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64화 (364/605)

이념 충돌!

2023년 11월 18일 03:00,

북주 황해도 개성경제특구시 남일구 용암동 용암거리.

통일 후 남북의 경제를 연결하는 경제중심지로 선정되면서 신의주경제특구시와 함께 가장 눈부시게 발전한 개성경제특구시는 남주의 그 어떤 대도시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정도로 화려한 도시로 변해있었다.

경제특구시답게 각종 유흥산업도 덩달아 발전한 개성의 남일구 용암동은 요즘 젊은이들로부터 주목을 받으면 새로운 젊음의 거리로 뜨고 있었다. 24시간 꺼지지 않은 네온사인과 각종 광고판이 펼쳐진 용암거리는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이 흥에 겨워 돌아다니고 있었다.

전날 김정은 전 국방위원장을 비롯해 수많은 정치인이 폭탄 테러로 사망한 사건이 터진 상황에서도 그들의 열기는 멈출 수는 없었다.

이렇게 화려한 길거리에 오지완이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걸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먹이를 찾은 맹수의 눈처럼 주변을 확인하고 있었다.

오지완은 길을 걷다가 쇼윈도 넘어 TV에 시선을 고정하고 멈췄다. 24시간 뉴스만 보도하는 한 채널에서 어제 있었던 폭탄 테러 사건과 시위 관련 보도, 그리고 추은희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는 장면이 보였다.

온종일 도망만 다니느라 폭탄 테러 이후의 반응이 궁금했던 오지완은 뉴스를 통해 어느 정도 해소했다.

하지만 지금 오지완에게 가장 필요한 정보는 조명록의 위치였다. 조명록의 배신으로 동고동락했던 부하들이 죽거나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의 마음속에는 오직 복수만이 가득했다. 어떤 정보라도 얻을까 생각한 오지완은 꼼짝하지 않고 뉴스를 시청했다.

얼마가 시간이 지났을까? 뉴스가 끝나고 광고가 나오자 그때야 밀려오는 배고픔에 오지완은 주변을 살폈다.

“여기래 먹을 게 천지구만기래”

오지완은 여러 식당 중 2층에 있는 중국집이 눈에 들어왔다. 한때 중국에서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중국 음식에 길들어졌던 이유 때문인지 자연스럽게 2층 중국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서 오지완이 중얼거렸다.

‘조명록이! 내래 니놈의 목은 기필코 따고 말갔어, 그때까지 기다리라우!’

한편, 용암거리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용암삼거리에 호버시스템이 장착된 십여 대의 검은 밴이 도착했다. 그리고 이내 일반 옷차림을 한 건장한 사내들이 신속하게 밴에서 하차했다.

이혜진 과장도 밴에서 내렸다. 그리고 대외정보국 소속의 이자성 과장과 박기웅 팀장 일행도 다른 밴에서 내렸다. 이번 체포 작전에는 이자성 과장도 함께 참여했다.

“통신 첵!”

- 1팀 첵!

- 2팀 첵!

- 3팀 첵!

팀장들과 통신 상태를 점검하는 이혜진 과장에게 이자성 과장이 다가와 말했다.

“이 과장님! 우리는 반대편으로 넘어가서 역 수색하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네, 그렇게 하세요.”

이때 다시 차에 타려던 박기웅 팀장이 걱정스러운 어투로 말했다.

“이 과장님! 조심하세요. 그놈 보통 놈이 아닙니다.”

“네, 알겠어요. 조심할게요. 박 팀장도 조심해요.”

“네, 그럼 이따 봬요.”

이자성 과장과 박기웅 팀장 일행을 태운 밴이 출발하자 이혜진 과장은 허상만 대리와 짝을 지어 본격적인 용암거리 수색에 들어갔다.

대테러수사국의 현장 요원 80여 명과 대외정보국 현장 요원 10여 명은 용암거리를 중심으로 주변 일대의 모든 상가와 가게, 그리고 골목길을 이동하며 조명록의 그림자를 찾기 시작했다.

폭탄 테러 사건의 주범이기에 경찰 병력은 물론 군 병력까지 투입해 완전 포위 수색을 펼칠 수도 있었지만, 평화광장에서 있었던 무력진압에 따른 유혈사태와 공개적인 수색작전으로 오지완이 민간인에 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두 가지 이유로 대테러수사국 요원들만으로 한 비공개 형식의 수색에 들어간 이유였다.

2인 1조로 수색 중인 대테러수사국과 대외정보국 요원들은 데이터 링크된 태블릿 PC에 확인한 건물을 표기하여 서로 간 중복으로 확인하는 일이 없도록 수색해 나갔다.

