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94화 (394/605)

난제!

2023년 11월 25일 03:00,

남주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와대 국가위기상황센터 지하 벙커(회의실).

러시아의 대대적인 침공 직후 추은희 대통령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러시아의 불법적 군사 행동을 규탄하며 정식으로 개전을 선포하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국민은 대통령의 담화 발표를 시청했다. 오후부터 있었던 극동함대와의 해상전과 시시각각 러시아의 군사적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청와대 대변인의 지속적인 정보전달에 국민은 내심. 전쟁 발발의 위험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였는지 대부분 담담히 받아드렸다.

이러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대한민국 국군에 대한 믿음과 신뢰였다.

2년 전, 동북아 전쟁에서도 자국의 피해 없이 일방적으로 중국을 격파하고 일본까지 점령한 대한민국 국군의 신뢰가 없었다면 이런 분위기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추은희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 발표 후 곧바로 이곳 국가위기상황센터에서 현재 국경선 일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교전 상황을 하나하나 지켜본 후 우진길 교수 건과 관련한 보고에 잠시 회의실로 이동했다.

국가정보원장으로부터 30분 정도 대략적인 보고를 받은 추은희 대통령은 심통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래요. 우진길 교수는 시신은 언제쯤 한국으로 올 수 있나요?”

“태국 수사당국에 요청하여 오늘 오전이면 한국으로 올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잘 됐군요. 유족들 상심이 컸을 텐데 그나마 빨리 한국으로 데리고 올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추은희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이영진 원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문제는 유족들도 이번 기밀 유출 사건과 관련된 자들이라 구속이 불가피할 거 같습니다.”

“구속이라니요?”

“현행법상 SSS급 기밀문서 같은 경우 관련자 일체가 무기징역 이상입니다. 현재 국가총비상사태인 경우에는 사형까지도······.”

“이 원장님!”

추은희 대통령이 단호한 어조로 이영진 원장의 말을 끊었다.

“네, 대통령님!”

“우진길 교수는 국가를 위해 수년간 자신과 가족들의 삶을 희생해왔습니다. 왜 그분과 그 가족들이 왜 이런 고통을 받아야지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할 수 없는 질문에 당황한 이영진 원장이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국가의 책임이란 말입니다. 국가의 책임! 우진길 교수는 국가를 위해 자신의 모든 역량과 노력을 받쳐 플라즈마 연구에 매진했고 그 성과가 지금의 우리 대한민국을 만들었습니다. 만약 우진길 교수가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면 자살이라는 극단의 선택도 없었을 것이고 그 따님인 우진서 씨 또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한 살짜리 아이와 세 살짜리 아이를 2년 동안 그 악랄한 납치범들에게 볼모로 잡혀 하루하루 고통 속에 살아오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그 누가 그들에게 기밀을 유출한 범죄자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평소 인자한 표정과는 다르게 분노에 찬 대통령의 얼굴에 이영진 원장이 우물쭈물 대답하지 못하자 강현수 안보실장이 대신해 말을 꺼냈다.

“대통령님! 이번에 유출된 플라즈마 핵심기술은 현재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총화입니다. 만약 그 납치범들이 타 국가에 그 기밀을 넘긴다면 문제는 심각해집니다.”

“좋습니다. 그 유출된 플라즈마 핵심기술을 취득한 국가는 뭘 만들 수 있습니까?”

추은희 대통령이 굳었던 표정을 풀며 질문을 던지자 죄지은 사람처럼 끝쪽 자리에서 가만히 앉아있던 파르테논 연구소의 총 책임자인 이수진 소장이 입을 열었다.

“먼저 연구소 총 책임자로서 이번 일에 대해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아닙니다. 이 박사님 잘못이 아닙니다. 그것보다 현재 유출된 플라즈마 핵심기술로 타 국가에서 뭘 만들 수 있는지 쉽게 설명해 주세요.”

“네, 대통령님! 전문 용어 없이 쉽게 말씀드리겠습니다. 플라즈마 핵심기술로 가장 먼저 만들 수 있는 건 플라즈마 초광자 발전기입니다. 또한, 과학기술 수준이 높은 국가라면 응용기술을 바탕으로 첨단무기인 광자포와 각종 플라즈마 폭탄을 만들 수 있습니다. 레이저 무기 역시 포함됩니다.”

이수진 박사가 간단하게 풀어서 열거한 발전소와 첨단무기는 현재 지구상 오직 대한민국만이 만들 수 있었다.

“과학기술 수준이 높은 국가라고 하셨는데요. 예를 들어 국가 이름으로 말해줄 수 있나요?”

