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79화 (379/605)

시베리아의 칼바람

2023년 11월 24일 15:08,

남주 서울특별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신성용 합참의장을 비롯한 각 군의 참모장과 지휘관들은 숨죽인 상태로 정중앙에 있는 메인 스크린을 주시하고 있었다.

다양한 기호와 색상으로 디지털 지도에 보이는 것은 현재 북동해상에서 제7기동전단과 러시아 극동함대의 교전 현황이었다.

극동함대로 표기된 붉은 삼각형 기호에서 한순간에 나타난 100여 개의 붉은 점은 제7기동전단을 표기된 푸른 삼각형 기호 방향으로 선을 그으며 날아가다 중간 지점을 지날 때쯤 어느 순간 하나둘 스크린 화면에서 사라지더니 이내 100여 개의 붉은 점들은 완전히 디지털 지도에서 자취를 감췄다.

“알파편대가 정확한 시간에 요격했군, 굿 타이밍이야.”

신성용 합참의장이 뒷짐을 지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항공우주군 참모총장인 최진국 대장이 털털한 웃음을 보이며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현재 위성 요격 임무를 수행 중인 알파편대는 항우군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 최영호 중령이 이끄는 편대입니다.”

“최영호 중령?”

“네, 지난 동북아 전쟁에서도 무공훈장을 두 개나 받은 파일럿입니다.”

“낯이 있는 이름인데······. 아! 기억나는군, 레이저 벌컨만으로 일본 이지스함을 반파시켰던 그 파일럿 말인가?”

“네, 맞습니다.”

“허허허, 언제 공군에서 항우군으로 전출을 갔나?”

“그렇게 말입니다. 공군에서 좀 한다는 인재들은 죄다 항우군에서 뺏어가고 있습니다.”

공군참모총장인 김은호 대장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김 총장! 무슨 그런 섭섭한 말을? 언제 우리 항우군이 공군 인재를 뺏어갔나? 다들 좋다고 전출 신청해서 온 거지······. 하하하”

“네? 선배님 정말 그러실 겁니까?”

“내가 틀린 말 했나? 하하하”

향후 동북아 판세에 극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극동함대와의 해상전이 벌어지는 상황에서도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의 지휘관들에게는 이렇다 할 긴장감은커녕 농담을 주고받을 만큼 여유롭기까지 했다. 그만큼, 합동참모본부는 오랫동안 러시아군의 모든 동향을 파악해왔고 또한, 그에 맞는 모든 대응수단을 세워 놓은 상태였다.

“방금! 7기동전단에서 극동함대를 향해 대함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중위 계급장을 단 오퍼레이터의 우렁찬 목소리가 순간 상황실 전체에 울렸다. 이에 지휘관들은 대화를 멈추고 모든 시선이 일제히 메인 스크린에 쏠렸다.

푸른 삼각형 기호에서 50개의 푸른 점이 나타나더니 이내 선을 그으며 극동함대 방향으로 날아갔다.

“미사일 종류는?”

“네, SSM-700S 해성A 미사일입니다.”

오퍼레이터의 보고와 함께 잠시 후 선을 그으며 날아가는 각 푸른 점 마다 미사일 정보가 나타났다.

“극동함대가 모두 막아낼 수 있을까?”

신성용 합참의장이 턱을 쓰다듬으며 말하자 이번엔 해군참모총장인 이기형 대장이 살짝 대화에 끼어들었다.

“S-500 고정식 능동형인 AESA 위상배열 레이더를 탑재한 리데르급 방공순양함이 4척이니 대략 80% 정도는 막아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80%라, 그렇다면 10발 정도는 얻어맞는다는 얘기군?”

“저는 50%도 안 될 것으로 보입니다.”

육군참모총장인 이은형 대장까지 대화에 합세해 마치 내기라도 하듯 자신이 생각하는 퍼센트를 말했다.

“허허, 이 사람들 마치 내기하듯 말하는군! 그래 함 지켜봄세”

모든 지휘관이 시선이 메인 스크린에 고정된 상태에서 오퍼레이터들의 보고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SSM-700S 해성A 미사일 적 함대 도달까지 2분 58초!

“적 함대에서 요격용 대공미사일 발사합니다.”

★ ★ ★

2023년 11월 24일 15:08,

동해 북위 43°20'20.37" 동경 136°19'47.79" 공해상(극동함대)

극동함대의 전방위 대공을 책임지고 있는 리데르급 2번함인 마샬 바실리예프스키함(CGN-901)의 전투정보통제실에서는 현재 날아오는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알렉산드르 필리모노프 사격통제관이 목에 핏줄이 설정도로 고함을 치며 지시를 내렸다.

