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86화 (386/605)

불타는 북동해

2023년 11월 24일 15:40,

동해 북위 43° 1'17.06" 동경 139°23'53.69" 공해상(제7기동전단).

“14번 표적 요격 성공! 25번 요격 실패! 17번 요격 성공! 현재 본 함에 할당된 적 대함미사일에 대해 총 17기 중 9기 요격 성공! 이중 킨잘 미사일은 5기입니다.”

슈우우웅! 슈우우웅!

1차 요격 실패 후 자동요격시스템에 의해 광해군함(DDG-1001)을 비롯한 나머지 5척의 호큘라 구축함의 K-VLS3(수직발사대)에서 다시 한번 GTAS- 300 해천룡 함대공미사일이 날아갔다.

‘일단 킨잘만 잡으면 된다.’

지금까지 느끼지 못한 강한 압박감이 밀려왔다.

안형균 제독은 마음속으로 계속 이 말만 중얼거렸다. 그리고 양 귀는 오퍼레이터의 보고 소리에 집중했고 눈의 시선은 전술 스크린에 못 박히듯 고정했다.

각양각색의 선들이 정신없이 서로를 향해 그어지고는 하나둘 껌벅거리더니 이내 사라지고 또다시 새로운 선들이 그어지면 그에 따른 세부정보가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전술 스크린 실시간으로 모든 정보를 표현하고 있었다.

충무공이순신급 중순양함을 제외하고 이 시대 최강의 구축함으로 평가받는 호큘라 구축함은 천문학적인 금액의 각종 대함미사일을 발사하는 러시아로 인해 2년 전 동북아 전쟁에도 겪어보지 못한 위기상황에 직면했다.

쇄에에에엥~ 콰앙!

마하 10에 달하는 KH-47M2 킨잘 대함미사일과 마하 10에 달하는 GTAS-300 해천룡 함대공미사일이 충돌했다. 탄두의 폭약은 제쳐 두고 상대성 속도에 따른 양측의 미사일 충돌 그 자체만으로 산산조각이 나버리며 폭발했다.

또 다른 GTAS-300 해천룡 함대공미사일 1기가 KH-47M2 킨잘 대함미사일을 요격하지 못하고 빗겨나고 말았다. 다시금 선회하여 2차 요격을 시도하려 했지만, 속도가 비슷한 미사일끼리는 가망 없었다. 크게 선회하여 재차 요격하려 해도 요격 대상의 미사일은 벌써 사라지고 없었다.

이렇듯 마하 10으로 날아오는 대함미사일을 요격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2차 요격 결과 보고합니다. 본 함에 할당된 표적 9기 중! 5기 요격 성공! 요격 실패한 미사일은 킨잘 2기! 부랴 1기! 오닉스 1기입니다.”

요격에 실패한 미사일 중 킨잘이 2기나 포함되어 있다는 보고에 안형균 제독이 두 주먹을 불끈 줬다.

“타 함 상황도 보고”

“네, 현재 명종대왕함 할당 표적 10기 중 5기 요격 성공! 나머지 5기는 킨잘 2기,부랴 1기! 오닉스 1기! 효종대왕함 할당 표적 11기 중 7기 요격! 나머지 4기는 킨잘 1기, 오닉스 3기! 숙종대왕함 할당 표적 8기 중 6기 요격 성공! 나머지 킨잘 1기, 부랴 2기, 오닉스 1기! 영조대왕함! 할당 표적 9기 중! 6기 요격 성공! 나머지 뷰라 2기, 오닉스 1기! 정조대왕함 할당 표적 10기 중 6기 요격 성공, 나머지 킨잘 1기, 부랴 3기입니다.”

오퍼레이터는 랩 하듯 2차 요격 결과물에 대해 따발총처럼 내뱉었다.

“킨잘 미사일이 7기나 살았군,”

“자동요격시스템 근접방어체제로 전환 했습······. 앗! 정조대왕함에 할당된 킨잘 1기,

명종대왕함에게 할당된 킨잘 1기, 숙종대왕함에 할당된 킨잘 1기 요격되었습니다.”

“무슨 소린가?”

갑작스러운 추가 요격 보고에 전술통제관이 의아한 표정으로 재차 물었다.

“어디서 요격했다는 건가?”

“그것이······. 아! 태조대왕함입니다.”

“3함대 태조대왕함?”

“네, 태조대왕함에서 요격한 듯합니다.”

북주 청진으로부터 동단 535km 해상에서 대기하던 제3함대는 제7기동전단이 극동함대와 해상전이 시작되면 그대로 북진하여 극동함대의 오른쪽 측면을 공격하기로 사전에 작전 안이 수립되어 있었다.