“네, 대통령님! 현재 기준으로 보자면 예전의 중국, 인도, 일본, 러시아, 미국, 그리고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국가 대부분입니다.”

“좋습니다. 그 국가들이 핵심기술을 취득했다 치고 초광자 발전소 나 각종 첨단무기는 몇 년 정도 걸려야 만들 수 있겠습니까?”

“제가 거론한 국가마다 과학기술의 수준이 다르겠지만, 미국이나 러시아는 2년 안으로, 나머지 국가는 2년에서 3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생각보다 빠르군요.”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라 인식한 추은희 대통령은 의자에 몸을 젖히며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절레거렸다.

“대통령님! 이번에 플라즈마 핵심기술은 건물 설계도라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르실 겁니다.”

“건물 설계도라······. 그렇군요. 쉽게 설명해 주니 이해하기 쉽군요. 그래서 말인데, 그 납치범들의 정체는 확인하고 있습니까?”

“네, 현재 모든 부서가 총동원되어 파악 중입니다.”

이영진 원장의 대답과 동시에 임종원 비서실장이 걱정된 표정을 지으며 한탄하듯 말했다.

“타 국가에 그 기술정보를 팔아먹기 전에 잡아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비서실장님은 그 납치범들이 단순 돈을 목적으로 그런 짓을 벌였다고 생각하나요?”

강현수 안보실장의 뜬금없는 질문에 비서실장은 ‘그렇지 않냐’라는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아닙니까?”

“네,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진길 교수의 정체는 대한민국에서도 S급 보안입니다. 일반적인 납치범들이 그런 정보는 절대 알 수 없지요. 그래서 말인데 적어도 그 납치범들은 우리 대한민국을 시기하는 국가의 특수요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강현수 안보실장의 말에 대통령을 비롯한 여러 관료는 저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안보실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정보분석실에서도 그 납치범들이 한 국가의 정보요원일 확률이 크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이영진 원장이 강현수 안보실장의 말을 거들었다.

“현재 홍콩에 파견된 대외정보국 요원들에게 홍콩에서 활동하는 모든 국가의 정보조직을 파헤치라는 지시를 내린 상태입니다.”

“만약 두 분의 말대로 타 국가의 정보조직에서 꾸민 일이라면 문제는 더 심각할 수 있습니다.”

대화에 끼어든 이수진 박사에게 모든 시선이 모였다. 그리고 이영진 원장의 질문이 이어졌다.

“더 심각하다니요?”

“만약 납치범들이 국제범죄조직이라면 그동안 우진길 교수로부터 빼돌린 정보를 그대로 갖고 있다가 완성된 정보를 타 국가에 팔려고 했겠지요. 하지만 만약 두 분말대로 한 국가의 정보조직이 꾸몄다면 그동안 빼돌린 정보를 가지고 지속해서 연구와 개발을 진행했을 것입니다.”

“이 박사님! 그렇다면 아까 타 국가에서 2년에서 3년이 걸린 연구가 처음 빼돌린 정보를 기초로 시작했다면 앞으로 1년도 안 되어 뭔가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는 거지요?”

이영진 원장은 자신이 말하면서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네, 맞습니다. 적어도 플라즈마 폭탄 같은 경우는 3개월이면, 아니 그 전에도 만들 수 있습니다.”

이수진 박사의 말에 회의실의 모든 사람은 기겁하듯 놀랬다.

“이 원장님!”

“네, 대통령님!”

“흉악한 납치범인지 아니면 정말 타 국가의 정보조직인지 무조건 잡으세요. 어떤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서라도 꼭 잡아야 합니다. 또한. 핵심기술 역시 꼭 회수해야 합니다.”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지자 추은희 대통령은 눈에 힘을 주며 이영진 원장에게 지시하듯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꼭 해결하겠습니다.”

이때, 회의실 인터폰이 울리고 비서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삐이익! 삐이익!

- 대통령님! 국방부 장관께서 뵙기를 청합니다.

“들어오라고 하세요.”

- 네, 알겠습니다.

잠시 후 회의실 문이 열리고 강이식 장관이 들어왔다.

상황실에서 급히 뛰어 왔는지 거친 호흡을 가다듬은 강이식 장관은 대통령에게 다가갔다. 이에 다들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뭔 문제가 생겼나 하는 눈빛으로 강이식 장관을 바라봤다.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큰 문제라도 터졌습니까?”

강현수 안보실장이 어정쩡한 자세로 일어나 물었다.

“아, 아닙니다. 러시아 쪽이 아니라 쿠르디스탄 쪽입니다.”

