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95화 (395/605)

난제!

2023년 11월 25일 03:30 (신중국시각 02:30),

신중국 베이징 공산당 당사(주석실).

왕징위 주석의 웃음소리가 주석실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왕징위 주석이 이렇게 호탕하게 웃는 건 실로 오랜만이었다.

쉽게 점령할 것으로 보였던 충칭은 중화민국의 끈질긴 대응에 내전과 같은 전쟁은 3개월째 이어지고 있었다. 이에 경제적 군사적으로 손해를 입게 되면서 공산당 위원회에서는 종전하자는 말까지 나오고 있었다.

또한, 김정은 전 국방위원장 건과 관련하여 급파한 인민해방군 특수부대(PLA)가 아무런 성과도 못 내고 도리어 국가정보원에 붙잡혀 대한민국에 책잡힐 빌미만 제공했기에 근래 왕징위 주석의 기분은 상당히 좋지 않았었다.

“하하하!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하군”

숨넘어갈 정도로 괴팍한 웃음을 보인 왕징위는 보고서를 마저 다 읽고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좋아! 좋아! 아주 마음에 들어! 이 정도면 충분해, 자네 수고 많았네.”

“아닙니다. 주석님! 단지 제 직분에 충실했을 뿐입니다.”

왕징위 앞에서 아부와 아양을 떠는 인물은 총장비부장인 푸디후차오였다. 시진핑이 주석이었던 중국 당시에도 총장비부장이었던 푸디후차오는 신중국으로 국가가 바뀜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를 고수한 몇 안 되는 중국 관료였다.

왕징위 주석이 읽고 있는 보고서는 이번에 흑호대를 통해 북경에 도착한 플라즈마 핵심기술의 완성본에 따른 지금까지 연구 및 개발 진행 상황과 앞으로 개발할 첨단무기 리스트가 쓰여 있었다.

“자네를 그 자리에 그대로 둔 보람이 있었어, 하하하, 안 그런가?”

“다 주석님의 현명한 판단입니다.”

둘의 대화를 옆에서 들으며 아니꼬운 표정을 지은 사내가 있었다. 흑호대 신바이칭 대장이었다.

아닌 말로 재주는 곰이 피고 돈은 왕서방이 받은 꼴이었다.

2년간 홍콩에서 목숨을 걸고 납치극을 펼치며 대한민국의 SSS급 기밀문서를 빼돌린 건 흑호대인데 정작 주석으로부터 칭찬받는 건 그 기밀문서를 가지고 연구하는 부서에 돌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이에 왕징위 주석은 실눈으로 신바이칭의 표정을 보고는 아차 하는 생각에 칭찬의 대상을 옮겼다.

“그렇지! 이 모든 공로는 흑호대의 활약 덕분이지!”

“네, 맞습니다. 주석님! 흑호대가 없었더라면 이런 연구나 개발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불만이 가득했던 신바이칭이 갑자기 자신의 흑호대에 대한 칭찬이 있자 금새 인상을 풀고는 절도있는 자세를 취하고는 대답했다.

“모두 주석과 조국을 위한 일입니다. 저희는 어떠한 곳이라도 주석님의 명령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정형적인 기회주의자인 신바이칭이었다.

“그래! 자네가 있어서 믿음직스럽지! 이제 흑호대는 후임에게 맡기고 자네는 주석실에서 함께 일해보는 게 어떤가?”

“헛! 영광입니다. 주석님!”

“영광까지야. 부주석! 자리하나 만들어주게나”

“네, 주석님의 비서실 쪽에 자리하나 만들겠습니다.”

신중국의 대세인 주석 비서실은 실세 중의 실세들로만 이뤄진 인재집단이었다. 즉 결과적으로 출셋길은 따놓은 당선과 같았다.

신바이칭 대장이 보이지 않은 미소를 보이는 가운데 왕징위 주석은 고개를 돌려 푸디후차오 총장비부장에게 질문했다.

“뭣보다 말이야. 난 플라즈마 폭탄을 가장 먼저 보고 싶은데 말이야.”

지난 동북아 전쟁에서 대한민국의 플라즈마 증폭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패배의 쓴맛을 봤다. 이에 왕징위 주석은 무엇보다 플라즈마 폭탄에 대한 갈망이 가장 컸다.

“플라즈마 폭탄 같은 경우 앞으로 3개월이면 시제품을 보실 수 있습니다. 주석님!”

“3개월? 너무 길지 않나? 최대한 당겨보게. 1개월 안으로 말이야. 가능하겠지?”

“네? 아! 1개월은 시간이 조금 촉박할 듯합니다.”

“어떤 지원이든 다 해주겠네. 돈이면 돈, 사람이면 사람, 그러니 총장비부장은 무조건 1개월 안에 플라즈마 폭탄을 완성하게.”

