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북동해
2023년 11월 24일 15:30,
동해 북위 43° 1'17.06" 동경 139°23'53.69" 공해상(제7기동전단).
- 1번 표적! 북동단 155km 해상에 불시착
- 2번 표적! 북단 180km 해상에 불시착
- 3번 표적! 북서단 121km 해상에 불시착
- 4번 표적! 서단 143km 해상에 불시착
- 5번 표적! 서단 189km 해상에 불시착
- 6번 표적! 남서단 123km 해상에 불시착
각자 부여된 표적을 추적하던 오퍼레이터가 앞다퉈 보고했다.
“피아식별 DB에 없는 미사일로 나옵니다.”
“대체 뭐야? 저 미사일은? 몇 킬로도 아니고 타격지점 오차가 죄다 100km가 넘는 거지?”
오퍼레이터 한 명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오퍼레이터가 장난스럽게 대꾸했다.
“뭐긴 뭐냐? 죽기 전에 쏴보기라도 한 거지. 맞던 안 맞든 간에 크크크”
“음, 그런 걸까? 말이 되긴 하다. 하하”
황당할 정도로 타격 오차범위를 벗어나 떨어진 해상초계기의 미사일 때문에 전투지휘실 내 곳곳에서 오퍼레이터들이 웅성거렸고 대부분 조롱 섞인 웃음으로 마무리했다. 이때 김혁민 전술통제관이 오퍼레이터들을 질타했다.
“제독님도 계시는데 조용히 안 하나? 현재 교전 중이다. 끝까지 집중하도록!”
가볍게 주의를 시킨 전술통제관은 안형준 제독 옆으로 가서 공손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독님! 교전이 끝나면 단단히 교육하겠습니다.”
“아, 아니네. 그럴 수 있지. 그나저나 자네는 저 미사일들이 수상하지 않나?”
제독의 뇌리에는 자꾸만 그 정체불명의 미사일이 거슬렸다.
“네? 방금 떨어진 미사일들 말입니까?”
“그래, 그냥 쉽게 넘어가긴 뭔가 수상쩍어서 말이야.”
“음, 저도 뭔가 거리낀 느낌이 있지만, 딱히······.”
마땅히 답변할 말이 없던 김혁민 전술통제관이 말을 얼버무리자. 안형균 제독은 피아식별분석관에게 다가가 물었다.
“아직도 미사일 정체를 확인할 수 없는 건가?”
“아 그것이······. 계속 검색을 해봤지만, 나오지 않습니다.”
피아식별분석관은 연신 키보드를 두드리며 콘솔을 조작했지만, 정체불명으로만 나왔다.
“3번 정도 확인을 했지만, 피아식별 DB에 없는 미사일이듯 합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DB 업데이트 시점이 언제인가?”
김혁민 전술통제관도 다가와 추가 질문을 던졌다.
“네, 제주도에서 출항 전이었으니까 한 달 정도 되었습니다.”
“한 달이면 최신 버전인가?”
“네, 맞습니다. 최신 버전입니다.”
“음, 우리가 모르는 러시아의 미사일이 있다니······. 전탐관! 지금 즉시 탐지한 미사일 정보를 해작사로 전송하게!”
“네, 알겠습니다.”
피아식별 DB에도 없는 정체불명의 미사일에 자꾸만 신경이 쓰인 안형균 제독은 탐지된 미사일 정보를 확실히 알아보고자 했다.
한편, 제7기동전단 주변 해상에 떨어진 KHL-100 이동형 레이더 미사일은 수면과 충돌 직전 함대잠미사일처럼 탄두 부분이 몸통과 분리되면서 낙하산이 펴졌고 이에 바닷속으로 천천히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라앉았던 기다란 탄두의 측면에서 4개의 부력주머니가 펼쳐졌고 이에 서서히 수면에 떠올랐다.
지이이잉!
이렇게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탄두 상단 정 중앙에서 작은 루프가 기계음을 내려 열렸다. 그리고는 기다란 사각형 형태의 레이더가 튀어나오더니 대략 10m까지 솟아올랐다.
사각형의 모든 단면에는 수많은 소자(레이더 모듈)가 빼곡히 박혀있었다.
각 소자는 독자적으로 빔을 송출하고 편향하며, 독자적으로 반사된 신호를 수신하는 한 기당 1억 달러나 하는 초소형 능동 전자 주사식 위상 배열 레이더(AESAR: 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 Radar) 6개가 제7기동전단 주변 해상에서 작동하기 시작했다.
