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68화 (368/605)

퍼즐 맞추기

2023년 11월 18일 21:00,

남주 서울특별시 강남구 국가정보원(대외정보국 최조실).

어두운 조명 아래 탁자를 두고 마주 앉은 두 사내는 몇 시간 동안 보이지 않은 기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어떻게든 여러 증거자료를 제시하며 자백을 받아내려는 국가정보원 대외정보국 이자성 과장과 취조 시작과 함께 오리발로 일관하는 연방광역수사국의 김형철 부국장이었다.

“계속 이렇게 앵무새처럼 했던 질문 계속해서 할 것이네?”

수갑 찬 양손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의자를 최대한 뒤로 젖혀 조금은 거만한 자세로 앉아있는 김형철이 눈을 흘기며 말했다.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김형철은 취조를 당하는 처지에도 불구하고 여유가 있었다.

그런 김형철의 태도에 심기가 불편해 있던 이자성 과장은 잠시 서류를 덮고는 조용한 어조로 말했다.

“김형철 씨.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계신 듯합니다? 지금 김형철 씨는 국가전복가담죄라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로 이 자리에 있는 것입니다. 단순 피의자가 아니란 말입니다. 아시겠습니까?”

“국가전복가담죄이라 했네? 가당치 않은 소리 하지 말라우! 남한에서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지 않네? 그런데 말이디 나를 지금 증거 하나 없으면서 국가전복감담죄라는 죄명으로 날 지금 범죄자라 하는거네? 하하하 가소롭구나야.”

쿵! 쿵!

김형철은 비웃으며 탁자를 두드렸다.

“김형철씨 아직 시간 많습니다. 계속 얘기를 해보면 나오지 않겠습니까? 그럼 다시 질문을 이어갈까요?”

“맘대로 해보라우! 내 입에서 네가 원하는 답변이 나오는지······.”

김형철 부국장은 알고 있었다. 3일간 입 닫고 버틴다면 이곳에서 풀려난다는 것을······.

“김형철씨는 지난 10월 30일 오후 2시에 평양에 있는 인터네셔널 호텔에서 민족노동당의 지도부와 만난 적이 있지요?”

“또 똑같은 질문이구만기래. 한번 해보자우. 내래 10월 30일 평양 근처도 가지 않았어야. 알갔네?”

“다음 질문을 하죠.”

이날 김형철의 취조는 반복되는 질문과 함께 밤을 넘겨 새벽까지 이어졌다.

★ ★ ★

2023년 11월 18일 21:00,

남주 서울특별시 강남구 국가정보원(대외정보국 최조실).

한편 대외정보국의 또 다른 취조실에서도 우병후 특수관에 대한 취조가 진행되고 있었다.

“우리 우 특수관님! 근래 매우 바쁘셨지요?”

1과 2팀장인 윤태진은 연방광역수사국의 마크가 새겨진 문서 내용을 일일이 읽어간 후 비꼬듯 말했다. 그 문서는 지난번 강혁 국장으로부터 전달받은 우병후의 최근 활동보고서였다.

“나랏일 하면 바쁘지 않은 날이 있습니까?”

우병후은 뻔뻔한 표정을 보이며 대꾸했다.

“아! 나랏일 하느라 바쁘셨군요? 그렇다면 어떤 나랏일 하느라 3주 동안 평양을 8번이나 갔을까요? 매우 궁금하군요?”

“그건, 내부 감찰 관련 업무라 말하기가 그렇군요.”

“감찰 업무라······. 조명록이 만난 것도 감찰 업무고 나랏일입니까?”

조명록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순간 우병후의 볼살이 실룩거렸다. 이를 놓칠 일이 없는 윤태진 팀장은 계속해서 추궁해나갔다.

“오지완도 만났지요?”

“거!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조명록은 누구고, 오지완은 누구요?”

툭!

윤태진 팀장은 탁자 위에 여러 장의 사진을 펼쳐 보였다.

“이 사람들 잘 알지요? 김형철 부국장 지시로 평양에서 직접 만났으니까 말입니다.”

“허허, 이거 참, 당최 이해할 수가 없군요. 나는 이런 사람들 만나기는커녕 부국장님한테 지시를 받은 적도 없습니다. 되지도 않은 소리는 그만 하시지요?”

취조가 시작된 이후 우병후는 오리발 내밀기로 계속해서 일관했다.

★ ★ ★

2023년 11월 18일 23:30 (이라크시각 17:00),

이라크 키르쿠크주 알툰 쿠프리시 남단.

2시간 동안 각자 정해진 루트를 따라 시가전을 벌이며 알툰 쿠르리의 남단 외곽까지 도달한 111해병전차대대는 경계 강화상태에서 대대적인 정비 시간을 가졌다.