“아, 알겠습니다.”

푸디후차오 총장비부장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마지못해 대답했다.

“좋아! 좋아! 이제 중국 통일은 물론 만주와 간도에 대한 고토 수복도 얼마 남지 않았군, 하하하”

중국 재통일과 만주 수복을 꿈꾸는 왕징위 주석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찬지 계속해서 얼굴에는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전쟁 패배로 인해 중국 내 모든 핵무기가 폐기된 상황에서 적어도 핵확산금지조약과 무관하고 핵무기급 위력의 플라즈마 폭탄만 완성된다면 3개월 내내 질질 끌고 있는 충칭을 둘러싼 중화민국과의 전쟁을 한순간에 승리로 끝낼 수 있었다. 또한, 대한민국과도 대등한 위치에서 만주를 두고 전쟁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이때 인터폰의 벨이 울리고 주석비서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주석님! 장예흥 국방부장이 방문했습니다.

“이 시간에?”

- 네, 지금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들어오라고 하게.”

- 네, 알겠습니다.

철컥!

주석실 문이 열리고 장예흥 국방부장이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다소 급한 상황이라 늦은 시간에 찾아왔습니다.”

“뭐 괜찮소. 회의 중이었으니까 말이야. 그래 무슨 일이오?”

“러시아로부터 상호군사조약에 따라 대한민국을 침공해달라는 정식 요청이 방금 도착했습니다.”

“러시아로부터?”

“네, 주석님!”

“음, 이렇게 빨리 요청할 줄이야.”

왕징위 주석은 24시를 기해 러시아의 대대적인 대한민국 침공에 대해서 사전에 알고 있었다. 또한, 군사상호보호조약을 빌미로 대한민국에 대한 침공 요청도 있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요청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

“러시아의 교전 상황이 좋지 않은 건가?”

“아마도 초반에 우리 신중국을 이용해 서부전선을 흔들어 한국 사방에서 압박하려는 작전인 듯합니다.”

“러시아놈들 역시 치밀하군. 음!”

왕징위 주석은 잠시 생각을 시간을 가졌다.

러시아와 상호군사보호조약을 맺을 당시와 지금의 신중국 상황은 확실히 달랐다. 플라즈마 폭탄은 물론 한국만이 운용하는 각가지 첨단무기를 신중국도 몇 개월만 지나면 보유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석님! 어쨌든 국가 간 조약인데 즉시 러시아에 확답을 주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천웨이팅 부주석이 자신의 소견을 말했다. 그러자 왕징위 주석이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천웨이팅 부주석을 바라보며 되물었다.

“어떤 확답을 말인가?”

“당연히 한국의 국경선에 대대적인 군사적 행동을 보여야지 않겠습니까?”

“쯧쯧! 네 그런 말 할 줄 알았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왕징위 주석의 냉담한 말에 이해 못 한 천웨이팅 부주석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묻자 슬금슬금 눈치를 보고 있던 신바이칭 대장이 끼어들었다.

“러시아는 이이제이(以夷制夷)를 펼치려는 듯합니다. 즉 우리 신중국을 단순히 전선 흔들기 용도로만 보는 거지요.”

“그렇지! 어찌 부주석은 신바이칭 보다 상황 판단을 못 하는가?”

“죄, 죄송합니다.”

“저런 친구를 부주석 자리에 논 내가 멍청한 거지 에휴~!”

여러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대놓고 핀잔을 받은 천웨이팅 부주석의 얼굴은 금세 홍당무가 되었다.

“신바이칭 대장! 자네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속하니 마음에 드는 말만 하는 신바이칭 대장에게 왕징위 주석이 물었다.

“러시아 요청에 지금 당장 군사적 움직임을 보이는 것보다는 최대한 시간을 끌고 기회를 봐서 대한민국 서만주에 대한 대대적 침공을 하는 게 어떤지 싶습니다. 또한, 상황이 된다면 산둥반도(동주)도 노려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그렇지! 내 생각과 딱 일치하는군. 한데 러시아에 뭐라 말하면서 시간을 끌어야 하나?”

왕징위 주석은 턱을 괴고는 핑곗거리를 찾았다.

“적어도 한 국가를 침공하려면 최소 수일에서 수십 일의 준비 시간이 필요합니다. 러시아에 이와 같은 이유로 시간을 끄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신바이칭 대장의 말들은 하나같이 왕징위 주석이 원하고 마음에 드는 답변들이었다.

“정답이야. 정답! 신바이칭 대장! 자네 아주 마음에 드는군”

흡족한 표정을 지은 왕징위 주석은 장예흥 국방부장에게 최종적인 지시를 내렸다.

