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66화 (366/605)

이념 충돌!

“.....이상으로 보고를 마칩니다.”

현재 7개 연방주와 1개 자치주에서 일어난 각종 시위 건과 관련하여 사회수석이 30분에 걸쳐 보고했다.

“어떻게 대규모의 시위가 전국적으로 일시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함께 보고를 들은 임종원 비서실장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낙담하자 오국 민정수석이 확신 찬 목소리로 말했다.

“분명, 사전에 준비했을 것입니다.”

“그래요. 미리 사전에 준비하지 않았다면 이럴 순 없지요. 문제는 그 단체를 빨리 최대한 빨리 찾아야 합니다. 늦으면 늦을수록 내부혼란은 더욱 심해질 것입니다.”

오장수 안보실장 역시 오국 민정수석과 같은 생각이었다.

문제는 모든 사건의 중심이며 최상위에 있던 김형원이 김정은과 함께 사망함으로써 하부 조직과의 연결고리가 끊어져 수사확대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몸통이라 볼 수 있는 조명록이 체포되었고 실제 암살을 저지른 오지완이 금일 새벽 체포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약물투여로 조명록으로부터 대략적인 정보를 알아냈지만, 가장 중요한 정보 즉, 김형원의 하부 조직과 뜻을 함께한 동조자들의 명단을 알아내는 데 실패했다.

“대통령님! 일단, 국암원을 통해 김형철 부국장을 긴급 체포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오국 민정수석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법적으로 확보된 결정적 증거는 없지만, 불법적으로 확보한 증거에는 김형철 부국장은 이번 암살 사건과 깊은 관련 되어 있었다.

“증거 없이 체포라니요? 자칫 대통령님에게 피해가······.”

임종원 비서실장이 깜짝 놀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내자 오국 민정수석이 이어 말했다.

“현재 시국이 시국인 만큼 빠른 결단을 내릴 때도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체포라니요.”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이 말다툼하는 동안 추은희 대통령은 두 눈을 지그시 감고는 사색에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통령은 결심했는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오후에 국암원의 박주완 원장 호출하세요.”

★ ★ ★

2023년 11월 18일 14:30 (이라크시각 08:30),

이라크 키르쿠크주 알툰 쿠프리시 북단 20km 지점(제11 해병기동여단).

이틀에 걸쳐 아르빌주 전역과 쿠르드자치정부(KRG)의 수도인 아르빌을 완전히 수복한 제11해병기동여단은 쿠르디스탄 공화국 수비대에 인수인계를 걸친 후 지금은 최종 수복지역인 키르쿠크주를 향해 진공에 들어갔다.

여단 예하 부대인 113해병기동대대가 중앙에서 고속 진공에 들어갔고 좌우에는 넓게 포진한 111해병전차대대와 112해병전차대대가 횡대 대형으로 속도에 맞춰 기동했다. 그리고 후방에는 해병포병대대의 C-9A1 라이트닝 자주포 18문이 방열한 상태로 언제든 포격요청 시 즉시 포격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마치고 대기 중이었다.

이라크 내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대형 유전지대로 알려진 키르쿠크 유전지대의 수복 여부는 향후 쿠르디스탄 공화국의 성공적인 독립과 직결되었다. 현재 쿠르디스탄 공화국이 수복한 영토의 70%로는 험준한 산악지대이거나 각종 농작물을 재배하기에 부적합한 황량한 지대였다. 이렇게 국가 산업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농업도 활성화하기 힘든 여건이었기에 쿠르디스탄 공화국의 국가 운영 재정을 뒷받침할 수 있는 유전지대 확보야말로 독립 성공에 있어서 가장 핵심지대였다.

현재 키르쿠크주를 방어하는 이라크 보안군은 T-72 전차로 편제된 제13기갑사단과 각종 장갑차로 편제된 제15차량화보병사단과 제17차량화보병사단이었다. 하지만 제15차량화보병사단은 키르쿠크 유전지대 곳곳에서 게릴라 전술로 펼치고 있는 쿠르드자치정부(KRG)의 무장단체 페쉬메르가를 저지하기 위해 이번 방어 작전에 빠진 상태였다.

즉, 제11해병기동여단을 상대하는 이라크군의 주력은 제13기갑사단과 제15차량화보병사단 2개뿐이었다.

앞서 이틀간 아르빌주에서 제11해병기동여단에 격파당한 이라크군의 제7기갑사단과 9차량화보병사단보다는 최신예 무기로 편제되어 전력상 높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한민국의 제11해병기동여단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이라크 정부에서는 이라크 수도인 바그다드 방어를 책임지고 있는 정예 중의 정예인 황금사단을 키르쿠크주에 긴급 투입했다.