“쿠르디스탄요? 그쪽에 무슨 문제인가요?”

“현재 쿠르디스탄 30여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인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했습니다.”

자살폭탄테러라는 말에 깜짝 놀란 대통령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추가 질문을 던졌다.

“아니, 자살폭탄테러라니요? 인명 피해는요?”

“현재 확실하지는 않지만 알려온 정보로는 사상자가 무려 5천여 명이 넘는다는 피스부대 사령관으로부터 보고입니다.”

“오, 오천여 명이나? 피스부대 피해는 있습니까?”

“다행히 피스부대의 피해는 없습니다. 대부분이 쿠르디스탄 시민입니다. 키르쿠크 점령을 기념하고자 수많은 인파가 광장과 길거리에 나와 각종 행사와 행렬을 하던 중에 생긴 자살폭탄테러라 시민들의 인명 피해가 컸습니다.”

대통령은 소파에 철퍼덕 앉고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런, 이런, 쿠르디스탄 독립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요.”

대통령이 탄식하는 사이 강현수 안보실장이 추가 질문을 던졌다.

“테러 배후는 밝혀졌습니까?”

“현재 피스부대 정보부대에서 쿠르디스탄 수사당국과 함께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지만 테러 방식으로 보자면 IS나 무장단체의 소행으로 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쿠르디스탄 정부 쪽에서는 이란과 이라크 정부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란과 이라크요?”

“네, 현재 이란과 이라크는 대외적으로 군사적 움직임은 멈춘 상태입니다. 즉 더는 군사적 위협으로 우리 피스부대를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거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쿠르디스탄 공화국의 독립을 인정한 건 아닙니다. 이에 가망 없는 전쟁은 잠시 미루고 대신 지속적인 테러를 발생시켜 내부적 동요를 일으키려는 의도가 아닌지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필 러시아와 전쟁이 발발한 시점인 오늘인지······.”

임종원 비서실장이 말끝을 흐리며 인상을 쓰자 이영진 원장이 자신도 모르게 툭 하니 말을 내뱉었다.

“혹, 러시아의 사주가 아닐까요?”

순간, 모든 시선이 이영진 원장으로 쏠렸다. 이에 그렇게 생각이 든 이유를 말했다.

“아! 그것이 약속이나 한 듯 러시아와 전쟁이 시작되고 바로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했기에 말해본 겁니다.”

“듣고 보니, 러시아가 배후일 수도 있겠군요.”

이영진 원장의 말에 일리가 있었는지 추은희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특히 러시아는 이란에 각종 최신 무기를 제공하며 쿠르디스탄 공화국의 독립을 방해하지 않았습니까? 대외적으로 쿠르디스탄에 혼란을 일으켜 러시아와의 전쟁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로 말입니다.”

이영진 원장의 부가적인 설명이 이어지자 다들 수긍하는 눈빛이었다.

“만약 러시아 정부가 배후라면 오늘을 위해 정말 많은 준비를 하듯 합니다. 혹, 플라즈마 핵심기술 유출도 러시아 짓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드는군요.”

강현수 안보실장이 모든 사건에 러시아가 있지 않겠냐는 추론을 냈다.

“플라즈마 핵심기술이라요? 그게 무슨 말인가요?”

아직 정보 공유가 안 된 강이식 장관이 호기심에 챈 얼굴로 묻자 강현수 안보실장이 대답했다.

“아 강 장관! 그건 아침에 있을 NSC 회의에서 얘기할걸세”

“아, 네, 알겠습니다.”

“러시아와의 전쟁에 집중할 판에 여러 난제가 산적해지는 느낌입니다. 일단, 플라즈마 핵심기술과 쿠르디스탄 문제는 금일 오전 NSC 회의에서 대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합시다. 다른 보고는 없지요?”

“네, 대통령님!”

“좋아요. 플라즈마 건과 관련해서는 소소한 것도 좋으니 계속해서 보고해 주시고요. 자 이만 끝내고 상황실로 올라갑시다.”

추은희 대통령이 자리에서 다시 일어서자 나머지 관료들과 이수진 박사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그리고 강 장관님은 상황실에 올라가면 러시아와의 현재 상황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 좀 해주세요.”

이때 대통령의 건강이 걱정된 비서실장이 중간에 끼어들고는 말했다.

“대통령님! 러시아와의 전쟁은 합참에 맡겨두시고 잠시 쉬시지요. 오전에 NSC 회의를 하시려면 말입니다.”

“비서실장! 국민도 전쟁 발발에 잠 못 이룰 텐데 쉬다니요? 며칠 잠 안 잔다고 죽지 않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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