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맞추기
2023년 11월 22일 09:00(이라크시각 03:00),
이라크 키르쿠크주 키르쿠크 북단 20km 지점.
낮에 시작된 교전은 어느덧 밤을 지나 새벽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어둠이 짙게 깔리고 풀 한 포기 없는 황량한 벌판은 크고 작은 폭발이 일어날 때마다 주변 일대를 환하게 비쳤고 고막을 짖을듯한 포성과 폭음은 마치 오케스트라의 연주 소리와 같았다.
상공에는 각종 정찰용 드론이 사방으로 날아다니며 이라크 황금사단의 전차와 장갑차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데이터링크를 했고 111해병전차대대의 흑호 전차들은 정신없이 표적을 설정하며 격파해 나갔다.
하지만 교전이 12시간째 이어지자 111해병전차대대의 해병들은 서서히 정신적 육체적으로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이라크 최정예 황금사단은 교전 초반 대대적이고 집중적인 공격 이후 별다른 전과를 올리지 못하고 도리어 반격을 당하며 피해가 커지자 지휘본부에서는 전술 변화를 꾀했다.
황금사단의 6개 기갑여단은 차례대로 돌아가며 111해병전차대대를 공격하고 빠지는 전술을 이어갔다. 이에 방어하는 111해병전차대대는 조금 과장해서 밥은커녕 잠시 휴식할 시간도 없이 장시간 여러 방향에서 불규칙하게 공격해오는 기갑여단을 상대해야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111해병전대대대의 해병들은 급속도로 체력이 고갈되었지만, 악으로 깡으로라는 해병대 정신으로 버텼다. 하지만 문제는 탄 보급이었다. 원활한 탄 보급 시간조차 주지 않은 황금사단의 공격에 초반 굳건했던 방어진지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1시 방향! 2번 3번 설정된 표적 자동 사격!”
퍼엉! 퍼엉!
쿠앙~ 쿠아앙~
짙은 어둠 속, 5km 밖에서 좌우로 기동하며 방어진지를 향해 기동하던 2기갑여단의 적 전차 2대를 표적 설정한 312호 전차가 연속사격으로 날려버렸다.
“자! 다음은 12시 정방향 거리 5100, 새로운 표적 1번으로 설정한다.”
김윤성 중사는 화염에 휩싸여 불타오르는 적 전차를 뒤로한 채 새로운 표적을 찾아 표적 설정을 했다.
하지만, 포수 이해성 상병으로부터 암울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 전차장님! 플탄 2발밖에 안 남았습니다.”
포수용 디스플레이 화면에서는 작은 경고음과 함께 플라즈마탄의 잔탄을 표기하는 숫자가 3으로 표기되어 깜빡이고 있었다.
“뭐? 벌써 다 썼어?”
“네, 어쩝니까? 전차장님?”
“보급받아야지 뭘 어째?”
김윤성 중사는 1번 표적을 락온 한 상태에서 현시경을 회전해 전방 전체를 살폈다. 짙은 어둠 속에서도 적외선 비전 모드로 인해 붉은 광점으로 보이는 적 전차와 장갑차 60여 대가 확인되었다. 모두 흑호 전차의 유효사거리 안팎으로 걸쳐 있었다.
“이 상병아! 마지막으로 1번 표적 처리하고 보급받자!”
“네, 알겠습니다.”
새롭게 설정한 표적을 향해 포탑이 자동으로 회전했다. 그리고는 포수 조존경의 조준점이 정확히 1번 표적인 적 전차의 포탑 바로 하단부위에 고정됐다.
딸각!
퍼엉!
주변 일대가 진동할 정도의 가공할 폭발음과 함께 흙먼지가 좌우로 흩날리더니 이내 붉은 광점 하나가 지면과 수평을 이루며 빠르게 날아갔고 순식간에 표적으로 삼았던 적 전차를 포탑 하단을 강타했다.
콰앙!
화려한 불꽃과 함께 일순간 폭발이 일어나며 포탑이 뒤집히며 날아갔다. 그리고는 연달아 내폭이 일어나며 검붉은 화염이 수 미터까지 솟구치며 춤을 췄다.
“적 전차 피격!”
조준경을 통해 활활 타오르는 적 전차를 확인한 이해성 상병이 입꼬리를 올리며 소리쳤다. 그런 와중에 김윤성 중사는 소대 통신망을 통해 소대장에게 통신했다.
“여기는 아카시아 둘! 현재 잔탄 2발, 탄 보급 시급! 이상”
- 여기는 아카시아 하나! 현재 1소대와 3소대에서도 각기 1대씩 탄 보급받기 전력에서 빠진 상태! 1소대 낙지다리 삼이 복귀하면 바로 빠지도록 이상!
“여기는 ‘아카시아 둘! 확인!”
소대장과 통신을 마친 김윤성 중사는 승조원들에게 내부 통신망으로 알렸다.
“타 소대에서도 현재 탄 보급으로 몇 대 빠진 듯하다. 1소대 낙지다리 삼이 복귀하면 그때 빠진다. 그때까지 가용한 엄폐물에서 대기하다가 빠진다.”
