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춰진 퍼즐
2023년 11월 23일 14:30 (러시아시각 09:30),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대통령 집무실).
집무실에 혼자 남겨진 푸틴 대통령은 다리를 꼰 채로 책상 위에 올린 후 드미트리 알레니체프 지부장으로부터 전달받은 보고서를 천천히 읽어나갔다.
“미국 이놈들이 경제적이나 군사적으로 지금까지 세계를 주도했던 원동력이 여기에 있었군”
약간 비꼬는듯한 말투로 중얼거리는 푸틴 대통령은 보고서를 다 읽었는지 책상 위에 던지고는 깊은 사심에 잠겼다.
‘어쨌든 트럼프를 압박할 수 있는 히든카드를 손에 쥐게 되었으니 이번 기회에 제대로 써먹어야겠군’
2차 세계 대전 당시 유럽 전체가 불바다가 되어가는 상황에서도 미국 정부는 스스로 고립주의를 자청하며 참전을 보류와 함께 상황을 지켜봤다. 하지만, 아시아를 쟁패하고자 하는 일본에 불우의 만주만 공습 공격을 당하자 이를 계기로 2차 세계 대전에 적극적으로 참전하게 되었다.
진주만은 일개 섬이었지만, 미국은 자국의 영토가 공격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미국 국민은 분노했고, 너나 할 거 없이 군대로 달려갔다. 당시 미국인들의 자진 입대율은 90%에 이르렀고, 신체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이들이 자살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일본의 진주만 공습일을 ‘치욕의 날’로 정하고 ‘전쟁참가법’이 미 의회 상원에서 만장일치로 하원에서 388대 1이란 압도적인 지지로 가결이 되자 미국 정부는 즉각 전시체제로 전환하여 참전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고 이후 아시아와 유럽, 두 곳에서 승리하는 승전국이 되었다.
이렇듯 역사적으로 볼 때 자국의 영토 공격에 대해 매우 민감하며 치욕적으로 느끼는 미국이 2년 전, 동북아 전쟁에서 사상 초유의 미 본토에 대한 공격을 당했다.
미국의 군사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일본 영토까지 한국군이 대대적으로 상륙하면서 전장이 불리해지자 미국은 일본 정부의 요청에 응하면서 한반도에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무려 500기나 발사하는 무리수를 두고 말았다.
비핵국가 상대로 핵미사일로 볼 수 있는 공격은 세계 모든 국가로부터 규탄을 받을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한 모든 국가가 탈퇴할 수 있는 정당성을 줄 수 있는 매우 큰 문제였다. 종전 이후 미국은 큰 문제로 번지기 전, UN 안전보장이사회에 나와 한반도에 향했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은 500기가 아닌 100기였다며 축소 보고했고 또한 핵탄두가 탑재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은 1기도 없었다며 주장했지만, 그것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어쨌든 500기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은 한반도는커녕 대기권에도 접근하지 못하고 모두 외기권에서 요격되고 말았다. 더불어 이를 계기로 한국군의 ‘신의 노여움’ 작전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미 본토 전체가 핵폭탄에 버금가는 무기에 공격을 받으며 미국은 물론 서방국가 대부분이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이에 각국의 군사전문가들은 미국의 운명을 건 한국에 대한 총공세를 이어질 것이며 입에 침을 튀기며 예상했지만, 모두 빗나가고 말았다.
일본의 항복 선언이 있기 며칠 전, ‘미국은 동북아 전쟁에서 빠질 것이며 한국과는 외교적인 이해관계로 약간의 마찰이 있었을 뿐이었다.’라는 다소 이해할 수 없는 성명발표를 하고는 급히 발뺌했다.
한국정부 외에 미국정부의 내부 사정을 모르는 세계 언론은 중국과 일본에 이어 미국마저 한국에 무릎을 꿇었다는 내용으로 약간은 조롱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며 오랫동안 뉴스거리가 되었다.
하지만, 각 국가의 정보부에서는 미국이 이렇게 발을 빼며 한국에 항복 아닌 항복을 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나름의 정보를 캐려 했다.
러시아 역시 SVR(대외정보국)에서도 가장 뛰어나다는 레드팀을 미국에 파견하여 2년간 첩보 활동 끝에 시기적으로 절묘하게 오늘 이렇게 결실이 되어 푸틴 대통령에게 전해진 것이다.
삐익!
