.
이에 합동참모본부에서는 CC-1000TSP 수송기의 스텔스 기능과 SECM(전파교란시스템)이 장착되어 있었지만, 최대한 안전 보장을 위하고자 했다.
대한민국의 대공 레이더도 일시적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양자파를 방출하는 CEA-27P 전자전기 8기가 공수 목표지점인 하바로프스크 상공까지 진입했다.
다행히도 하바로프스크에 주둔하는 러시아 방공부대는 양자파 영향에 대공 레이더는 먹통이 되었고 이에 100m가 넘는 엄청난 크기의 CC-1000TSP 수송기는 기존 항로를 따라 빠르게 러시아 국경을 지나쳤다.
이에 CC-1000TSP 군용수송기 내부에서는 붉은 조명이 돌아가며 기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 앞으로 10분 후, 공수 투입한다. 모든 승조원과 공수타격사단 병력은 마지막 점검 요망!
수송기 승조원은 방송을 통해 똑같은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해 말했다.
각종 장갑차와 콘솔장갑차에 탑승한 공수타격사단 소속의 장병들은 훈련이 아닌 실제 상황 때문인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대기했다. 잠시 후 또다시 기내 방송망을 타고 승조원 공수운용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앞으로 공수까지 5분, 공수까지 5분, 후방 해치 오픈!
제31공수타격사단 소속 중 C-5 가이온 전차를 조종하는 3전차대대 2중대 1소대 전차 운용병들은 211호 콘솔장갑차의 의자에 앉아 X반도 벨트를 매고는 초조한 표정으로 기내 방송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아! 난 정말 이때가 가장 싫어!”
1소대에서 최고선임인 이정현 병장이 X반도 벨트를 양손으로 꽉 움켜지고는 일갈했다.
“저도 말입니다. 이건 뭐 속이 타들어 가지 않습니까?”
바로 맞후임인 김진한 병장이 맞장구를 쳤다.
공수 예비 방송이 실제 공수까지의 잠깐 기다리는 시간이 이들에게는 가장 긴장되고 초조한 시간이었다.
“항상 느끼는 건지만, 어렸을 때 운동회에서 100m 달리기를 위해 출발선에 서서 출발 총성을 기다리는 그런 긴장감이라고 할까? 안 그러냐?“
“키키, 그러고 보니 그런 느낌이기도 합니다. 아 맞다. 유 일병!”
“일병! 유상록!”
“지난번 훈련 때처럼 지상에 내려와서 오바이트 하면 죽는다. 알았냐?”
“네, 알겠습니다.”
“아후! 그때 냄새 때문에 고생한 거 생각하면······.”
“어쭈구리? 지도 예전에 공수 훈련하고 오바이트 했으면서 애들 갈구기는”
“아 그건, 자대배치 받은 지 1개월밖에 안 된 햇병아리 이병 때 아닙니까?”
“이병이건 일병이건 한 건 한 거잖아! 어쨌든 애들 갈구지 마라! 이건 군기로도 안되는 거 모르냐?”
이때 다시한번 기내 방송을 공수운용관으로부터 최종 안내 멘트가 흘러나왔다.
- 공수 1분전...... 공수 30초 전...... 공수 10초 전......
1소대 전차 운용병을 실은 제112호 CC-1000TSP 군용수송기의 후방 해치가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해치가 완전히 열리자 여린 해치와 가장 가까이 있던 전차부터 고정 잠금장치가 풀리기 시작했다.
철컥! 철컥!
- 잠금장치 해제! 공수 시작!
공수운용관의 외침에 수송기 하단 톱니바퀴 형식의 레일이 일제히 돌아갔다. 그러자 잠금장치가 풀려있던 첫 번째 가이온 전차부터 천천히 뒤쪽으로 움직였다. 그리고는 해치가 열린 허공으로 차례대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가이온 무인 전차 8대가 모두 낙하하자 이번에는 211호 콘솔장갑차도 레일을 따라 해치 쪽으로 이동하더니 이내 수송기 레일과 분리되면서 지상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낙하했다.
“으악!”
“으갸갸갸갸!”
“으윽!”
“살려줘!”
211호 콘솔장갑차 내부에서 요상 망측한 비명들이 여기저기에서 흘러나왔다. 실제 낙하산을 매고 직접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는 것보다 뭔가를 탄 상태에서 떨어지는 게 느낌상으로 수십 배 더 무서웠다.
줄줄이 사탕처럼 수송기에서 떨어지는 전차들이 하나둘 대형 낙하산을 펼치기 시작했다. 당연히 211호 콘솔장갑차도 대형 낙하산이 펼쳐지면서 순간적으로 낙하속도가 줄어들자 다시 한번 비명이 울려 퍼졌다.
