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92화 (392/605)

전면전

2023년 11월 25일 01:20,

북만주 북강도 제38기계화경계사단(금강) 북동단 국경선 GOP 제5-13 섹터로부터 남서단 후방 30km 지점.

사족 다리로 중심을 잡고 양쪽에 달린 흑룡 미사일 발사관을 벌린 채 각자 할당된 감시 방향을 주시하는 C-1000 해태 로봇은 대공 경보가 울리자 상체를 하늘로 치켜들었다.

그리고는 이내 12mm 레이저 벌컨에서 빛줄기를 뿌려댔다.

콰앙아! 콰앙! 콰앙!

51대의 C-1000 해태 로봇은 멀티 네트워크로 연결된 상태로 날아오는 적 포탄을 요격했다.

아무래도 100경계대대가 집결한 상태로 방어진지를 구축한 것을 정찰하고 포격한 듯했다.

제57차량화보병사단 소속의 각 포병대대가 포격하는 즉시 제38기계화경계사단의 직할 포병부대에서도 대포병 포격을 가했다.

사방 곳곳에서 포격음이 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하늘을 가르는 천둥소리가 울려댔다.

C-1000 해태 로봇의 12mm 레이저 벌컨 빔은 물론 중대본부의 대공 담당인 K-30A2 비호에서 2문의 6열 레이저 벌컨 빔이 하늘을 벌집 쑤시듯 화려한 빛줄기를 수놓자 100경계대대를 향해 떨어지는 적 포탄은 몇 발밖에 되지 않았다.

60여 문에 달하는 레이저 벌컨 빔의 대공 화망은 매우 정교하고 단단했다.

또한, 몇 분간 집중포화를 날린 러시아 포병부대는 한국 포병부대의 즉각적인 대포병 사격에 포탄을 뒤집어쓰고는 큰 피해를 보자 포격을 멈추고 즉시 진지를 이탈했다.

신속하고 정확한 한국군의 대포병 사격에 별다른 성과 없이 포병전력만 손실을 보자 제57차량화보병사단 지휘본부에서는 제234차량화보병연대에 100경계대대를 향한 긴급 진공 명령을 내렸다.

눈밭 위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제234차량화보병연대의 전차와 장갑차는 야지에서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로 내달리며 100경계대대와의 거리를 좁혀갔다.

각가지 발광체로 모니터에 내비친 제234차량화보병연대의 장갑차와 전차 그리고 후방에서 뒤따라오는 각종 장갑차의 수량에 C-1100 콘솔장갑차의 조종 오퍼레이터들은 침을 꿀꺽 삼키며 하나둘 표적 지정에 들어갔다.

어느덧 10km까지 제234차량화보병연대의 전차와 장갑차가 진입하자 대대장 나상원 중령의 공격 명령이 떨어졌다.

방금전까지 하늘을 향해 수많은 빛줄기를 뿌렸던 C-1000 해태 로봇은 이내 전방을 향해 40mm 로켓탄을 퍼부었다.

빠바바바방! 빠빠빠바아앙! 빠방! 빠바바바방!

경쾌한 소리와 함께 40mm 로켓탄이 포물선을 그으며 날아갔다. 1차 공격으로 C-1000 해태 로봇은 40mm 로켓탄을 무려 816발이 발사했다. 16연장 발사관을 완전히 비워버렸다.

2번까지 탄 공급 없이 자체적으로 재장전이 가능한 C-1000 해태 로봇은 특유의 기계음을 내며 16연장 발사관에 재장전 절차에 들어갔고 20초도 안 되어 재장전이 끝났다.

한편, 기동 중인 제234차량화보병연대의 전차와 장갑차 상공에 수백 발의 40mm 로켓탄이 착탄 했다.

콰앙! 콰아앙아! 콰앙아! 쾅아앙!

후방에서 기동하는 제234차량화보병연대의 예하 부대에도 적 포탄을 요격할 수 있는 최신형 2S6M-II 퉁구스카나 ZSU-23-4 실카 같은 자주대공포가 있었지만, 구경이 40mm밖에 되지 않은 어린이 팔뚝 한만 크기의 로켓탄을 요격할 능력은 없었다.

마치 하늘에서 수백 발의 폭탄이 떨어지듯 축구장 10개 넓이의 지역을 지독한 화약 냄새가 진동하는 곳으로 만들었다.

제57차량화보병사단의 주 장갑차인 BMP-3M 보병전투차(IFV) 여러 대가 기동을 멈추고 시꺼먼 연기를 내뿜으며 주저앉았다. 대체로 장갑이 얇은 상단 부위에 직격당하자 피격된 듯했다.

하지만 착탄 한 로켓탄의 수에 비하면 피격된 장갑차는 120대 중 10여 대에 불가했다.

슈우우우웅~ 슈우우우웅~

또 한 차례 40mm 로켓탄이 날아왔다.

쿠앙! 콰아앙! 콰앙! 콰아아앙!