“과장님! 이놈 벌써 빠져나간 게 아닐까요?”

용암거리의 중심부라 할 수 있는 만남의 광장까지 도달한 허상만 대리가 태블릿 PC를 보며 말했다.

“음, 그럴 수 있겠지, 그래도 마저 확인해봐야겠지! 다음 건물은 어디야?”

“네, 저 건물입니다.”

허상만 대리는 태블릿 PC에 아직 수색하지 않은 건물 중 하나를 가리켰다. 만남의 광장에서 북쪽으로 이어진 골목의 첫 번째 건물이었다.

“5층 건물이네? 허 대리는 엘리베이터 타고 5층부터 내려와! 나는 1층부터 확인하면 올라갈게”

“같이 움직이시는 게······.”

“시간이 없잖아?”

“네,”

건물 현관에 들어선 이혜진 과장은 1층 편의점부터 점검했고 허상만 대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갔다.

편의점에 들어선 이혜진 과장은 넓은 매장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고르는 척하며 수상한 사람이 있는지 살폈다.

몇 명의 손님이 있었지만,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남녀들뿐이었다.

“혹시! 이런 사람 본 적 있나요?”

이혜진 과장은 편의점 종업원에게 사진 하나를 보여주며 물었다.

“아, 아니요. 본적 없어요.”

“네, 수고하세요.”

편의점을 나선 이혜진 과장은 바로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갔다. 24시간 운영하는 중국집이었다.

입구부터 중국집 특유의 향이 흘러나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종업원이 인사를 했다.

“어서 오세요.”

“네, 친구가 있다고 해서······.”

“네, 찾아보세요.”

종업원에게 대충 거짓말로 둘러댄 이혜진 과장은 내부를 곳곳을 살폈다. 그리고 그때 구석에서 모자를 눌러쓰고 짜장면을 먹고 있는 한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

‘오지완이다.’

이혜진 과장은 그 사내가 오지완 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하지만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옆에 있는 테이블에 앉았다. 그리고는 스마트 폰으로 허상만 대리에게 문자를 보냈다.

‘찾았다. 2층 용암루 중국집, 요원들에게 공지하고 바로 내려와서 계단에서 대기해!’

지금 체포를 하게 된다면 혹 주변 손님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신중 하고자 했다. 그래서 체포는 오진완이 나갈 때 계단에서 처리하는 게 가장 낫다고 생각한 이혜진 과장은 최대한 손님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하면서도 만에 하나 있을 불상사에 대비하고자 언제든 레이저 피스톨을 꺼내기 위해 오른손을 왼쪽 품에 넣었다.

오지완은 정신없이 짜장면을 먹으면서도 가끔 주변을 의식했다. 그러던 중 실수로 물잔을 건드렸고 물잔은 바닥에 떨어지더니 이내 이혜진 과장 쪽으로 굴러갔다.

‘실수인가? 아니면 일부러?’

갑작스러운 행동에 이혜진 과장은 쉽게 판단하지 못했다. 하지만 겉으로 아무렇지 않은 듯 스마트 폰을 꺼내 보는 척하는 사이 오지완이 자리에서 일어나 물잔을 주우려는 듯 허리를 숙이며 왔다.

파악!

물잔을 들려던 오지완은 갑자기 이혜진 과장을 덮치며 그대로 양손을 제압했다.

우당탕!

의자와 함께 뒤로 넘어진 이혜진 과장은 오지완의 누르는 근력에 제압되었지만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썼다. 이렇게 이혜진 과장과 오진완이 실랑이를 벌이자 손님들이 놀라 소리를 질렀고 중국집 실내는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퍼억! 퍼억!

순간 날아온 주먹은 이혜진 과장의 얼굴에 꽂혔다. 무지막지한 주먹 사례에 이혜진 과장은 기절했다. 이에 오지완은 뒤쪽 허리춤에서 소음기가 달린 권총을 꺼내더니 이내 방아쇠를 당겼다.

피융! 피융! 피융!

이혜진 과장을 향해 3발을 쏜 오지완은 그대로 출입구로 나가려고 했으나 막 계단을 타고 내려온 허상만 대리가 레이저 피스톨을 겨누며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순간 총성과 레이저 발사음이 교차했다.

피융! 피융! 피융!

쭈융! 쭈융! 쭈융!

으악! 끼약!

손님들이 테이블 밑으로 몸을 숨기고 비명을 지르는 가운데 탄착으로 인해 파편이 사방으로 튀겼다.