주변 일대 200km까지 해상과 상공의 모든 걸 탐지하는 ‘아이온 글럼’은 호큘라 구축함을 탐지하자마자 즉시 극동함대는 물론 MiG-31BM 전폭기와 Tu-22M 투폴레프 전략폭격기, 그리고 연해주 해안에서 대기 중인 K-300P 바스티온 지대함 포대에도 탐지정보를 데이터링크 했다.
★ ★ ★
2023년 11월 24일 15:33,
동해 북위 43°20'20.37" 동경 136°19'47.79" 공해상(극동함대).
극동함대의 눈이 되어줄 해군소속 IL-39 사라코프 해상초계기 6기가 제7기동전단의 함대공미사일에 모두 격추되었다는 보고에 함교 분위기는 축 처져 있었다.
출항 전부터, 이번 임무 수행에 불길한 생각이 자꾸만 들었던 발레리 까르핀 제독은 그 불길한 생각이 현실로 다가왔다는 생각에 보이지는 함교 창문 너머 수평선을 바라봤다.
극동함대의 사령관으로서 부하들을 지옥의 용광로로 밀어 넣은 거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즈마이로프 함장! 미안하네. 못난 사령관 만나서 말이야.”
“그게 무슨 말입니까? 우리 조국 러시아를 위해 목숨을 잃더라도 자랑스럽습니다.”
발레리 까르핀 제독의 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마라트 이즈마일로프 함장은 조금이나마 마음의 짐을 풀어주고자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었다.
“그렇게 생각한다니 마음이 조금은 편해지는구먼, 지옥에서나 함께 보드카나 한잔하세나.”
“하하하, 지옥에 보드카가 있을까요?”
그런 와중에도 농담을 주고받으며 제7기동전단의 3차 대함미사일 공격을 기다리는 그때 전투정보통제실로부터 기사 희생의 소식이 전해왔다.
“통제관입니다! 현재 제7기동전단의 모든 구축함 탐지되었습니다.”
생각지 못한 보고에 마라트 이즈마일로프 함장이 통신 콘솔 쪽으로 다가와 재차 확인했다.
“정말! 탐지된 건가?
“네, IL-39 사라코프 해상초계기가 격추되기 전 발사된 ‘아이온 글럼’ 6기가 모두 7기동전단 주변 해상에 무사히 착탄해 레이더가 정상적으로 작동했습니다.”
“아이온 글럼?”
“초소형 위상배열 레이더 시스템입니다.”
마라트 이즈마일로프 함장이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발레리 까르핀 제독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총참모부에서 극동함대를 위해 아주 비싼 무기를 동원했군”
“아! 제독님은 ‘아이온 글럼’에 대해서 아십니까?”
“나도 얘기만 들었네, 아마도 1급 기밀이라. 전술 관련 지휘관들만 알고 있는 거로 아네.”
“아! 그렇군요. 그럼 반격을 해야겠습니다.”
“그렇지! 당하고만 있을 순 없지! 작전관!”
“네, 제독님!”
“전 함대에 가용한 모든 대함미사일을 퍼붓도록! 당한 만큼 갚아주고 덤으로 이자까지 줘야지 않겠나?”
“네, 알겠습니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끝장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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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24일 15:34,
동해 북위 43° 1'17.06" 동경 139°23'53.69" 공해상(제7기동전단).
정체불명의 미사일에 대한 의심을 일단 접은 안형균 제독은 재차 극동함대에 대한 공격을 위해 전투지휘실의 상단 쪽으로 걸어가 스크린을 주시했다.
살아남은 극동함대의 수상함을 표기하는 붉은 삼각형 표기가 변함없이 홋카이도 방향으로 항해 중이었다.
“전술통제관! 표적은 표적당 해성A 대함미사일 각기 4기 발사! 상륙함은 표적에서 제외!”
“네, 상륙함 표적에서 제외 나머지 표적당 해성A 대함미사일 각기 4기 발사합니다. 본 함에서 표적 2개 타켓팅! 나머지 표적은 각 함에서 할당하여 타켓팅 합니다.”
대략적인 안형균 제독의 명령에 김혁민 전술통제관은 나머지 호큘라 구축함에 각자 표적 할당 지시를 내렸다.
다다다다! 다다다다닥!
김혁민 전술통제관의 세부 명령이 내려지자 무장관과 통신관들의 손놀림이 바빠졌다.
이때 선임 전탐관이 헤드폰까지 벗어젖히며 소리쳤다.
