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65화 (365/605)

이념 충돌!

2023년 11월 18일 04:50,

북주 황해도 개성경제특구시 북강구 제2공업단지.

신출귀몰하듯 국가정보원의 추격을 뿌리치고 용암거리에서 빠져나온 오지완은 5km 떨어진 이곳 제2공업단지에 숨어들었다.

제2공업단지는 통일 후 기존 개성공업단지에 이어 새롭게 조성된 대규모 공업단지였다. 대부분 북주민에게 제공할 생필품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이뤄진 제2공업단지는 무려 300여 업체와 1,000여 개에 달하는 공장이 들어서 있었다.

현재 추격 중인 국가정보원 현장요원에게는 이번 폭탄 테러의 주범이자 사건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오지완을 생포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상태였다.

이에 제2공업단지 외곽에는 경찰특공대는 물론 가용한 수사관들이 포위망을 구축한 상태로 외부로 나가는 모든 통로를 차단한 상태였고 공단 내부에는 국가정보원의 대테러수사국과 대외정보국 현장 요원 100여 명이 TCS 모드 상태로 공장 하나하나를 정밀 수색하고 있었다.

이자성 과장과 박기웅 팀장도 TCS 모드 상태로 할당된 공장 내부로 진입하여 오지완의 흔적을 찾았다.

- A-5 구역 이상 없습니다.

봉제 공장에 들어온 박기웅 팀장은 착용한 선글라스의 비전모드를 바꿔가며 내부 곳곳을 살폈고 확인된 정보는 서로 간 무음성 통신으로 알렸다.

- A-6 구역도 이상 없다. 다음 공장으로 넘어가자!

- 알겠습니다.

지금 제2공업단지의 공장 곳곳에는 이자성 과장과 박기웅 팀장처럼 국가정보원 현장요원 100여 명이 오지완을 찾기 위해 은밀히 움직이며 정밀 수색 중이었다.

한편, 기계설비가 즐비한 한 공장에 들어온 오지완은 천장 철조구조물에 몸을 기대어 잠시 휴식을 취하며 체력을 보충 중이었다. 2시간 동안 도망치느라 체력이 완전히 바닥났기 때문이었다.

캄캄한 실내로 인해 오직 청각에 의존해 주변 상황을 살피고 있는 오지완은 시간이 흐를수록 초조해졌다. 몇 시간 후 해가 떠서 밝아지면 자신이 발칵 되는 건 시간문제였기 때문이었다.

‘날 새기 전에 어떻게든 빠져나가야 갔어!’

이때 공장 출입문이 열렸다. 하지만 출입문만 열릴 뿐 공장 내부로 들어오는 사람은 없었다. 국가정보원의 현장 요원들이 TCS 모드로 투명화 상태인 것을 꿈에도 모르는 오지완은 긴장감이 엄습한 상태에서 출입문에 시선을 고정하고 오른손을 뒤쪽 허리춤에서 옮겼다. 아차 하면 권총을 꺼내 들어 쏘려고 했다. 하지만 몇 분을 기다려도 열린 출입문에서는 그 어떠한 그림자가 보이지 않았다.

‘뭐기야? 그냥 문만 열고 간기야?’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오지완은 이리저리 머리를 굴렸지만 이렇다 할 생각이 들지 않자, 어쨌든 최대한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실행에 옮기려 했다.

‘지상은 놈들에게 들킨 위험이 크니끼니 공장 지붕을 타고 탈출해야 갔어’

오지완은 반대편 쪽 벽에 설치된 창문을 바라봤다. 길게 이어진 철조구조물을 따라 반대편까지는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고 창문만 넘어가면 지붕으로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위치였다.

껌껌한 상황에서 폭이 20cm도 안 되는 철조구조물을 타고 반대편까지 건너야기에 매우 위험했지만 오지완은 천천히 몸을 숙이고는 기어가든 손과 발을 움직이며 건너기 시작했다.

스윽! 스윽!

최대한 소음을 줄여가며 철조구조물을 중간 부분까지 건넜을 때쯤 오지완은 순간 수상한 기척을 느꼈다. 고도의 특수훈련을 받은 그의 본능적 감각은 매우 뛰어났다.

바로 아래였다.

‘뭐기야. 뭔가 있는기야?’

고개를 내밀어 밑을 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의 본능적 감각은 계속해서 느끼고 있었다.

이때, 작은 소음과 함께 뭔가가 번쩍이더니 푸른 빛줄기가 쏟아졌고 이에 놀란 오지완은 중심을 잃고 그만 6m 높이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쾅!

으윽!

그 순간에도 최대한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착지를 하면서 몸을 굴린 오지완은 즉시 무릎 꿇은 상태에서 권총을 꺼내 들어 총을 겨눴다. 하지만 총구가 가리킨곳은 허공뿐이었다.

‘대체 뭐기야? 귀신이네?’

오지완은 오금이 저리고 등줄기에는 식은땀이 흘렸다.

