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85화 (385/605)

불타는 북동해

2023년 11월 24일 15:40,

동해 북위 43° 1'17.06" 동경 139°23'53.69" 공해상(제7기동전단).

“극동함대 기함! 어드미럴 라자레프(CGSN-181) 피격 확인! 어드미럴 라자레프(CGSN-181) 피격 확인!”

광해함(DDG-1001) 전투지휘실의 한 오퍼레이터가 모니터에서 어드미럴 라자레프함(CGSN-181) 기호가 몇 번 깜빡이다가 화면에서 사라지자 순간 만세를 부르며 소리쳤다.

그러자 다른 승조원들도 환호성을 터뜨렸다. 하지만 기쁨의 환호성은 이내 끝나고 말았다.

제7기동전단의 원거리 대공 방어 라인을 뚫고 근접방어체제 거리까지 돌파한 극동함대의 대함미사일이 서서히 팝업 기동을 펼치고 있었고 400km 떨어진 거리에서는 다양한 대함미사일 90여 기와 추가로 발사된 극동함대의 대함미사일 10여 기가 여전히 날아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명종대왕함, 효종대왕함, 영조대왕함이 근접방어체제로 전환됩니다.”

자동요격시스템 상황을 담당하는 오퍼레이터가 보고했다.

호큘라 구축함의 슈퍼컴퓨터는 서로 간 데이터를 주고받으면 최상의 요격 환경을 만들어갔다. 이에 3척의 호큘라 구축함에서 근접방어체제를 담당하고 나머지 3척은 원거리 요격을 담당했다.

3척의 호큘라 구축함에서 Shield-M 단거리 대공미사일 여러 발이 발사음과 함께 발사관에서 빠져나갔다.

직경 120mm에 길이가 2m인 Shield-M 단거리 대공미사일은 U자 형태로 하늘로 솟구치더니 팝업 기동으로 극동함대의 대함미사일과 정면충돌했다.

콰앙! 콰아앙아! 콰르르릉! 쾅!

연달아 하늘에서 폭죽 터지는 화려한 불꽃이 일어났다.

“KH-35 우란 대함미사일 모두 요격 성공! P-700 그라니트 대함미사일 6기 요격 성공!”

“이제 남은 건, 초음속 대함미사일인 P-700 그라니트 6기!”

요격 결과물을 보고한 오퍼레이터가 긴장되었는지 침을 꼴딱 삼켰다.

쭈웅쭈웅쭈웅쭈웅쭈웅~! 쭈웅쭈웅쭈웅쭈웅쭈웅~!

단거리 대공미사일의 대공 방어선까지 돌파하자 근접방어체제의 마지막 방어 수단인 22mm 라스트 샷 레이저 벌컨 6문이 자동으로 작동했다.

호큘라 구축함마다 양 측면 중앙 상단에 각기 1기씩 설치된 22mm 라스트 샷 레이저 벌컨은 탐지, 추적, 사격통제시스템이 일체형으로 슈퍼컴퓨터의 오차 없는 항적 계산에 따라 날아오는 대함미사일을 노렸다.

총 6개의 레이저 빔이 마치 하늘을 가르듯 쉴 새 없이 쏟아졌고 막 명종대왕함(DDG-1002)의 함교를 노리던 P-700 그라니트 대함미사일이 공중 폭발했다.

그리고 나머지 5기의 P-700 오닉스 대함미사일도 최종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고 모두 요격되고 말았다.

만약, 극동함대의 발레리 까르핀 제독이 전사 전, 이 결과물을 알았더라 편히 저세상으로 가지 못했을 것이다.

한편, 나머지 호큘라 구축함 3척은 위험도에 따라 요격 1순위로 둔 KH-47M2 킨잘 공대함미사일이 마하 10으로 날아오며 원거리 대공망 사거리 400km에 진입하자 68셀 K-VLS(수직발사대)에서 GTAS- 300 해천룡 함대공미사일이 연거푸 푸른빛을 발화하며 하늘로 솟구쳤다.

“위험 1순위인 KH-47M2 킨잘! 40기! 도달까지 앞으로 120초!”

“위험 2순위 KH-22S 부랴! 24기! 도달까지 앞으로 125초!”

“위험 3순위 P-800 야혼트! 24기! 도달까지 앞으로 142초!”

“위험 4순위 P-800 오닉스! 11기! 도달까지 앞으로 131초!”

4가지 미사일은 발사 지점은 물론 속도와 사거리가 모두 달랐지만, 도달 시간만큼은 거의 비슷한 동일 시간대였다.

‘음, 극동함대까지 완전히 괴멸된 상태에서 본 전단이 탐지되는 이유가 뭘까?’

안형균 제독은 오퍼레이터들의 끊이지 않은 보고와 어지럽게 그어지는 전술 스크린을 보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순간, 그의 뇌리에서 정체불명의 미사일이 생각났다.

‘그건가? 그 미사일의 용도가 일반적인 피격용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안형균 제독은 급히 통신 콘솔 쪽으로 달려가 통신사관에게 물었다.

“해작사에 그 정체불명의 미사일 탐지 정보는 보냈지?”