사방에서 흙기둥이 솟구치고 불꽃이 튀었다. 이번에도 피격된 BMP-3M 보병전투차(IFV)는 12대였고 연대 직할 전차중대 소속의 T-90AM 전차 한 대가 각종 광학장비가 손상되자 기동을 멈추고 말았다.

하지만 나머지 53대의 T-90AM 전차와 93대의 BMP-3M 보병전투차(IFV)는 계속해서 진공했다.

두 차례의 40mm 로켓탄을 발사한 C-1000 해태 로봇은 이제 50mm 다중목적복합탄인 흑룡 미사일을 발사하기 위해 9연장(3*3) 발사관을 좌우로 벌렸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마치 로보캅 영화에서 나왔던 ED-209와 매우 흡사한 외형인 C-1000 해태 로봇은 단지 2족이 아닌 4족을 쓰는 병기라는 점이었다.

러시아의 T-90AM 전차들도 전차포 유효사거리인 5km 안까지 진입하자 기다란 포신을 움직이며 100경계대대를 향해 전차포를 쏘려 했다.

쿠앙! 쿠앙! 쿠앙!

9연장 발사관에서 50mm 흑룡 미사일이 연달아 발사됐다. 해태 로봇 1대 당 3발의 흑룡 미사일이 발사관을 빠져나가 T-90AM 전차로 날아갔다.

153발에 달하는 흑룡 미사일은 순식간에 날아가 T-90AM 전차를 덮치려 했다. 하지만, T-90AM 전차에서는 대전차유도탄을 감지하고 즉시 적외선 방사 장치를 통해 강력한 적외선이 방출했다. 이에 교란당한 흑룡 미사일 여러 기가 표적을 잃고는 눈밭에 착탄 하며 폭발했다.

쾅앙! 콰앙!

그렇다고 모든 흑룡 미사일을 교란할 순 없었다. 강력한 적외선으로부터 살아남은 흑룡 미사일은 표적으로 삼았던 T-90AM 전차의 포탑에 그대로 꽂혔다.

쿠앙! 쾅!

두 번의 폭발음이 울렸다. 흑룡 미사일에 포탑 정면을 얻어맞은 T-90AM 전차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계속해서 기동했다.

2중 복합장갑 구조에 반응장갑을 덕지덕지 장착한 T-90AM 전차는 흑룡 미사일의 관통자를 튕겨냈다.

T-90 전차의 최신개량 버전인 T-90AM 전차는 T-14 아르마타 전차에 장착한 주포와 동일한 2A82-1M 주포로 교체되어 4세급의 모든 전차를 피격할 수 있으며 말라히트 반응장갑은 열화우라늄 탄자까지 튕겨낼 수 있다고 선전한 적도 있었다.

방금 흑룡 미사일의 관통자를 튕겨낸 것으로 보자면 그 선전이 과장은 아니었다.

153발에 달하는 흑룡 미사일은 11대의 T-90AM 전차를 격파하고 후방에서 기동하는 BMP-3M 보병전투차(IFV) 50여 대를 격파했다.

붉은 화염이 춤을 추고 시꺼먼 연기를 뿜어내는 장갑차들이 눈밭 위의 흉물스러운 장식품으로 남겨졌다.

제234차량화보병연대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유효사거리 5km까지 진입한 T-90AM 전차들은 일제히 주포에서 불을 뿜었다.

퍼엉! 퍼엉! 퍼엉!

125mm 활강포에서 불이 뿜어져 나올 때마다 기동 간에도 T-90AM 전차는 들썩였다.

피이이잉! 피피피핑!

1,980m/s의 포구초속으로 공기를 가르며 일직 선상으로 날아간 대전차고폭탄( HEAT)이 해태 로봇에 적중했다.

콰앙!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한쪽 다리가 날아간 해태 로봇은 중심을 잃고는 상체를 바닥에 처박고 말았다.

“705호 피, 피격!”

“조종 불가인가?”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705호 조종 오퍼레이터는 두 개의 조종기를 잡고 이리저리 당겨보고 밀어봤다. 하지만 705호 해태는 꿈쩍하지 않았다.

“아! 자세제어 장치가 나간 듯합니다. 운용 불가입니다.”

705호 오퍼레이터는 주먹으로 콘솔을 치며 고개를 젖혔다.

애마이기도 한 자신의 해태 로봇이 볼썽사납게 상체를 땅에 척박은 게 은근 화난 듯했다.

“어쩔 수 없지! 705호 오퍼레이터들은 기동전투장갑차로 이동한다.”

“네, 알겠습니다.”

C-1000 해태 로봇의 오퍼레이터 TO는 총 4명이었다. 평상시 경계 임무 시에는 4명이 하루 6시간 돌아가며 모니터링 및 수동으로 전환하여 감시 임무를 섰다. 지금처럼 전시의 교전 시에는 계급이 가장 높은 사수와 부사수가 돌아가며 조종을 하고 나머지 2명은 기동 경갑기동분대원으로 편입되는 형식이었다.