“악! 우리 전단을 향해 공대함미사일 다수 출현! 북서단 방향 1,100km와 북단 방향 두 지점! 현재 탐지된 미사일 수량! 19기! 아~ 더 늘어납니다.”
‘6개의 ’아이온 글럼’이 제7기동전단의 호큘라 구축함을 탐지한 정보를 데이터 링크하자 가장 먼 거리에 있던 젤레즈노고르스크 공군기지에서 출격한 MiG-31BM 전폭기 12기와 크라스노야르스크 공군기지에서 출격한 Tu-22M 투폴레프 전략폭격기 편대에서 무장했던 모든 극초음속 대함미사일인 KH-47M2 킨잘 공대함미사일을 쏟아부었다.
전투지휘실 중앙 스크린에는 각기 다른 방향에서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는 여러 개의 붉은 선들이 제7기동전단을 향해 그어지고 있었다.
“총 40기! 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마하 10으로 추정! 앞으로 도달까지 312초!”
야단법석을 떨었던 조금 전과는 다르게 전투지휘실의 오퍼레이터들은 침착하게 움직였다.
“미사일 피아식별 분석 들어갑니다.”
피아식별분석관이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리자 분석 결과가 모니터에 나왔다.
“핵 추진 엔진을 장착한 KH-47M2 킨잘 공대함미사일로 판명! 사거리 2,000km에 속도는 마하 10 내외!”
“핵 추진 엔진을 장착한 극초음속 대함미사일이라······. 러시아도 군사기술이 많이 발전해군”
안형균 제독이 뒷짐을 지고 현 상황을 주시하는 가운데 김혁민 전술통제관이 직접 전탐관 콘솔 쪽으로 다가가 직접 모니터를 보며 물었다.
“우리 전단이 탐지된 건가?”
“네, 정확히 우리 전단 구축함을 향해 날아오고 있습니다. 타켓팅 된 거 확실합니다.”
“갑자기 탐지되다니······. 제길!”
강력한 SECM(전파교란시스템)과 탁월한 스텔스 성능으로 그동안 탐지되지 않은 제7기동전단의 우위는 여기서 끝나고 말았다.
“언제까지 유리한 고지에서만 싸울 순 없지! 어쨌든 요격까지는 시간은 충분해”
손목시계를 슬쩍 본 안형균 제독은 중앙 스크린을 주시하며 극동함대에 대한 공격 명령을 재차 내렸다.
“먼저 극동함대에 대함미사일 발사 후 공대함미사일을 요격한다. 준비된 구축함부터 대함미사일 발사!”
안형균 제독의 최종 발사 명령이 떨어지자 6척의 호큘라 구축함의 함수 48셀 K-VLS2(수직발사대)에서 화려한 불꽃과 연기가 피어오르며 해성A 대함미사일이 솟구쳤다.
총 28기의 해성A 대함미사일이 K-VLS2(수직발사대)를 빠져나와 고도 인계점에 다다를 때 극동함대에서도 제7기동전단을 향해 150기에 달하는 대함미사일을 발사했다.
“극동함대에서도 본 전단을 향해 대함미사일 발사했습니다. 미사일 분석 결과 P-800 오닉스 초음속 대함미사일 24기! P-700 그라니트 초음속 대함미사일 66기!, KH-35 우란 아음속 대함미사일 60기!”
10여억 달러의 초음속과 극초음속 대함미사일을 1차 공격에서 허무하게 날려버린 극동함대는 기사 희생으로 찾아온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지 1차 공격에 맞먹는 대함미사일을 발사했다. 한 번에 쏠 수 있는 모든 대함미사일을 발사한 듯했다.
극동함대까지 대함미사일을 발사하자 미간을 좁힌 안형균 제독은 김혁민 전술통제관에게 지시를 내렸다.
“요격할 미사일이 너무 많군! 호큘라 자동요격시스템 가동!”
“네, 호큘라 자동요격시스템 가동합니다.”
김혁민 전술통제관의 복명복창 후 호큘라 구축함 6척은 자동요격시스템으로 전환했다. 6개의 호큘라 인공지능 컴퓨터는 서로 간 교신을 하면서 최적의 요격 표적 부여를 계산했다.
200기에 가까운 양국의 대함미사일이 해수면 위로 낮게 깔며 날아가는 가운데 하늘에서는 그 대함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함대공미사일이 각자 표적을 향해 하얀 연기 줄을 그으며 날아갔다.
참혹한 전장의 한복판이었지만, 3자 입장으로 보았다면 그만 입을 떡하니 벌리고 멋진 장관이라 생각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