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춰진 퍼즐
2023년 11월 24일 08:00,
남주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와대 국가위기상황센터 지하 벙커(NSC 회의실).
원래 9시에 있었던 NSC(국가안전보장회의) 회의 소집은 현재 러시아 극동함대가 홋카이도로 항진 중이라는 보고에 1시간 당겨 국가위기상황센터에서 진행되었다.
원래 NSC 소집 취지는 어젯밤 보고서와 관련한 회의였으나, 극동함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합동참모본부의 보고에 먼저 현 상황을 확인하는 것으로 회의는 시작되었다.
“이번 극동함대와 관련하여 러시아 측으로부터 통보는 없었습니까?”
테헤란에서 테러를 당하고 잠시 휴식을 취했던 강경희 장관이 복귀했다.
“네, 대통령! 극동함대 관련 어떠한 통보도 받지 못했습니다.”
“예전에는 훈련이 있을 때는 그래도 간단하게 통보하지 않았습니까?”
보통 대대적 훈련이 있는 경우 국경이 접한 상대국에는 간단히 어떠한 훈련을 한다는 식으로 간단하게 통보하는 게 국가 간의 관례였다.
“간혹, 훈련 지역이 우리나라와 먼 곳일 경우에는 통보하지 않을 때도 있었습니다.”
합참의장 출신인 강이식 장관이 추가 설명을 보탰다.
“강 장관님! 그렇다면 극동함대의 의도는 무엇일까요?”
이윤연 국무총리가 핵심적인 질문을 던졌다.
“현재 합참에서 가용한 모든 정찰 수단을 총동원하여 주의 시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의 경우를 대비해 방비책을 마련해놓았습니다. 잠시 브리핑을 하겠습니다.”
강이식 장관은 자리에서 일어난 한쪽 벽면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 옆에 섰다. 그러자 스크린에 불이 켜지고 북주 일부와 홋카이도 그리고 러시아 우수리 지역이 보이는 대형 디지털 지도가 나타났다. 그리고 여러 색상과 여러 형태의 표기들이 입력되어 있었다.
“현재 극동함대의 위치는 이곳입니다.”
미리 준비한 레이저 포인트로 강이식 장관은 디지털 지도의 한 부분을 가리켰다.
“현재 극동함대는 우수리지역의 남동쪽 해안을 따라 북동 방향으로 항해 중입니다.”
강이식 장관의 설명에 따라 디지털 지도에서는 극동함대의 예상 경로를 나타내는 붉은 선이 그어졌다.
“만약! 우리가 우려하는 대로 극동함대의 최종 목적지가 홋카이도라면 이곳에서 항로를 변경해 직선거리로 이시카리로 상륙할 것입니다. 이시카리의 해안선은 상륙하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입니다.”
강이식 장관은 레이저 포인트로 이시카리의 위쪽 해안선을 동그랗게 그으며 가리켰다.
“이에 7기동전단 호큘라 구축함이 6척이 마쓰마에군 서단 20km 지점에서 최고 속도로 북상 중입니다.”
다시 한번 강이식 장관은 7기동전단의 현 위치와 예상 항로를 가리켰다.
“예상한 대로 극동함대가 이곳까지 북상하여 이시카리 방향으로 항로를 변경한다면 우리 7기동전단과 대략 250km 거리를 두고 대치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최악의 상태로 극동함대와 교전이 벌어진다면 1함대 소속의 구축함들이 7시 방향에서 극동함대의 후미를 공격할 것입니다.”
간단히 브리핑을 마치자 강현수 안보실장이 질문을 던졌다.
“교전 예상 지역이 우리 쪽이 불리한 듯하군요. 아마도 해상전이 벌어진다면 지리적으로 가까운 우수리지역의 제3항공군의 공군력이 투입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에 대한 대비책은 있습니까?”
전 합참의장 출신답게 강현수 안보실장의 질문은 예리했다.
“만약 단순 해상전이 아니라면 분명히 연해주에 있는 제3항공의 전투기와 제3방공군의 대공 무기들이 극동함대를 지원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혼슈의 사카타에 있는 제18전투비행단의 전투기가 출격할 예정이며 연해주에서 발사하는 극초음속의 대함미사일은 제우스 1호와 2호가 대응 요격할 것입니다.”
“그 정도의 교전이라면 이건 일반적인 국지전을 벗어나는 교전이 아닙니까?”