이때 오지완의 목덜미에서 강한 충격이 가해졌다.

파악! 으윽!

기절할 정도의 강한 충격에 오지완은 권총을 떨구며 바닥에 쓰러졌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권총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어두운 나머지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리고 이때 주변 공간이 틀어지는 듯하더니 이내 한 인형이 나타났다. 바로 박기웅 팀장이었다.

“오지완!”

귀신처럼 갑자기 나타난 인형이 자신의 이름을 내뱉자 오지완은 질겁하며 뒤로 물러났으나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일갈했다.

“간나 새끼! 귀신이네 뭐네?”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하고 있네”

박기웅 팀장은 레이저 피스톨을 홀스터에 집어넣고 선글라스마저 벗고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2년 전 후난에서 총질한 거 기억하지?”

“후난? 아! 그렇구만기래. 그때 후난에서 뒈졌던 국정원놈들과 같은놈들이네?”

오지완이 비아냥거리며 대답하자 박기웅 팀장은 윗옷까지 벗어젖히고는 그대로 몸을 날렸다.

팍! 파파팍! 파악!

격투기 대회에서나 나올뻔한 두 사내의 목숨 건 싸움이 시작되었다. 주먹과 발차기 그리고 때로는 서로 엉켜 바닥에 뒹굴면서 주짓수 기술까지 나오면서 싸움은 치열해졌고 몇 분이 지난 후 두 사내의 얼굴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서로간 주먹을 교환한 후 잠시 떨어지자 박기웅 팀장은 찢어진 이마에서 흐르는 붉은 피를 왼손으로 훔치며 다시금 몸을 좌우로 흔들며 거리를 좁혀갔다.

반대로 한쪽 눈두덩이가 시퍼렇게 부은 오지완 역시 즐겁다는 듯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는 들어오라는 듯 손짓을 했다.

“간나새끼 좀 하는구만기래? 들어오라우!”

“이 개새끼야. 내가 이날이 오기만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내가 어찌아네 간나새끼야. 날래 들어오라우”

슈욱! 슈욱! 슈욱!

박기웅은 몸을 숙여 안쪽으로 파고들며 짧고 빠른 주먹을 연달아 날렸다. 하지만 오지완은 알고 있다는 듯 좌우로 고개를 움직이며 주먹을 피했고 반대로 무릎을 올려 박기웅의 복부를 노렸다.

파밧!

박기웅 역시 양팔로 무릎을 막고는 바로 팔꿈치로 올려쳤다.

퍼억!

임팩트한 팔꿈치 공격은 그대로 오지완의 턱을 강타했다. 묵직한 소리와 함께 오지완의 입에서 하얀 이 여러 개가 날아갔다.

으캬갸갸갸!

중심을 잃고 몇 발자국 뒤로 밀려난 오지완은 입에 고인 피를 내뱉었다. 시꺼먼 피와 함께 깨진 이들이 쏟아졌다.

“거 간아나 새뀐 뒈지라우!”

빠진 이 때문인지 발음이 부정확한 욕설을 내뱉은 오지완은 이내 몸을 날려 박기웅의 관자놀이를 노렸다.

부웅!

크게 휘두른 오지완의 주먹은 그대로 허공을 가르며 빗나갔고 살짝 몸을 숙여 피한 박기웅은 박치기로 다시 한번 오지완의 턱을 강타했다.

빠악!

턱뼈 깨지는 소리가 조용한 공장에 울려 퍼졌다.

으거거거거거!

턱뼈가 박살 난 오지완은 밀려오는 극심한 고통에 턱을 감싼 채로 쓰러지고는 좌우로 구르며 발버둥을 쳤다.

박기웅의 앞머리도 깨졌는지 뺨을 타고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하지만 박기웅은 아랑곳하지 않고 쓰러져 발버둥 치는 오지완에게 걸어와 소리쳤다.

“야이 개새끼야! 이건 김 과장님 몫이야.”

박기웅은 그대로 오지완의 복부를 연달아 있는 힘껏 걷어찼다.

퍼억! 퍼억! 퍼억! 퍼억! 으악~

계속된 발차기에 오지완은 아까 먹은 짜장면을 토했다.

“그리고 이건 한강일 대리와 조동현 주임 몫이다.”

이성을 잃은 듯한 박기웅은 충혈된 두 눈으로 오지완을 내려보며 그대로 점프해 양 발목을 찍어버렸다.

퍼어걱! 으악~

양 발목은 박살이 났는지 기형학적으로 꺾여버렸다. 또 한 번 오지완의 비명이 공장 전체로 울려 퍼졌다.

“아직, 남았다. 개새끼야! 이건 지동철 팀장님 몫이야!”

박기웅의 손에는 공장에서 사용하는 십자형 드라이버가 들려있었다. 왼손으로 오지완의 머리채를 잡아 고정하고는 오른손의 드라이버를 높이 들어 눈을 향해 찍으려 했다.

“야! 박 팀장! 멈춰!”