하지만, 생각 이상으로 극동함대까지 제7기동전단에 짧은 시간에 괴멸되면서 제3함대의 역할은 사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러시아가 다양한 투발 수단으로 대량의 대함미사일을 제7기동전단에 발사하자 제3함대에서 유일하게 사거리가 320km에 달하는 해천룡 미사일을 무장한 호큘라 구축함인 태조대왕함에서 12기의 해천룡 미사일로 요격 지원을 했다.

거리가 너무나 멀다 보니 지원 요격은 단 한 번뿐이었다. 이에 가장 위험도가 높은 킨잘 미사일에만 총 20기의 해천룡 미사일을 발사했다.

“다행이군! 그렇다면 이제 킨잘은 이제 4기뿐이다.”

이때! 호큘라 구축함 6척에서 동시다발적으로 155mm 하페르 K-1 함포에서 사거리 150km에 달하는 플라즈마 확산탄이 발사되었다.

빠방! 빠방! 빠방! 빠방! 빠방! 빠방!

1발 당 오백만 원짜리 플라즈마 확산탄이 비스듬한 포물선을 그으며 해당 표적 상공으로 날아갔다.

마하 8 이상으로 날아가는 플라즈마 확산탄은 거리가 거리인 만큼 도달하는 시간은 50여 초! 러시아 대함미사일이 제7기동전단에 착탄 하는 시간과 비슷했다.

3차 요격을 하기엔 시간상 애매했던지 호큘라 슈퍼컴퓨터는 바로 근접방어체제로 전환하여 Shield-M 단거리 대공미사일의 요격 시간을 길게 가는 거로 결정했다.

호큘라 구축함 6척 모두 함교 상단의 16연장 발사관에서 Shield-M 단거리 대공미사일 시간 가격을 두고 차례대로 발사했다.

요격 실패를 염려해두고 표적당 3기의 Shield-M 단거리 대공미사일이 5초 간격으로 줄지어 날아갔다.

쿠앙! 콰앙! 쾅아!

또 한차례 상공에서 불꽃 향연이 이어졌다.

“요격 결과 종합적으로 보고해!”

김혁민 전술통제관 역시 밀려오는 압박감에 식은땀을 흘리며 스크린을 주시했다. 마음속으로는 모든 붉은 점들이 화면에서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말이다.

하지만, 오퍼레이터의 보고와 스크린의 붉은 점은 그의 바람을 저버렸다.

“총 19기 중! 17기 요격 성공!”

“2기는 뭔가?”

“킨잘입니다.”

역시나 KH-47M2 킨잘 대함미사일은 3중의 Shield-M 단거리 대공미사일 요격 화망을 뚫고 말았다. 재차 16연장 발사관에서 Shield-M 단거리 대공미사일이 발사됐다.

쿠와아아앙~ 쿠와아아앙~ 쿠와아아앙~ 쿠와아아앙~

“쉴드 엠 미사일 총 16기 발사되었습니다.”

“도달까지 앞으로 26초!”

“표적은 어딘가?”

“아! 본 함과 효종대왕함입니다.”

일순간 광해함(DDG-1001) 전투지휘실의 승조원들은 얼굴은 마치 저승사자를 본듯한 표정을 지으며 탄식했다. 아마 또 다른 표적인 효종대왕함(DDG-1003)의 승조원들도 같은 표정이었을 것이다.

“본 함 도달까지 앞으로 23초!, 22초! 21초! 20초! 19초! 18초!”

“1번 요격 미사일 요격 실패! 2번 요격 미사일 요격 실패! 3번 요격 실패! 4번 요격 미사일 요······. 성공! 성공! 요격 성공!”

“와!”

“효종대왕함은?”

다급한 목소리로 김혁민 전술통제관이 물었다.

“아! 쉴드 엠 미사일 요격 모두 실패했습니다. 라스트 샷 가동됩니다.”

오퍼레이터의 안타까운 보고와 동시에 총 12문의 22mm 라스트 샷 레이저 벌컨이 마지막 KH-47M2 킨잘 대함미사일을 향해 빛줄기를 뿌렸다.

12개의 빛줄기가 무서운 속도로 날아오는 KH-47M2 킨잘 대함미사일에 집중했다.

“효종대왕함에 도달까지 앞으로 13초! 12초! 11초!”

죽음의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었다.

그 시각 하페르 K-1 함포에서 발사한 플라즈마 확산탄 6발은 정확히 표적 상공까지 날아가 폭발했다.

쿠앙!

어른 엄지만 한 크기의 파편이 반경 25m에 달하는 해수면을 빈틈없이 덮쳤다.

파파팟! 파팟!