한동안 생각에 잠겼던 푸틴 대통령은 인터폰을 눌렀다. 그러자 비서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네, 대통령님
“5시간 후, 미국 대통령과 핫라인 연결 준비하도록!”
- 네, 알겠습니다.
간단히 지시를 내린 푸틴 대통령의 얼굴에는 약간의 미소가 담겨있었다.
‘트럼프가 어떤 반응이 나올지 매우 궁금하군. 후후후’
★ ★ ★
2023년 11월 23일 17:30,
남주 서울특별시 강남구 국가정보원(정보분석실).
다닥다닥다닥다닥! 다다다닥!
50여 평의 큼지막한 분석실에 은 오직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만 울렸다. 간혹, 정보요원들끼리 대화 목소리가 들렸지만 이네 키보드 소리에 묻히고 말았다.
현재 정보분석실 이일우 실장의 지휘 아래 30여 명의 요원은 지난 17일 있었던 김정은을 암살한 폭탄테러 사건과 관련한 방대한 자료를 하나하나 일일이 분석하여 정리하고 있었다.
이번 사건은 김정은이 의식불명에서 깨어난 후 비밀리에 가동된 ACS실이 취득한 정보로 시작되었다. 불법적인 루트로 취득한 정보였으나, 이번 사건에 있어서 매우 중요했고 사건의 뼈대로 볼 수 있었다.
이후 뼈대에 살을 붙이기 위해 조명록을 비롯한 암살 테러 사건에 가담한 범죄자들로부터 알아낸 정보의 연관성을 이어나갔고 이후 김형철과 우병후로부터 알아낸 정보로 마지막 조각을 끼어맞췄다.
또한,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전국적으로 일어난 폭동에 준하는 시위대의 배후까지 알아내면서 퍼즐을 완성했다.
하지만, 너무도 얽히고설켜 복잡한 상황을 정리하여 보고서로 만들기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지체되고 있었다.
“언제쯤 끝날까?”
한쪽 편에서 앉아 지켜보고 있던 윤연준 1차관이 시계를 보며 말하자 이일우 실장이 정중히 대답했다.
“8시 정도면 보고서가 완료될 것으로 보입니다.”
“8시라! 원장님께서 눈이 빠지게 기다리시네.”
“죄송합니다. 현재 최대한 간단명료하게 정리하느라······.”
“내가 미안하군,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옆에서 보채서 말이야.”
★ ★ ★
2023년 11월 23일 19:30, (미국시각 08:30),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일어나자마자 비서실로부터 푸틴 대통령의 핫라인 요청이 있다는 보고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통역관과 함께 집무실에 일찍 출근했다.
평소 푸틴을 좋아하지 않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아침 일찍부터 바쁘게 만든 장본인의 전화를 기다리는 것이 못마땅한지 표정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삐삐! 삐삐!
잠시 후 러시아와 연결된 핫라인 전화기에서 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 안녕하신가요. 트럼프 대통령! 푸틴입니다.”
전화기 넘어 들려오는 푸틴 대통령의 목소리에는 뭔가 즐거움이 가득 담겨있었다.
“그래요. 잘 있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별일 없었지요?”
- 뭐 별일이 있었겠습니까? 하하하”
역시나 느끼는 대로 푸틴은 뭔가 좋아 죽으려고 하는 목소리였다.
“전화를 주셨으니 요건을 말씀하세요.”
전화 통화를 오래 하고 싶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본론을 꺼내 들었다.
- 요건이라······. 바쁘신 거 같습니다. 좋습니다. 요건을 말하지요. 혹, 러시아와 한국 간에 전쟁이 발발한다면 미국은 무조건 러시아 편을 들어달라는 것이 요건입니다.
“한국과의 전쟁이요?”
깜짝 놀란 트럼프 대통령은 대답 대신 질문을 던졌다.
- 아무래도 홋카이도 건으로 한국과의 전쟁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전쟁을 말하면서 남일 말하듯 하는 푸틴 대통령에게는 여유가 묻어 있었다.
“그렇다고 한국과 전쟁을 하면서 무조건 러시아 편을 들어달라니······. 그건 너무 일방적이지 않습니까?”
- 일방적인 것보다는 부탁을 드리는 거지요.
“부탁으로 안 들리는군요.”
- 하하하, 그렇습니까? 그럼 부탁이 아니라 협박을 해야 할까요?
“아니 뭐요? 지금 아침부터 나랑 농담 따먹기를 하지 않은 거요?”