“네, 지시하자마자 바로 보냈습니다.”

“답변은 왔나?”

보낸 지 몇 분도 안 된 상태에서 답변을 기대하는 건 욕심이었으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안형균 제독이 물었다.

“아직 답변은 없습니다. 해작사에서도 분석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그래, 그러겠지!”

서서히 확신이 든 안형균 제독은 즉시 몸을 돌려 전술통제관에게 지시를 내렸다.

“전술통제관!”

“네, 제독님!”

“해상초계기에서 발사한 그 정체불명의 미사일 착탄 지점 정확히 확인할 수 있나?”

“네, 가능은 합니다.”

김혁민 전술통제관의 대답에 다시금 생각에 잠긴 안형균 제독은 전투지휘실을 왔다 갔다 하며 뭔가를 생각했다.

“그래, 맞아. 직접 확인해봐야겠어.”

손가락을 튕기며 방법을 생각해 낸 안형균 제독은 즉시 전술통제관에게 지시를 내렸다.

“우리 전단을 지원하는 정찰위성이 아폴론 5호인가?”

“네, 맞습니다. 아폴론 5호입니다.”

“좋아! 자네는 지금 당장 착탄지점 좌표 전송하고 촬영된 영상 보내달라고 하게, 6곳 모두 말이야.”

“왜 그러십니까? 제독님! 해상에 착탄 했으면 바닷속으로 빠졌거나 폭발했을 텐데 말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지시에 김혁민 전술통제관이 고개를 갸우뚱대며 말하자 안형균 제독은 진지한 눈빛으로 착탄지점을 나타내고 있는 작은 스크린을 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말이야. 우리 구축함이 탐지되는 게 그 정체불명의 미사일 때문인지 모르겠어.”

“네?”

“그렇잖아. 그 미사일이 떨어지고 나서부터 우리 전단이 탐지되었단 말이야. 왜 진작에 그 생각을 못 했는지······.”

“아!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그제야 이해가 된 김혁민 전술통제관은 즉시 통신장에게 내렸다.

“시간 없어! 최대한 빨리 영상 전송해달라 해!”

그러는 와중에도 전투지휘실 오퍼레이터들의 요격 현황에 대한 보고는 계속되었고 근접방어체제로 전환했던 나머지 3척의 호큘라 구축함까지 원거리 요격 방어로 전환하면서 6척의 호큘라 구축함에서는 1차 요격에 살아남은 대함미사일을 향해 또다시 GTAS- 300 해천룡 함대공미사일이 하얀 연기를 뿜어내며 날아갔다.

이제 시간과 싸움이었다. 적 대함미사일에 대해 1대1 비율로 요격에 모두 성공한다면 충분히 호큘라 구축함의 대공방어체제로 방어가 가능했다. 하지만, 아무리 인공지능의 호큘라 슈퍼컴퓨터가 한 치의 오차 없이 모든 걸 계산하여 자동요격시스템으로 요격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단지, 위급한 상황에서 지휘관의 판단에 따른 명령체계와 절차상의 시간이 슈퍼컴퓨터의 임의적 계산으로 빠르게 수행한다는 차이일 뿐, 기존 대공미사일의 요격 성능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었다.

하물며, 지금 제7기동전단을 향해 날아오는 대함미사일은 모두 초음속 이상의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다. 몇 년 전 아음속 대함미사일이 판을 치던 시대와는 많이 차이였다.

어쨌든 호큘라 자동요격시스템의 성능에 대해 누구보다 믿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안형균 제독이었지만, 만에 하나 요격 실패로 호큘라 구축함 1척이라도 피격을 당한다는 건 꿈에도 생각하기 싫었다.

전술 스크린 앞에서 이런 상상을 하며 초조하게 기다리는 가운데 오퍼레이터로부터 반가운 보고가 올라왔다.

“3번 스크린! 아폴론 5호로부터 영상 송출되었습니다.”

이에 전투지휘실의 모든 시선이 3번 스크린으로 쏠렸다.

3번 스크린에는 HUD급의 고해상도 영상이 보였다.

“대, 대체 저게 뭐야?”

함께 지켜보던 오퍼레이터 한 명이 손가락을 가리키며 중얼거렸다.

2m에 달하는 파고가 몰아치는 바다 위에 뭔가가 우뚝 솟아올라 있었다. 어림잡아 길이는 10m 정도는 되었고 사각형 한 면의 가로 길이는 20cm 정도로 보이는 사각형 기둥이었다.

“뭐지? 저런 게 왜 바다 위에 떠 있어?”

“처음 보는 건데?”

“러시아 놈들은 별 이상한 걸 다 만드네.”

다들 의구심을 품고 한마디씩 던졌다.

“제독님! 혹 저게 레이더 역할을 하지 않을까요?”

김혁민 전술통제관이 무심코 안형균 제독이 의심하고 있는 핵심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그래! 분명히 저건 레이더야. 저게 우리 전단을 탐지하고 러시아군에 탐지 정보를 보내는 거지. 다른 영상은 준비되었나?”

안형균 제독의 물음에 3번 스크린은 바로 분할 화면으로 바뀌며 나머지 5곳의 영상이 비췄다.