현재 상황을 전파한 김윤성 중사는 흑룡 미사일의 시커를 활성화하고 언제든 발사할 수 있도록 세팅했다. 현재 대대본부로부터 대전차와 대공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흑룡 미사일에 대해선 최대한 사용을 자제하라는 명령이 떨어진 상태였다.
“네, 알겠습니다.”
“길 병장아! 저쪽 1시 방향, 거리 40지점에 있는 작은 바위 보이지? 그쪽으로 기동해서 엄폐해라!”
“옛설!”
완벽한 엄폐는 불가능했지만, 그럭저럭 엄폐할 수 있는 작은 바위 쪽으로 312호 전차가 움직였다.
쉬이에엥~ 카앙!
포탑 왼측 측면 장갑 쪽에서 둔탁한 소음과 함께 충격이 전해왔다. 날탄 한발이 왼쪽 포탑 측면에 명중했지만, 부분적으로 하이드리늄 합금으로 만들어진 측면 장갑을 뚫지 못하고 튕긴 후 그대로 지면에 박혔다.
동료 전차들이 하나둘 검붉은 화염에 휩싸이며 땅바닥에 주저앉는 상황에서도 황금사단 제2기갑여단 전차들은 투지를 불태우며 공격해왔다. 이라크 보안군 중 최정예 부대로 불릴 만했다.
“헉! 방금 맞은 겁니까?”
이해성 상병이 식겁하며 전차장에게 물었다.
“지금 놀랄 때냐? 그럴 시간에 어떤 놈인지 확인해!”
“아, 옙!”
작은 바위에 도착해 엄폐한 312호 전차는 방금 자신을 공격한 전차를 찾기 시작했다.
현시경과 조준경이 양방향으로 돌아가며 확인하던 중 11시 방향에서 최고 속도로 다가오는 광점 하나가 포착했다.
“찾았습니다. 11시 방향 거리 4500,”
“지금 플탄 한발 남았지?”
“네!”
“네가 바로 설정해서 날려버려!”
이해성 상병은 직접 표적을 설정하고는 그대로 조종간의 발사 버튼을 당겼다.
“감히 우릴 때려? 죽어라. 자식아!”
퓨웅! 콰앙!
순식간에 날아간 플라즈마탄은 어김없이 표적으로 설정된 적 전차의 정면 장갑을 뚫고 들어가 내부에서 폭발했다. 50톤에 달하는 전차가 한차례 들썩이더니 이내 사방으로 크고 작은 파편이 비상하며 산산조각이 났다.
“적 전차 피!”
삐빅! 삐빅! 삐빅!
피격 보고를 하려던 그때 LWR(Laser Warning Receiver) 경고음이 울렸다. 바로 대전차유도탄의 레이저 조준 감지 경고음이었다.
“대전차유도탄?”
경고음과 함께 전차장용 디스플레이 화면의 디지털 지도에서는 대전차유도탄의 조준 레이저 송출지점이 붉은 점으로 표기되었다. 3시 방향, 2,900m 떨어진 약간 능선 지점이었다. 그곳에는 대전차용 발사관을 장착한 장갑차 한 대가 서 있었다.
“이 자식들 언제 저기까지 온 거야?”
일갈한 김윤성 중사는 그대로 복합형 대전차 및 대공화기인 ‘S-LLAM 60 흑룡 미사일’ 조종간 발사 버튼을 눌렀다.
주 포탑의 오른쪽 2연장 발사관에 흑룡 미사일 한 발이 푸른 불꽃을 일으키며 하늘로 솟구쳤다. 동시에 능선에서도 하얀 연기를 내뿜는 붉은 광점 1개가 하늘로 솟구쳤다.
콰앙아!
50m까지 상승한 흑룡 미사일은 그대로 레이저 송출지점 상공 10m에서 폭발했다. 장. 흑룡 미사일의 관통탄은 그대로 장갑차의 포탑을 뚫고는 내부에서 폭발했고 탄미의 자탄들은 장갑차를 기준으로 주변 30m 지점을 쓸어버렸다.
이에 착탄 직전 레이저 유도를 잃은 대전차유도탄은 간발의 차이로 312호 전차가 아닌 앞에 있던 작은 바위에 꽂히며 폭발했다.
쾅앙! 쿠아아앙~!
크고 작은 돌덩어리가 312호 전차를 사정없이 강타해다.
커엉! 컹컹! 커커컹!
크고 작은 돌과 흙먼지가 312호 전차 전체에 쏟아졌다.
“광학장비 이상 유무 확인!”
김윤성 중사의 외침에 이해성 상병과 길민준 병장이 보고했다.
“조준경 이상 없음! 사격 통합장치 이상 없음!”
“전방! 모든 조종 카메라 이상 없음! 동력 기관 이상 없음!”
“다행이긴 한데······. 이제 장갑차까지 근거리까지 도달해서 문제다.”