“러시아에 전하게, 조약에 따라 즉시 군사적 행동을 취하고 싶으나 내부적인 전쟁 준비를 해야 하므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이야. 또한, 언제 준비가 끝날지는 정확한 날짜를 알 수 없다고 전하게.”

“네, 알겠습니다. 한데 과연 러시아가 그걸 믿을지······.”

“국방부장! 러시아 놈들이 믿고 안 믿고는 중요치 않아!”

“네, 알겠습니다.”

또다시 신바이칭 대장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주석님! 이번 기회를 잘만 활용한다면, 러시아를 역으로 이이제이(以夷制夷)해 두 국가의 국력을 쇠퇴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역이이제이(易以夷制夷)이 좋은 말이야. 하하하! 자네 말이야. 오늘부터 그냥 내 수석보좌관 역할을 하게.”

“앗 감사합니다. 주석님!”

입에 발린 소리로 한 번에 왕징위 주석의 수석보좌관이 된 신바이칭 대장은 겉으로는 의젓했지만,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다.

★ ★ ★

2023년 11월 25일 03:30,

남주 서울특별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현재 러시아와의 국경선 일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교전은 사전에 합동참모본부에서 준비한 대응 작전에 맞춰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합동참모본부가 신이 아닌 이상 모든 걸 예측하고 방비할 순 없었다. 바로 몽골 국경을 거쳐 침공한 동부군구 제29군 병력이었다.

외교부에서는 즉시 몽골 정부에 위와 같은 사실에 관해서 확인했다. 몽골 정부 측 답변은 자국의 승인 없이 불법적으로 국경선을 넘어 경유한 후 대한민국 국경선 일대로 전개했다는 답변이었다. 이에 러시아 정부에 정식으로 항의서한을 보낸 상태라고 했다.

예전 제1차 동북아 전쟁 당시에도 수세에 몰린 중국군 여러 사단이 몽골 정부의 승인 없이 몽골 영토로 퇴각한 적도 있었다. 한마디로 약소국의 비애였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타국에 대한 불법적 행위도 서슴없이 강행하는 강대국의 만행이었다.

미미한 군사력으로 자국의 국경선을 경계할 군대가 부족한 몽골은 이렇게 전쟁상황에서는 어느 국가든 마음대로 영토를 들락날락하는 환경이었다.

“29군 뒤에 36군 놈들이 뒤받치고 있었던 이유가 있었구만 기래”

러시아군의 모든 부대의 진공 현황을 한눈에 보여주는 스크린을 본 합참차장 윤기윤 대장이 이를 갈았다.

침공 전, 러시아군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확인했을 당시 동부군구의 제29군 뒤에 제36군이 뒤받치고 있던 부분에 대해서 약간의 의심을 하고 있었으나 크게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현재, 몽골 영토를 불법적으로 침투하여 우회한 제29군의 주공부대인 차량화보병사단 2개가 급기야 국경선을 돌파하고 내몽골자치주로 신속하게 전개 중이었다.

이에 국경선 일대를 경계하던 자치연방군 부대의 피해가 속출한 상태였다.

“그 부분을 놓친 작전본부의 책임입니다.”

작전본부장인 양민춘 중장이 책임을 느꼈는지 고개를 떨궜다.

“아니디요. 아니디요. 내래 양 중장보고 책임을 논하려는 게 아니디요. 내래 괜히 말한 거 같습네다. 괘념치 말라요.”

윤기윤 대장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맞네. 자네 책임이라고 할 수 있겠나? 모든 건 의장인 내 책임이지.”

신성용 합참의장까지 자신의 책임이라 말하자 윤기윤 대장은 어쩔 줄 몰라 했다.

“아! 합참의장님까지 왜 그러십네까? 미안하게끔”

“윤 대장! 자네가 미안 하라고 한 말이 아니네. 사실이 그렇지 않은가??”

“이거이 모르갔습네다. 전 이만 입을 닫겠습네다. 어쨌든 2차 대책은 마련했으끼니 말이디요.”

현재 내몽골자치주로 신속하게 전개하는 러시아 동부군구 제29군을 막기 위해 위쪽에서는 6군단 제65경갑보병사단(일몰)이 아래쪽에서는 6군단 제5기갑사단(열쇠)가 야지에서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로 서단으로 진공 중이었다.

조만간 제29군 중 전투서열 1위인 제11기갑사단을 비롯한 2개의 차량화보병사단과의 대대적인 교전이 벌어질 판이었다. 더불어 제29군 편제를 보면 다른 군보다 미사일 전력과 포병전력이 상당했다. 즉 제65경갑보병사단과 제5기갑사단은 교전 전부터 다량의 미사일과 포격을 받을 위험이 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