수 시간 동안 온통 먼지를 뒤집어쓰고 교전을 벌인 탓에 전차 외부에는 희뿌연 모래와 먼지가 수북이 쌓여있었다. 이에 전차 승조원들은 저마다 전차 위에 올라가 광학장비에 쌓여있던 모래와 먼지를 쓸어내렸다.

111해병전차대대는 가장 먼저 알툰 쿠프리 시가전에 투입한 후 정해진 루트를 따라 시내에 주둔 중인 이라크 보안군을 제거하는 임무였다. 1차 임무가 완료되면 알툰 쿠프리 남단에서 잠시 정비 시간을 갖고 최종 목표지점인 키르쿠크를 향한 진공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야야! 확실하게 닦아라~ 이놈들아! 교전 중에 모래 때문에 고장 났다니 뭐니 헛소리하지 말고 저기 그 부분 열심히 닦아”

대대 내에서 머리가 커 대갈 장군이라 불리는 대대 정비반의 안준경 원사는 전차 위에서 각종 브러쉬로 광학장비의 먼지와 모래를 털어내는 장병들이게 일일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잔소리를 늘어놨다.

“아! 안 원사님! 뭔 잔소리를 그리 하십니까? 우리 애마는 우리가 잘 챙길 테니 걱정 붙들어 매십시오.”

132호 전차장 김윤성 중사가 현시경 외부렌즈에 쌓인 모래를 조심스럽게 털어내며 말했다.

“지랄한다. 그래서 저번 교전 때 현시경이 고장 났다고 그 난리를 쳤냐?”

“아! 그땐 정말로 현시경 렌즈가 박살 난 줄 알았지말입니다.”

김윤성 중사가 머리를 끌쩍거리며 말했다.

“그러니까 마! 아무리 최첨단 장비일수록 모래나 작은 먼지에 취약하다고 입이 닳도록 말했잖아! 확실히 닦아내란 말이야. 검사하러 다시 올 거야.”

“예! 예!”

김윤성 중사에게 한가득 잔소리를 퍼부은 안준경 원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또 다른 소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 잔소리 대갈 장군!”

멀어져가는 안준경 원사를 보며 김윤성 중사가 별명을 내뱉자 옆에서 함께 정비하던 길민준 병장과 이해성 상병이 입을 가리며 낄낄거렸다.

“안 원사님 말대로 꼼꼼히 정비해라”

“네, 전차장님! 그런데 최종 작전은 언제 합니까? 오늘 밤입니까?”

조종실과 연결된 광학 카메라를 닦던 김민종 병장이 물었다.

“알툰 쿠프리가 어느 정도 안정되면 출동명령이 떨어진다고 하더라. 일단 여본에서 명령이 떨어질 때까지 우리는 여기서 쉬면서 정비나 하는 거지”

“아! 내일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요새 야간 교전이 너무 많아! 안그냐? 이 상병?”

“네, 맞습니다. 피곤해 죽겠습니다.”

현재 피스부대에 있어서 유일한 악조건은 이란이나 이라크의 전투부대가 아니었다. 바로 시시때때로 불어 젖히는 모래바람과 미세먼지였다. 최첨단 장비의 의존도가 높은 기갑부대는 교전 때마다 모래바람과 미세먼지로 시스템 이상 현상이 자주 발생했고 이로 인해 교전 중에 애를 먹기도 했다.

“애들아! 잠시 후면 저녁 시간이다. 그러니 잡담 그만하고 닦아!”

“와! 시간 한번 잘 갑니다. 벌써 점심시간이 다 돼가네?”

손목시계를 확인한 길민준 병장은 입이 귀까지 걸릴 정도로 함박웃음을 보였다. 그러자 이해성 상병이 몸을 밀착하더니 비밀스럽게 속삭였다.

“특종 하나 알려드립니까?”

“특종? 뭔데?”

“오늘 저녁은 특식으로 백숙이 나온다는······.”

“정말?”

“네, 크크크 취사반에 있는 동기로부터 알아낸 특급기밀입니다.”

“와! 오랜만에 영향보충 좀 하겠구나야.”

“임마들아! 그만 떠들고 정비나 해! 안 원사님한테 검사 통과 못 하면 그 백숙인가 백수인가 못 먹는다.”

“아! 예! 알겠슴당!”

★ ★ ★

2023년 11월 19일 01:00 (러시아시각 18일 19:00),

러시아 모스크바 벙커 스테이트 R-13.

현재 모스크바와 러시아 전역에는 핵전쟁에 대비해 4,000만 명이 피난할 수 있는 지하벙커 5,000개가 건설되어 미국이나 다른 서방국가에 못지않은 피난 대비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다.

또한, 러시아 정부 고위관료를 위한 벙커 스테이트라 불리는 지하벙커 역시 모스크바에만 해도 30개가 건설되어 있었고 위치는 S급 기밀로 철저히 가려져 있었다.