이때 소대장으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 여기는 아카시아 하나! 낙지다리 삼 복귀했다. 아키시아 둘은 즉시 탄 보급 받고 바로 복귀하도록. 이상!
“여기는 아카시아 둘! 확인!”
김윤성 중사는 통신을 마치고 조종수 길민중 병장에게 소리쳤다.
“길 병장아! 선회하지 말고 지금 상태로 그대로 후진해서 교전 지역 이탈한다. 가능하지?”
“전차장님! 껌이지 말입니다.”
“오케이! 교전 지역을 안전하게 이탈하면 바로 선회해서 보급대까지 최고속도로 달려.”
“옛설!”
대답과 동시에 조종수 길민준 병장이 조종 레버를 조작하자 132호 전차는 크게 한번 반동을 치더니 그대로 후진에 들어갔다.
쿠릉! 쿠르르르릉!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132호 전차는 임시로 세워진 대대보급대에 도착했다. 방어진지로부터 5km 후방 작은 분지에 있는 대대보급대에는 타 중대에서 온 전차들이 순서를 기다리며 탄 보급을 받고 있었다.
“어이! 최 하사! 얼마나 걸려?”
포탑 위로 몸을 내민 김윤성 중사는 132호 전차를 유도하는 부사관 후배인 최정원 하사에게 물었다.
“다다음 차례입니다. 그런데 지금 탄 수량이 부족해서 20발 정도만 보급될 듯합니다.”
“뭐? 우리보고 그냥 나가 죽으라는 거냐?”
“아! 저희도 죽겠습니다. 여기저기 욕만 먹습니다. 그런데 어떡합니까? 저희가 보유하고 있는 탄도 모두 바닥났습니다.”
최정원 하사는 울상 된 표정을 지으며 유도했다. 아무래도 다른 전차장한테도 욕을 먹은 듯했다.
“아니 상급부대에서는 보급 계획 없는 거야?”
“전 모르겠습니다. 보급관님한테 물어보세요.”
“아나, 제길슨, 뭐 이런 개 같은 경우가 다있냐?”
★ ★ ★
2023년 11월 22일 09:00,
북주 평양특별자치시 보통강구(붉은혁명청년단 비밀 은신처).
“부국장님! 23곳 중 18곳은 기습 준비를 모두 마쳤다고 합니다.”
국가정보원 대테러수사국 1과장인 강태영가 태블릿 PC를 확인하고는 보고하듯 말했다. 이에 옆자리에 있던 마동석 부국장이 왼쪽 창문을 바라봤다.
창문 넘어 맞은편에는 붉은벽돌로 지어진 5층 건물이 보였다.
“우리 쪽은 어떤가?”
“현재 52명이 건물 안에 있으며 모두 얼굴인식 감별하여 신원정보 파악했습니다.”
마동석 부국장의 질문에 강태영 과장은 직접 태블릿 PC를 조작하며 현재까지 파악된 정보에 대해서 대답했다.
“그래? 좀 더 기다려야겠군, 우리 쪽 포함 5곳 모두 준비가 완료되면 바로 시작하지! 또한, 만에 하나 기습전에 건물에서 빠져나가는 놈들이 있으면 연수국 수사관들에게 일일이 따라붙으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붉은벽돌 건물로부터 50m 정도 떨어진 골목길의 한쪽 벽면에 밴을 주차하고 안에서 지휘 및 지시를 내리는 마동석 부국장은 국가총비상사태까지 선포할 정도로 국가적 대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시위대의 배후인 붉은혁명청년단의 본거지를 기습하여 모두 체포하고자 했다.
현재 평양 본부는 물론 전국 모두 도시의 지부 건물에도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사정기관의 모든 수사관이 투입되어 일망타진 체포를 위해 새벽부터 대기하고 있었다.
현재 붉은혁명청년단 건물 주변에는 국가정보원 정보요원들과 연방광역수사국 수사관들은 주차된 차 안에서 감시 및 대기 중이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4곳으로부터 준비 완료라는 보고를 전달받은 마동석 부국장은 진입 명령을 내렸다.
“국정원 요원들은 내부 진입하고 연수국 수사관들은 외부에서 퇴로 확보 및 대기한다. 바로 투입!”
마동석 부국장의 명령에 따라 30여 명의 사내가 차에서 내리고는 이내 붉은벽돌로 지어진 건물로 몰려들었다. 몇 명은 와이어 풀을 이용해 옥상으로 침투했다.
콰아앙!
진압용 폭탄으로 현관문을 날려버린 요원들은 신속하게 건물로 진입했다.
“뭐, 뭐야?”
갑작스러운 요원들의 출현에 깜짝 놀란 붉은혁명청년단의 단원들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얼어붙었다.
“너희들은 국가전복가담죄로 전원 체포한다.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바닥에 엎드려!”
요원들은 저마다 KS5 레이저 피스톨을 겨누며 소리치자 겁먹은 단원들은 엎어졌다 하지만 일부 단원들은 경고를 무시하고 도망가기 시작했다. 이에 여기저기에서 체포를 위한 심한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