오지완은 사각기둥에 몸을 숨기고는 바로 탄창을 교환했다. 그리고는 탈출할 방법을 찾고자 주변을 살폈다. 입구가 막힌 상황에서 유일한 탈출구는 창문뿐이었다. 하지만 창문까지 거리는 5m, 멀지도 그렇다고 가까운 거리도 아니었다. 그때 오지완의 눈에는 테이블 밑에서 머리를 감싸고 벌벌 떨고 있는 여자 두 명을 확인했다.

피융! 피융! 피융! 피융! 피융! 피융!

오지완은 연발 사격과 함께 몸을 날려 테이블 밑에서 떨고 있는 여자 손님 중 한 명을 낚아챘다. 그리고는 이내 여자를 일으켜 세워 방패로 삼은 후 총구를 여자 머리에 갖다 댔다.

“물러 서라우. 간나새끼야. 안 그럼 이 간나는 죽는기야.”

오지완은 소리를 지르며 조금씩 뒤로 걸어갔고 이내 창문 앞까지 도달했다.

“알, 알았으니 여자는 놔줘!”

허상만 대리는 쓰러져 있는 이혜진 과장이 걱정되었다. 쓰러진 이혜진 과장의 바닥에는 시뻘건 피로 흥건했다. 이에 오지완의 탈출을 묵인하고 어서 빨리 이혜진 과장을 병원으로 후송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쨍그랑!

그때 창문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오지완이 몸을 날렸다.

팟!

깨진 창문을 통해 2층에서 뛰어내린 오지완은 골목길에 주차한 자동차 지붕에 착지한 후 그대로 한 바퀴를 굴러 뛰기 시작했다.

“현재 오지완은 3번 골목길을 따라 도망간다. 모든 요원은 그쪽으로 즉시 이동하도록”

깨진 창문으로 도망가는 오지완의 방향을 확인한 허상만 대리는 즉시 통신을 통해 요원들에게 알렸고 바로 이혜진 과장의 몸을 살폈다.

“과, 과장님! 괜찮습니까?”

총상 당한 부위에서 시뻘건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에 허상만 대리는 지혈을 하고자 윗옷을 벗어 감싸 누르며 소리쳤다.

“119, 119에 신고 바랍니다. 어서욧”

용암거리의 복잡한 골목길을 이리저리 죽을힘을 다해 도망치는 오지완을 향해 2개의 그림자가 붙고 있었다. 반대편 용암거리에서 수색해오던 이자성 과장과 박기웅 팀장이었다. 허상만 대리의 통신을 듣고 급히 중심부로 뛰어오다가 도망가는 오지완을 발견하고 뒤쫓게 되었다.

“헉억! 헉억! 이 과장님이 많이 다친 듯합니다.”

죽을 힘을 다해 달리면서도 박기웅 팀장은 통신기를 통해 이자성 과장에게 말했다.

“그러게. 제길! 헉억! 남궁원 얼굴 어떻게 보냐? 저 새끼 잡히면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다. 넌 이번 골목에서 왼쪽으로 돌아! 허억!”

“네, 허억! 알겠습니다.”

두 갈래로 갈라지는 골목길에서 박기웅 팀장은 왼쪽으로 돌아갔고 이자성 과장은 직진해 나갔다.

★ ★ ★

2023년 11월 18일 04:00,

남주 서울특별자치시 송파구 잠실본동 LF 아파트.

삐리리리링! 삐리리리링!

깊은 잠에 빠져있던 남궁원은 울려대는 벨 소리에 몸을 들썩거렸고 이내 손을 뻗어 자명종을 눌렀다. 잠결에 자명종의 알람 소리로 착각한 것이었다.

삐리리리링! 삐리리리링!

계속해서 벨 소리가 울려대자 그제야 전화벨 소리인 걸 인지한 남궁원은 탁자에서 스마튼 폰을 귀에 댔다.

“여보세요.”

- 남 과장님! 허상만 대리입니다.

“아, 허 대리가 이 시간에 무슨······.”

순간, 불길한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든 남궁원은 다그치듯 질문을 던졌다.

“설, 설마 혜진이한테 무슨 일 있어? 그, 그런 거야?”

- 그게, 지금 바로 개성대학병원으로 오셔야······.

허상만 대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충격을 받는 남궁원은 스마트 폰을 놓치고 말았다.

‘아, 안돼, 혜진이한테······. 절대 안 돼!’

잠시 멍한 상태로 있던 남궁원은 손에 잡히는 대로 대충 옷을 입고는 바로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달려가 스포츠카에 몸을 실었다.

부웅! 부웅!

잠시 후 강변북로에 이어 개성과 연결된 자유로에 진입한 남궁원의 스포츠카는 시속 200km에 가까운 속도를 내며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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