이윤연 국무총리가 근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네, 질문에 답변은 드렸지만, 이 정도까지의 교전이 확대되지 않길 저도 바라고 있습니다. 총리님!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모든 걸 배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일단, 극동함대 건은 좀 더 지켜본 후 회의를 하도록 하고 본래 소집하게 된 의제 건에 대해서 진행합니다.”
추은희 대통령은 NSC 회의를 직접 주관하며 다음 의제 건으로 돌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국가정보원 이영진 원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강이식 장관이 브리핑했던 자리로 이동했다.
“지금부터 보여드리는 자료는 김정은 전 위원장이 의식불명에서 깨어난 후 폭탄 테러로 사망한 시점까지의 사건에 대한 요약본 보고서입니다.”
이영진 원장의 말이 끝나자 비서관 여러 명이 회의실에 들어와 극비 마크가 찍힌 한 문서를 나눠주고 나갔다.
“제가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리겠지만, 복잡한 상황이라 이해가 제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때마다 바로바로 질문을 주시면 다시 설명하겠습니다.”
브리핑하기 전, 이영진 원장은 당부의 말을 전하고 본격적으로 브리핑을 시작했다.
“먼저 스크린을 보시기 바랍니다.”
스크린에는 수많은 인물이 얼굴 사진으로 나와 있고 서로 간 복잡하게 연결되어있는 관계도였다. 인물도 있었지만, 러시아와 중국의 조직단체도 나와 있었다.
처음, 김정은 전 국방위원장이 깨어난 후 지금까지 관련된 모든 상황을 일일이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는 브리핑은 장작 2시간이 지나서야 끝이 났고 추가적인 질문을 받고 다시금 설명하는 데만 1시간이 더 소요됐다.
3시간이 지난 후, 엄청나고 상상할 수 없는 사실을 접하게 된 NSC 상임위원들은 저마다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만큼 저마다 느끼는 심히 굉장한 충격이었다.
“이 모든 것이 러시아가 배후였다니. 이 간나 새끼들이래 그냥 둬야겠습네까? 이거이 잘 되엇습네다. 극동함대 건을 빌미로 이번 참에 러시아를 지구상에서 확실히 지워버려야디요. 안 그렇습네까?”
NSC 상임위원 중에 유일하게 북한 출신인 통일정책부 김영철 장관이 탁자를 내려치며 시퍼런 분노를 표출했다.
나머지 상임위원들 역시 김영철 장관과 같은 입장인지 고개를 끄덕이거나 한숨을 내쉬며 천장을 바라봤다.
“러시아도 러시아지만, 국가전복내란죄를 저지를 자들에 대한 처리도 중요할 듯합니다.”
“그거이 죄다 싸그리 사형을 시켜야디요. 국가총비상사태에서는 가능하디 않습네까?”
임종원 비서실장의 말에 김영철 장관이 시퍼런 두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음, 임 실장 말대로 국가전복내란의 가담자의 처리도 중요하지요. 통일 대한민국이 어떻게 만들어졌는데 몇 년도 안 되어 국가 전체를 전복하려 했으니······. 그래요. 박 장관!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대통령 역시 국가전복죄를 저지를 자들에 대한 심각성을 알고 있기에 법무부 박범태 장관의 의견을 물었다.
“네, 현재 대한민국의 사형제도는 폐지되었습니다. 하나 현, 국가총비상사태에서는 가담 수위에 따라 사형도 가능하다 생각합니다. 단, 국내 여론은 물론 국외 사형제도를 비판하는 국가의 여론이 따가울 것으로 보입니다.”
“박 관장 동무! 지금 나라 전체가 뒤집힌 판에 그까이 외국 여론의 눈치를 봐야 갔습네까?”
“상황이 그렇다는 겁니다. 상황이······.”
툭 하면 성내는 김영철 장관이 못마땅했는지 박범태 장관은 한쪽 눈을 실룩거리고는 시선을 피했다.
“조만간 국가정보원에 잡혀있는 가담자들 일체가 검찰로 이송될 것이니 박 장관이 신경 써 주세요. 검찰총장은 제가 불러서 확실히 말해놓겠습니다.”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대통령의 발언이었지만, 사건의 심각성과 두 번 다시는 통일 대한민국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지가 높았다고 봐야 했다.
“네, 알겠습니다.”
“또, 한가지 강혁 국장님!”
“네, 대통령님!”