본격적인 T-90AM 전차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125mm 활강포는 물론 포탑 우측엔 장착된 2연장 대전차유도탄(ATGM) 발사관에서 9K123 흐리잔테마의 개량형인 9K225 프로쉬나크노가 발사했다.

무게 20kg에 사정거리가 4,000~5,000m인 9K225 프로쉬나크노는 이전 모델보다 사거리와 명중률이 향상되었고 비교적 소형·경량이어서 운반하기가 쉬웠다. 유도방식에 따라 수동식 유선유도, 반자동식 유선유도, 자동식 무선유도로 구분할 수 있다.

자동식 무선유도방식으로 날아간 30여 발의 9K225 프로쉬나크노는 강력한 SECM(전파교란시스템)의 교란전파를 받고도 그대로 밀고 들어와 여러 대의 해태 로봇을 폭발시켰다.

상체 전체가 날아가 4족 다리만 엉성하게 남은 채로 검붉은 화염을 토해내며 서서히 주저앉은 611호 해태 로봇! 운 좋게 오른쪽 흑룡 미사일 발사관만 날아가 부분적인 작동을 하면서 12mm 레이저 벌컨을 뿌리는 603호 해태 로봇! 4족 다리 모두 파괴되어 상체만 덩그러니 바닥에 나뒹구는 511호 해태 로봇!

T-90AM 전차에서 발사한 9K225 프로쉬나크노 대전차유도탄(ATGM)의 성능은 매우 우수했다.

각 소대 콘솔장갑차로부터 해태 로봇의 피격 보고가 통신망을 타고 계속해서 이어지자 나상원 중령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어졌다.

해태 로봇만으로 운용하는 대대방어전술 같은 경우 강력한 공격력과 방호력을 갖춘 기갑전력을 상대하기에는 다소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든 나상원 중령은 통신망 수화기를 들었다.

“지금부터 해태 운용 오퍼레이터들은 소대별로 적 전차를 표적으로 설정하고 12mm 레이저 벌컨으로 반응장갑을 노린다. 또한, 기동중대와 소대 기동타격대도 출격한다. 이상”

대대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소대 오퍼레이터들은 하나의 T-90AM 전차에 12mm 레이저 벌컨을 집중적으로 사격했다.

적게는 4개에서 많게는 6개의 붉은 빛줄기가 가장 앞서서 전차포를 날리며 다가오는 T-90AM 전차에 뿌려졌다.

파파팍! 파파팍! 파팍! 파파파팍!

콰앙! 쾅! 콰콰쾅! 콰앙!

스파크가 사방으로 튀기며 크고 작은 폭발이 일어났다. 12mm 레이저 벌컨 빔으로 T-90AM 전차의 2중 복합장갑은 뚫을 순 없어도 반응장갑은 걸레로 만들기 충분했다.

순식간에 여러 대의 T-90AM 전차는 발겨 벗겨지듯 빼곡히 장착했던 반응장갑들이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모두 폭발하자, 좌·우측에서 기동을 시작한 C-23P 현무 기동전투장갑차들이 빠른 기동력을 바탕으로 50mm 광자포를 발사했다.

쭈웅! 쭈웅!

C-3 백호 전차의 100mm 광자포 보다는 위력은 약했지만, 반응장갑이 없는 측면쪽이나 캐터필러 정도는 충분히 피격시켰다.

여러 발의 광자포 입자가 지상과 수평을 이루며 순식간에 T-90AM 전차의 측면장갑을 파고들고는 폭발했다.

콰쾅! 콰앙!

거침없이 돌격하던 선두 그룹의 T-90AM 전차들이 크고 작은 유폭을 일으키더니 이내 시꺼먼 연기를 흩날리며 기다란 포신을 땅바닥에 떨구고는 기동을 멈췄다.

이제 남은 러시아 전차는 20여 대!

여러 대의 해태 로봇이 적 전차 한 대에 집중적으로 12mm 레이저 벌컨 빔을 뿌리고 그에 맞춰 C-23P 현무 기동전투장갑차가 50mm 광자포를 발사하는 전략을 펼치자 교전 양상은 금세 바뀌었다. 초반 100경계대대를 위협했던 T-90AM 전차 수가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이제 좌우로 회피기동을 펼치며 활강포에서 불을 뿜던 T-90AM 전차는 이제 고작 9대밖에 남지 않았다. 초반 고전을 면치 못했던 100경계대대는 서서히 승기를 잡아갔다.

몸빵 역할을 하던 아군의 전차들이 하나둘 붉은 화염에 휩싸인 채로 기동을 멈추자 뒤따라오던 BMP-3M 보병전투차(IFV)들이 속도를 늦추고는 우왕좌왕했다. 이때를 놓칠세라 살아남은 해태 로봇 39대는 가지고 있는 모든 화력을 한꺼번에 쏟아부었다.

또한, 10여 대의 C-23P 현무 기동전투장갑차들 역시 현란한 기동을 펼치며 정확하고 신속하게 적 장갑차 측면에 광자포의 붉은 입자를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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