국가 정상 간의 전화 통화치고는 약간의 상스러움이 있었지만, 통역관들은 서로의 대통령을 위해 순화하여 통역했다.
- 하하! 농담이 아닙니다.
“농담이 아니라면, 우리 미국에 협박하겠다는 거요? 푸틴 대통령! 이렇게 시답지 않은 내용으로 전화할 거면 이만 끊겠소.”
- USSC!
화가 난 트럼프 대통령이 수화기를 내려놓으려는 그때,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2년간 잊고 있었던 단어가 흘러나왔다.
순간 당황한 트럼프 대통령은 수화기를 내려놓으려는 동작을 멈추고 통역관을 바라봤다.
“제임스 지금부터 나오는 말은 국가기밀 S3 급으로 분류하니 그렇게 알고 통역하도록”
갑작스러운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통역관인 제임스 역시 당혹감을 나타내며 대답했다.
“아, 네, 알겠습니다. 대통령님”
통역관으로부터 다짐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수화기를 귀에 대기 조용한 말투로 말했다.
“푸틴! 당신이 그걸 어찌 아는 것이오?”
- 내가 모르는 게 뭐 있겠소?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내가 다 알고 있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화기를 손으로 막고는 일갈했다.
“건방진 새끼!”
- 자! 그럼, 본격적으로 본론을 말하겠소. 잘 들으시오.
★ ★ ★
2023년 11월 23일 20:30,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와대(대통령 집무실).
윤연준 1차관과 함께 청와대에 방문한 이영진 원장은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집무실에 모습을 보였다.
“어서 오세요. 안 그래도 오늘 중으로 보고서가 완성된다고 하여 이렇게 기다고 있었습니다.”
추은희 대통령은 집무실의 접견용 소파를 가리키며 반갑게 맞아줬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대통령님!”
“그래요. 보고서 좀 봅시다.”
이영진 원장과 윤연준 1차관이 소파에 앉자마자 대통령은 보고서를 보여달라고 재촉했다. 그만큼 기다리고 기다리던 보고서였기 때문이었다.
“윤 차관!”
“네!”
윤연준 1차관은 서류가방에서 2가지 보고서를 꺼내 정중히 대통령에게 건넸다.
“하나는 모든 정황이 기재된 정본 보고서이며, 이 보고서는 보기 쉽게 간단명료하게 정리된 요약본 보고서입니다. 너무나 복잡해서 이렇게 두 가지로 만들어왔습니다.”
윤연준 1차관은 2가지 보고서를 설명했다.
“그래요? 그럼 이것부터 봐야겠군요.”
추은희 대통령은 간단명료하게 정리된 보고서를 먼저 들고는 천천히 읽어나갔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추은희 대통령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것이, 정말입니까? 정말 무섭군요.”
추은희 대통령은 이영진 원장과 윤연준 1차관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저 역시! 짐작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 몰랐습니다.”
“대체! 러시아 이놈들은······.”
너무나 놀란 나머지 추은희 대통령은 말을 잊지 못했다.
“러시아는 물론 신중국 역시 관여되었으니 외교적으로 강하게 항의해야 합니다.”
이영진 원장이 강한 말투로 말하자, 추은희 대통령은 보고서를 탁자에 내려놓으며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렇게 해야겠지요. 그렇다고 신중국은 모르겠으나 러시아가 꿈쩍 이라도 할지 모르겠군요? 통일 후에는 한반도에 평화만 있을 줄 알았는데······. 정말 주변국들은 우리 대한민국을 그냥 두지 않는군요.”
“대통령님! 어쨌든 모든 근거 정황과 일부 증거자료가 확보되었습니다. 러시아가 쉽게 발뺌은 못 할 것입니다.”
“그래요. 그동안 정말 수고 많았어요.”
“아닙니다. 사전에 알아채지 못하고 막지 못해 죄송할 따름입니다. 이번 사건이 정리되면 책임지고 자리에서 물러나겠습니다.”
이영진 원장은 진심이 담긴 어투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무슨 책임인가요? 국정원이 만능 부서도 아니고 모든 걸 미리 파악 알 수 없지요. 다신 그런 말 하지 마세요.
“그래도 책임은 져······.”
“모든 책임은 국가 수장인 저한테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국정원에서 하실 일이 많아요. 아시겠어요?”
“하! 네 알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내일 당장 NSC를 소집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