“닝기리!”
“으으으으윽”
“아각!”
몇 분 후 짙은 먹구름으로 인해 달빛은 고사하고 별빛 하나 없는 하바롭스크 상공에는 제31공수타격사단 소속의 각종 장갑차와 무인 전차가 대형 낙하산을 펴고 내려왔다. 아무리 대형 낙하산이라고 하지만 수십 톤에 이르는 무게 때문인지 낙하속도는 생각보다 빨랐다.
하지만 속도는 문제 될 게 없었다. 제31공수타격사단의 모든 장갑차와 무인 전차는 호버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었다.
지상으로부터 일정 고도까지 떨어지자 장갑차와 무인 전차에서 자동으로 호버 엔진이 가동되었고 이로 인해 낙하속도는 급격히 떨어졌다. 그리고 바로 밑까지 내려오자 하단 4개의 호버 엔진이 최대 출력을 올렸다. 그러자 기린 장갑차는 부드럽게 수직운동에서 수평 운동으로 전환되면서 호버 모드로 비행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안정적인 공수가 완료되었지만, 사실 장갑차 안에 탑승한 승조원이나 전투조원은 거듭 훈련을 했음에도 밀려오는 울렁거림과 매스꺼움에 멀미가 날 정도였다. 마치 수 킬로미터짜리 자유드랍 놀이기구를 탄 것과 비슷했다.
가장 먼저 공수를 마친 제31공수타격사단은 대대별로 주요 목표물에 대한 타격 임무에 들어갔다.
제31공수타격사단의 주 임무는 하바롭스크 주요 관공서 시설 점령과 주둔하고 있는 예비병력 소탕이었다. 이에 수 미터 높이로 날아다니는 기린 장갑차들은 사방으로 펼쳐진 도로를 따라 비행했다. 도로에 깔린 차와 각종 시설물은 지상으로부터 수 미터 높이로 날아다니는 기란 장갑차에게는 아무런 방해가 될 수 없었다.
우우우우웅! 우우우우웅!
조금은 웅장한 듯한 엔진음을 내며 상공 몇 미터에서 도로를 따라 날아다니는 정체불명의 출현에 하바롭스크 시민들은 처음엔 뭔가 하다가 태극기 깃발을 보고 한국군이라는 것을 알고는 혼비백산하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몇몇 상남자 스타일의 러시아 남자는 지나가는 기린 장갑차를 향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권총이나 소총을 쏘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용기보다 객기에 가까웠다. 그들에게 돌아온 건 무지막지한 12mm 레이저 벌컨 빔의 제압사격이었다.
수 초간 날아온 레이저 빔은 인간의 형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흉물스러운 고깃덩어리로 만들었다.
제31공수타격사단 장갑차들은 조금이라도 위협이 되는 대상에게는 두배 세배 이상의 보복사격을 가했다. 이에 하바롭스크 시내 곳곳에는 총성이 끊이지 않았고 크고 작은 폭발이 연속으로 일어났다.
‘삼가지 섬멸 작전’의 신호탄이 막 하바롭스크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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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25일 22:30,
내몽골자치주 강진(후룬베이얼)시 남단 이민강(제65경갑보병사단(일몰) 방어선).
영하 20도까지 내려간 살인적인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제36차량화보병사단의 550장갑차여단 소속 장갑차 100여 대는 한 치 앞도 보기 힘들 정도로 휘날리는 눈보라 헤치며 지그재그 기동을 펼쳤다. 육중한 장갑차가 지나갈 때마다 얼어붙은 강바닥이 깨지고 갈라졌다. 이에 장갑차들은 기우뚱하며 진흙탕에 빠지기도 했지만, 이내 탈출하며 계속해서 기동에 들어갔다.
쿠릉! 쿠르르릉! 쿠쿠쿠쿠릉!
거친 엔진음을 내뿜으며 100여 대의 550장갑차여단이 본격적인 도하에 들어가자 이민강 건너편 곳곳에는 상급부대로부터의 공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101대대 경갑보병들이 숨죽이고 지켜봤다.
이때 각 중대장에게 대대장의 명령이 하달됐다.
- 대대장이다. 현재 적 장갑차 전력이 도하 중이다. 후방에 있는 전차까지 도하에 들어가면 그때를 기해 공격한다. 연대장님의 공격 명령에 따라 중대장들은 소대별로 돌격라인 다시 한번 체크 하도록 이상,
- 3중대! 입감했다는 통보!
- 4중대! 입감했다는 통보!
- 5중대! 입감했다는 통보!
- 중기 중대! 입감 통보!
550장갑차여단이 강 중간까지 진입하자 후방에서 따라오던 551기갑여단도 서서히 도하 준비에 들어갔고 여단 직할인 수색전차중대가 빠르게 도하에 들어갔다.