이번 사건에 부국장까지 연관되어 대통령을 볼 낯이 없던 강혁 국장은 쥐죽은 회의에 참석했다가 대통령의 부름에 의기소침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혹, 김형철 부국장이나 우병후 특별수사관처럼 조직 내 남아있는 가담자들이 있을지 모릅니다. 이번 기회에 확실히 내부 감찰하세요. 만약에 제 성에 차지 않는다면 연수국은 폐지할 것입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확실히 내부 감찰을 하겠습니다.”
강경한 대통령의 말에 강혁 국장은 가슴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또한, 국암원과 국정원의 모든 정보력을 총동원하여 내각은 물론 각 주의 연방정부와 국회의 하원, 상원에 대한 외부 감찰을 지시할 것입니다. 제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말입니다.”
대통령의 파격적인 발언에 NSC 상임위원들은 내심 놀라며 혀를 내둘렀고 한편으로는 적절한 지시라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NSC(국가안전보장회의)가 4시간을 훌쩍 넘어 점심시간도 넘어가는 사이, 비서실의 한 비서관이 합동참모본부로부터 보고 내용을 들고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합참에서 중요한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영상 송출하겠습니다.”
비서관은 보고와 함께 중앙 스크린의 조작했다. 그러자 스크린에 화면에 신성용 함참의장의 모습이 나타났다.
“충성! 합참의장입니다. 대통령님!”
“그래요. 바로 본론을 말하세요.”
“네, 현재! 극동함대가 북위 43°49'59.99" 동경 136° 6'9.76"에서 이시카리 방향으로 항로를 변경해 최고속도로 항해 중입니다.”
합참의장의 보고와 함께 분할된 스크린의 디지털 지도에는 항로를 변경한 지점이 붉은 원점으로 표기되어 보였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입니다.”
국방부 장관이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정말 이 미친 러시아놈들이 무력으로 홋카이도를 뺏으려는 건가요?”
국무총리의 다급한 질문에 합참의장은 힘 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현재 상황에서는 예상일 뿐이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우리의 군사작전은 그렇게 가정하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존 작전 안에 대해 재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음, 그래요. 사전에 준비한 작전 안대로 진행하세요.”
합참의장의 최종 작전 승인 요청에 추은희 대통령은 단호하고 확실히 대답해졌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대통령님!”
“뭔가요?”
“국경선 일대 러시아군의 수상한 움직임을 포착하여 현재 확인하고 있습니다.”
“동부 국경선을 말하는 겁니까?”
“러시아와의 국경선 전체입니다.”
“국경선 전체라니······. 그렇다면 홋카이도 쟁탈을 위한 단순 해상전이 아니라 국가 간 전쟁을 하잖는 거 아닙니까?”
행정자치부의 김수겸 장관이 매우 놀라며 합참의장에게 물었다.
“속단할 수는 없습니다만, 첫 번째로는 극동함대에 대한 우리 해군에 대한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극동함대와 우리 해군 간의 교전이 벌어질 시 그때를 기점으로 침공 전략을 세울 수도 있습니다.”
합참의장에 말에 상임위원들의 시선은 일제히 대통령에게 쏠렸다. 추은희 대통령은 이를 의식했는지 당차게 말했다.
“합참의장님! 저 역시 평화주의자며 또다시 우리 대한민국에 전쟁이라는 상처를 남기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피할 수 없다면, 정면 승부를 봐야겠지요.”
여성 대통령으로서 약간은 전쟁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완전히 뒤집는 대통령의 단호하고 강단 있는 발언이었다.
“그렇디요. 그렇디요. 이번 기회에 러시아 이 미친놈들을 깡그리 날려버려 아디요.”
다들 심각한 표정으로 침묵하는 가운데 김영철 장관만이 입가에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이때 김수겸 장관이 만류하는 발언을 하려 하자 대통령은 손을 들어 막고는 다시 한번 강단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대통령님! 그래도······.”
“아니요. 근래 저는 러시아에 참을 만큼 참았습니다. 강 장관에 대한 테러 건도 그렇고 김정은 전 위원장에 대한 암살 테러와 국가전복의 배후도 그렇고 이렇게 나오는 러시아를 더는 참을 수 없습니다.”
급기야 자리에서 일어난 추은희 대통령은 상임위원들을 보며 국군통수권자로서 지시를 내렸다.
“극동함대와의 교전발발 시 러시아의 불법적인 군사행동으로 간주하여 러시아에 대해 선전포고를 하겠습니다. 단, 그 전에 푸틴과 통화는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강 장관은 주 러 대사관을 통해 연결해 주세요.”
최후 통첩하듯 말하는 대통령의 말에 상임위원들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