이에 바다 위에서 기다란 레이더로 제7기동전단 구축함을 탐지하던 ‘아이온 글럼’ 역시 쏟아지는 파편에 레이더 기둥은 파괴되었다. 폭발은 아니지만 각 면에 전자파를 송수신하는 소자가 손상되면서 더는 레이더로서 기능을 상실했다.

“효종대왕함 도달까지 앞으로 8초!”

KH-47M2 킨잘 대함미사일은 서서히 고도를 낮추며 효종대왕함(DDG-1003)을 향해 돌진했다.

“효종대왕함 도달까지 앞으로 7초!”

심장이 멎을듯한 중압감이 광해함(DDG-1001)의 전투지휘실을 짓눌렀다. 숨죽이며 요격 성공이라는 오퍼레이터의 보고를 듣고 싶었지만, 현재 요격 현황을 관찰하는 오퍼레이터의 입은 굳게 닫혀 있었다.

“효종대왕함 도달까지 앞으로 6초!”

“SECM 방해 전파는 최대출력인가?”

어련히 호큘라 슈퍼컴퓨터가 알아서 출력을 최대치로 올렸겠지만, 안형균 제독은 노파심에 물었다.

“네, 현재 출력 100%로 전파 교란 중입니다.”

그 시각, 가장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효종대왕함(DDG-1003)은 긴급히 침로를 변경했다.

효종대왕함(DDG-1003) 호큘라 슈퍼컴퓨터는 해 볼 수 있는 건 다 해보려는 듯했다.

급격한 침로 변경에 우측으로 선회하는 효종대왕함(DDG-1003)이 급격히 기울어졌다.

“도, 도달까지 앞으로 4초! 3초! 2초!”

끝내 라스트 샷 레이저 벌컨은 KH-47M2 킨잘 대함미사일을 끝내 요격하지 못했다.

“도달까지 1초!”

쿠와아앙! 푸악!

귀청을 찢을듯한 폭발음과 함께 거대한 물기둥이 수십 미터나 솟구쳤다.

★ ★ ★

2023년 11월 24일 15:55

태국 방콕시 시암지구 번화가.

우진길 교수가 명품가방을 사고 경호원 2명과 함께 가게에서 나가고 10분이 지난 시간, 스포츠머리에 검은 정장 차림의 사내가 명품가방 가게에 들어왔다.

딱 봐도 한눈에 심상치 않을 사람들이라는 걸 알 수 있는 차림새와 머리 스타일, 그리고 험악한 표정도 역시 한몫했다.

사내는 곧바로 점원 앞으로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뭔가를 말했다. 태국말이 아닌 북경어였다.

점원은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안쪽 사무실로 들어가더니 이내 빨간 명품가방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는 점원은 눈짓으로 가방 안을 가리켰다.

그 가방은 10분 전, 우진길 교수가 진열장에서 꺼내 들어 경호원의 눈을 피해 마이크로칩 게이스를 집어넣은 가방이었다.

사내는 손님 없는 가게임에도 주변을 한번 둘러보고는 가방 안쪽을 살폈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점원은 쇼핑백에 빨간 가방을 담아 다시 사내에게 건넸다. 사내는 결재도 하지 않고 그대로 쇼핑백을 들고 가게를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도로 건너편에 검게 선팅된 은색 세단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내는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며 도로를 건너 이내 은색 세단 뒷좌석에 탔다. 그리고는 이내 쇼핑백에서 빨간 가방을 꺼내 가방 안을 뒤졌다.

사내의 손에 들려 나온 건 조그마한 마이크로칩 케이스였다. 마이크로칩 케이스를 열자 스마트폰 유심칩이 들어있었다.

사내는 즉시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기존 유심칩을 버리고 마이크로칩 케이스에서 꺼낸 유심칩을 끼워 넣었다.

잠시 후 스마트폰 전원을 켜고는 사내는 능숙하게 뭔가를 실행했다. 그리고는 몇 가지를 확인하더니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보였다. 얼굴 인상과 어울리지 않은 미소였다.

이때 조수석에 있던 다른 사내가 물었다.

“물건 확보되었습니까?”

사내는 고개를 끄덕이는 거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자 조수석 사내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는 짧게 말했다.

“물건 확보 이상!”

조수석 사내가 짧게 통화하는 동안 뒷좌석 사내는 스마트폰을 안쪽 주머니에 넣고는 북경어로 말했다.

“공항으로!”

“네, 알겠습니다.”

조수석의 사내가 대답을 하자 운전석에 있던 사내가 바로 시동을 켰고 은색 세단은 돈므앙 국제공항과 연결된 도로를 탔다.

그들의 정체는 신중국의 비밀첩보부서인 흑호대 요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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