“본 함! 1번부터 10번까지 표적 설정 부여! 스피리도노프함에 11번부터 20번까지 표적 설정 부여! 오트차이야니함에 21번부터 30번까지 표적 설정 부여! 베즈프리츠니함에 31번부터 40번까지 표적 설정 부여! 나머지는 라자레프함과 나키모프함, 그리고 벨리키이함에 41번부터 49번까지 표적 설정! 마지막 50번은 보예보이함에 부여!”

사격통제관의 지시에 따라 오퍼레이터들은 콘솔을 조작했다. 잠시 모든 요격절차가 끝나자 가장 먼저 자동으로 마샬 바실리예프스키함(CGN-901)의 수직발사대에서 굉음과 함께 하얀 연기가 연달아 솟구쳤다. 다른 함에서도 경쟁하든 연이어 하얀 연기가 하늘로 솟구쳤다.

사거리 300km에 달하는 S-300FM 함대공미사일 50기는 자욱한 연기만을 남겨둔 채 어느새 구름 막을 뚫고는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제 남은 건 전투정보통제실의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하고 적 대함미사일 기호가 사라지기를 간절히 기다릴 뿐이었다.

“1번 표적 요격까지 앞으로 1분 10초!”

“2번 표적 요격까지 앞으로 1분 08초!”

요격 상황을 담당하는 오퍼레이터의 실시간 보고와 함께 전투정보통제실의 스크린에는 두 가지 색상의 선들이 그어지며 맞닿고 있었다. 공격하는 처지에서는 여유롭게 지켜볼 뿐이었지만, 요격하는 입장에서는 식은땀 나는 상황이었다.

“초탄 요격까지 앞으로 30초!”

오퍼레이터 역시 긴장했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보고를 간단명료하게 말했다.

“충, 충돌합니다. 3초! 2초! 1초!”

“앗! 1번 표적 요격 실패! 2번 표적 요격 성공! 3번 표적 요격 성공! 4번 요격 실패! 5번, 6번, 7번 요격 성공! 8번, 9번 요격 실패! 10번 표적 요격 성공!”

오퍼레이터는 절규 섞인 목소리로 요격 결과를 보고했다.

“제길! 고작 60%의 요격률이라나······. 다른 함도 확인!”

드미트리 시초프 전투정보통제관은 저조한 요격률에 화가 났는지 주먹으로 벽면을 치며 말했다.

“오트차이야니함! 23번, 24번 29번 표적 요격 실패!, 베즈프리츠니함! 31번 33번 표적 요격 실패!, 나머지 42번, 44번, 49번 표적 요격 실패! 50번 요격 실패! 도합 13기 요격 실패했습니다.”

“본 함대 도달까지 1분 5초!”

“사격통제관 2차 요격 진행해!”

보고가 끝남과 동시에 전투정보통제관이 사격통제관을 바라봤다. 이에 사격통제관은 알고 있다는 듯 대공 무장관들에게 2차 요격 명령을 내렸다.

“2차 요격 들어간다. 2차 요격은 본 함에 4기 오트차이야니함과 베즈프리츠니함에 각기 5기씩 표적 부여!”

“표적 할당 부여 완료!”

사격통제관의 명령이 떨어지자 리데르급 순양함 3척에서 또다시 하얀 연기가 수식발사대에서 솟구치며 올랐다.

쿠아아아아아~ 쿠아아아아아~ 쿠아아아아아~

하얀 연기를 그으며 붉은빛을 발하던 S-300FM 함대공미사일은 순식간에 하늘 구름 사이로 사라졌고 어느새 고도 인계점에 도달하자 이내 기수를 내리고는 씨 스키밍 모드로 전환하여 바다를 가르며 날아오는 SSM-700S 해성A 미사일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낙하했다.

“1번 표적 충돌합니다! 성, 성공! 1번 표적 요격 성공! 2번 표적······!”

오퍼레이터의 보고와 함께 표적으로 설정된 대함미사일 기호가 스크린 화면에서 하나씩 사라져갔다.

“총 14기 중! 5번, 8번 14번 요격 실패!”

“적 미사일 목표물 확인!”

“살아남은 5번과 8번! 목표가······.”

“확실하게 말해! 전탐관!”

“앗 죄송합니다. 목표는 기함인 어드미럴 라자레프함입니다. 그리고 14번 목표는 본 함입니다. 1-8-9, 방향에서 거리 52! 도달까지 44초 전!”

오퍼레이터의 절망적 비명이 전투정보통제실을 울렸다.

2번의 요격에도 기어코 살아남은 SSM-700S 해성A 미사일 3기는 서서히 목표물을 향해 방향을 전환하기 시작했다.

“하필! 기함인가? 제길! 지금 당장 능동방어시스템 전환!”

“근접방어체제로 전환합니다. 표적 1번, 2번, 3번으로 재차 부여!”

“단거리 미사일 발사합니다.”

근접방어체제가 가동되자 10여 척의 수상함에서는 각종 단거리 미사일 20여 기가 경쟁하듯 굉음을 울리며 하늘로 날아갔다.