2014년 11월에 처음 황금사단이라는 정예사단이 갑자기 등장했는데, 황금사단이라는 명칭은 후세인 정권 시절 특수 공화국 수비대의 별칭이었다. 소련이 대조국전쟁 당시 운용하던 근위대를 부활시킨 것과 유사한 듯하다. 많은 사람이 이라크가 PMC를 구매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기도 했으며 후세인 시절의 특수부대원들을 다시 모았거나 이미 알려져 있던 ISOF가 인제 와서 제대로 된 활동을 개시한 것 아니냐는 설이 있었다. 황금사단은 2018년이 되어서야 대외적으로 이라크의 특수부대로 판명되었다.

그리고 현재 2023년 황금사단은 다운그레이드 버전인 미국의 M1A1 전차를 개량사업을 통해 한층 업그레이드했고 특히 러시아로부터 각종 최신예 무기를 구매하여 재무장시켰다. 황금사단은 직할부대 여단 4개와 예하부대인 기갑여단 6개가 편제되어 군단급 규모에 가까웠다.

이처럼 이라크군에서 최강의 전력인 황금 군단까지 키르쿠크 방어에 투입함으로써

이라크 정부 역시 키르쿠크 유전지대를 눈뜨고 그냥 빼앗기지는 않겠다는 굳은 의지로 볼 수 있었다.

뿌연 흙먼지가 수 킬로미터까지 흩날리는 가운데 아르빌주와 키르쿠크주의 주 경계에 있는 알툰 쿠프리가에 가까워지자 제11해병기동여단의 소속의 전차와 각종 장갑차는 서서히 속도를 줄였다.

앞서 날아간 스파이더-II 드론이 알툰 쿠프리 외곽에 엄폐 중인 이라크 보안군의 각종 전차와 장갑차를 탐지했기 때문이었다.

현재 탐지된 수량은 T-72 전차 190여 대와 M113 장갑차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장갑차 230여 대였다. 이외에도 각종 지원용 장갑차와 수송 차량 200여 대가 후방에서 대기 중이었다.

★ ★ ★

2023년 11월 18일 14:30,

남주 서울특별시 강남구 국가정보원(대외정보국 취조실).

“박 팀장님! 병원부터 가야지 않겠습니까?”

만신창이가 된 박기웅 팀장의 얼굴을 본 오혁수 대리가 걱정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어서 병원에 가라! 우리가 알아서 조사하고 결과가 나오면 알려줄게.”

동기인 윤태진 팀장도 걱정되는지 등을 떠밀며 말했다.

“됐어! 신경 꺼! 저 새낀 내가 직접 취조할 테니.”

유리 넘어 취조실에 누워있는 오지완을 노려보는 박기웅 팀장은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목소리에는 극한 분노가 섞여 있었다.

“야! 저 새끼도 반병신 됐어! 저 새끼 취조하려면 치료부터 해야 한다고 하니 너도 병원이나 가라고 짜샤!”

이때 문이 열리고 이자성 과장이 들어왔다.

“박 팀장! 아직도 병원 안 갔어?”

“저놈 제가 취조 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과장님!”

“뭐야? 윤 팀장? 박 팀장에게 말 안 했어?”

“아! 했습니다. 한데 저놈 고집이······.”

윤태진 팀장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이자성 과장이 담배 한 개비를 박기웅 팀장에게 건네며 말했다.

“의료진에서 확인한 결과 갈비뼈 5개, 양 발목과 오른팔 골절, 그리고 광대뼈와 머리통 함몰이야.”

박기웅이 담배 한 개비를 건네받아 입에 물자, 이자성은 불까지 붙여주며 말을 이었다.

“저 정도인데 바로 취조할 수 있겠어?”

불을 붙여준 이자성 과장 자신도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고는 불을 붙였고 이내 담배 연기를 깊이 빨아들였다.

“휴~ 일주일은 치료해야 한다는군! 그러니 그동안 취조는 없어! 무슨 말인지 알겠지? 그러니 병원에 가서 잠시 쉬다가 다음 주에 출근해! 뭐 시간 나면 이 과장 병문안도 가보고!”

“아! 맞다. 이 과장님은 어때요?”

오지완에 온통 신경을 썼던 박기웅은 이제야 이혜진 과장의 안부가 걱정되었다.

“빨리도 물어본다. 다행히 목숨에는 지장이 없다 봐! 문제는 허벅지 총상이 심해서 장기요양이 필요하다고 하더라.”