쿠아앙! 쿠르르릉!
신속한 속도로 이민강에 진입한 수색전차중대 T-14 아르마차 전차 12대는 얼어붙은 얼음을 깨트리며 앞으로 힘차게 나아갔다. 하지만, 영하 20도까지 내려간 추위 때문에 꽁꽁 얼어붙은 진흙들 때문에 문제없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수색전차중대 전차들이 문제없이 도하 하자 강둑에서 지켜보고 있던 551기갑여단 전차들도 차례대로 도하에 들어갔다.
러시아 총참모부에서는 이번 제29군 소속 부대들의 이민강 도하 작전에 있어,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에 일부 참모진은 각종 장비와 장병들의 건강 문제를 들어 금일 도하 작전을 중지하고 내일 날이 풀리면 다시금 도하를 하자는 의견을 냈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베샤스트니흐 총참모장은 도리어 이민강 도하 명령을 즉시 내렸다.
그 이유는 강추위로 인해 얼어붙은 강바닥이 신속하게 도하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 판단은 탁월했다. 몇몇 전차와 장갑차들이 추위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부대 전체가 신속하게 건너는 데는 더할 나이 좋은 기회였다.
사실 러시아 총참모부가 제29군을 몽골 영토로 우회하는 침공작전을 수립할 당시 가장 큰 고민거리가 있었다. 바로 진공로마다 앞을 막고 있는 여러 개의 강줄기였다. 하지만, 이렇게 갑자기 불어닥친 강추위에 가장 큰 고민거리가 해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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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25일 23:00,
남주 서울특별시 송파구 잠실본동 LF 아파트(1103호).
자정이 다돼서야 장례식장에서 돌아온 남궁원은 피곤했던지 대충 씻고는 침대에서 자는 이혜진 옆에 누웠다.
“어! 왔어?”
“안 잤어?”
부스럭대는 소리에 깬 이혜진 과장은 옆에 누는 남궁원을 꼭 껴안아 주며 속삭였다.
“오늘 수고했어!”
“수고라 할 게 있나. 그나저나 다리는 괜찮아? 오늘 무리했는데”
“괜찮아. 집에 오자마자 얼음찜질했어.”
“잘했어. 자자”
“응”
두 눈을 감은 남궁원은 낮에 있었던 안연우 국장과의 대화가 생각났다. 그래서 그런지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이에 몇 번 뒤척이다가 혹시나 해서 이혜진을 불렀다.
“자기. 자?”
“응? 왜?”
“아. 할 말이 있는데”
“말해”
“아, 아니다. 낼 아침에 얘기하자”
“뭔데? 지금 얘기해 안자니까.”
“그게······.”
남궁원은 우진길 교수의 자살과 플라즈마 핵심기술의 유출 건, 그리고 복직 건에 대해 상세히 말했다.
“정, 정말이야?”
“응, 단순 사고로 돌아가신 줄 알았는데, 그런 일이······.”
일부 사람을 제외하고는 우진길 교수의 사망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사망 원인을 태국에서 여행 중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말인데. 나 복직할까?”
“음, 나는 상관없는데, 자기 사업은?”
“그게 걱정이야. 지금 막 성장하는 회사인데 접기도 그렇고. 그래서 낼 정도에 답변 준다고 하고 왔어”
“자기! 복직해! 회사는 전문 CEO 두고 내가 옆에서 회사 경영에 참여할게.”
“응? 자기가?”
“이번에 다치고 나름 고민했었어. 이제 쉴 때가 아닌가 하고 말이야. 또, 우리도 2세를 얻어야 하잖아?”
이혜진 과장의 얼굴은 홍조 빛으로 변했다.
“아! 우리 2세! 그렇지. 하하, 그런데 천직이라 생각하는 국정원을 퇴사하고 후회 안 하겠어?”
“응 누가 퇴사한 데? 장기 휴직이지······.”
“아! 장기 휴직! 그런데 아직 임신도 안 했는데 장기 휴직 사유가 될까?”
“뭐, 자기 복직 건으로 안 국장님과 딜하면 되지 뭐!”
“하하, 역시 우리 자기 머리는 정말 비상해!”
“그러니까 내일 복직한다고 해! 우 교수님의 억울한 죽음을 갚아줘야 하잖아?”
“그래, 자기 말대로 우 교수님을 괴롭힌 그 극악무도한 놈들을 잡아내야지.”
한순간에 고민이 해결된 남궁원은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는 이혜진 과장을 내려봤다. 그리고는 양팔로 꼭 껴안으며 말했다.
“자기! 우리 2세를 위해 오늘부터 확실하게 시작해볼까?”
“아! 뭐야! 징그럽게?”
“아기 갖자며!”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