슈우우웅~ 슈우우웅~ 슈우우웅~ 슈우우웅~ 슈우우웅~

마샬 바실리예프스키함(CGN-901)에서도 OSA-MA(SA-N-4) 단거리 대공미사일 2기가 발사관을 떠나 하얀 연기를 뿌리며 날아갔다.

쾅앙!

저 멀리 수평선 넘어 화려한 불꽃과 함께 폭발음이 울려댔다. 20여 기의 단거리 미사일에 고작 SSM-700S 해성A 미사일 1기만이 요격되었다.

“1번 요격 실패! 2번 요격 성공! 3번 요격 실패! 모든 함은 지금부터 자체적으로 아자크 레일건 가동!”

“아! OSA-MA 2기 모두 요격 실패! 1번 표적 대함미사일 본 함에 도달까지 15초 전! 아자크 레일건 가동합니다.”

이때 귀를 의심할 만한 함장의 명령이 날아왔다.

“본 함의 모든 아자크 레일건은 1번 표적을 잡는다.”

“함장님! 그럼 3번 표적은 어떻게 합니까?”

함장의 명령에 전투정보통제관이 되묻었지만 같은 말만 되돌아왔다.

“본 함보다 기함의 안전이 우선이다. 본 함의 레일건은 무조건 1번 표적을 추적하도록 이상”

“네, 알겠습니다.”

함장과 통신의 듣고 있던 전투정보통제실의 승조원들은 일제히 전투정보통제관을 바라봤다. 그리고 사격통제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통제관님! 정말 3번 표적에는 레일건을 할당 안 하실 겁니까??”

“자네도 들었잖아! 함장님 명령이다. 본 함의 레일건 모두 1번 표적을 추적한다. 즉시 추적해! 어쨌든 3번 표적은 타 함에서 해결해 주겠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3번 대함미사일을 타 함의 근접방어체제에 운명을 맡긴 마샬 바실리예프스키함(CGN-901)의 아자크 레일건 3문은 극동함대의 기함인 어드미럴 라자레프함(CGSN-181)의 함교를 타격 가기 위해 팝업 기동을 펼치는 1번 대함미사일을 추적하며 이내 빛 속도 못지않은 속도로 금속탄을 뿌렸다.

빠바바바방! 빠바바바방! 빠바바바방!

수십 개의 금속탄 빛줄기가 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마하 8에 가까운 속도로 날아간 금속탄은 기어코 팝업 기동을 펼치며 어드미럴 라자레프함(CGSN-181)을 노리던 1번 대함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성공했다.

쿠아앙!

상공 150m 지점에서 꽃망울이 터지듯 붉은 화염이 화려하게 퍼져나가며 크고 작은 파편이 비상했다.

“1번 표적! 요격 성공!”

하지만, 3번 대함미사일은 팝업 기동을 마치고 이내 마샬 바실리예프스키함(CGN-901)을 향해 맹렬히 낙하했다.

“함수 좌현 충격대비! 충격대비! 오퍼레이터는 마지막 보고를 외치고는 체념을 했는지 두 눈을 감았다.

쿠앙! 쿠아아아앙!

함수의 장갑을 종잇장처럼 찢어버리고 파고든 SSM-700S 해성A 미사일은 선체 바닥까지 뚫고 들어가더니 이내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다.

쿠쿵~콰~앙~

거대한 폭발과 함께 함수가 통째로 날아가자 붉은 화염이 춤을 추며 주변 모든 것을 녹여버렸다. 또한, 함수 부위가 날아가 버린 마샬 바실리예프스키함(CGN-901)은 서서히 앞으로 기울어진 채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피해 현황 보고하라!”

본 함의 안위보다 기함의 안위를 먼저 생각했던 마샬 바실리예프스키함(CGN-901)의 알렉산드르 필리모노프 함장은 밀려오는 가슴 통증을 꾹 참으며 내뱉은 말에 이내 바로 대답하는 승조원은 없었다. 이때 전투정보통제실로부터 대답이 들려왔다.

- 전투정보통제관입니다. 부상자 다수 발생, 실내가 어두워 정확한 인원 파악 어렵습니다.”

- 갑판장입니다. 현재 함수 전체가 날아가 서서히 앞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침수보다 수직발사대에 장착된 미사일의 내부 폭발피해가 우려됩니다. 지금 당장 퇴함 명령을 내리셔야 합니다.

- 여기는 기관실! 원자로는 문제없으나 승조원 상당수가 다친 상태 입······.

쿠앙! 콰아앙! 콰앙!

기관장의 피해 현황 보고는 엄청난 폭발음에 묻히고 말았다. 함수 수직발사대 부위에서 거대한 폭발이 연이어 일어나더니 이내 거대한 화염이 마샬 바실리예프스키함(CGN-901) 전체를 휘감았다.

그리고는 서서히 바닷속으로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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