이틀 전, 푸틴 대통령의 주관하에 긴급 소집된 장관 회의에서 러시아의 미래를 바꿀 중대한 사안 몇 가지가 결정된 후 국방장관을 비롯한 군 지휘관들은 이곳 벙커스테이트 R-13에서 향후 진행될 군사적 작전 안을 수립 중이었다.

“시점이 가장 중요합니다.”

잿빛 군복이 잘 어울리는 블라디미르 베샤스트니흐 총참모장이 기다란 탁자를 두고 앉아있는 지휘관들을 보며 말했다. 그러자 옆에 앉아있던 SVR(대외정보국)의 안드레이 솔로마틴 부국장이 입을 열었다.

“그 시점은 앞으로 1주일로 보고 있습니다.”

“1주일요? 너무 빠른 거 아닙니까?”

이번 군사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동부관구의 총사령관인 스타니슬라프 체르체소프이 대장이 반문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빠르고 늦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내부의 시위 폭동으로 인한 혼란 그리고 외부의 군사적 위축, 이 두 가지 요인이 최고점에 오를 때가 바로 우리가 원하는 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 기관이 분석한 바로는 앞으로 1주일 후가 한국정부의 대응이 가장 취약한 시점이라 파악했습니다.”

안드레이 솔로마틴 부국장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100여 명의 지휘관에게 설명했다.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근거는 있습니까?”

다시 한번 스타니슬라프 체르체소프이 대장 반문했다. 그러자 드레이 솔로마틴 부국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설명을 이어갔다.

“당연히 있지요. 현재 대한민국의 모든 연방에서는 500여 개 지역에서 정치적 성향의 대대적인 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시간이 갈수록 그 시위는 전국 곳곳으로 퍼지고 있지요. 1주일 후면 중소도시는 물론 작은 농어촌 마을까지 퍼져 통제 불능의 시위가 벌어질 것입니다.”

설명이 끝나자 이번엔 동부관구 소속의 5군 사령관인 알렉산드르 모스타보이 중장이 손을 들고 질문을 했다.

“현재 한국은 국가총비상사태를 선포한 상태인데 시위가 저렇게 퍼질 때까지 그냥 간과하지는 않아 보이는데요?”

“후후후, 한국에는 아주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있습니다. 바로 518 광주사태라 불리는 민간인 학살 사건이지요. 자세한 설명은 그렇고 어쨌든 한국정부는 강력한 공권력을 행사하여 민간인 시위대를 진압할 수 없습니다. 하물며 17일 평양에서 일어난 시위에 북주 주지사가 군병력을 동원하여 강력하게 제압했다가 도리어 남주에서는 제2의 광주사태가 발생했다며 이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어떻습니까? 이정도면 왜 한국정부가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을 하지 못하는지 이해가 되셨습니까?”

안드레이 솔로마틴 부국장의 간단명료한 설명에 군 지휘관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자 그럼, 이번에는 외부적 혼란에 대해서 말해볼까요? 현재 이란과 이라크 등 중동에는 SVR 요원 300여 명이 투입한 상태입니다. 현재 이들은 이란과 이라크 특수부대와 대대적인 테러를 준비 중입니다. 이 부분은 지도를 보면서 설명을 해야겠군요.”

안드레이 솔로마틴 부국장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회의실 옆의 대형 스크린이 밝아지더니 이내 쿠르디스탄 공화국을 중심으로 한 중동 지도가 보였다.

“현재 지도를 보시면 알겠지만, 쿠르디스탄 공화국에 파병 온 한국의 피스부대 중 전투부대는 모두 이란 동부전선과 이라크 남부전선에 모두 투입한 상태입니다. 말 그대로 쿠르디스탄 내부의 치안을 책임지고 있는 부대는 민병대 수준의 쿠르디스탄 공화국 수비대라는 것입니다.”

안드레이 솔로마틴 부국장은 레이저 포인트로 지도 곳곳을 가리키며 설명해나갔다.

“현재 준비 중인 테러는 한국 내에서 혼란이 최고치에 오를 예상 시점인 24일로 보고 있으며 이날 쿠르디스탄 전 지역에서 자살 테러가 발생할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테러는 IS 짓으로 위장을 할 것입니다.”

안드레이 솔로마틴 부국장은 양손을 벌리고는 군 지휘관들을 둘러봤다.

“그럼 이 시점인 24일이 우리 태평양함대가 움직일 때입니까?”

러시아 해군이자 동부관구 소속으로 일명 극동함대로 불리는 태평양함대의 사령관인 발레리 까르핀 제독이 물었다.

“네, 맞습니다. 정확한 날짜와 시간은 추후 다시 알려드리겠지만, 이때를 기해 태평양함대는 홋카이도를 향해 움직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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