오진완의 눈을 찍으려는 찰라, 막 공장에 들어온 이자성 과장이 소리쳤다.

“이 새낀 이 정도 벌은 받아야 합니다. 과장님!”

복수하겠다는 생각에 잠시 이성을 잃은 박기웅이 흐느끼며 소리쳤다.

“알아! 아니까. 일단 드라이버 버려! 이건 네 상급자로서 명령이야.”

“과장님!”

“내 말 들어 새끼야!”

★ ★ ★

2023년 11월 18일 06:00,

북주 황해도 개성경제특구시 북성구 개성대학교병원(수술실).

2시간 전, 개성대학교병원에 도착한 남궁원은 허상만 대리로부터 자초지종을 들은 후 수술 중인 이혜진 과장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며 대기했다.

오지완이 용암루 2층 창문을 통해 탈출하자 허상만 대리는 추격보다는 이혜진 과장의 상태가 걱정되어 긴급 후송조치를 했고 개성대학병원까지 따라온 상태였다.

“선배님! 이거라도······.”

허상만 대리는 죄인 같은 표정으로 자판기 커피를 건넸다.

“어! 고마워 허 대리!”

“선배님, 죄송합니다. 제가 이 과장님을 잘 모셨어야 했는데······.”

이에 남궁원은 허상만 대리의 어깨를 툭 치며 웃음을 보였다.

“자네 잘못이 아니잖아? 임무를 수행하다 보면 어쩔 수 없는 상황도 있는 거야.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마! 안 그럼 또다시 이와 같은 임무를 수행하는데 힘들 수 있어.”

“감,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남궁원의 격려에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은 풀렸는지 허상만 대리는 억지로 웃음을 보이며 커피를 마셨다.

“그나저나 혜진이를 저렇게 만든 새낀 잡혔어?”

두 모금 정도 커피를 마신 남궁원이 물었다.

“1시간 전에 확인한 내용으로는 현재 개성 제2공단에서 포위망을 구축하고 정밀 수색 중이라고 합니다.”

아직 잡히지 않았다는 말에 남궁원은 커피를 입에 붓듯 털어 마신 후 종이컵을 꾸기며 재차 물었다.

“그놈 이름이 뭐라고 했지?”

“네, 대외1공작대 출신의 오지완이라는 놈입니다.”

“오지완?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인데?”

“있잖습니까? 2년 전 중국 후난에서 대외정보국의 김현준 과장님과 지동철 팀장, 그리고 팀원 2명이 순직한 사건요.”

“아! 맞아! 이제야 생각나는군”

“그나저나 수술시간이 길어지는 듯합니다.”

남궁원 못지않게 이혜진 과장이 걱정되었는지 허상만 대리는 대화를 하면서도 자꾸만 손목시계에 눈이 갔다.

“걱정하지 마! 이 과장은 잘 이겨낼 거야.”

부하 직원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풀어주려 그런 말을 했지만, 사실 남궁원의 마음속은 시꺼멓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네, 제발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수술 중인 이혜진 과장은 가슴과 복부에 맞은 총알 2발은 다행히 상위 보호슈트 덕분에 가벼운 찰과상만 입었다. 하지만 하위 보호슈트를 입지 않아 관통당한 왼쪽 허벅지가 문제였다.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맞았기에 왼쪽 허벅지의 근육과 뼈는 산산조각이 났고 또한 과한 출혈로 인해 수술시간이 길어지고 있었다.

★ ★ ★

2023년 11월 18일 09:00,

남주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와대(대통령 집무실).

어젯밤 추은희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발표 당시 국가총비상사태를 선포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아침이 되자 북주를 비롯한 7개 주에서 사전 시위 신고를 하지 않은 불법 시위가 일제히 일어났다.

국가총비상사태 선포 시 자치주는 물론 7개 연방주에서는 그 어떠한 시위도 불허하며 시위자에 대해서는 국가총비상사태법에 따라 즉각 체포할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각자 정치성향에 따라 전국적으로 일어난 시위는 대한민국 정국을 더욱 혼란하게 만들었다.

남주에서 일어난 시위대는 크게 2가지였다. 진보 측 시위대는 국민을 향해 화기를 사용한 경호대와 그 책임자 안동태 주지사에 대한 법적 책임이었고 보수 측 시위대는 어제 있었던 평양 평화광장에서의 폭도들을 통일 대한민국을 전복하려는 전복세력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무력진압으로 완전히 말살하라는 상당히 거친 요구를 하는 시위였다. 이렇게 남주만해도 반대되는 성향의 시위가 주요 도시 곳곳에서 동시에 일어났다.

한편, 북주를 비롯한 나머지 주에서는 평양 시위가 확대되면서 폭탄 테러의 배후인 중앙정부의 관료들은 물론 총 책임자인 추은희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시위로 변질되어 퍼져나갔다.

전날 대국민 담화를 통해 대략적인 테러 사건 경위를 설명했지만, 현재 시위대에 동참한 시민들은 왜곡된 정보에 눈이 멀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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