“아! 그렇군요. 다행입니다. 병문안을 가야겠네요.”

“박 팀장! 가더라도 그 흉한 얼굴은 치료받고 가라! 이 과장님이 놀란다.”

“네, 알겠습니다.”

★ ★ ★

2023년 11월 18일 16:00,

남주 서울특별시 중구 연방광역수사국(부국장실).

온종일 TV에서는 주마다 일어난 시위 건과 관련한 보도만 줄기차게 보였다. 여러 정치성향의 시위대가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건 대한민국 건국 이래 처음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로 전국은 혼란 그 자체였다. 어떤 곳은 서로 다른 정치성향의 시위대가 부딪쳐 끔찍한 유혈사태도 일어났다는 뉴스도 간혹 나오기도 했다.

이로 인해 임기 내내 높은 지지율을 보였던 추은희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선을 탔다. 각종 리서치 기관마다 조사내용은 달라지만, 50% 이하로 떨어진 조사기관도 있었다.

이러한 뉴스를 김형철 부국장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시청 중이었다. 가끔 어깨까지 들썩이기까지 하며 좋아했다.

삐익! 삐익!

이때 비서실로부터 인터폰이 울렸다.

“뭐이야?”

- 저, 암행원의 강철중 과장이 오셨습니다.

“암행원의 강철중? 그 사람이 왜?”

이때 비서실 쪽에서 야간의 잡음이 들리더니 이내 부국장실 문이 열리고 한 사내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형철 부국장님! 각종 인사 비리 및 국가전복가담죄로 긴급체포 합니다.”

문을 열고 들어와 죄목을 열거한 사내는 국가비리암행원의 국가비리수사국 2과장 강철중이었다.

“뭐? 인사 비리? 국가전복가담죄? 이 간나새끼들이 여기가 어디라고 너희야말로 무고죄로 확 감방에 가고 싶네?”

김형철은 소파에 벌떡 일어나 강철중에게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

“아! 아! 그건 조사해보면 알겠고요. 여기 체포영장 있으니 조용히 가시죠?”

강철중은 신분증과 체포영장을 보여주며 말했다.

“체포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비서실 뭐하네? 이 간나새끼들 끌고 나가라우!”

김형철이 인터폰에 대고 소리를 지르자 비서실 수사관들이 부국장실로 뛰어들어와 강철중 과장을 제지했다.

“허허! 이것 보소? 이거 안보입니까? 정식 체포영장인데? 감히 국암원의 공무 수행을 방해합니까? 당신들도 죄다 체포당하고 싶습니까?”

국회의원을 비롯해 5급 이상의 고위공직자를 상대로 강력한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비리암행원은 사정 기관 내에서도 최상의 권한을 가진 기관이었다. 이에 국가비리암행원은 분기별로 감사원의 정규적인 감사를 받아 불소불귀의 권력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강철중의 거침없는 외침에 제지하려던 비서실 소속의 수사관들이 주춤했다. 그러자 강철중 과장과 함께 온 팀원들이 수사관들을 제치고는 김형철에게 수갑을 채우려 했다.

“이거 안 놔? 대체 내가 무슨 비리를 저질렀다는 거야? 이 새끼들아~”

쇠고랑을 채우려는 국가비리암행원 요원들과 몸싸움을 하듯 실랑이를 벌였다. 그리고 한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국장님한테서 떨어져 새끼들아!”

비서실로부터 급한 연락을 받고 온 우병후였다. 그의 손에는 레이저 피스톨이 들려있었다.

“아! 당신이 감찰부 우병후 특수관이지요?”

레이저 피스톨 총구가 자신을 가리킨 상황에서도 강철중 과장은 당황하는 기색 없이 자연스럽게 뒤돌아서고는 우병후 쪽으로 걸어오며 말했다.

“움직이지 마! 새끼야!”

“허! 이것 참 공무집행 방해를 떠나서 이건 뭐 나라 밥 먹는 사람끼리 말이 심하네”

“내 말이 말 같지 않아? 한 걸음만 더 움직이면 몸통에 바람구멍 뚫려주겠다.”

우병후는 양손으로 레이저 피스톨을 움켜쥐고는 정확히 강철중 과장의 가슴에 총구를 가리켰다. 그러자 국가비리암행원과 연방광역수사국의 요원들은 저마다 레이저 피스톨을 꺼내 들고 서로를 향해 총구를 가리켰다.

“워! 이거 참!”

십여 명의 사내들이 저마다 서로를 향해 총구를 가리키자 부국장실은 순간 긴장감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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