처음 본 영상과 똑같은 장면이었다.

“확실해! 저놈 때문이야.”

“그럼 저걸 어떻게 처리를······. 대함미사일 준비하겠습니다.”

“아니, 아니야. 저걸 대함미사일로 쏘기엔 효율성이 좋지 않아! 함포! 함포로 해결하게 탄두는 확산탄으로 세팅!”

“네, 알겠습니다.”

김혁민 전술통제관은 대답과 동시에 전투지휘실이 울릴 정도로 큰 소리로 말했다.

“좌표 6개 각기 1번부터 6번까지 표적 설정 각 함에 표적 하나씩 할당한다. 책임지고 피격하라고 전해!”

간단명료한 명령에 관련된 오퍼레이터들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그런 와중에도 대공 담당 오퍼레이터의 요격 현황 보고는 계속되고 있었다.

★ ★ ★

2023년 11월 24일 15:45,

태국 방콕시 시암지구 번화가.

방콕의 번화가인 시암지구 거리에서 무테안경을 쓴 중년의 남자가 주변 가게들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중년의 남자 이름은 우진길, 나이 53세로 부인과 사별한 지 10년이 되었고 자녀는 외동딸 하나가 있으면 그 외동딸은 현재 한국 남편과 홍콩에 거주했다. 슬하에 아들 하나, 딸 하나가 있었다.

지금은 파르테논 연구소로 불리지만 예전엔 단지 제17전투비행단의 지하연구소로 불리던 당시 X-19 연구실에서 수년간 플라스마 연구를 맡았던 KAIS 출신 우진길 교수는 플라스마 연구를 하면서 박진우 교수를 도와 플라스마 증폭탄 개발에 크게 이바지했고 현재는 X-19 연구실에서 플라스마 관련 연구의 책임연구원과 우주과학원의 정식 교수로 일하고 있다.

지난 1년간 몰두한 연구물에 대해 1차 성과를 내고 잠시 휴가를 내 머리 좀 식힐 겸 방콕으로 혼자 여행 온 우진길 교수는 친척들과 동료 교수, 그리고 외동딸에게 선물한 각가지 물건을 사느라 방콕 번화가의 쇼핑몰 센터 이곳저곳을 다니는 중이었다.

그리고 우진길 교수 뒤에는 방해하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둔 2명의 건장한 사내가 따라 다니고 있었다.

국가보안1급 대상자인 우진길 교수의 신변안전과 기밀유지를 위해 파르테논 연구소의 경호를 책임지고 있는 기밀보안국 소속의 경호원들이었다. 예전에는 국가정보원의 요원들이 경호원 임무를 수행했으나 2년 전부터는 비공식적으로 기밀보안국이 설립되어 국가보안2급 이상의 모든 대상자에 한해 24시간 밀착 경호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현재 우진길 교수는 국가보안1급 대상자로 경호원 2명이 세계 어느 곳이든 조용히 따라다니며 밀착 경호를 했다.

원하던 가게를 찾았는지 우진길 교수는 이름만 말해도 누구나 알수 있는 세계 유명 명품가방 가게에 들어갔다. 그리고는 진열장에 놓인 여러 가방 중 빨간 가방 하나를 들고는 점원에게 영어로 물었다.

“이거 얼마입니까?”

“네, 2,800달러입니다.”

“음, 같은 모델로 다른 색상은 없나요?”

“네, 있습니다. 녹색과 파란색이 있습니다. 어떤 걸 원하시는지요?”

“파란색이 좋겠군요.”

“손님, 잠시만 기다려주시면 가져오겠습니다.”

“네, 기다리지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부는 가게인데도 불구하고 이마에 굵은 땀방울이 맺힌 우진길 교수는 다른 가방을 보는 척하며 자신의 안전을 지켜주는 경호원들을 살폈다.

그리고 이내 경호원의 눈을 피해 빨간 명품가방에 뭔가를 집어넣었다.

새끼손톱 크기의 마이크로 칩이 들어있는 조그만 케이스였다.

잠시 후, 점원이 같은 모델의 파란 색상의 명품가방을 가져와 내밀었다.

“손님! 이건 어떠세요? 마음에 드시나요?”

상냥한 말투로 파란 색상의 명품가방을 건네 점원은 우진길 교수로부터 빨간 명품가방을 건네받으며 사냥하게 웃었다.

“음, 이게 괜찮군요. 이걸로 합시다.”

“네, 결제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래요. 여기 카드요.”

우진길 교수가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꺼내 점원에게 내밀며 말했다.

“3개월 할부로 합시다.”

“네, 알겠습니다. 가방은 포장해 드리겠습니다. 손님!”

잠시 후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명품가방을 산 우진길 교수는 경호원들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김 대리, 오 주임! 오늘 쇼핑은 다 했습니다. 바로 호텔로 갑시다. 나 때문에 이리 고생하니 호텔에서 시원한 맥주 한잔들 하지요. 어서 갑시다.”

“네, 교수님 앞장서겠습니다.”

우진길 교수의 수상한 행동을 눈치채지 못한 기밀보안국 경호원들은 평소와 같이 주변 상황을 주시하며 가게 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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